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라는 멋진, 거짓말 (어쩌다 보니 황혼, 마음은 놔두고 나이만 들었습니다)

인생이라는 멋진, 거짓말 (어쩌다 보니 황혼, 마음은 놔두고 나이만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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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어른’이 채 되기도 전에 노년으로 저물어가는…
수많은 모순과 허무함 속에서도 여전히 계속되는 삶에 대하여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이자 분석 심리 연구가 이나미 박사가 황혼으로 접어든 자신과 그 주변을 때로는 깊숙이, 때로는 멀찍이서 바라본다. 그의 시선은 ‘마음은 어딘가에 놔두고 나이만 들었다’며 한탄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이제야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인다’며 안도하기도 한다.

인생이라는 멋진, 때로는 허무한 거짓말에 울고 웃다 보면 어느덧 마주하게 되는 노년의 삶. 우리는 살아온 시간을 반추하고 그 이후의 시간을 내다보며 비로소 죽음까지도 찬찬히 들여다보게 된다. ‘늙어감’을 받아들이고 ‘사라짐’에 대한 서글픔을 잠재우는 시간. 중년에서 노년으로 가는 길목의 많은 이들이 공감할 만한 황혼 녘의 단상과 삶에 대한 성찰을 풀어낸 그의 글을 천천히 따라가보자.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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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나미

이나미∥서울대학교병원정신건강의학과교수

철저한계획이나거창한목표는없어도그저사고나실수,얼굴붉힐일없이넘기는것만으로다행이라생각하며살다보니,쓸데없이나이만잔뜩먹었습니다.
누구의도움없이내힘만으로살았던순간은없었는데도,투덜거리고불안해하고원망하며슬퍼했던때는왜그리많았을까요.예전같으면노파라는소리를들을처지라,AI와로봇과디지털첨단기술의시대에살려니실수도어려움도답답함도넘쳐납니다.
그럼에도의사니,교수니,분석가니하는가면을쓰고숙고없이내놓은수십권의책이많이도쌓였네요.아,정말뻔뻔하군요!딸,며느리,아내,엄마그리고할머니로서의삶이앞뒤재지않고지르는용기를주었기때문일까요.
앞으로는좀더지혜로워져야겠습니다.옹졸하고부족한저를참아주며,귀한시간,귀한자리를저와함께나눈분들에게진빚을갚아야하니까요.환자로친구로친지로가족으로,제가걸어온길목마다저를성장시켜준모든이들에게이책을바칩니다.

목차

들어가는글한점먼지와같은찰나,그럼에도빛이났던우리의

1부홀로서는법을절대잊어버리지말고
다른세상으로가는웜홀┃아주늙지도않고,아주젊지도않은┃홀로서는법┃당신이원하는삶이무엇인지┃배부른소리한소절┃아주위험한주문┃내가꿈꾸는장례식┃새로운친구만들기┃안락사를희망함┃죽어도여한이없진않다┃때가되면┃미지근한사랑에대하여┃매일죽어가고있다┃지구의미래에미안한이유┃우리가정말두려워해야할것┃공자님의효심때문에┃죽기전이라도강요할수없는화해┃여전히살아있음으로

2부우주가선사한우연한현상
태도의차이┃아는것이아니라체험하는것┃매일회개하는삶┃성스럽고저주받은┃내작은몸에서벗어날기회┃의사의몫┃불운한성공을흉내내지말것┃어느날갑자기완벽한노후란없다┃생명체보존의법칙┃때론행복하고,때론끔찍한것┃장례파티를여는마음┃최선의치매예방법┃황혼사랑에대하여┃죽기전에비워야할것┃할얘기가없는이유┃자식에게실망하지않는법┃노인의체력은어디에서오는가┃우리의목표는성공적인이별┃노년의목표┃돌봄노동앞에서있다면┃오로지내가할일┃결국모두신이된다┃모두를자유롭게하는것┃최후의여행┃노인들만의나라가되면┃주관적행복┃구구팔팔칠칠의진심┃밥상차려주는사람

3부그냥벌레같이만되지않으면좋겠다
연애는자유다┃마지막코미디┃운전대를놔야할때┃부모의부모노릇┃축복받은요절┃세상에나쁜음악없다┃운명의계산서┃세상을제대로보는어른┃얇고길고밋밋하게사는것┃노인들의노동은빛이난다┃그냥벌레같이만되지않으면좋겠다┃어른답게말하기┃공짜없다,비밀없다,정답없다┃통제대마왕놀이금지┃자연인이되고싶은사람들

나가는글유쾌하고따뜻한유언장을준비하는나의벗에게

출판사 서평

‘늙어감’을받아들이고
‘사라짐’에대한서글픔을잠재우는시간
정신건강의학과의사이자분석심리연구가이나미박사가써내려간
황혼녘의단상과삶에대한성찰

아주늙지도,아주젊지도않은나이
육십이되니보이는것들


요즘육십이라는나이는퍽애매하다.환갑잔치를앞둔할머니,할아버지를떠올리던것은아주옛말.중년보다더중년같은외모에,자식들수발을받기는커녕여전히품에끼고등골빼주느라경제활동도활발히하고있다.그렇다고‘중년’이라고일컫기에는숫자‘60’이주는노쇠함이묵직하다.그러니중년도아닌,노년도아닌어중간한나이라는것.젊은사람들이보기에는영락없는‘노인’의모습인지어딜가든영반겨하지않는눈치라서운한데,입장바꿔보면자신들보다더나이든노인들이달갑지않은것도마찬가지다.

