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연꽃의 눈

흰 연꽃의 눈

$18.00
Description
양피지 위에 썼다가 지운, 다시 눌러쓴 ‘무(無)에 이르는 도정(道程)’
원로 수필가 맹난자, 4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 수필집 『흰 연꽃의 눈』
팔순 중반을 넘어선 한국 수필계의 원로 맹난자 수필가가 4년 만에 신작 수필집 『흰 연꽃의 눈』을 선보였다. 맹난자의 수필은 ‘영성수필’ ‘불교수필’이라는 한정된 카테고리에 종속시킬 수 없을 만큼 다양하고 넓고 크기에 한 평론가는 ‘맹난자수필’로 명명할 수밖에 없다고 선언했다.
맹난자 수필가는 「책을 펴내며」에서 “여든네 번째 가을을 맞는다. 몸이 떠나기를 기다리며 묵은 곳간을 털었다. 심연의 바닥에 두레박을 기울였으나 더는 퍼올릴 것이 남아 있지 않았다. 여기 수록된 글들은 없어져도 무방할 그림자의 잔해. 양피지 위에 썼다가 지운, 그리고 다시 눌러쓴 글자들. 결국은 무(無)에 이르는 도정(道程)이었다. 창밖 까마귀가 ‘가아 가아 가’라고 한다. 바람 따라 갈란다. 허수입(虛受入). 등 뒤에 와닿는 가을 햇살이 따스하다. 참 좋다”라며 부쩍 약해진 몸과 건강 탓에 앞으로 더 글을 쓸 수 없을지도 몰라 ‘묵은 곳간’을 털었다고 밝혔다.
수필집 제목으로 내세운 「흰 연꽃의 눈」은 2025년 9월에 쓴 최신작이다. “일본 작가 나쓰메 소세키의 만년처럼, 요즘 나도 거실 창밖 유리문 안에 갇혀 지낸다. 계절의 순환을 그저 바깥 풍경에 의지해 느낀다. 기척 없던 나무에 연둣빛이 감돌더니 목련꽃이 만개했다. 생명으로 눈부신 봄, 우리 부부는 거실과 안방에서 불편한 호흡으로 이 봄을 건너고 있다. (…) 내가 해야 할 일은 90세의 환자를 선종(善終)으로 배웅하고, 이 몸도 낙화(洛花)하는 일”이라고 한 뒤, “『연화경』의 연꽃은 꽃과 열매를 동시에 품고 있는 화과동시(花果同時)다. 원인과 결과가 동시에 있다. 마치 임신한 여인의 태(胎) 속에 이미 죽음이 싹트고 있는 것처럼, 생과 사가 즉(卽)해 있다. 모양은 변했지만 그 본질은 그대로”라며 오래 전 주역(周易)을 가르쳐준 노석 유충엽 선생이 지어준 호는 관여(觀如)인데 “무슨 인연일까. 나의 어머니 이름은 김묘연(金妙蓮). 김구용 선생은 ‘백화시실(白華詩室)’ 주인의 당체시다. 관여 실상(實相)은 흰 연꽃의 눈, 그 이슬방울에서 생과 사의 즉(卽)을 본다. 나 이제 그만 공기(空氣) 속으로 돌아갔으면 한다”라며 지금껏 삶은 “무(無)에 이르는 도정(道程)”을 결연히 밝히고 있다.
저자

