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을 넘기는 시간

책장을 넘기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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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말과 언어, 마음의 근본 가치를 시로 형상화한 박미순의 시집
2012년 한국생활문학상과 신인상, 제6회 원주여성문학인회 문학상을 받았으며 원주문인협회, 원주여성문학인회, 한국생활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는 박미순 시인이 첫 시집 『책장을 넘기는 시간』을 출간했다.
박미순 시인의 시는 ‘마음이(주체)’ 혹은 ‘마음에(질료)’ 기록할/될 수밖에 없는 생의 순간들을 ‘삶의 형식’에 굳건히 뿌리를 두고 다양한 울림과 공감의 형식으로 변주하고 있다. 첫 시집 『책장을 넘기는 시간』은 ‘시인의 말’에서 밝히듯 “즐기는 것과/ 사랑하는 것// 그리고/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은/ 아름답다”라는 선언을 구체화하면서 그것이 아름다운 이유가 “그 속에 슬픔이 배어 있기 때문”임을 군더더기 없이 시적 형상화를 통해서 드러나게 하고 있다.
박미순 시집의 표제작 「책장을 넘기는 시간」에서 “풀밭 같은 의자가 있고/ 꽃밭 같은 의자가 있듯이 (…) 작은 단추 하나의 의미를/ 되새기다/ 잠시 길을 나”서는 것은 고독하지만 방황은 아니다. 왜냐하면, 시인은 ‘장미의 향기의 절반이 가시다’라는 기존의 명제와 다른 방향에서 ‘작은 단추’를 사유하면서 그것의 배치와 읽히는 의미를 이미 복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박미순 시인은 ‘말 혹은 언어’를 질료이자 주제로 한 작품들을 통해 부단히 ‘마음’의 근본 가치를 시의 언어로 옮겨 형상화하고 있다. 그 작업은 기대나 예상만큼 빛나는 것이 아니어서 “그늘 속/ 몸짓의 언어// 재생 버튼 누르면/ 마음이 열린다// 메아리로 돌아오는 말/ 바람과 햇살 사이/ 우리는/ 서로를 존재하게 한다”(「그늘의 언어들」)라는 강한 믿음 아래서만 열리는 길이다.
박미순 시인은 먼저 ‘말하는 법’을 배운다. “신이 다 돌볼 수 없어/ 서로를 돌보게 만든/ 지상의 나라”이기에 ‘통증’을 말하기보다 “살아 있다는 증거는/ 고통이 아니라/ 마지막까지 놓지 않는/ 숨결이라는 걸”(「숨」) 강조하며 “살아온 날들은/ 한바탕 추억이 되고/ 살아갈 길은 여전히/ 미지의 숲으로 남아”(「말의 온도」) 있는 지상의 ‘성지’를 생각한다.
박미순 시인의 ‘마음’은 내일의, 미래의 누군가, 전부는 아니고 시인에게 공감하는 그 자신이 열린 마음을 갖춘 독자에게 한 편의 시, 나아가 한 권의 책이 된다. 이 기록은 단순히 인쇄로 박힌 활자가 아니라 시인이 ‘어둠 속’, 즉 깊은 심연에 묻어둔 ‘씨앗 하나’이기 때문에 발아(發芽)와 만화방창(萬化方暢)은 모두가 독자의 복이라고 에둘러 알려준다.
저자

박미순

강원도 안흥 출생, 신림 거주.
2012 한국생활문학상과 신인상 시 등단.
제6회 원주여성문학인회 문학상 수상.
원주문인협회 회원.
원주여성문학인회 회원.
한국생활문인협회 회원.

목차

책장을 넘기는 시간
-
풍경들을 뒤로 하며
바람이 되어가는 시간
-
풀밭 같은 의자가 있고
꽃밭 같은 의자가 있다
-
앉았다 가는 자리마다
묻어나는 계절의 이야기
깜박 잊었던 나무들의 이야기
-
누군가에게서 떨어진
작은 단추 하나의 의미를
되새기다 꽃밭을 바라본다
-
초록 잎에 적어둔 사연도
느린 우체통에 넣어둔 편지도
유월의 정원에서 객주(客主)*처럼
머물고 있다
-
한 줄씩 쓴 편지 속 이야기
잎맥마다 금이 간 나무들의 사연
우리가 살아냈을 고단한 이야기들
-
모든 사람은
저마다 한 권의 책
-
창을 스쳐가는
바람처럼 오늘도 흔들리는 저녁이다
-
✽ 김주영 작가의 소설 제목.
--

[대표시]

말의 온도
--
옅은 가을 수채화는
산허리를 감싸안고
-
담장의 넝쿨은
형형색색의 붓질로
시간을
가을 쪽으로 밀어놓는다
-
살아온 날들은
한바탕 추억이 되고
살아갈 길은 여전히
미지의 숲으로 남아
-
가을 어느 멋진 날
숲속 먹거리집
촛불처럼 은은히
어둠을 밝히는 말 한마디
-
어머니 오랜만에 오셨네요
맛있게 드세요
-
주변에 둥둥 떠다니는
아지랑이
아지랑이
--

