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괴한 레스토랑 2 : 리디아의 일기장

기괴한 레스토랑 2 : 리디아의 일기장

$14.33
저자

김민정

고전문학을좋아해연세대학교에서영문학을공부했다.『이상한나라의앨리스』,『센과치히로의행방불명』,『나니아연대기』,『캐리비안의해적』,『위키드』,『반지의제왕』등을보면서판타지물에흥미를키워,6년동안『기괴한레스토랑』을집필했다.십대부터이십대까지,6년간성장하면서가졌던감정과생각의변화를다양한개성의캐릭터들로표현했다.

목차

15.가짜결혼식
16.하츠의고해성사
17.수프의방
18.리디아의방
19.위기의공연
20.루이의속임수
21.에드워드백작과루이
22.하츠의경고
23.밝혀진리디아의정체
24.리디아의일기장
25.리디아의일기장(2)
26.작전개시
27.거미여인과의조우
28.레스토랑업무의시작
29.플라밍고여인의이야기
30.톰의비밀
31.아카시아양의마지막공연

출판사 서평

“함께하는사람이있다는것만으로도큰힘이될거야.
그기회를너스스로막아버리지마.”
“처음만났을때내가말했지.자기집에불이났을때,빠르게퍼지는불길에쫓겨급하게제몸부터나오는자가있는가하면…….그와중에도바로나오지않고불길속에있는소중한것을구하려다타죽는자가있다고.”
“무언가소중한것이생기면그게곧네약점이된다고.”

정원사에게선물받은약초를구하고말리며어느새시아와쥬드는둘도없는친구가된다.
게다가시아는레스토랑에서의첫번째미션을수행하며요괴들의도움을받게되는데,이들의도움을탐탁지않게생각하는이가있으니바로하츠였다.루이의공연장에서만난시아와하츠.하츠는시아를불러친구들을향한경고를하는데….
친구들을위험에빠지게할수도,자신이죽을수도없는시아는어떠한결정을하게될까.

앞으로의행보가기대되는한국형판타지의등장!
《기괴한레스토랑》은총3권으로이루어져있다.1권은주인공시아가기괴한레스토랑에들어가게되며닥치는시련과이를이겨나가기위해만나는요괴들을중심으로이야기가구성된다.
2권에서는정원사에게약초를선물받은시아가약초를말리고끓이기위해겪게되는과정과그과정에서만나는요괴들의이야기로구성된다.또한쥬드를비롯한요괴들과우정을쌓아가는과정을지켜보는재미도쏠쏠하다.
이책은주인공시아뿐만아니라에피소드마다등장하는한명한명이각자의메시지를담고있다.인간의욕심,행복등삶의보편적인가치들을공유하는인물들을통해대중적이면서도보편적인이야기를상상력과특유의문체,섬세한묘사력으로풀어낸것이특징이다.왁자지껄하고신비로운분위기를담고있으면서도,현대사회를살아가는사람이라면누구나공감할만한가치를매력적으로다루고있어어른,아이할것없이이책을읽는동안다양한재미와감정을느끼게될것이다.

《기괴한레스토랑》은판다플립에서무료연재를시작으로베스트연재글에오르며,네이버,조아라등의플랫폼에서많은독자의출간요청이있었던작품이다.
미리연재플랫폼을통하여이글을읽어본독자들은“왁자지껄하면서도몽환적인분위기가마치동화책을읽는듯느껴진다.새로운인물들이나타날때마다신선하고재미있어도저히손에서내려놓을수없다.”,““마치스튜디오지브리의애니메이션을보는듯한데저자가한국사람이라놀라웠어요!”,“다음편이너무보고싶어요.무엇보다중독성이엄청난듯.얼른책으로만나고싶어요.”,“오랜만에제취향인소설을찾았습니다.당분간집중모드입니다.”,“이거진짜재밌습니다.독창적이면서도진짜재밌어요.”등의댓글이줄을이었고,독자들의출간요청에의해종이책으로출간하게되었다.



