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 마그리트의 연인 2

르네 마그리트의 연인 2

$14.26
저자

유지나

미국에서커뮤니케이션박사학위를취득하고대학교수가되어강의와연구를주업으로살아오던중,2015년오랜꿈이었던소설가로서의첫걸음을네이버챌린지리그에내디뎠다.첫작품,『르네마그리트의‘연인’』이6천여편미스터리작품중최초로네이버웹소설정식연재작으로발탁되어,수많은독자와소통하면서소설가의길에본격적으로접어들었다.학자로서체득하고연구한사회과학의다양한이론들을바탕으로,사람과사람의관계가소통을통해회복해가는과정에대한글을쓰고있다.

목차

17.그의위험한장소
18.고맙다는말
19.그의안전한장소
20.초승달이있는곳
21.지팡이를쓰는남자
22.불편하고불길한균열
23.메두사가흘린피
24.어둠의가장깊은곳
25.진심의힘
26.죽음이찾아온시각
27.르네마그리트의〈연인〉
28.분노로중독된심장
29.기적같은사랑
30.영원한평화위에
31.빛.어둠.그리고빛
32.기적은봄날처럼
33.그래도,그럼에도불구하고
Epilogue

출판사 서평

살인자가될수밖에없었던
소년은결국,용서받을수있을까?

‘누군가를진정으로용서하는것은죄수를풀어주는것과같은데,우리가풀어준그죄수가바로우리자신이었다.<용서의기술>루이스스메데스’

남자주인공수현.그의우주였던누나가한인간의잔악한욕망에짓밟혀죽었다.그는누나의복수를위해인생에서의첫살인을감행했다.피에서진한장미향이느껴졌다.바로그순간이었다.내가인간이라는희망을놓아버린것은…….‘나는괴물인가?’
여자주인공희주.그녀의우주였던엄마가잔인하게살해되었다.평생을피해자처럼살수는없었다.괴물이되어야했다.괴물이되어엄마의살인범에게복수하는것만이자신의삶을구원할유일한방법이었다.

두괴물이길위에서만났다.서로의인생궤도에서전혀만날수없을법한낯선인연이었지만,그들은폭풍에휘몰아치듯사랑에빠지게된다.하지만서로의정체를알게될수록잔인한운명에절망하게되고,번민하던괴물은괴물이되려는여자를찾아가무릎꿇고애원한다.용서해달라고.나를위해서가아니라,당신을위해.나같은괴물이되지않기위해.부디나를용서해달라고.이제그들은선택의갈림길에섰다.죽음으로구원을받을것인지.죽임으로해방을누릴것인지.살것인지,살릴것인지.증오할것인지,사랑할것인지.복수할것인지,용서할것인지.누가누구에게복수해야하며,누가누구를용서할수있는것인지.
이책은어둡고긴밤을홀로외로이보내다가새벽동트기직전,가장어두운지점에서만나게되는상처받은괴물들의이야기다.

당신은인간내면의감출수없는본성을피할것인가,마주할것인가.

타인의마음을치유하는유능한미술치료상담사지만,어린시절엄마의살인사건으로평생트라우마를안고사는이중적인인물희주.그녀는뉴욕대학에서미술치료박사학위를받고귀국해서촌에‘하늘공방’이라는미술치료실을열어운영중이다.
엄마가죽은후,그녀에게고독은숙명이되었다.아버지가새로운가정을꾸리고자신을미국고교로진학시켜버렸을때도그저묵묵히받아들였다.유학시절외로움에목말랐던희주에게유일한버팀목이되어주던연인,명훈에게무참히버림받았을때에서야,처음으로생각했다.어디서부터문제였을까?도대체내삶은어디서부터잘못된걸까?

《르네마그리트의‘연인’》은네이버웹소설최초로미스터리분야에서첫정식연재작으로발탁된후,‘BIFF부산스토리마켓IP선정작’이되는등종이책출간전부터작품성을인정받았다.다소무거울수있는‘살인’이라는주제에‘미술치료’가결합한이작품은인간내면의본성을솔직하고적나라하게표현하고있어스릴러의묵직함과감정의울림을동시에느낄수있다.특히,미술치료라는주제에걸맞게주인공수현이미술치료를하는과정이중간중간사진과그림으로표현되어수현의심리상황을더욱생생하게느낄수있다.“치료를받는것은그들이지만,저도치유를받는것같았습니다.”라는어느독자의후기처럼,작가는우리내면의본성과심리변화그리고그에따른주변분위기를섬세하고적나라하게표현하고있어,읽다보면어느새분노가일다가도어느새가슴이먹먹해지는등수현과희주의감정선에따라가는자신을발견하게될것이다.

