서두르지 않는 봄 (오대환 시집)

서두르지 않는 봄 (오대환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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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진지한 사유의 계곡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오대환 시인의 디카시들
동국대 국문학과, 목원대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2015년 『문학과창작』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하여 시집 『꽃들은 사이가 좋다』 『아홉 그루의 자작나무가 불타고 있네』를 출간했으며 현재 강진감리교회 원로목사로 활동하고 있는 오대환 시인이 디카시집 『서두르지 않는 봄』을 출간했다.
오대환은 디카시의 소재를 평범한 일상에서 찾는다. 이는 그가 디카시를 생활 속으로 깊게 끌고 들어와 생의 중요한 일부로 삼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는 언제는 디카시로 변용될 수 있는 현장을 포착하고 그것에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주변의 많은 것들을 시적 의제로 삼는다. 그의 일상은 이렇게 하나하나 미적 형상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미적 수용의 대상이 된다. 이것이야말로 똑같이 주어진 삶을 더욱 아름답게 가꾸는 시인의 비밀이 아닐 수 없다.
저자

오대환

저자:오대환
1944년남원에서출생했다.동국대국문학과,목원대신학대학원을졸업했다.2015년『문학과창작』으로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꽃들은사이가좋다』『아홉그루의자작나무가불타고있네』를출간했고다수의문집에시를발표했다.한국문인협회,강진문협회원,강진감리교회원로목사로활동하고있다.강진문학상,우리신문문화예술대상을받았다.

목차

시인의말·5

1부추억의아코디언처럼

꼬들꼬들·12
속이보여·14
산책중·16
숨결하나의·18
천년고요·20
서두르지않는봄·22
그손·24
무슨일이야·26
잎의이중주·28
노마드·30
추억의아코디언처럼·32
하마터면·34
착각·36
가방대기실·38
허(虛)허·40

2부농사위에감사

가는길·44
절규도(島)·46
휴(休)·48
주인있소·50
부동자세·52
꼭지·54
흰고무신·56
여름살이·58
선물기(記)·60
농사위에감사·62
깨강정·64
아르떼뮤지엄·66
역광선·68
건강대기중·70
살맛·72

3부이겨놓고싸운다

이슬점(點)·76
부활의눈·78
세밑·80
식탁위달·82
설화·84
목련단상·86
잿빛고양이네로·88
그림의떡·90
크루즈·92
외출할땐보지못했네·94
봄의비상·96
이겨놓고싸운다·98
어머니의자리·100
잇다·102
딴살림·104

4부수직정원에서길을찾는다

생명선·108
꿈의색으로핀여름·110
수직정원에서길을찾는다·112
서슬한날·114
한방향·116
약속·118
아직도·120
섀도·122
창화·124
식감·126
배꼽웃음·128
나어때·130
늦여름오작교·132
가을맞이·134
시즌2·136

해설일상의예술과타자지향의윤리학|오민석·138

출판사 서평

누가뭐라하지않아도
언제나같은방향으로
눈물을흘리듯
손을내미는
실의이야기
―「잇다」

담벼락을가득메운담쟁이에서시인이본것은그누구의명령도없이“언제나같은방향으로”움직이는생명의힘이다.그들은집단을이루어손을내밀며한방향으로움직이는데,시인은이것을“눈물을흘리듯”한다고묘사한다.말하자면그것은매우고통스럽지만운명적으로가지않으면안되는어떤길처럼슬픈길이다.

시인은아마도이런의미를담벼락에길처럼그어져있는실금이미지에서빌려온듯하다.벽의금은가는실처럼슬프게이어져있고,그것이지도라도되는양그것을따라가며슬픈손을내미는푸른것들의운명엔많은사연들이적용될수있다.그것을시인은“실의이야기”라부른다.실은서사와서사를이어(“잇다”)언제나같은방향으로푸른생명들을이끈다.그러나그생명의끝은언제나다시겨울이고죽음이다.그래도가야한다.이작품은이런많은이야기까지침묵으로덧보태담고있다.

오라는곳은없어도
가야할데가많은담쟁이
나도텃밭에기대어
늘봄이온다하니
이미이겨놓고싸운다
―「이겨놓고싸운다」

그림자가비친황갈색톤의사진은마치한폭의유화같다.그것은밀레의〈이삭줍은여인들〉이나〈만종〉의주인공들이서있던늦가을의황금색들판을연상케도한다.그러나자세히들여다보면이곳엔밝은햇살이그림자를더욱진하게만들고벽전체엔새로싱싱하게일어나고있는푸른새싹들이보인다.벽가득히비치는햇살아래무수히뻗어나가는덩굴들을시인은“가야할데가많은”존재로묘사한다.“오라는곳”도없이생은힘들지라도,이미“이겨놓고싸”우듯이“봄”이온다는것을믿어야한다는것이시인의생각이다.사진속의그림자는“텃밭에기대어”오는봄을믿으며밝은햇살을등에받고무수한길로뻗어나가는푸른생명을본다.

일상을예술로,예술을일상으로만드는오대환시인의작업에윤기를더하는것은그의반짝이는유머정신이다.유머는시인을어둡고우울한정서에오래빠져있지않도록하고삶을경쾌한율동속에서빛나게한다.

게으른주인
갑작스런한파에
밀짚모자를씌우는가
사람보다배추가
속이찼기망정이지
―「속이보여」

사람머리모양을한배추가게으른주인의밀짚모자를쓰고있는모습은그자체우스꽝스럽다.시인은갑작스러운한파에한여름에나쓰는밀짚모자를배추에뒤집어씌운게으른주인의“속이”들여다보인다고말한다.미물인배추는속이찼고,거꾸로사람의가벼운속은들여다보인다는대비는얼마나유쾌한가.일상의어느순간에삶은이렇게가벼운코미디처럼즐겁고경쾌하다.이런유머야말로힘겹게삶을유지하다결국엔죽음의운명에무릎꿇을수밖에없는존재들에게큰위안을준다.그렇게진지한사유의계곡에서도경쾌한유머의여유를잃지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