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부엌 (인사이드 에디션)

책들의 부엌 (인사이드 에디션)

$14.29
저자

김지혜

딸부잣집둘째로태어나눈치100단에수다쟁이로자랐다.시트콤PD를꿈꾸며신문방송학과에진학했으나언론고시를알고난후과감히포기했다.IT회사에서전략기획과마케팅업무를하다가코로나(COVID-19)가대유행하던어느여름날퇴사했다.이후번역일을조금씩하면서소설을쓰기시작했다.동네의작은카페에앉아글을쓰면서나를더사랑하게됐다.『책들의부엌』을읽은모두가마치여행온것처럼마음이편안해지고한줄기바람이불어오는듯기분이시원해졌으면좋겠다는마음이다.주인공유진이그러했듯말이다.

목차

프롤로그-소양리북스키친
1장-할머니와밤하늘
2장-안녕,나의20대
3장-최적경로와최단경로
4장-한여름밤의꿈
5장-10월둘째주금요일오전6시
6장-첫눈,그리움그리고이야기
7장-크리스마스니까요
에필로그1.-별빛과바람이머무는시간
에필로그2.-1년전오늘입니다

출판사 서평

인사이드에디션을내며….

“안녕하세요.『책들의부엌』작가김지혜입니다.올해행복했던순간을꼽으라면『책들의부엌』독자와만난시간이라고단숨에대답할수있습니다.북토크에서서로눈을마주보고끄덕이며웃고각자의삶과사연들을마주치던순간,저는전혀알지못하던세계로들어섰다는사실을깨달았습니다.소양리북스키친에끝없이새로운손님이찾아오고있었고,다들자신만의소양리북스키친을만나고있었던것이죠.주말에혼자찾아간작은카페에서,회사사무실점심시간에,제주도의에메랄드빛바닷가에서,막막한마음이들었던입원실에서,대나무숲속여행지에서,『책들의부엌』을읽었다는리뷰를보면마음이녹아내릴만큼행복한한해였습니다.

마음이유난히시린어느날,말없이같이있어주는친구처럼,『책들의부엌』이곁을지켜주길바라는소망을담아서독자님들께감사의마음을담아보냅니다.”

시간이한템포느리게흘러갈것만같은
책들의부엌에서마음의허기를채우고편안한휴식을즐기세요

서른을코앞에둔대학시절절친들,겉으로보이는모습과내적정체성의간극에혼란을겪는연예인,성공가도를달리다느닷없이암진단을받은변호사,꿈꾸던일에서좌절하고친구에게배신당하고어머니의죽음까지겪은뒤마음의문을닫은한남자등다양한고민을안고소양리북스키친을찾아온손님들.각자의고민과고통속에서방황하던사람들은소양리북스키친에서전환의시간을맞게된다.

밤하늘별빛을바라본순간은한편의아름다운연주곡이되고,누군가는바람에날리는벚꽃을바라보다자기자신에게보내는편지를쓴다.어떤이는한달동안이곳에서머물면서모험을떠나는꼬마마법사에관한동화책을쓰고,인생의수렁에빠졌던한남자는어머니와의따뜻한추억이담긴노래를기억해낸다.그렇게네번의계절이지나는동안,이곳에는저마다의사연을가진손님들이이곳에찾아와책을읽고,시간을보내며좋은추억을만들고돌아간다.한해의끝자락,그리움이눈송이처럼흩날리는크리스마스이브에손님들은각자의방식대로다시한번소양리북스키친을만난다.

『책들의부엌』에서는‘소양리북스키친’을찾아온인물각각의에피소드를통해다양한고민을말한다.삶에서휴식이필요한순간,우연히방문하게된소양리북스키친에서그들은휴식과대화를통해자신을되돌아보고한발앞으로나아갈힘을충전하며어느덧조금은가벼운마음으로일상으로돌아간다.쉬는것만으로도일상의원동력이되는것처럼아무것도하지않아도되는곳,시간이한템포느리게흘러가는소양리북스키친에서의하루는우리가바라는‘일상의작은쉼표’가될것이다.이곳은누군가에겐숨겨뒀던마음을꺼내서보여주고삶에서잠깐씩휘청일때마다마음이쉬어가는비밀스러운아지트공간이다.

‘아무것도하지않아도됩니다.’
맑은공기,편안한휴식,그리고맛있는책한권과함께
‘소양리북스키친’에서잠시쉬어가세요.

저자는코로나19사태장기화와퇴사이벤트가합쳐지며세상이자신앞에서순식간에셔터를내려버린것같은느낌에이소설을쓰게되었다고한다.서른살무렵부터끊이지않는고민들과복잡하고시끌시끌한속마음에귀를기울였다.공항대기실이라는국적이모호한공간에머무르는것처럼삶이한곳에단단하게뿌리내리지못하고용감하게한발을떼지못한채끝없는대기상태에머무르는것같을때,마음이쉬어가고위로와격려를받는공간을꿈꾸며‘소양리북스키친’의세계를만들고그려나갔다.