맹난자

저자:맹난자
서울에서태어나숙명여자중·고등학교를졸업하고이화여대국문과와동국대불교철학과를수료했다.공식적인최초의작품은1964년통도사극락암의경봉스님을친견하고쓴기행문「극락지일야(極樂之一夜)」로대한불교신문에실렸다.
1969년부터10년동안월간『신행불교』편집장을지냈으며1980년동양문화연구소장서정기선생에게주역을사사하고도계박재완선생과노석유충엽선생에게명리(命理)를공부했다.능인선원과불교여성개발원에서주역과명리를강의하며월간『까마』와『묵가』에’주역에세이‘를다년간연재했다.
수필선집『까마귀』,수상록『본래그자리』(2016년세종도서문학나눔선정),수필집『빈배에가득한달빛』,『사유의뜰』,『라데팡스의불빛』,『나이대로좋다』,『시간의강가에서』(2018년문학나눔우수도서선정),에세이집『하늘의피리소리』(2022세종도서교양부문선정).선집『탱고그관능의쓸쓸함에대하여』『만목의가을』이있으며,역사속으로떠나는죽음기행『남산이북산을보며웃네』와개정판『삶을원하거든죽음을기억하라』,작가묘지기행『인생은아름다워라』『그들앞에서면내영혼에불이켜진다』(Ⅰ·Ⅱ),그리고『주역에게길을묻다』(2013년문화체육관광부우수도서선정)와일어판『한국여류수필선』외공저다수가있다.
2002년부터5년동안수필전문지인『에세이문학』발행인과한국수필문학진흥회회장을역임하고『월간문학』편집위원과지하철게시판<풍경소리>편집위원장을지냈다.또한(사)국제펜한국본부자문위원,『젊은수필』과『The수필』선정위원장,(사)한국문인협회상벌제도위원장역임,현재(사)한국수필문학진흥회고문이다.
현대수필문학상,남촌문학상,정경문학상,신곡문학대상,조경희수필문학대상,현대수필문학대상을받았다.

목차


책을펴내며·4

제1부글쓰기는하나의깨달음이다
이봄날에12
눈온날아침19
존재자가존재를보다22
흰연꽃의눈25
나의수필행로29
마음밖에법이없다35
글쓰기는하나의깨달음이다45

제2부아름다움,그비의어를생각하다
행복에대하여60
이름에관하여66
아름다움,그비의어를생각한다75
정의에대한생각82
신(神)또는신적(神的)인것에대하여91
서화담선생의기론(氣論)에대하여103
중관(中觀)사상에나타난비트겐슈타인의언어관112

제3부수필의연원을생각하며
수필은창작문학에속하지않는것인가?124
수필의연원(淵源)을생각하며129
수필의현주소134
봄이오는길목에서138
‘실험수필’을위한몇가지제언143
시없는시인의적멸위락(寂滅爲樂)155
“신발한짝은어깨에메고가지요”175

제4부죽음을그리다
바람따라갈란다204
무아,열반적정의길208
청하(靑荷)선생님영전에214
법정스님의편지218
책버리는날222
죽음을그리다227
욕망의무화(無化)232

제5부작가란무엇인가
작가란무엇인가238
보르헤스를다시읽다243
오에겐자부로를말하다257
몽테뉴의『수상록』266
괴테의시선과자연법칙285
깨우치니삼라만상이모두공空이더라296
‘말해질수없는것’에관한철학정신의회통(會通)304

맹난자(孟蘭子)연보·323

출판사 서평

제1부‘글쓰기는하나의깨달음이다’에서는표제작이외에,맹난자수필의1차화두는‘마음’이었고2차화두는‘죽음’이었던수필행로가닿은곳은안심입명(安心立命),작은포구였음을밝히는「나의수필행로」,마조스님의말씀대로‘한생각망심(妄心)이곧생사의근본’이니분별하고간택하는취사심을멈출것을다짐하는「마음밖에법이없다」,‘글을쓴다는것은그나름대로하나의깨달음’이라는롤랑바르트의대전제에동참하게된이유를밝힌「글쓰기는하나의깨달음이다」등을읽을수있다.

제2부‘아름다움,그비의어를생각하다’에서는환갑지나정년퇴직한남편과함께한해외여행중프랑스파리에서처음만난것은샹젤리제거리의벽보에모파상의소설『메종텔리에』의연극포스터였고그의작품속결미는늘불행으로끝나는데그“연민속에서비애를자각(自覺)하는인간이야말로자연보다더아름다운존재가아닐까,문득그런생각이들었다.나는인간이다”라고깨닫는「아름다움,그비의어를생각하다」를비롯,평생목에걸린가시처럼화두로들고있던단어인‘행복’이란“오온(五蘊)이빚어낸우리마음의판타지(幻)가아닐까”라는「행복에대하여」,영국시인존키츠의‘여기이름을물위에새긴사람이잠들다’라는묘비명처럼“나또한이름을돌위에새기지않고물위에새기리라.인연따라주어진이명상(名相)을,저무주(無住)의흐름에맡길따름”이라는「이름에관하여」등을만날수있다.

