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 마그리트의 연인 1

르네 마그리트의 연인 1

$14.38
Description
“우리 엄마를 죽인 그 사람을…… 죽여 주세요.”

기꺼이 괴물이 되려는 여자와 괴물이 되어 버린 것을 후회하는 남자.
선택의 갈림길에 선 그들의 죽음을 향한 균열
자신을 스스로 끔찍한 괴물이라고 믿고 있는 한 남자, 이수현. 그는 자신을 스스로 끔찍한 괴물이라고 믿으며 눈 깜짝하지 않고 남의 목숨을 앗아가는 일을 일삼는다. 어느 날, 자신의 엄마를 죽인 살인자를 찾아 죽여달라는 희주의 의뢰를 받게 되고, 내담자인 척 미술치료사인 희주의 하늘 공방에 찾아가 미술치료를 받기 시작한다.
희주는 그가 자신이 의뢰한 킬러인 것을 꿈에도 모른 채 일주일에 한 번씩 미술치료를 진행하며 수현을 알아가고, 그를 향한 관심이 점점 커지는 것을 느낀다. 한편, 아무런 감정 없이 살수(殺手)로 살아가던 수현 역시 희주에게 마음의 빗장이 조금씩 열린다.
시간이 지나며 수현은 내면에 살고 있던 ‘괴물’을 마주하게 되는데…. 괴물의 정체는 무엇이고, 희주는 그 괴물을 감당할 수 있을까. 선택의 갈림길에 선 상처받은 괴물들의 이야기.
저자

유지나

미국에서커뮤니케이션박사학위를취득하고대학교수가되어강의와연구를주업으로살아오던중,2015년오랜꿈이었던소설가로서의첫걸음을네이버챌린지리그에내디뎠다.첫작품,『르네마그리트의‘연인’』이6천여편미스터리작품중최초로네이버웹소설정식연재작으로발탁되어,수많은독자와소통하면서소설가의길에본격적으로접어들었다.학자로서체득하고연구한사회과학의다양한이론들을바탕으로,사람과사람의관계가소통을통해회복해가는과정에대한글을쓰고있다.

목차

Prologue
1.자비의사신
2.메두사를닮은남자
3.집과나무와사람
4.우주가무너져내리는소리
5.행복해질권리
6.가면
7.어린새의죽음
8.분노와복수의관계
9.두개의문
10.악몽의시작
11.난화
12.고독,슬픔,두려움의흔적지우기
13.영원한절망의시간
14.기억상자
15.소년의흔적
16.고요한온기

출판사 서평

살인자가될수밖에없었던
소년은결국,용서받을수있을까?

‘누군가를진정으로용서하는것은죄수를풀어주는것과같은데,우리가풀어준그죄수가바로우리자신이었다.<용서의기술>루이스스메데스’

남자주인공수현.그의우주였던누나가한인간의잔악한욕망에짓밟혀죽었다.그는누나의복수를위해인생에서의첫살인을감행했다.피에서진한장미향이느껴졌다.바로그순간이었다.내가인간이라는희망을놓아버린것은…….‘나는괴물인가?’
여자주인공희주.그녀의우주였던엄마가잔인하게살해되었다.평생을피해자처럼살수는없었다.괴물이되어야했다.괴물이되어엄마의살인범에게복수하는것만이자신의삶을구원할유일한방법이었다.

두괴물이길위에서만났다.서로의인생궤도에서전혀만날수없을법한낯선인연이었지만,그들은폭풍에휘몰아치듯사랑에빠지게된다.하지만서로의정체를알게될수록잔인한운명에절망하게되고,번민하던괴물은괴물이되려는여자를찾아가무릎꿇고애원한다.용서해달라고.나를위해서가아니라,당신을위해.나같은괴물이되지않기위해.부디나를용서해달라고.이제그들은선택의갈림길에섰다.죽음으로구원을받을것인지.죽임으로해방을누릴것인지.살것인지,살릴것인지.증오할것인지,사랑할것인지.복수할것인지,용서할것인지.누가누구에게복수해야하며,누가누구를용서할수있는것인지.
이책은어둡고긴밤을홀로외로이보내다가새벽동트기직전,가장어두운지점에서만나게되는상처받은괴물들의이야기다.

