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의교육철학은위에서열거한예닐곱개의사조에국한되지않을것이다.이것으로부터파생된혹은교육학과인접한분야의사유를수렴하여탄생한새로운논의또는접근들이생성과소멸을거듭해오고있기때문이다.독일(어권)의교육학과교육철학역시마찬가지이다.본저서에서거명된것만하더라도,정신과학적교육학,경험적교육과학,비판적교육과학이외에도열가지이상의이론적흐름들이있었다는사실을확인할수있다.재차열거하자면,실천학적교육학(I.4.1),초월론철학적교육학(I.4.2),역사유물론적교육학(I.4.3),심리분석적교육학(I.4.4),현상학적교육학(I.4.5),체계이론적·구성주의적교육학(I.4.6),교육과학의구조주의적논의(I.4.7),교육과학의생태학적논의(I.4.8),교육과학의여성학적논의(I.4.9),교육과학내포스트모더니즘적논의(I.4.10)등이여기에속한다.이뿐만아니라,서문(2012)의그림에서그명칭만언급되고있는반성적교육과학,의사소통교육학,상호작용적교육학,발전교육학,진화론적교육학,행위론적교육과학등이추가되고,이에더하여몬테소리교육학,발도르프교육학,프레네교육학,반권위주의교육학,반교육학등이포함된다면,이것만으로도20세기교육철학은대단히입체적인지형을띤다고할수있다.저자의표현과같이,20세기후반의교육철학은“이론의다원화(Theorienpluralismus)”시대로접어들었기에,오늘날우리가서있는교육학및교육철학의이론적위치를확인시켜줄최소한의나침반이더욱필요해졌다.본번역서의첫번째소임은여기에있다.
본번역서의두번째장점은20세기독일(어권)교육학을수놓은학자들의이름과그들의주요연구목록이비교적상세히제시된데있다.그리고이러한제시가단순히백과사전적나열에그치는것이아니라,20세기교육학이론이전개되어온학문적배경과문제의식이함께제시되어있기에,이를통해각각의학자및그들의연구들이갖는교육학사적의의가공유될수있을것이다.물론한국의교육학계에서이들에대한소개와탐구및학문적의미의공유는본번역서의공역자들을포함하여지난30여년동안독일에서수학한교육학자들을중심으로꾸준히이루어져왔으며,그성과도적지않았다.특히한독교육학회와한국교육철학학회의학술지「교육의이론과실천」과「교육철학연구」를통해20세기독일(어권)교육학및교육철학에대한안내와탐구는지속적으로이루어져왔다.또한「현대교육철학」(오인탁,1990)이나「독일교육학의이해」(H.Danner지음/조상식옮김,2004),「해석학경험론비판론사이에서의교육학」(C.Wulf지음/정은해옮김,1999)등의저서·역서역시정신과학적교육학,경험적교육과학,비판적교육과학을중심으로하는20세기독일(어권)교육학의지형을파악하는데있어서중요한문헌으로활용되어왔다.이들저서·역서에비하여본번역서가갖는차별성을굳이꼽자면,이책이1970년대이후의교육학또는교육철학이론의전개양상을부분적으로나마포착하여제시하고있다는점이다.앞서도언급한바와같이,저자가“이론의다원화”라고표현한그시대는더이상하나의학파나단일한이론적흐름이지배적이지않은시기였으며,따라서그갈래도무척다양하다.이책의I-4에서저자가제시한10가지갈래또는논의들은그최소한의열거라할수있다.학자에따라그리고교육학적관점에따라이들갈래는다르게그리고더욱풍부하게묘사될수도있을것이다.
그러나본저서는저자가활발히활동하였던20세기의말미에집중적으로저술된관계로,이미2023년에접어들고있는21세기의교육학과교육철학의양상을상세히반영하지못하고있다는제한점도분명드러내고있다.지난세기말에가득하였던포스트모더니즘의논의들로이책의제I부가매듭되고있다는사실이그증거이다.독일(어권)교육학과교육철학의이론들은그후로도지속적으로분화와전개를거듭해오고있으며,고전적이론들의현대화는물론이거니와포스트휴머니즘을비롯한각양각색의포스트-이즘들이21세기의교육학과교육철학속으로수용되고있는실정이다.이모든논의들을제II부의“반성적교육과학”으로그리고한국어판서문에등장하는푸코와부르디외로수렴하기에는역부족이라할수있다.21세기독일(어권)교육학계도세대교체가이루어졌고,2023년현재이책에소개된학자들이후의새로운인물들이교육학과교육철학의현대적지평을열어가고있다.그러므로이책의제I부는미완성이자현재진행형이라할수있다.이현재진행형의흐름속에서21세기의교육학과교육철학의이론적갈래를새롭게탐색하고분류하고체계화하는일은일차적으로는독일(어권)교육학자들의몫이지만,이와동시에21세기의교육학을이어나가는모든이들의과제이기도하다.