제3부‘수필의연원을생각하며’에서는수필은지적(知的)탐구의영역에속하는‘에세’와는또다른,‘수필’은같은산문문학의갈래이면서우리에게정서적만족을수여하는이미지의문학,곧창작문학임을밝힌다고선언한「수필은창작문학에속하지않는것인가?」,“수필은다른장르와달리작가의가치가곧바로작품의가치로환산된다.글이곧그사람이기때문이다.수필은또한정(情)의문학이며정서적만족을수여하는EQ의문학”임을밝히며출발한『The수필2019빛나는수필가60』의발간사인「수필의현주소」,바쁜시대적요청에따라길이가짧고뜻은함축적이며언어는간명(簡明)하기에더짧아진‘아포리즘수필’로탄생한「모과한알」를쓰면서느낀「‘실험수필’을위한몇가지제언」등이실렸다.

제4부‘죽음을그리다’에서는1996년첫수필집『빈배에가득한달빛』을출간하였을때법정스님께서보내주신엽서에낯익은만년필로쓴“가난이우리를이만큼키웠습니다”라는글에감명받아평생마음에간직한「법정스님의편지」,고장난에어컨의실외기공사때문에한쪽벽면을치워야했기에애지중지읽고모아온책을솎아내야할처지에처한「책버리는날」,104세가되어자발적안락사를선택한식물학자데이비드구달박사,폐기종을앓던프랑스철학자질들뢰즈의추락사등죽는순간까지고통의의미를되새기며삶의균형을잃지않았던작가들을추억한「죽음을그리다」가읽어볼만한글이다.
제5부‘작가란무엇인가’에는카뮈의스승인장그르니에가『페스트』를발표한카뮈를‘신(神)없는성자’‘덕망있는무신론적성자(聖者)’로평가한것처럼작가는시대의등불이며중생구제를서원하는관음보살의화신과도같은존재라고생각하는「작가란무엇인가」,세계를한권의책으로본보르헤스가“그책은완성된것이아니라썼다가지우고그위에다시쓴,문학이란일종의양피지사본이아니냐”는물음을되새기하는「보르헤스를다시읽다」,사회적인약자편에서서언제나불의와맞서싸운시대의양심,행동하는지성인이었던「오에겐자부로를말하다」,17세기이래프랑스와유럽각국의문학에큰영향을끼쳤고500년의시간을넘어서도영원한고전(古典)으로자리잡은「몽테뉴의‘수상록’」등굵직한수필이실렸다.

추천사

『하늘의피리소리』는동양고전에대한이해와성찰이간결한문학적에세이형태로서술되며,우리수필문학의새로운형태를성공적으로이끌어나간것은맹난자의훌륭한업적이다.
―김우종/문학평론가

맹난자의「홍시」나「나는몸으로쓴다」에서는제재에관한몰입통찰로영성을깨워신비로운‘에피파니(Epiphany)’의체득과정을낯설게보여준다.
―안성수/문학평론가

맹난자의수필집『시간의강가에서』의발문「진심출사(眞心出死)의수필미학」을쓰면서“말라르메의「목신의오후」를보조국사의『진심직설(眞心直說)』의핵인‘허공꽃’과대비하여쓴평설을어쭙잖게평하는것은췌언에불과하다는판단”임을토로했고“이에따라필자는이러한성격의에세이를한국현대수필사에서어떻게자리매김해야하는가에대한담론을제기한바있다.그의수필은영성수필,불교수필로한정된카테고리에종속시킬수없을만큼다양하고넓고크다.그래서편의상‘맹난자수필’로명명할수밖에없음을이글에서거듭토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