<책속에서>
오늘도해질녘이되어서일어난시아는,쥬드의방베란다에걸어놨던옷이다마른것을확인한후옷을욕실에가지고들어가샤워를했다.따뜻한물이온몸을안아주는것을느끼며,시아는곰곰이생각에빠졌다.
레스토랑에온지도어느덧일주일정도의시간이흘렀지만해돈의치료약을찾는데에는별다른진전이없었다.정원사의말로는약초들을잘건조시키면며칠뒤에쪼그라들것이고,그렇게되면그것들을끓여서효능을확인할수있을거라고했지만아무리애타게기다려도약초들은쪼그라들기는커녕반듯이누워있을뿐이었다.
시아는한숨을쉬며샤워기를끄고수건으로젖은몸을닦았다.그리고옷을입으며,만약오늘도약초들에별다른변화가없으면춘자를찾아가봐야겠다고마음먹었다.옷을다입은시아는수건으로머리를감싸며욕실에서나왔다.
젖은머리칼을수건으로탈탈털고무심결에바닥을바라본시아는그대로굳어버렸다.시아의눈이동그랗게커졌다.믿을수가없었다.몇초간의정적후,커졌던두눈동자가환희의빛으로서서히물들었다.
“어,어…….와아아아아!”
시아는몸안에서넘쳐나는기쁨을감당하지못하고환호성을지르며한걸음에약초들앞에섰다.바짝쪼그라든약초들은기적처럼태아가배속에서몸을웅크리고있는것같은모습을하고있었다.
환희에차서입을다물지못한채시아는서둘러쥬드의방으로달려갔다.그리고방한가운데에서대자로누워잠꼬대를하고있는쥬드를요란하게깨웠다.
“음냐…….사과파이,레몬파이,치킨파이…….파인애플파이,라즈베리파이,또…….”
“쥬드!약초가드디어반응을보였어!일어나!빨리!”
다짜고짜소리를지르며흔들어대는시아때문에일어나자마자몸이앞뒤로흔들리는봉변을겪은쥬드는잠에서덜깬표정으로시아를흘겨보았다.그러거나말거나,시아는너무나흥분한상태였다.
“정원사가약초가쪼그라들때까지계속건조시켜야한다고했었잖아!그런데드디어쪼그라들었다고!”

