닿을 수 없는 나라

닿을 수 없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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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자이니치(在日)들이 겪는 소외와 정체성 혼란, 제주 4·3사건 다룬 소설들
1991년 계간 『동서문학』 여름호에 중편 「닿을 수 없는 나라」가 당선되어 등단했고 1993년 장편 「풍화의 세월」로 제4회 MBC문학상을 수상했던 조동선 작가가 소설가로 데뷔한 지 34년 만에 첫 소설집 『닿을 수 없는 나라』를 출간했다.
조동선 소설집 『닿을 수 없는 나라』의 표제작 「닿을 수 없는 나라」는 1970년대 유신시대를 배경으로 풍문이나 조각으로 떠돌던 ‘디아스포라 자이니치(在日)의 역사’를 곡진하게 담아낸다. 일제강점기, 일명 ‘내지(內地)’로 건너간 조선인 가운데 해방이 되어도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고국에 돌아간들 먹고살 길이 막막했거나 해방공간의 극심한 혼란 속에서 남쪽도 북쪽도 택할 수 없기에 일본에 머물기를 택했다.
1952년 샌프란시스코 조약이 발효되면서 이들은 일본 국적을 상실하게 되고, 일본정부는 이들이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다양한 차별을 정당화한다. 못마땅하면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말을 듣지만, 이들이 돌아갈 고국은 남과 북으로 갈라졌고 복잡한 정치적 상황은 이들에게 덫이 된다.
자이니치는 북한이 낙원으로 가는 길처럼 내건 ‘북송’에 말려들거나, 남한정부에 의해 간첩으로 몰리는 등 정치적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받아줄 나라가 없는, 자이니치는 그림자를 지닌 유령처럼 국경과 국경 사이를 부유하는 디아스포라로 살아왔다. 청소년기를 일본에서 보내고 1967년 귀국해 줄곧 디아스포라의 의식에 갇혀 살았다는 작가는 자이니치가 형성된 역사적 맥락, 그들이 치러낸 정치적 상황, 문화적 충돌을 폭넓게 담아내며, 이들이 겪은 소외와 정체성의 혼란을 곡진하게 그려낸다.
「닻을 내리다」와 「분기선 앞에서」 역시 1980년대 민주화운동시대를 시간적 배경으로 삼아 일본에서 태어나 대학을 졸업하고 한국으로 영주귀국한 재일동포 출신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군사정권의 무자비한 폭력이 횡행하는 사회 속에서 그들이 간첩 또는 좌익으로 몰려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었던 비극을 그려낸다.
이들 작품 이외에도 제주 4·3사건과 같은 한국의 비극적인 역사적 배경 속에서, 정치적 감시와 이념적 족쇄에 시달리는 인물들의 삶을 조명한다. 「녹낭」과 「까마귀 떼울음」은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제주 4·3항쟁은 여전히 풀리지 않은 매듭으로 뒤엉킨 채 미결적 현재진행형임을 환기시킨다. 제주 4·3항쟁의 역사적 비극은 미체험세대인 후대들의 삶에 깊은 트라우마로 작동하고 있는 현실을, 즉 피해자 가족들의 기억과 가해자 가족들의 기억이 엇갈리고 충돌하기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일깨우고 있다.
조동선 작가는 “1991년에 등단해 한 권의 소설집을 내는 데 30여 년이 걸렸다. 스스로 생각해도 너무 게으르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청소년기를 일본에서 보냈고, 1967년에 귀국해서도 줄곧 디아스포라 의식에 갇혀 살아온 나날이었다. 그로 인해 현실을 버티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다 나태한 성격으로 무엇 하나 집중하지 못해 불완전연소의 삶을 이어왔다. 오래 전에 발표한 소설들을 묶은 탓에 시의성과 요즘의 감수성과는 상당한 낙차가 있음을 시인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도 소설들을 묶어내는 만용을 부려보기로 했다”고 「작가의 말」에서 밝혔다.
저자

조동선

저자:조동선
1991년계간『동서문학』여름호에중편「닿을수없는나라」가당선되어등단했으며1993년장편「풍화의세월」로제4회MBC문학상을수상했다.2016년서울문화재단창작지원사업에선정되어장편소설『해명(海鳴)』을출간했다.그외에2019년소설작법과텍스트읽기를위한입문서『소설을꿈꾸다』를펴냈다.

목차


닻을내리다·7
벚꽃속으로숨다·31
닿을수없는나라·59
녹낭·143
분기선앞에서·173
까마귀떼울음·255

해설자이니치(在日),디아스포라의초상·김나정258
수록작품발표지면·302
작가의말·303

출판사 서평

줄거리

닻을내리다

경계인으로살다간재일동포출신환경경제학자의삶과죽음을출판사를운영하는그의제자이며연인이기도한‘나’의시점으로서술된회고조소설이다.그가경계인으로살수밖에없었던이유는재일동포출신이라는것,손위누이가니가타에서북송선을타고북한으로귀국했다는것,그리고그가쓴여러논문이좌경적시각에서논술되었다는것에기인한것이다.

말기위암에걸린나는아내와처가로부터도내침을당한그가위암으로운명할때까지뒷바라지한다.나는그의장례를치른다음일본삿포로에서열리는환경문제심포지엄을참관하기위해비행기에오른다.나는승객중에그와닮은사람을목격하곤그의경계인으로서삶과죽음을새삼스럽게회고한다.나는그가죽은다음에야비로소이땅에안착할수있게되었다는것을깨닫는다.