네이버웹소설을통하여이글을먼저읽은독자는,
“단숨에읽었네요.정말감동하였습니다.”
“인간의심리변화를섬세하게표현하는작품을만나게되어영광입니다.함께울고웃고마지막까지소름이끼치는작품이었습니다.”
“영화〈헤어질결심〉이생각날만큼여운이남고,그들의사랑과치밀한서사가돋보입니다.”
“네이버웹소설의품격을업그레이드시켜주는작품입니다.한회한회아껴가며읽었는데벌써끝이났네요.”
“《르.연(르네마그리트의연인)》과함께하는동안가슴먹먹했고,따뜻했고,많은위안을받았습니다.”
“괴물로서감정이라곤눈곱만큼도없는냉혈한을무심히바라보며애정을보내기가불편하기도했지만,우리삶이겉으로드러나지않을뿐이지내면의악마성을품고있다는것을깨달았습니다.이런마음이어떻게치유되고회복되는지잘나타내주고있는좋은작품입니다.”
“감히꼽는다!네이버웹소설다섯손가락안에드는작품!”
“내가본작품중최고의작품.”
“이정도로흡입력있는글은정말오랜만입니다.초반에조금무거웠지만,하루만에다읽을정도로몰입감이떨어지지않는대단한작품입니다.”
“스토리며,인물이며,필력이며,심장을잡았다놨다하는느낌까지.어느하나빠지는게없는작품입니다.”
등의100여개가넘는응원의힘에힘입어단행본으로출간하게되었다.현재영상화계약이완료되어현재,개발중이다.

책속에서

수현의자리앞에는잡지에서오려놓은것같은사진들과나뭇잎,패브릭,여러가지사물들이즐비하게놓여있었다.
“지난번에수현씨가잃어버린기억을찾고싶다고하셔서,오늘은콜라주를만들어보려고해요.콜라주는불어로‘풀로붙이다’라는뜻이거든요.여기준비해둔여러재료를접착제를이용해서붙여나가면서수현씨의생각이나느낌을자유롭게표현하시면돼요.”
콜라주는서로상관없어보이는이미지나재료들을합성하여작업하는미술치료기법이다.내담자가의식하면서작업하는것이아니라,랜덤한재료들을이용하여표현하기때문에자신도모르는사이에내면을표출하는것을도와줄수있다.특히언어로표현할수없는미묘한것까지상징적으로표현할수있어,다양한해석을이끌어낼수있는장점이있다.
미술치료사의관점에서,수현이어떤특정한사건하나를기억하지못하고있다면그건아무래도열네살때의트라우마로인한‘심인성기억상실증(psychogenicamnesia)’일확률이높다.심인성기억상실증은충격적인사건으로인해극심한스트레스에시달리고있을때,그고통에서벗어나고싶어스스로그때의기억을지우려고하는경향에서발생한다.콜라주는심인성기억상실증을치료하는데효과적인방법이다.내담자들이감당하기힘든기억의조각들이아무런의미없어보이는사물들을배열하는과정에서자연스럽게완전한기억으로재구성될수있기때문이다.
‘무슨기억이더남아있는걸까?’여태까지수현과의상담세션을통해,그가‘어머니’라고부르는사람의사고와죽음에대해서는이미충분히다뤄왔다고생각했다.
게다가그는그사건에대해서는사건당일의날씨며,병원에서연락을받은시간,장소,그리고애벌레같이제법자세한디테일까지기억하고있던것으로파악하고있었는데…….설마어린소년이하루아침에엄마를사고로잃고,엄마가철철흘린피를보았던그사건보다도더극심한트라우마가있는건가?
희주는수현을물끄러미바라보았다.그를보면서,그의안에있는그소년을보았다.고작열네살짜리소년이감당하기에는잔인하리만치혹독했을아이의시간들이함께떠올랐다.마음이끊어지는것같이아려왔다.지금이라도당장수현안에있는그소년을꼭안아주며말해주고싶었다.
‘……이젠여기로와.여기서편하게쉬어.’
일단은수현을심리적으로안전하고편안한상태로만들어주는것이필요하다.심인성기억상실증은괴로운기억으로부터자신을보호하는방어기제에서기인하는질병이었기때문에섣불리그기억속으로들어가려하다가는오히려더심한방어기제가형성될수도있었다.먼저‘안전하고편안한장소만들기’기법으로그의안에높게세워져있을마음의장벽을낮추는것이중요할것이다.
“잠시눈을감고수현씨가살아오면서가장안전하고편안했던장소를생각해보셨으면좋겠어요.현실에존재하는장소가될수도있고,상상속에존재하는장소가될수도있어요.꿈에서봤던장소일수도있고요.”
희주는수현에게잠시시간을주고계속말을이어나갔다.
“거기에수현씨가직접가서서있다고생각해보세요.힘들거나불안하다는생각이들면,언제든지그곳에갈수있어요.그곳에가면정말마음이안정되고평안해지니까요.”
그녀는수현앞으로적당한크기의상자를가져다놓았다.종이같이아무런제약없는자유로운매체보다는,틀이있는상자안을채워가는형식으로콜라주를시작하는것이조금더수월할것이다.
“이상자안에수현씨가생각하는그안전하고편안한장소를만들어주시면돼요.”
그는조금의망설임도없이작업을시작했다.여태까지보여줬던절제되고조심스러운모습과는사뭇다른모습이었다.가위질을하는그는무척이나신이나있는어린아이처럼보였다.
-17.그의위험한장소

