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생물 이야기 (양지윤 장편소설)

무생물 이야기 (양지윤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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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어느 날 일어나 보니, 내가 무생물이 되어 있었다.’

무생-물(無生物)
「명사」 『생명』 생물이 아닌 물건. 세포로 이루어지지 않은 돌, 물, 흙 따위를 이른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내가 무생물이 되어 있었다. 아주 간단하다. 나는 물건이 되어버린 것이다. 반대로 나를 제외한 집 안의 모든 것이 생물이 되어 있었다. 이불은 느끼한 자세로 내 몸에 엉겨 붙어 있었고, 침대는 내가 무겁다며 성질을 냈다. 책들은 번식을 끝낸 나방처럼 바닥에 떨어져 있었고, 책상은 늙은 조랑말처럼 앞다리를 굽히고 앉아 있었다. 전자레인지는 오르골 흉내를 내며 빙글빙글 돌았고, 식기들은 캐스터네츠처럼 서로 부딪치다가 깨져버렸다. 바닥은 잠자는 고래의 등처럼 흔들렸고, 의자는 시츄처럼 뛰어다녔다. 들어가자 변기가 나폴레옹 흉내를 내며 물대포를 쐈고, 샤워기가 묘기 부리는 뱀처럼 일어나 내 목을 물 준비를 했다. 나는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다.

이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저자

양지윤

대학에서정치외교학을전공했다.졸업후대기업에입사해8년간영업팀에근무하였으나그만두고현재는소설을쓰고있다.
아무도눈여겨보지않는것들에관심이있다.익명의존재들에대한글쓰기를즐긴다.
록음악을즐겨듣고틈틈이그림전시도보러간다.
재미있게살고싶다.

목차

1부무생물이야기
2부크기만다르고본질은같다
3부쥐발귀개개비
4부산에사는사람들
5부잠들지않는집

출판사 서평

“제인생을다시찾을수있을까요?”
“그야해봐야알겠죠.”

아침에눈을뜨니갑자기사방이낯설게느껴진다면?눈앞의것들은모두그대로인데냉장고,세탁기,변기,전자레인지,노트북,의자등등이살아서움직이고말을한다면?이이야기는주인공‘나’가어느날무생물이된다는그황망한낯섦으로부터시작된다.
소설속주인공인‘나’가무생물이되는순간,나는혼자서는아무것도할수없는존재가되어버렸다.생물이된나의‘물건’들의이야기를들으며하루하루를그저그렇게보내던어느날,창밖을바라보다가여행가방에서나오는‘아줌마’를발견하게된다.그녀가가방에서나와스트레칭을하던사이여행가방은사라지고,새끼리트리버처럼여행가방을안고간남자를나는보았다.
아줌마는여행가방을찾기위해‘나’를찾아온다.혼자서움직일수없는나는움직임을위해,아줌마는잃어버린가방을찾기위해서로도움을주고받으며조금씩서로의이야기를털어놓는데…….과연‘나’는생물로서의인생을되찾을수있을것인가.

“이소설은주인공은나자신이며독자여러분이기도합니다.”

이책은‘나’와같이사회로부터점점고립되어가는존재에관한이야기다.하지만이야기속나는고립된상황에서도지나친절망에빠지지않는다.왜냐하면‘살다보면누구나자신의이야기를잃어버릴때가있기때문이다.그러나밤이오면거리마다케이크에불이켜지듯인생의길에도어둠만있는것이아니다.눈을크게뜨고주위를둘러보면가방에서나온사람이보일지도모른다.그럴땐함께손을잡고그길을따라가면된다.당신은무생물이아니다.(p.272)’와같이말이다.
《무생물이야기》는개인적으로든사회적으로든여러이유로자신을스스로무생물혹은하찮은존재라고생각하는사람들에게그것이나의힘이든,타인의힘이든분명히‘누군가’의도움으로결국세상밖으로나올수있다고말하고있다.

당신은무생물이아니다.
처음부터지금까지이말을하고싶었다.

이책의저자는이책을쓰게된이유에대하여“어느추운겨울,소설의시작처럼아침에눈을뜨니갑자기사방이낯설게느껴졌다.내의지와무관하게세상에큰변화가일어난느낌이었다.어제나오늘이나눈앞의것들은다그대로인데공기만이달라져있었다.대체어떻게된일일까.순간냉장고가지잉소리를내며돌아갔다.그소리가내귀에는이렇게들렸다.‘나는살아가고있다고,비록나(냉장고)따위가얼마나진지한지알아주는이없지만,이세계에제법열심히존재하고있다.’라고.그때부터였다.그들에대해써보고싶어졌다.분명존재하지만살아있다고말할수없는것들에대하여.그러니까무생물에대해써보면어떨까싶었다.그리고그많고많은무생물의중심에내가있었다.어쨌거나그것은나의이야기이기도하다.”라고밝혔다.
저자는이글을쓰는내내유쾌했다고말하며,“무슨일이벌어질지알지도못한채그들의목소리를따라흘러갔고자연스레섞여들어갔다.그여정은조금도외롭지않았다.아무것도아닌것처럼보여도저마다의미가있는그들의영혼에귀를기울이는일은기쁨이었다.여태껏그만큼중요하고보람찬일은없었다.이책은일정의나의고백록과도같다.하지만무생물이라는여간해선눈에띄지않는평범하고보잘것없는모습으로독자들의마음에가닿고싶었다는것만은알아주길바란다.”라며이책에대한당부를덧붙였다.작가의말처럼이책이주변에평범하게있는것들(사람도포함)에대해다시한번잘생각하는계기가되기를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