숲속에서는바람이어떻게불까,햇살은어떻게내리쬘까,노을이지고별이빛나는시간에그리운사람들과만나서이야기를하고따뜻한밥한끼함께먹으면좋겠다고생각하며글을썼다는저자의마음이담겨서일까.이책을읽는내내주인공과옆에둘러앉아함께밤새이야기를나누는듯한기분이든다.게다가소양리북스키친을둘러싼풍경은봄,여름,가을,겨울각각변하는자연의모습을세세하게담고있어,읽기만해도그날의분위기와풍경이그려지듯생생하다.

『책들의부엌』이라는제목에맞게매장마다나오는추천책을보며자신의리스트와비교해보거나인용문을찾다보면,책한권을읽었을뿐인데여러권을읽은듯한착각을불러일으키는것도이책을읽는묘미중하나다.

★책들의부엌을방문한독자들의감동어린찬사★

-‘소양리북스키친’에서한달살기하고싶다.
-올해가장위로받은선물같은책
-보기만해도힘이나는문장들을정성스레모아지은건강하고맛있는한끼밥상같다.
-이런공간이필요했다.몸과마음이지쳤을때,잠시쉬어갈수있는공간이…….
-답답하고어두웠던마음을아침햇살처럼밝게치유해주는책이다.
-나의인생최고작〈윤스테이〉,〈리틀포레스트〉가생각나는책
-잔잔하게마음을어루만져주는책,오랜만에힐링했다.
-어딘가존재할것같은곳,나도모르게검색을하게되었다.
-한여름밤,반짝반짝빛나는반딧불이를보러당장떠나고싶어졌다
-싸이월드에다시들어간것처럼소중한추억들이떠올랐다.

몸과마음이지친요즈음,맑은공기,편안한휴식,그리고따뜻한책한권과함께잠시쉬어가세요.
허전한마음을든든히채워주는숲속북스테이,‘소양리북스키친’으로독자여러분을초대합니다.

책속에서

오후2시였다.유진은타일바닥마감상태를체크하다가문득고개를들었다.새건물냄새를빼려고통유리창을완전히열어뒀는데,바깥에서달콤하면서도고고한향내가났기때문이었다.
유리창바깥에고요히서있던매화나무가인사하듯연둣빛나뭇잎을작게흔들었다.그늘진편의가지에는터질듯한매화봉오리가알알이맺혀있었고,햇볕이드는쪽에는이미자그마한매화가물기를촉촉이품은채,낮잠에서깨어난아기처럼새하얀고개를들고있었다.
유진은통유리로된창으로다가가방충망을열었다.먼지하나끼어있지않은방충망은부드럽게열렸다.기다렸다는듯이산자락에서불어온바람이파도처럼출렁이듯밀려왔다.동시에매화향기가방을은은하게채웠다.유진은매화를이렇게가까이에서자세히본게난생처음이라는사실을깨달으며눈송이를닮은꽃잎을살펴봤다.새하얀꽃잎은최종마감을앞둔소양리북스키친의바닥타일색과닮아있었다.매화꽃너머에는북스테이를위해미리빨아놓은하얀침대보가바람에팔락였다.아까맡았던달콤하면서도고고한향이매화향인지섬유유연제향인지모르겠지만뭐가됐다고하더라도유진의기분은매화꽃망울처럼몽글몽글했다.
유진은창문에서뒤돌아책장으로빼곡히둘러싸인북카페의내부를새삼둘러봤다.천장까지맞닿은높다란책장들은책이아직꽂히지않아대부분텅텅비어있었다.마치모델하우스의샘플책장처럼보였다.책을놓을자리에는라인조명이텅빈무대를비추듯은은하게빛나고있었다.
‘곧이공간이책냄새가득한공간으로변신하겠지.’그때벽에테이프로붙여놓은A3크기의종이가눈에들어왔다.끝도없이고민하고고쳐서완성한설계도면이었다.여기저기에연필과볼펜으로표시가되어있고,소소한변동사항이적혀있기도했다.설계도는적당히구겨지고낡은탓에주변에티끌하나묻어있지않은신축건물에서도드라져보였다.유진은연필메모자국이남아있는부분을손가락으로살며시만져봤다.
설계도면과3D시뮬레이션으로만보던건물이현실세계에서완성되었다는게실감나지않았다.
소양리북스키친은책을팔고다양한행사를진행하는북카페와책을읽을수도,휴식을취할수도있는북스테이를결합한복합공간으로총4개의동으로구성되어있었다.우선북스테이공간은건물3개동으로만들었는데각각2층짜리독채펜션이었다.북스테이용이아닌나머지건물의1층은북카페로사용하고2층은스태프들이거주하는공간으로사용하도록구성했다.그리고이4개의동은중앙정원에있는유리로된식물원으로연결되어있었다.다시말해정원을중심으로십자모양으로4개의동이들어서있는셈이다.
북카페의전면은통유리창으로되어있었고,창문너머로보이는소양리풍경은자체로그림이되었다.매화나무너머로는굽이굽이이어진산등성이가보였다.유진은치맛자락이너울대는듯한거대하고부드러운곡선을보면서자신이꿈을꾸고있는지도모른다고생각했다.서울본토박이인유진은뾰족하고높은빌딩과24시간편의점,프랜차이즈커피전문점그리고빽빽하게연결된지하철과대단지아파트로구성된도시가이곳소양리보다훨씬현실감있게느껴졌다.
---「프롤로그소양리북스키친」중에서