-17.수프의방

“그나저나무슨일이냐?흐음,야콥한테서화염약을배달받은지얼마안됐으니까배달이용건은아닐테고…….”
요리사는고개를돌려시아의얼굴에자신의얼굴을바짝붙이며활짝웃어보였다.
“우리유명인사께서나한테볼일이라도있으신건가?”
마치귀여운손녀딸을대하는할아버지같은말투에시아는어쩔줄을몰라하다가뒤에있던쥬드가정신좀차리라는듯툭치자그제야정신을차리고말을꺼냈다.
“어어,네.냄비를몇개빌릴수있을까해서요.”
“냄비?뭐,내요리실에냄비가좀많기는하다만그만큼많은수프를만들어야하는데.”
뜻밖의부탁이었는지,눈을크게뜨고줄위를아슬아슬하게오가며고민하던요리사가잠시후에줄에찹쌀떡처럼붙어있던몸을벌떡일으켰다.
“아하!”
무슨좋은대안이라도생각해냈는지탄성을내지른그는싱글벙글웃으며시아를바라보았다.
“그럼네가수프만드는걸좀도와주면어떻겠느냐!허허,그렇게긴장하는표정짓지말고.수프를요리해달라는게아니야.암,그렇고말고.진정한요리사는자신의요리를남의손에맡기지않지.”(중략)
“……좋아요.”
시아의조심스러운승낙과동시에,줄위에찰싹붙어있던요리사의말랑말랑한몸이시아바로위에있는줄에아찔하게옮겨붙었다.요리사는시아의경계심가득한눈을인자하게마주보며천천히말을꺼냈다.
“흐응,어디보자.눈동자를보아하니…….”
외줄위에서턱을괴고시아의눈을천천히살펴보는요리사의눈빛은어느새진지해져있었다.
“너는의심으로가득하구나.차가워.이상하다.인간의눈동자는본디요괴의것보다따뜻하다들었는데…….”
요리사는앞치마주머니안에서꽁꽁얼어있는눈알몇개를꺼내그들아래에놓여있는냄비안에떨어뜨렸다.시아는몸이잠시움츠러들었으나곧자세를유지했다.
“……그리고존재하지않는길.”
요리사는시아의눈동자를지그시들여다보며몽롱하게중얼거린뒤이번에는앞치마안주머니에서검은색가루를꺼내냄비안수프에솔솔뿌렸다.눈알이동동떠있던수프가검게물들며끔찍한모습이되었다.
“……풀리지않는수수께끼.”
이어서검은껍질에둘러싸인열매한개를주머니에서꺼낸요리사가안간힘을주어껍질을까려했으나껍질은지나치게단단했다.결국요리사는그껍질을까지못하고그대로냄비안에열매를떨어뜨려야했다.
열매를껍질째집어넣은것이끝내못미더웠는지요리사는미련이남은눈길로냄비안을바라보다가쓰고있던길쭉한요리사모자안에서국자를꺼내수프를맛보았다.
“윽.세상에,이렇게끔찍한요리는처음이야.”
맛이어지간히절망스러웠는지몇번이고입안을헹궈내며얼굴을찡그린요리사가별안간얼굴을환하게밝히며“아!”하고탄성을질렀다.
“그래,내가빼먹은게있었구나.”
요리사는넉살좋게웃으며다시앞치마주머니를뒤적이더니호리호리한약병을하나꺼냈다.
(중략)
“이제본격적으로시작해볼까.”
신이난요리사가국자를들어냄비안수프를휘저었다.
화륵,불꽃이일며수프가잔잔한파장과함께더욱뜨거워졌다.수프는보글보글차분한소리를내며불꽃에호응하기시작했고그안에꽁꽁얼어있던눈알들은온기에녹아따뜻하게늘어졌다.
“따뜻한연민.”
얌전한물결을일으키며수프에엉킨새하얀우유를국자로잘저어주자,아까요리사가뿌렸던검은가루로인해어둡게만보이던수프가환하게밝아졌다.
“드러난길.”
새하얀우유가섞여밝고고운빛깔을띤수프가보글보글끓으며투명한거품을일으켰다.밝아진빛깔의수프한가운데에콕박혀있는검은점을찾는것은어려운일이아니었다.요리사가국자로수프를떠올리자,아까넣었던검은껍질의열매가국자위에서흔들렸다.
열매의두꺼운껍질은뜨거운열기에녹아흐물흐물해진상태였다.요리사가껍질을문지르자이번에는껍질이손쉽게벗겨졌다.껍질속에감춰져있던열매의속살이검은껍질과는상반되는새하얀빛깔을반짝이며모습을드러냈다.
“풀린수수께끼.”
껍질을깐열매를냄비속에퐁당넣은요리사는냄비를뜨겁게달구고있던불을끄고국자를집어다시한번수프를맛보았다.수프맛은환상적이었다.요리사가환하게웃었다.
“끝내주는구나!훌륭해!”