한국어판서문에서저자가직접밝힌바와같이,본번역서는원저의제I부와III부를번역한것이다.“교육과학의연구방법론”이라는제목의제II부는저자와의협의를통해번역의대상에서제외하였다.그이유는두가지이다.즉,21세기교육학의연구방법론은이책에서소개된교육연구방법론에비하여현저히발전하였다는점,그리고독일(어권)교육학계와달리한국의교육학계는현재교육연구방법론을별도의전공분야로인식하고있다는점이그이유이다.원저에수록되어있는양적연구방법론과질적연구방법론은국내대학의학부또는대학원과정에서별도의강좌로교수·연구되고있기에,본번역서에교육연구방법론을포함시키는것이한국의독자들에게는효용가치가그리크지않을것으로보인다.참고로교육철학의전통적연구방법론을탐구하고자하는경우,「독일교육학의이해」(H.Danner/조상식옮김,2004)가길라잡이가될수있을것이다.
번역의과정중에번역자들이함께고민하였던용어가몇가지있다.우선“Bildung”이라는단어의번역어채택은본번역서를한국의학계에내어놓는현재까지도난제로남아있다.주지하는바와같이,Bildung은그림·이미지를의미하는Bild,그리고이것의동사형인bilden과어근을공유한다.Bilden의동명사로서Bildung의원뜻은“모양(像)을지음·만듦·갖춤”이며,이러한기본뜻을바탕으로교육(Erziehung)과함께독일어권의대표적인교육(학)용어로전승·발전되어현대에이르고있다.한국어로는학자와맥락에따라“도야(陶冶),인간형성,자기형성,형성,교양,교육”등으로옮겨지고있지만,경우에따라별도의번역어를채택하지않고“빌둥”으로표기하는경우도적지않으며,이에관한합의된견해를확정하기는어려운실정이다.상황이이러하기에독일어에만있는이용어가Erziehung(교육)이라는용어와함께사용되는경우,번역작업에는상당한어려움이초래된다.이러한이유로이책을함께번역한학자들역시여러차례대화를거친후결국문맥에따라그리고각자의학문적판단에따라가장적절한번역어를채택하기로잠정적으로합의하게되었다.물론이러한어려움은독일어를모국어로사용하는학자들사이에서도오랫동안학술적논쟁의소재가되어왔다는점도주지의사실이다.이문제를한국적시각에서다룬연구로는다음논문을참조하기바람:정영근(2004).교육학에“도야(Bildung)”개념이필요한가?-도야의교육학적의미와한국적논의.「교육철학」32,165-180.
현대독일어에서“교육학”에해당하는단어로Bildungswissenschaft와Erziehungswissenschaft두가지가혼용되고있다는사실을감안하자면,이것은비단한국어번역의문제만은아닐것이다.이점,독자들께양해와혜안을구하고자한다.
교육과교육학의번역어채택의어려움이라는문제가언급되었으니,이와관련된한가지사항을추가로언급하고자한다.앞서언급한Bildungswissenschaft와Erziehungswissenschaft외에도,독일어에서“교육학”을나타내는단어로는Padagogik이있다.이세가지모두교육학을의미하기는하지만,후자(Padagogik)가다소고전적이고포괄적인의미의교육학을지칭하는반면,Erziehungswissenschaft는현대적연구·학술활동의맥락에서사용되는경우가많다.독일베를린자유대학교육학과에서제공하고있는해설을참조하기바람:https://www.osa.fu-berlin.de/bildungs_und_erziehungswissenschaft/studium/studium_inhalte/index.html
이책의I-1,I-2,I-3에서저자가기술한바에따르면,20세기독일(어권)교육학은교육학의학문적성격에대해격렬한논쟁을거듭하여왔으며,그과정은보다엄밀한학문성을추구해온여정이었다고말할수있다.이런의미에서이책의저자는현대독일(어권)교육학을나타내는용어로Erziehungswissenschaft를선호한다.물론교육학을지칭하는용어에관한논의역시종결된것은아니다.독일의교육학계내에서도Pada-gogik과Erziehungswissenschaft과더불어Bildungswissenschaf역시교육학을의미하는용어로혼용되고있기때문이다.다만본번역서의번역자들은,저자의견해가잘반영되도록하는취지에서,Padagogik은“교육학”으로,Erziehungs-wissenschaft은“교육과학”으로옮기기로합의하였다는점을일러두고자한다.
2023년3월
편역자우정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