벚꽃속으로숨다

일본에유학하여미생물학박사과정을밟고있는주인공의아버지는재일교포2세로대학졸업후조국으로영주귀국하지만회사근무중에당국에연행되어치도곤을당한다음피폐한삶을살수밖에없었다.그러한아버지를가까이서지켜본주인공은이데올로기에대한기피증으로,도쿄전철안에서마주친검정치마저고리를입은조총련계여고생에게위화감을느낀다.

재일교포인숙부의아들은갓대학에입학한미학전공대학생이다.그의초대로박물관에서전시되고있는‘조선고미술아타카컬렉션’을관람하고나와전철역에다다랐을때검정치마저고리를입은여학생이한일본인에게희롱당하는장면을목격한사촌동생이무뢰한에게대들어여학생을구출하려고하지만역부족으로얻어맞으면서도주인공을향해경찰에신고해달라고소리친다.그런데도구경꾼들속에섞여있던주인공은모른척외면해버린다.이데올로기콤플렉스에젖은주인공의소아병적인처신을그려낸다.

닿을수없는나라

일종의탈출을모티프로한작품으로재일동포출신주인공은일본에서대학을졸업하고한국으로영주귀국하여무역회사에취직,수출업무를담당한다.그가해외시장개척을위해출장을갔다가입국할때보안사직원들에의해연행되어일본유학생간첩단멤버로내몰려징역형을선고받고복역하다10년째되던해에가석방으로풀려난다.

그는더이상한국에살수없음을깨닫고떠나온일본으로되돌아가기위해밀항을시도한다.그는우선위조선원수첩을입수하기위해부산으로내려가중소수산물회사에취직해일본으로의활선어수출길을개척하여회사에신뢰를쌓는한편,활선어냉동운반선선장과가까워져위조선원수첩을입수한다음일본출항을앞둔냉동운반선에잠입하여몸을숨긴다.이윽고냉동운반선이출항하지만겨울바다의예상치못한풍랑으로출항한배는어쩔수없이회항하는바람에탈출계획은도로에그치고마는상황적아이러니를형상화하였다.

녹낭

제주4·3항쟁와중에마을을습격한서북청년단원에게뒤란의녹낭(녹나무의제주방언)밑에서겁탈을당해태어나게된아버지는자신의출생의비밀을알고노름과술에빠졌으며대대로물려받은집과밭을날리고일본으로밀항한다.녹나무가심어진고향집은잘못된잉태의순간을제공하기도하고자신의혈통을숨겨야하는장소이기도하다.또자신의방탕으로인해팔아넘겨졌던재산이기도하고다시고통스러운이국땅에서의노동의대가로되찾은안식처이기도하다.

오랜만에귀향한아버지는자식들로부터내침을당하자뒤란의녹낭을베어버리고다시사라진다.제주4·3항쟁의미체험세대인아들은“전에도그랬지만아버지의부재로달라질것이라곤아무것도없다”라고말한다.그러나아버지의사라짐은화자인‘나’에게역사적고통을새롭게각인시킨다.

분기선앞에서

부산의한대학경제학부부교수로임용된주인공은가족과떨어져부산에기거하고있다.그는재일동포출신으로경제학박사학위를받고대학동문선배의권유로한국에영주귀국하여한사립대의‘경제성장론’전임강사로임용되어부교수로까지승진한다.하지만그의경제성장론논문이문제가되어안기부의조사를받아당국의요주의인물이된다.그런그에게30여년전니가타에서북송선을타고북으로간손위누이가있다.일본에살던부모는타계한지오래다.군사정권의생색내기일환으로추진된남북이산가족상봉을위한북한주민접촉신청을받아들인다는소식에주인공은이기회에누이를만나볼수있지않을까희망을품지만북한주민접촉신청을했다가그것이빌미가되어당국에새로운꼬투리를제공하지나않을까걱정이앞선다.

아내와처가식구들은극구반대한다.특히아내는연좌제에대한우려에다아이들교육까지고려하여이참에이민을가자고주장하지만,여태껏경계인으로살수밖에없었던주인공은이땅에뿌리내리기위해아내의제안을거절한다.북한주민접촉신청을한그는다시보안사로연행되어되풀이되는질문과조서작성으로시달린뒤가까스로풀려난다.두번째연행은결정적으로아내의미국이민을부추기는결과를초래한다.이윽고이민을떠나는가족을공항에서배웅한주인공은마음에가로놓인분기선앞에서자신이내린결정이온당한지다시한번반추해본다.

까마귀떼울음

중학교때고향제주를등지고떠난지40년이된주인공이어머니묘지를이장하기위해내키지않는귀향을하면서개인적인기억을역사적기억에겹쳐재구성한다.주인공의아버지는제주4·3항쟁때초등학생으로군경토벌대에의해아버지와마을사람들이총살당하는장면을목격하고정신줄을놓아버린다.그때의충격으로성인이된아버지는비바람이세차게불고까마귀떼가우짖는날이면술을마시고전혀다른사람이되어주인공과어머니에게폭력을휘두른다.그바람에어머니가죽게되지만숙부와마을사람들은그런아버지의폭행을은폐한다.아버지는정신감정을받은끝에정신병원에수용되고주인공은서울의외삼촌댁에거두어져대학까지졸업하고증권회사에들어가애널리스트로일한다.

그런그가오랜만에만난숙부와함께어머니의묘를이장하고바로귀경하기위해제주공항으로가다마침열리는4·3항쟁심포지엄에들러참관한다.그러나패널들의시각도제각각으로피해자의기억과가해자의기억이서로엇갈리고충돌하기를계속한다.심포지엄에서기억의책무와윤리를뒤늦게확인한주인공은제주를떠나려했던생각을바꾸고4·3항쟁을바라보는시각차로관계가소원했던숙부와의화해를위해다시고향으로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