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 송기원 명상소설

숨 : 송기원 명상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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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문학 인생 50여 년, 송기원의 문학이
마침내 도달한 깊고 고요하고 순정한 세계
“경험의 진정성과 표현의 진정성”이 빛나는 작품세계로 동인문학상을 비롯해 굵직한 문학상들을 휩쓸었던 송기원 작가가 8년 만에 신작을 냈다. 명상소설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장편 《숨》은 소설가이자 구도자로서 그가 도달한 세계의 정점을 보여주는 자전적 작품이다.

이 소설은 백혈병으로 딸을 먼저 떠나보낸 화자가 초기불교의 수행법인 ‘사마타(삼매)’와 ‘위빠사나(지혜)’ 명상을 통해 자기혐오와 죄의식, 상실의 고통을 뛰어넘어 완전한 평온에 이르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명상하는 아버지의 시선과 이승을 떠나 영혼으로 떠도는 딸의 시선이 교차하는 구조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소설의 화자는 수년 전 딸의 죽음을 겪은 작가 자신임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죽음으로부터 딸을 지켜내지 못했다는 죄책감, 그리고 명상 속에서 딸의 실존의 흔적을 만나려는 아비의 몸부림이 더욱 절절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작품을 탈고한 작가는 “비로소 내 삶의 마지막 숙제를 마쳤다”고 소회를 담담히 털어놓았다. 앞으로 그의 신작을 또 만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진중한 주제의식을 담은 이 작품을 통해 우리는 그가 평생에 걸쳐 채우고 또 비워낸 눈부신 문학적 성취를 기억하게 될 것이다.
저자

송기원

저자:송기원
1947년전남보성에서태어나중앙대학교문예창작과를졸업했고,1974년중앙일보신춘문예에단편「경외성서(經外聖書)」,동아일보신춘문예에시「회복기의노래」가함께당선되어화려하게문단에나왔다.이후예리한현실인식과탐미적감수성을보여주는작품세계를펼쳐왔다.
소설집『월행(月行)』,『다시월문리에서』,『인도로간예수』,『사람의향기』와장편소설『너에게가마나에게오라』,『여자에관한명상』,『청산』,『안으로의여행』,『또하나의나』,시집『그대언살이터져시가빛날때』,『마음속붉은꽃잎』,『저녁』을냈다.
1983년제2회신동엽창작기금과2001년제9회오영수문학상을받았고,1993년제24회동인문학상을받았다.접기

목차

들어가는글
사마타위빠사나
존재의부재
마음
실존의흔적1
아나빠나사띠
바로여기
실존의흔적2
니밋따
실존의흔적3
색계사선정
실존의흔적4
우실라사야도
실존의흔적5
뼈의흰색까시나
실존의흔적6
죽음에대한명상
실존의흔적7
자애심명상
실존의흔적8
무색계선정
실존의흔적,마지막
사대요소명상과깔라파
나는어디에무엇으로사라진것일까
나가는글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문학은내가여전히더러운피를간직한채
세상에서살아남을수있는유일한무기와도같았다.”

1974년일간지신춘문예에시와소설이나란히당선되며출발부터비범한천재임을알렸던작가.이후단편집과장편소설,시집을꾸준히출간해신동엽창작기금,동인문학상,오영수문학상,대산문학상,김동리문학상을수상한송기원작가가그주인공이다.“경험의진정성과표현의진정성”이빛나는작품세계로굵직한문학상들을휩쓸었던송기원작가가오랜침묵을깨고8년만에신작을냈다.명상소설이라는타이틀을달고있는장편《숨》은소설가이자구도자로서그가도달한세계의정점을보여주는자전적작품이다.

어느덧반세기가까운문학인생을맞이하는송기원작가는삶의궤적이여느작가들과판이하게달랐다.건달의사생아이자가난한장돌뱅이어머니의자식이라는사실은그를방황과출분으로내몬운명의굴레였다.이꼬리표는저주였으나역설적이게도그에게문학적자산이되었다.자기혐오와자기연민으로굴절된삶을통과하며그는밑바닥의삶을보듬는작품세계로독보적인입지를구축해왔다.

네차례나투옥되며민주화운동의한복판에있었던그는90년대들어국선도와단전호흡,요가,명상에빠져들었다.인도와히말라야언저리,미얀마의명상센터,계룡산토굴등에서구도적삶을이어간일은이미잘알려진사실이다.그렇게성찰을거듭해온작가는드디어이소설《숨》에이르러운명의굴레를스스로툭끊어내고고요와평온이충만한세계에도달했음을우리에게알린다.한마디로이책은작가가온몸으로써내려간치열한구도기나다름없다.