-17.수프의방

“의리를지킨다.뭐이런거야?왜이렇게감정적이야.전에말했잖아,여기서그런건필요없다고.”(중략)
아무리물어보고협박해도결국그뿐이야,그냥참으면돼.참고끝까지입다물고있으면그만일거야.나를죽이지는못하잖아.’“말안해주면,쟤들을죽일건데.”
손가락으로가리킨방향을바라보니쥬드와히로가여전히악기를연주하며놀고있었다.그리고그들을둘러싼드높은벽위로드문드문나있는틈새에는,아무것도모르는쥬드와히로를향해화살들이겨누어져있었다.
하츠가상냥하게설명했다.
“화살이총보다유일하게뛰어난점은,소리가없어얌전하다는거지.공연장에서총소리가들렸다간관객이끊길거라고루이가질색을해서말이야.”
“누군지말해주면……죽일거야?”
자신이어떤목소리를냈는지시아는알아차리지못했지만애원이담긴것같기도하고,갈등이담긴것같기도했다.무슨말을어떻게해야조금이라도저들을살릴여지가생길수있을까.
“그럴확률이높다고봐야지?”
시아가무슨말을해도,쥬드는죽게될것이다.그것은그저쉬이받아들이기엔너무나잔인한‘현실’이었다.
“이제부터는네가무슨일을시켜도나혼자힘으로할게.
이번한번만봐줘.”
“네가식당일을성공할수있도록도와준건,해돈의명을거스른거나마찬가지야.반역자는어떤경우에도축출해야지.”
그는떨어지는물방울들을지켜보며생각에잠겼다.그는악마에게휘둘려소중한인연들을제손으로죽여야만했던과거의기억에둘러싸여있었다.
그가이와같은상황이었다면,자신의소중한이를제손으로죽이지않아도된다는사실을감사히여기며안도했을것이다.그들이자신의손이아닌,다른이의손에죽는다는사실하나에.눈물겹게갈아온칼을친구들의가슴팍에들이댈때그들이짓는표정을보지않아도되어서,원망하는표정과그의이름을부르는목소리에도칼을가슴속에쑤셔박고,그가죽인친구들의시체를보는것이두려워황급히고개를돌려도망치지않아도된다는그사실에감동할것이다.
“우는거야?”
‘겨우이정도로?’이보다훨씬더많은인연들을자신의손으로죽여야만했던그조차마음껏울지못했다.눈물이앞을가리려고할즈음이면어느새자신안에깃든악마가자신의손으로또다시칼을갈고있었고,나날이반복되는참혹한일상에감정은점점무뎌졌다.

-22.하츠의경고

하츠의입가에요사한미소가그려졌다.사실고민할필요도없었다.
“처음만났을때내가말했지.”
하츠가운을뗐다.
“자기집에불이났을때,빠르게퍼지는불길에쫓겨급하게제몸부터나오는자가있는가하면…….”
들어본적있는이야기에시아는불안한눈빛으로하츠를마주보았다.
“그와중에도바로나오지않고불길속에있는소중한것을구하려다타죽는자가있다고.”
하츠는고개를삐딱하게기울이며시아를들여다보았다.
“내가분명말했을텐데?”
그가고개를숙여시아와눈높이를같게했다.바로앞까지다가온검은눈동자가시아를똑바로바라보며잔인한눈웃음을흘렸다.
“무언가소중한것이생기면그게곧네약점이된다고.”
그의미를파악한시아의표정이허물어졌다.
눈앞의악마는그녀를해칠수없다.그러나그녀가가진것들을해칠수는있다.그가해칠수있도록그것들을만든것은그녀본인이었다.바보같이.후회해도소용없었다.이제와서버리려해봤자,늦었다.그들은이미소중한친구들이니까.그렇게되어버렸다.불행하게도.
“불은나야.”
하츠가다정하게상기시켜주었다.
“그리고저들은네스스로가만들어놓은너의약점이되겠네.”
저만치에있는쥬드와히로를응시하며하츠가즐거이속삭였다.
“살려줄게.”
시아는눈을질끈감았다.
“네가여유롭게타죽을수있도록.”
원하는대답이들려왔음에도불구하고시아는눈을뜨지않았다.안도할수가없었다.
“그러니까앞으로내가시키는일은혼자서하자,응?또이런식이면그땐쟤네진짜죽어.”

-22.하츠의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