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암의 하늘 (홍혜문 소설집)

대암의 하늘 (홍혜문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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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세계의 폭력을 극복하는 인물들의 서사 그려낸 홍혜문 소설집 『대암의 하늘』
‘창원문학상’을 수상하고 소설집 『나는 안미자입니다』로 아르코 ‘문학나눔 우수도서’와 경남문협 ‘우수작품집상’에 선정된 홍혜문 작가가 소설집 『대암의 하늘』을 출간했다.
홍혜문의 소설집 『대암의 하늘』은 고대와 근대, 현대를 넘나드는 폭넓은 시공간을 펼쳐 보이지만, 그 중심에는 언제나 상처 입은 인간이 존재한다. 작품을 관통하는 인식은 상처를 낳는 폭력의 체제가 곧 세계의 실체라는 점이다. 고대 원시사회에서 식민지 시대의 지식인, 그리고 현대의 상처 입은 군상에 이르기까지, 인물들은 세계의 직접·간접적 폭력 앞에서 흔들리고 상처 입는 존재로 서사화된다.
그러나 홍혜문의 소설은 폭력의 재현에 머물지 않고, 이를 넘어서는 서사를 분명히 제시한다. 작가는 희망의 상징을 작품 곳곳에 배치하는데, ‘민서’가 바라보는 J시 문화회관 디피랑의 빛(「해장라면」)과 둑방길 아래로 굴러떨어진 ‘주희’의 얼굴을 비추는 라이트빛(「비행하는 자전거」)이 그 예다. 사막 한가운데서 습기를 모아 식수를 만들어내는 ‘안개그물’ 또한 마찬가지다. 이는 몽골 고비사막을 횡단하던 이태준의 얼굴을 비추는 어둠 속 별빛과 같은, 완전한 희망의 상징으로 기능한다(「대암의 하늘」).
인간은 인류의 기원 이래 폭력의 어둠 속에서 끊임없이 빛을 찾아왔고, 그 여정을 단 한번도 포기한 적이 없다. ‘라우나’와 ‘샤니’가 원한을 넘어 새로운 삶의 여정을 시작했듯, 인류는 근대 제국주의라는 폭력의 모래언덕을 기어이 넘어왔다. 이러한 저항과 희망의 서사는 오늘날에도 소외와 결핍, 폭력에 맞서 살아가는 동시대의 주체적 개인들에게로 이어지고 있다.
홍혜문의 소설은 고대사회에서 비롯된 질문을 몽골의 초원과 칠레의 사막을 거쳐, 우리가 발 딛고 선 치열한 삶의 현장으로까지 끌어온다. 잊힌 시간을 복원하고 소외된 상처를 호명함으로써, 그의 소설은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구원의 빛을 향한 서사를 힘 있게 펼쳐 보인다.
홍혜문 작가는 “나의 소설은 우리가 어떤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주변이 어떻게 달라지고, 인간의 마음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탐색한다”고 말한다. 소설 「샤니와 라우나」와 「화살을 쏜 것은 실수였어요!」에는 선사시대의 호모 에렉투스와 호모 사피엔스가 등장한다. 그는 돌을 깎아 아슐리안 주먹도끼를 만들고, 불을 발견하며, 도구를 사용하던 시기의 인간들이 이기심과 욕망의 크기에 따라 주변 환경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살아갔는지를 상상하며 글을 썼다고 했다.
표제작 「대암의 하늘」은 2023년 경남문협 회원들과 함께 몽골의 이태준기념관을 방문한 경험에서 비롯된 작품으로, 일제강점기 몽골에서 의술을 펼치며 독립운동에 헌신하다 서른여덟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 이태준 선생의 삶과 활약을 소설로 형상화한 것이라고 「작가의 말」에서 밝혔다.
홍혜문의 작품들은 묻는다. 폭력의 세계에서 인간은 무엇으로 자신을 증명할 수 있는가, 그리고 살아남는 것과 인간으로 남는 것 사이의 거리는 얼마나 먼가를.
저자

홍혜문

본명홍춘숙.2006년『경남문학』신인상으로작품활동시작했으며2016년『문학나무』신인문학상을받았다.2020년단편소설「해저터널」로‘창원문학상’을수상했고,2022년소설집『나는안미자입니다』가아르코‘문학나눔우수도서’와경남문협‘우수작품집상’에선정되었다.경남소설가협회편집장,경남소설가협회장을역임하였다.

목차

작가의말|인간의그늘과어둠을살펴보며·4

안개그물·11
비행하는자전거·39
대암의하늘·65
해장라면·93
샤니와라우나·121
화살을쏜것은실수였어요!·151

해설|상처의고고학과구원의빛/박대현·169

출판사 서평

소설줄거리

「안개그물」
화자는스페인어번역작업을위해산아래의오래된동네로이사한다.밤마다그는아타카마사막을횡단한한칠레노인의기록을번역하며시간을보낸다.새벽이면집주인남자가치는드럼소리가들려오고,그반복되는소음은화자의일상에서서히스며들며부담이된다.정년퇴직한지석달째인집주인은사십년동안캐나다에있는아들과아내에게돈을부쳐왔지만,먼저연락을받아본적은없었다.
어느날화자는참지못하고드럼소리가시끄럽다며집주인을다그친다.그날이후새벽은이상할만큼고요해진다.며칠뒤화자는드럼의자에얼굴을박은채숨져있는집주인을발견한다.거실벽에는아타카마사막의‘안개그물’사진이걸려있다.안개를모아식수로바꾸는그물망인‘안개그물’은결핍의시간을건너며서로에게힘이되고희망이되어온삶의방식을떠올리게한다.
그날은번역원고의마지막제출일이지만,화자는이를내려놓고경찰을따라구급차에오른다.사막을건너는이야기는끝내완주되지않는다.대신화자는깨닫는다.‘안개그물’이란사라진사람들의곁에남아,안개처럼흩어진온기를정성들여모으는방식이라는것을.