당신은인간내면의감출수없는본성을피할것인가,마주할것인가.

타인의마음을치유하는유능한미술치료상담사지만,어린시절엄마의살인사건으로평생트라우마를안고사는이중적인인물희주.그녀는뉴욕대학에서미술치료박사학위를받고귀국해서촌에‘하늘공방’이라는미술치료실을열어운영중이다.
엄마가죽은후,그녀에게고독은숙명이되었다.아버지가새로운가정을꾸리고자신을미국고교로진학시켜버렸을때도그저묵묵히받아들였다.유학시절외로움에목말랐던희주에게유일한버팀목이되어주던연인,명훈에게무참히버림받았을때에서야,처음으로생각했다.어디서부터문제였을까?도대체내삶은어디서부터잘못된걸까?

《르네마그리트의‘연인’》은네이버웹소설최초로미스터리분야에서첫정식연재작으로발탁된후,‘BIFF부산스토리마켓IP선정작’이되는등종이책출간전부터작품성을인정받았다.다소무거울수있는‘살인’이라는주제에‘미술치료’가결합한이작품은인간내면의본성을솔직하고적나라하게표현하고있어스릴러의묵직함과감정의울림을동시에느낄수있다.특히,미술치료라는주제에걸맞게주인공수현이미술치료를하는과정이중간중간사진과그림으로표현되어수현의심리상황을더욱생생하게느낄수있다.“치료를받는것은그들이지만,저도치유를받는것같았습니다.”라는어느독자의후기처럼,작가는우리내면의본성과심리변화그리고그에따른주변분위기를섬세하고적나라하게표현하고있어,읽다보면어느새분노가일다가도어느새가슴이먹먹해지는등수현과희주의감정선에따라가는자신을발견하게될것이다.

네이버웹소설을통하여이글을먼저읽은독자는,
“단숨에읽었네요.정말감동하였습니다.”
“인간의심리변화를섬세하게표현하는작품을만나게되어영광입니다.함께울고웃고마지막까지소름이끼치는작품이었습니다.”
“영화〈헤어질결심〉이생각날만큼여운이남고,그들의사랑과치밀한서사가돋보입니다.”
“네이버웹소설의품격을업그레이드시켜주는작품입니다.한회한회아껴가며읽었는데벌써끝이났네요.”
“《르.연(르네마그리트의연인)》과함께하는동안가슴먹먹했고,따뜻했고,많은위안을받았습니다.”
“괴물로서감정이라곤눈곱만큼도없는냉혈한을무심히바라보며애정을보내기가불편하기도했지만,우리삶이겉으로드러나지않을뿐이지내면의악마성을품고있다는것을깨달았습니다.이런마음이어떻게치유되고회복되는지잘나타내주고있는좋은작품입니다.”
“감히꼽는다!네이버웹소설다섯손가락안에드는작품!”
“내가본작품중최고의작품.”
“이정도로흡입력있는글은정말오랜만입니다.초반에조금무거웠지만,하루만에다읽을정도로몰입감이떨어지지않는대단한작품입니다.”
“스토리며,인물이며,필력이며,심장을잡았다놨다하는느낌까지.어느하나빠지는게없는작품입니다.”
등의100여개가넘는응원의힘에힘입어단행본으로출간하게되었다.현재영상화계약이완료되어현재,개발중이다.