문과 문 사이
--
무너진 모래왕국을 찾아
젖은 발자국들에
대롱대롱
우산을 씌워주며
-
세상을 여는 일
세상을 잠그는 일
-
열두 달의 흐름과 상관없이
어떤 계절은 외로이 추웠고
어떤 계절은
오롯이 따뜻했다
-
똑같은 단추가
첫 단추가 될 수도 있고
마지막 단추가
될 수도 있는 것처럼
-
한해를 잠그고
새해를 여는 손길
-
단추는
내면을 열거나 닫으며
어제의 나와 작별하게 하고
-
새해는
작년의 나를
기꺼이 허물게 한다
--


차례

시인의 말 5

1부
슬픔의 배차 간격 · 13
노을 · 14
뒤척임 · 16
나이테 · 18
토말(土末) · 20
휠체어 타는 사람 · 22
지심도 동백나무 · 24
그녀의 다락방 · 26
문과 문 사이 · 28
벽 · 30
달 그림자 · 32
통증 · 34
그늘의 언어들 · 35
숨 · 36
외출 중 · 38

2부
엄마의 재봉틀 · 41
절전모드 · 42
세 번째 스무 살 · 44
나의 지붕 · 47
기일忌日 · 48
아버지의 오수(午睡) · 50
말하는 법 · 52
음복 · 54
유통기한 없는 말 · 56
이슬 · 58
입구 출구 · 60
수의 · 61
끈 · 62
첫 번째 생일 · 64
푸른 목장 · 66

3부
소나기 · 71
뜨락 · 72
말의 씨 · 74
소금꽃 · 76
쉼터 · 78
겨울밤 · 79
책장을 넘기는 시간 · 80
어떤 과거 · 82
말의 온도 · 84
남아 있는 달빛 · 86
비 오지 않는 마당 · 87
오래된 정거장 · 88
절여진다는 것 · 90

4부
치악산의 밤 · 95
나뭇잎 편지 · 96
성황당 · 98
들꽃 · 100
그림자는 월요일처럼 길어지고 · 102
반계리 천 년 나무 · 104
배부른 산 · 106
싸리치 옛길 · 108
용소막 작은 거인 · 110
참꽃 피는 봄날 · 112
태백산 · 114
흰 구름 농원 · 116
신림역 · 118

5부
부석사 · 121
독립문 · 122
꽃잎 같은 사람들 · 124
건강 검진하는 날 · 126
쥐똥나무의 개명 · 128
화이트 크리스마스 · 130
하늘 풍금 · 132
가을 들녘 · 134
처방전 · 135
겨울 산행 · 136
고드름 · 138
시간의 건너편 · 139
손잡이가 없는 머그잔 · 140

해설 마음이 기록한 생의 변주(變奏)들/ 백인덕·142

출판사 서평

책속으로

[표제시]

책장을넘기는시간
-
풍경들을뒤로하며
바람이되어가는시간
-
풀밭같은의자가있고
꽃밭같은의자가있다
-
앉았다가는자리마다
묻어나는계절의이야기
깜박잊었던나무들의이야기
-
누군가에게서떨어진
작은단추하나의의미를
되새기다꽃밭을바라본다
-
초록잎에적어둔사연도
느린우체통에넣어둔편지도
유월의정원에서객주(客主)*처럼
머물고있다
-
한줄씩쓴편지속이야기
잎맥마다금이간나무들의사연
우리가살아냈을고단한이야기들
-
모든사람은
저마다한권의책
-
창을스쳐가는
바람처럼오늘도흔들리는저녁이다
-
?김주영작가의소설제목.
--

[대표시]

말의온도
--
옅은가을수채화는
산허리를감싸안고
-
담장의넝쿨은
형형색색의붓질로
시간을
가을쪽으로밀어놓는다
-
살아온날들은
한바탕추억이되고
살아갈길은여전히
미지의숲으로남아
-
가을어느멋진날
숲속먹거리집
촛불처럼은은히
어둠을밝히는말한마디
-
어머니오랜만에오셨네요
맛있게드세요
-
주변에둥둥떠다니는
아지랑이
아지랑이
--

문과문사이
--
무너진모래왕국을찾아
젖은발자국들에
대롱대롱
우산을씌워주며
-
세상을여는일
세상을잠그는일
-
열두달의흐름과상관없이
어떤계절은외로이추웠고
어떤계절은
오롯이따뜻했다
-
똑같은단추가
첫단추가될수도있고
마지막단추가
될수도있는것처럼
-
한해를잠그고
새해를여는손길
-
단추는
내면을열거나닫으며
어제의나와작별하게하고
-
새해는
작년의나를
기꺼이허물게한다
---본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