「비행하는자전거」
유산의아픔과남편의호주파견근무로깊은상처를입은‘나’는자기치유의한방식으로자전거타기를선택한다.퇴근후저녁무렵부터밤늦게까지낙동강을따라달리는동안,흐르는강물과붉은노을,다리아래앉아낚시하는사람들을스쳐지나가며‘나’는이모든순간이삶에대한깊은감동으로다가옴을느낀다.
그과정에서‘나’는의족을한채팔과다리를잃은장애인이지만,하늘을나는패러글라이딩에도전하며자신의시간을사력으로개척해나가는준영을만난다.그의모습은‘나’에게깊은울림을남기고,결국남편에게이혼서류를보내기로결심하게한다.‘나’는준영처럼“사력을다해나의시간을개척하는”용기를얻으며,불투명한현실속에서주체적인삶을향한투명한길을열어간다.

「대암의하늘」
이작품은일제강점기의사이자독립운동가였던대암(大岩)이태준의삶을그린다.1883년함안에서태어난그는을미사변이후나라를향한사명감을품고상경한다.김필순의도움으로‘세브란스의학교’를졸업하고청년학우회활동에참여하지만,105인사건이후망명과추적의삶에놓인다.
이태준은무관학교대신의술을선택해몽골유목민을치료하고독립운동가들을돕고숨기며활동한다.매독퇴치에힘쓴그는몽골국왕의주치의가되고,김필순의암살이후에는김규식의파리강화회의를지원한다.또한김립과함께독립자금을러시아를거쳐상해로운반하는데관여한다.
소설은역사적사건의나열보다국경과사막,폭풍같은공간을통해한인물의선택과결단을압축적으로그려낸다.특히처형의폭력보다일본군에의한동료의‘암살’이남긴절망과균열에주목한다.이를통해독립이란결국누군가가자신의삶을내놓음으로써이루어지는과정임을환기한다.이소설은거대한역사적사건이아니라,끝까지자신의자리를지킨한인간의삶을통해조선의독립을재구성하며,그들이걸어온길에대한윤리를새롭게묻는다.

「해장라면」
10대소녀민서는고속도로J휴게소에서해장라면을끓인다.이곳에서일하는이유는J휴게소가엄마의외가가있던자리라,이근처를지날때면엄마가들른다는말을들었기때문이다.민서는언젠가엄마를마주칠수있으리라는기대속에서하루하루라면을끓인다.라면만그릇을팔면이곳을떠나겠다고마음먹지만,기다리던엄마는끝내나타나지않는다.대신엄마를닮은여자들만이스쳐간다.
관광버스손님들이몰려든어느날,민서는정류장바닥에잠시누워하늘을올려다본다.그리고하얀캡과앞치마를벗고,손님이되어처음으로해장라면을주문한다.식탁에앉아따뜻한라면을천천히먹던그는우연히요리전문학교전단지를발견한다.부산,장학생,기숙사.민서는그순간처음으로엄마가아닌자신의시간을떠올린다.그리고작은정류장으로향해부산행버스에오른다.

「샤니와라우나」
털이많은종족의라우나는주먹도끼를만들며생존기술을익힌존재다.그는강건너맨살의인간샤니를발견하고,서로를바라보는침묵속에서경계를넘는교류를시작한다.강을건넌라우나는샤니가사용하는불피우는발화기구를접하며,몸과언어를섞어새로운세계를배워간다.
그러나이만남은곧가족들의질투와소유의감정,다른씨족을향한약탈의욕망으로변질된다.라우나와의관계를통해고기를얻어오던사촌쑤와의질투는샤니를불태우려는살의로폭발하고,샤니를따라온맨살의형제들은라우나에게가죽을요구하며갈등을키운다.결국라우나의어머니는샤니를구해내지만,그대가로목숨을잃고,라우나는다시는사람을죽이지않겠다는맹세를깨고돌칼로샤니의형제들을죽인다.

「화살을쏜것은실수였어요!」
샤를은결혼첫날밤,남편푸하가보이지않자그를찾아두사람이자주가던계곡으로향한다.그곳에서그녀는푸하가족장의딸과몸을섞고있는장면을목격한다.곁에는씨족장아내의화살통이놓여있다.불타오른증오속에서샤를은화살에촉을끼워그들을겨누다,결국실수로화살을쏘고만다.화살에맞은것은푸하였다.
씨족장은샤를을예뻐한다는이유로수차례성폭력을저질렀고,그의아내는그런샤를을증오의눈빛으로바라봐왔다.결국씨족장아내는샤를을푸하와강제로결혼시키며모든상황을봉합하려했다.남편의죽음앞에서지쳐울던샤를은화살통을들고씨족장을찾아가남편을죽인범인을밝혀달라요구하며,이제는씨족장과함께사냥에나서겠다고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