아,그런데나도사실양로원봉사는좀버겁다.삼십여년같이산시어머니만으로충분하다는느낌이다.게다가노인아파트에혼자사시는어머니도자주찾아뵙지못하면서어떻게양심없이다른노인을찾겠는가.어머니도손주나증손주가환갑된딸보다는훨씬더반갑고예쁘다하시지않는가.
아마이래서아주늙지도않고아주젊지도않은,노인도아니고중년도아닌어중간한이들이그렇게떼로몰려다니며카페고식당이고여행지를시끄럽게만드는모양이다.나이로대우받기도뭐하고,그렇다고나이든사람들섬기기도뭐하고.결국다른세대사람들눈살이나찌푸리게만드는건아닌지반성해야겠다.p.18-19

신간《인생이라는멋진,거짓말》은정신의학과의사이자분석심리연구가인이나미박사가육십이라는나이를지나며보이는것들,알게된것들,받아들이게된것들을담담하고차분하게써내려간책이다.그는의사로,심리학자로,저술가로,작가로TV프로그램에도자주출연하며세상에이름을알린,그야말로대한민국의‘성공한여성’이다.그와동시에어느누구와크게다르지않은삶도살아내고있다.딸,며느리,아내그리고엄마로서의삶말이다.이제는솜털같은손주를둔할머니로서의삶도추가되었다.
피아니스트를꿈꿨지만현실에타협해버렸던학창시절,자퇴서를품고다녔던의과대학시절,일요일도빠지지않고이른아침에밥상을차려드려야했던시부모밑에서의시집살이,치매에걸린시부모를모셨을때의처절한나날들…그는젊은날사는게너무힘들고버거워그냥죽고싶다는생각도자주했다.한때는집에서고밖에서도소처럼일하다,폭삭쓰러져입원을하기도했다.그때는오히려죽음을떠올릴시간조차없었다.
아이들에대한책임,아픈부모들에대한부담,자신을키워준사회에대한염치….그런것들때문에라도섣불리행동할수없었다.그렇게놓아버린죽음에대한유혹들이육십이라는나이에서고보니거짓말처럼가라앉았다.어쩌면굳이힘들게죽지않아도,아주자연스럽게나이가들어서,아무에게도상처나죄의식같은것을심어주지않아도고되고무거운삶을떠날수있는날이바짝당겨져와있는느낌때문일까?

‘사주타로’봐주는곳에들어가식구들일을묻다가“나는언제죽어요?”라고물었다가혼이났다.그런건물어보는것이아니라고말이다.어찌보면인간적인점쟁이였던듯.(…)따지고보면자신이죽을날짜를알게된다는것은일종의사형수가되는것과같다.그때부터죽음은타인의것이아니라자신의몫이되는것이기때문이다.자신의마지막을알지못하면죽음과관련된난리법석과귀찮음과슬픔과허무함따위는나와상관없는듯평온하게살수있지만,나의마지막을확실히알게되면매일마지막을상상하느라죽음이라는콤플렉스에사로잡힐것같다.(…)그래서솔직히말하자면언제죽을지사실궁금하지않다.점쟁이에게내가언제쯤죽겠냐고물었던것은,그당시내나름사는게너무힘들고팍팍했기때문에이고생이언제쯤끝나는것이냐고물어보고싶었던것일게다.지금은그때보다훨씬더편해진것일까.‘때가되면죽겠지.’하고느긋하게생각한다.p.45


‘늙어감’을받아들이고
‘사라짐’에대한서글픔을잠재우는시간

이렇게이나미박사는이책에서죽음에대한이야기를자주하고,또깊이생각해보았다가도다시멀찍이서바라보기를반복한다.죽음이라는무거운이야기를하는듯싶지만,그의글을따라읽는동안마음은전혀무겁거나우울하거나어두워지지않는다.오히려계속해서삶에불을켜는듯한기분이든다.상실에대해이야기하는동시에,모든것을가지고있는충만한‘현재’를실감하게하는것이다.그것은그가거대한담론이나철학적인내용을늘어놓는것이아니라,그저우리네삶의면면에대해소탈하고담담하게이야기해나가기때문일것이다.

아들,며느리,손주가사돈댁으로가꽤오랫동안머물때는해방이되는느낌이다.아이없는집이라썰렁해도모든것을노인에게맞추며살수있다.(…)하지만아이와헤어지고나면몇시간도되지않아자꾸보고싶다.아이냄새가코를간지럽힌다.나를보며쓱웃어주는미소가눈앞에보이는듯하다.내가뭐라하면답을해주는그소리도들린다.하루하루새로운음절을내며스스로배우고,어떤때는그소리가낯선지눈이동그래지는손주의얼굴이눈앞에아른거린다.정신차리자.이나미.아들,며느리,손주는언젠가내앞에서모두사라져제갈길가는별개의존재다.홀로서는법.절대잊어버리지말고갈고닦아라.p.20

중년에서노년으로가는길목에서의삶,그쯤에서서생각해보는죽음과여러이별,그리고그이후에대한이야기들은같은시간을살아내고있는많은사람들이공감할만한것들이다.아니,공감을넘어삶을‘공유’하는차원의감정의교류를느낄수있다.젊은사람들은느끼지못하는삶의숭고함을가슴저릿하게경험할수도있다.

자신의인생이얼마안있어아무도기억하지못하는‘무(無)’로돌아간다고하더라도사는동안남에게상처주지않으려무지애를썼고,이름을떠올리면추억으로미소라도짓게만드는따뜻한사람이되고싶었습니다.그러면된거아닐까요.아름다운지구에서의찰나,생겼다없어지는한점먼지에불과한‘거짓말’같은인생.그럼에도내영혼은나를기억하고,또내가사라진후에도나를기억하는이들이있기에….감히이찰나의거짓말에‘멋진’이라는수식어를붙여주고싶습니다.‘들어가는말’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