수현은민첩하게주머니에서졸레타놀250mg이들어있는주사기를꺼냈다.그의정맥을찾아서졸레타놀을투약하려는바로그순간,‘훅……’하는뜨거운바람과함께흑곰생에서의마지막숨이그를떠나갔다.시간을더지체할수없었다.수현은인이어로다급하게말했다.
“철수한다.뒤처리를부탁해.”
수현은뒤에있는창진에게눈길을돌렸다.창진은처음으로사람을죽인자신의피묻은손을넋이나간채바라보고있었다.
“정신차려!이제여기서나가야해.”
그러나창진은여전히그의손에서뚝뚝떨어지는음험한빨간액체에온통정신이빠져있었다.수현은두손으로창진의어깨를잡고천천히그러나힘있는목소리로외쳤다.
“창진아,나가야해!”
그제야창진의눈동자에긴장감이스며들기시작했다.그는수현을보며고개를끄덕였다.
드르륵.
미닫이문이열리는소리.그문밖으로나가기전에수현은마지막으로흑곰의방을둘러보았다.흑곰은두눈을부릅뜬채죽어있었다.그마지막거센증오의눈빛이창이되어수현의폐부를깊숙하게뚫고들어왔다.
그리고오늘다시이렇게미닫이문앞에서있는것이다.수현은눈을질끈감았다.저문을열고들어가희주의눈을마주할자신이없었다.이손에가득묻은붉은색의저주를대체어떻게해야한단말인가?그때꼭감고있던수현의눈꺼풀사이로빛살의물결이일기시작했다.
“오셨어요?”
구원의목소리…….그를구원해줄상냥한목소리가들려왔다.그목소리를듣는순간뜨거운안개가심장에서부터밀려들고있었다.
‘……아무일없었다는듯이이여자를그냥봐도되는걸까?’거대한죄책감이밀려들었다.
‘……내가이여자의눈을다시볼수있을까?’천천히어렵게그가눈을다시떴을때,이세상의모든좋은것을다지니고있는것같은소망하나가그의앞에서있었다.
“좀늦게오시나싶어서밖에서기다리려고나가는중이었어요.
들어오세요.”
희주가그녀의작은손으로수현의손을잡고공방으로들어오라고했을때에서야,수현은아무말없이깊은눈빛으로희주를바라보기시작했다.
“머리가갑자기짧아졌죠?”
그의조용한응시에머쓱해진희주가짧아진머리를쓰다듬으며말했다.
“어떤남자애하나는선생님너무못생겨졌다고막울었어요.정말너무하죠?”
연보랏빛수줍은표정으로그를바라보는희주를보는데갑자기그의마음속에서끓고있던안개가빗물이될것만같았다.수현은차마희주의눈을바라보지못하고다시고개를떨구었다.뜨거워진안개를꾸역꾸역다시밑으로내려보내야했다.어떻게든.
대체어디서부터잘못된걸까?대체어디서부터시간을되돌려야할까?흑곰이자는방의미닫이문을열기전으로?상기의제안을받아들이기전으로?임선생에게보내지기전으로?
그러다가문득그의머릿속을집요하게파고드는생각이하나있었다.……첫번째살인,그곳의문을열기전으로?이모든비극의시작이었던그사건.그때그사람을죽이지않았다면…….그때피를토해내는마음으로그괴물을용서했었더라면…….그러면오늘이여자앞에터질것같이뜨거운안개를머금고서있는끔찍한괴물은탄생하지않았을것이다.때늦은후회였지만,후회가할수있는일은아무것도없었다.
-20.초승달이있는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