책속에서

상대방이죽음에대한두려움이나고통을느낄겨를도없는찰나,모든것을완벽하게끝내는것이수현의고유한암살방식이었다.이바닥에서는그것을‘시그니처(signature)’라고불렀다.그것이인간으로서유일하게해줄수있는마지막배려라고수현은생각했다.그래서이바닥에서그의존재를아는몇안되는사람들은그를‘자비의사신’이라고이름하였다.
18세기독일의사형집행인들은자비에가까운방법으로사형을집행하기위해나름대로노력했다고한다.거열형순간의고통을덜어주기위해형이집행되기직전목을졸라미리죽이기도했고,화형을선고받은자들이최대한빠르게질식할수있도록장작더미에황을넣어두기도했다.사형수들에게짧은고통과편안한죽음을주기위한나름의고민이었다.
그럼에도불구하고세상은그들을어떻게기억할까?그들의가상한노력에도,어쨌든세상은그들을살인자로기억할것이다.여전히그들을괴물이라손가락질하고,죽음을가지고오는불길한존재라고멸시할것이다.사형집행인들역시세상의인정을받으려고그런가상한노력을했던것은물론아닐것이라고수현은생각했다.그역시세상의인정을받으려고‘자비의사신’이된것은아니었다.(중략)
수현이이더럽고끔찍한일을시작한지도어느덧20년이지났다.그동안여러명의목숨이세상에서사라졌다.고백하건대,단한번도사람을쉽게죽여본적은없었다.언제나주사기를들고있는오른손이벌벌떨려,한번쯤은깊은숨을들이마셔야만했다.
드럼통의마지막모습이떠올라수현은눈을질끈감았다.눈을감으니드럼통의얼굴이더욱선명하게떠올랐다.입에서단내를풍기며살려달라애원하던목소리와마지막으로몸이한번부르르떨릴때의감촉까지생생하게.
-1.자비의사신

희주는공방이늘무엇인가로채워져있는것을좋아했다.그래서아무도없는빈공방에도라디오를켜놓거나향초를피워놓았다.아름다운음들이나향이공방을채우면이곳이폭신해진느낌이들었다.오래된한옥의헛간을개조한고즈넉한공방이었다.서쪽으로난커다란통유리창문에는늦은오후가되면숨을곳이없을만큼햇살이가득쏟아져들어왔다.창문가장자리로는담쟁이들이하나둘씩하늘을향해올라갔다.창문안쪽조그만선반에는산세베리아나트리안과같은화분들이아기자기놓여있고,아래에는미술화보들이차곡차곡쌓여있었다.
희주는물감이묻어있는미술용앞치마를그대로입은채공방구석조그마한간이부엌으로향했다.차를한잔마시려고물을끓일참이었다.
라디오에서흘러나오는인터메조가클라이맥스로치닫고있을때,갑자기공방의미닫이문이거칠게열렸다.희주는문쪽으로고개를돌렸다.짙은색양복에넥타이를한남자가공방으로들어서고있었다.양복을입고있는데도그속의날렵하고훤칠한체격이그대로드러나보였다.
“당신이강희주씨입니까?”
남자가낮은목소리로느릿하게물었다.겉으로는예의를지키는듯행동하지만,몹시무례하게느껴지는말투와몸짓이었다.희주는대답대신경계의눈빛으로응답했다.이사람은그동안만나본수많은사람과는다른유형이라는것을단번에알수있었다.
‘왜이런사람이나를만나러왔을까?’남자는천천히공방을둘러보았다.그냥공방을둘러볼뿐인데도,그의모든행동이희주를위압하고있었다.남자는테이블위에있는내담자들의그림을집어들고찬찬히훑었다.군데군데희주의진단과소견이빼곡하게적힌포스트잇노트들이덕지덕지붙어있었다.
“그거보시면안되는데요.”
희주는조심스럽게그의거침없는무례를제지했다.그는희주에게눈길도한번주지않고,그림을테이블위에다시놓아두었다.
“의사가보내서왔습니다.”
그제야희주의눈에서경계의빛이조금누그러졌다.종종환자들에게희주를연결해주는의사들이있었다.
“아……,미술치료상담받으러오신거군요.그럼전화로먼저상담시간을정하고……”희주가말을하고있는중간에남자가말을잘랐다.
“그래서내가그림을그리면,그걸보고내가어떤사람인지알수있다는겁니까?”
희주는처음으로빳빳하게고개를들고남자를바라보았다.이사람은지금의도적으로자신을도발하고있었다.겁이났지만,한편으로는오기가생겼다.희주는그의눈을똑바로바라보며천천히대답했다.
“네.저를전적으로신뢰하고,거짓없이진심으로그리신다는전제하에요.”
“그럼내가어떤사람인지,내가지금무슨생각을하는지다섯가지만알아맞혀보겠습니까?치료를받기전에강희주씨의실력을먼저알아보고싶군요.”
-2.메두사를닮은남자