유진은책표지를가만히쓰다듬으며다인을생각했다.책표지에는평화로운풍경이일러스트로담겨있었다.초록색체크무늬테이블보가단정하게깔려있고,영국식찻잔에진한아메리카노가찰랑거렸다.커피옆으로는샐러드가놓여있고,커다란창문밖으로는바다가넘실대는풍경이보였다.
유진은다인이파도소리를실어나르는그곳을여행하길바랐다.고양이가하릴없이창밖을바라보며생각에잠겨있고,장난감같은벽돌색지붕의자그마한집들이다닥다닥붙어바다내음을나누고있는마을에서잠시쉴수있길바랐다.다인이책을펼치면등장인물들이반갑게맞아줄것이었다.어쩌면이책은오랜시간동안다인을향한여행을해온것인지도몰랐다.유진은페이지를스르륵넘겨보다가한문장에서시선이멈췄다.마치문장이자신을불러세운것같았다.
여긴생각하기에좋은장소야.바닷가에나가면더작아진기분이들거든.
내가덜중요해지는것같고.그러면모든것이알맞은비율을되찾게되지.
유진은그페이지에책갈피를꽂아둔채,금빛물방울무늬가반짝이는진한빨간색포장지로책을포장했다.그리고줄무늬가없는노트한장을찢은뒤손바닥크기만하게자르고볼펜으로꾹꾹눌러짧은편지를썼다.
‘당신만의곳간채창고를찾길,그곳에서파도소리를듣길,할머니의손길을닮은따스한순간을만나기를바라며…….’
---「1.할머니와밤하늘」중에서

북카페세미나실에서낭독이이어지고있었다.잔잔한피아노연주곡이배경음악처럼깔려있었다.길쭉한원목테이블에는예닐곱명의사람이앉아있었고,한사람이프로젝터앞에앉아낭독중이었다.
“남부의겨울은온화하게다가와슬며시눌러앉는다.담요처럼포근한햇살이카야의어깨를감싸고점점더깊은습지로유혹했다.가끔알수없는밤의소리가들려오고코앞에서내리꽂힌번개에소스라쳐놀랄때도있지만,카야가비틀거리면언제나습지의땅이붙잡아주었다.콕집어말할수없는때가오자심장의아픔이모래에스며드는바닷물처럼스르르스며들었다.아예사라진건아니지만더깊은데로파고들었다.카야는숨을쉬는촉촉한흙에가만히손을대었다.그러자습지가카야의어머니가되었다.”
책의문장은소리가되어공간에퍼져나갔다.종이에인쇄된글자가누군가의음성을통해갓태어난아기동물처럼현실세계로걸어들어왔다.어느새작은세미나실은카야의늪지가되었다.바깥에서매미소리가풀잎이바람에스치는소리처럼아득하게깃들었고유리창바깥으로반딧불이몇마리가길을잃은별똥별처럼떠다니고있었다.
북클럽을이끄는유진이입을열었다.
“《가재가노래하는곳》의카야에게서누구나자신과닮은구석을발견할수있을거예요.카야가다섯살때엄마가집을떠났고,다시는돌아오지않았어요.아버지의폭력에맞설힘이없었던형제자매도하나둘씩집을벗어났고,결국술주정뱅이아버지마저떠났죠.그리고습지와늪만가득한자연에아이는버려졌던겁니다.”
마리는마음을들킨기분이었다.그동안꽁꽁싸매고또싸맸던비밀이한낮에내리쬐는햇빛을받아녹아내리는느낌이었다.자신의얼굴에피부처럼붙어있던가면이슬며시자취를감추고있었다.마리는어느새카야의물빛눈동자를상상하고있었다.
유진이말을이었다.
“세상이카야에대한온갖루머를만들어내는동안,카야는외로움을친구삼으며습지와늪이품어주는위로의힘으로성장해가요.신비로운카야의미모에매료되는체이스와카야의어린시절유일한친구였던테이트가인생에등장한뒤로,카야의인생은변화의급류를타게되지요.작가가카야의외로운투쟁과테이트의지고지순한사랑을통해인생에외로움이무엇인지,사랑의의미가무엇인지를되묻고있는작품이라는생각이듭니다.”
---「4.한여름밤의꿈」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