사마타와위빠사나명상으로찾은
‘닙바나의눈부신보물’

이소설은백혈병으로딸을먼저떠나보낸화자가초기불교의수행법인사마타(삼매)와위빠사나(지혜)명상을통해자기혐오와죄의식,상실의고통을뛰어넘어완전한평온에이르는과정을그리고있다.명상하는아버지의시선과이승을떠나영혼으로떠도는딸의시선이교차하는독특한구조로이야기가펼쳐진다.소설의화자는바로수년전딸의죽음을겪은작가자신이다.

운명과비로소화해한그에게느닷없이닥친딸의죽음은또한번그를고통속에몰아넣는다.자신의“더러운피”가딸에게전이되어결국죽음으로부터딸을지켜내지못했다는죄책감에고통스러워하던그는명상을통해딸의실존의흔적을만나려애쓴다.백혈병에걸린딸이마지막으로앓았던병은섬망이다.그에게는명상에서만나는선정과섬망이다르지않다.선정에들수있다면딸이마지막으로들어간섬망의세계에자신도다다라딸의실존의흔적을만날수있으리라염원한다.

열대수림속명상센터에서들숨과날숨에마음을집중하여깊은내면으로들어간그는암흑속에“똬리를틀고있는추악한괴물”과맞닥뜨린다.“제멋대로여러사람을파멸시키다가급기야는딸의목숨까지빼앗은한마리늙은괴물.”그괴물이란“한번도훈련이라는것을하지않고제멋대로방치한”마음이다.황홀감과기쁨,행복,고요가찾아드는사선정에서딸의실존의흔적을만난그는몸과죽음에대한명상을고통스럽게수행한뒤마침내“닙바나의눈부신보물”을찾아낸다.

“자신이순간마다변하는과정이바로무상이고,그런순간의변화에어지러움과현기증을느끼는과정이고통이며,그런순간의고통속에서어디를둘러보아도나라는존재는보이지않는과정이무아가아니고무엇이랴.”_p.311

작가는사마타와위빠사나명상의세계를놀라우리만치생동하는언어로독자의눈앞에펼쳐보인다.들숨과날숨을그저지켜보는아나빠나사띠를시작으로색계사선정,몸의32부분에대한명상,죽음에대한명상,자애심명상,사대요소명상,깔라파명상등화자가단계적으로수행하는명상체험이고스란히독자의체험인듯생생하게전달된다.

방황과구도의삶끝에서
안으로안으로,더깊고고요하게,
노작가의회광반조

선사(禪師)들의어록가운데‘회광반조(廻光返照)’라는말이있다.빛을돌이켜스스로를비추어본다는뜻인데,이소설이야말로노작가의‘회광반조’가아닐까싶다.궁극으로까지자신을몰아치는명상수행을통해작가는끝끝내자기안의괴물을대면하고,그존재를인정하고,마침내생사고生死苦까지도초월한다.작가자신의사적인체험을바탕으로했으나인간의어쩔수없는숙명인‘생사고’의문제를정면으로다뤘다는점에서보편성을갖는작품이다.

해남에자리한백련재문학의집에서이소설을탈고한작가는“비로소삶의마지막숙제를마쳤다”고담담히소회를밝혔다.앞으로그의신작을또만날수있을지는알수없다.그러나진중한주제의식을담아낸이작품을통해우리는그가평생에걸쳐채우고또비워낸눈부신문학적성취를기억하게될것이다.

“아비보다먼저딸이이승을떠나고,그렇게집을떠나부유하듯돌아다닌시간이10년가까이된다.더이상글을쓰리라는작정도없이절필비슷하게지낸것도같은시간이다.그런데쑥스럽게도‘작가의말’을쓰고있다.나름대로는이승에서마지막업을지우는일이라고변명한다.(…)인연이되어책을펼치는이들이있다면,한두번이아니라열번,백번을펼쳐서그이들깊은곳에못박힌고통까지녹아나게되기를.”
―‘작가의말’에서

추천사

소설이라고다소설은아니다.이책은한인간이도의궁극을직접제몸뚱어리로생생히겪고그체험을피로기록한수행일지다.이책은소설이아니다.이책은살아서두눈부릅뜬채중음(中陰)의딸과함께그아득한바르도를찬연하게건넌한아비의지극한천도재다.이책은더이상소설이아니다.삶과죽음,이승과저승,아니생사와유무중도(有無中道)따위마저초월하고,그초월의굴레마저넘은자의백골처럼형형한축문이다.그러나과연누가알것인가.그참혹하고독한,그죽음의,그망자(亡者)들의세계에침잠하기전까지.
그리고작가는다시살아돌아왔다.다만눈은옆으로째졌고,코는세로로서있다는사실만깨달은채.오늘도묻고묻는다.몸이있는가,몸이없는가.이것이나인가,내가아닌가…….그리고그는본다.서리는누렇게시든잎을벗기고파도는썩은뿌리에철썩이는데,누군가벌써자신의시체에술이며과일을차리는것을.
―박규리(시인,동국대불교대학원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