“어……,일단음……,설명을조금드려야할것같은데요.”
긴장했는지,목소리가조금떨려서나왔다.희주는목소리를가다듬고다시말했다.
“여긴미술치료실이지,타로점이나사주를보는곳이아닙니다.그림만보고그쪽이어떤사람인지알방법은없다는걸말씀드리고있는거예요.그대신그림을그리고나서제가그그림에대한질문을몇가지드리면,그때는솔직하게대답해주셔야합니다.물론여기서저와나누는이야기들은철저하게비밀에부쳐질겁니다.”
희주는수현의반응을살폈다.아직까지는이렇다할거부감이나저항은없는것같았다.
“미술치료는……미술수업과는조금달라서,잘그린다,못그린다같은건상관하지않습니다.어떻게그려야하는지정해진답도없고……그냥편하게그리시면됩니다.”
묵묵히듣고만있던수현이어색한움직임으로하얀도화지를한번쓸어내렸다.
“집,그리고사람과나무를그려볼건데,최대한자세히,구체적으로그려주셔야해요.예를들면그림속의사람은무엇을하고있는지,그런것까지도자세히그려주시는게좋습니다.시간제한은없으니까자유롭게그리시면됩니다.혹시질문있으신가요?”
‘집-나무-사람(House-Tree-Person)검사’즉,‘H-T-P검사’는누구에게나친숙한사물들을그리게함으로써내담자들이그들의성격과정서를무의식으로표현하게한다는장점이있다.가장직관적으로내담자를이해할수있는방법이기때문에,미술치료사들이상담세션에서이기법을많이사용한다.게다가이세가지사물들자체로도풍부한상징성을가지고있어,내담자스스로의식하지못하는사이에자신의심리상태를고스란히드러낸다는점때문에미술치료사들사이에서꽤유용하게사용되고있었다.
희주는잠깐수현의눈치를살폈다.수현은아무런미동도하지않은채,자기앞에놓인하얀색도화지만바라보고있을뿐이었다.그녀는원래하는대로,수현의반대편자리에가서앉으려다가,마음을바꿨다.이사람은그녀가바로앞에앉아있으면절대로그림그리는일을시작하지않을것같았다.내담자중에서이렇게누군가가옆에있으면그림을그리지못하는사람들이가끔있었다.그럴땐무조건자리를비켜주고,내담자에게혼자만의시간을내주어야한다.
희주는수현의갑작스러운방문이있기전에,차를마시려고전기포트에물을끓이고있었던것이그제야생각났다.커피포트는자동으로꺼져있었지만물은아직뜨거웠다.희주는엄마의정원에서직접재배하고말린라벤더찻잎으로차를우려냈다.수현의것까지찻잔을두개꺼내려고하다가마음을바꿨다.상담을시작하기전내담자들과늘차를함께마시면서친밀감과유대감을먼저형성하는그녀였지만,이무례하기짝이없는내담자에게는왠지그러고싶은생각이들지않았다.불길한기운이가득차있는남자였다.그와오래시간을함께보내면그불길함이그녀에게전염될것만같아불쾌했다.
-3.집과나무와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