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빛 푸를 린

물빛 푸를 린

$15.92
Description
조선의 푸른 바다에서 펼쳐지는
인어와 사람의 풋풋하고 청량한 연애담(戀愛談)
“조선판 인어공주. 군더더기 없는 이야기 속에 작가의 애정이 묻어나는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이 살아 숨 쉰다.” _심사평

정략혼이 싫어서 야반도주하려다 들킨 채희는 은월사로 보내진다. 그곳에서 상처 입고 쓰러져 있던 어린 인어 린을 구해주고 서서히 가까워진다. 자유롭고 감정에 솔직한 린을 보며 채희는 경직된 생활을 하던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그러나 혼례일이 정해졌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심란해하며 바닷가를 서성이는 채희 앞에 린은 어엿한 성체가 되어 나타난다. 둘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결국 린은 인간이 되는 금지된 방법을 찾기 위해 무리에서 쫓겨났던 전 장로를 찾는다. 그곳에서 들은 건, 변이에는 목숨을 걸어야 하며, 인간이 되면 인어에게는 생명의 원천인 바다를 영원히 떠나야 한다는 경고인데……. 채희와 린은 어설프게 이어진 인연의 끈을 단단히 매듭지어, 영원한 운명으로 바꿀 수 있을까?
선정 및 수상내역
★제2회 K-스토리 공모전 드라마 부문 최우수작★
저자

자근오

스트레스를풀기위해책을읽고,복잡한머릿속을달래기위해글을쓴다.
노을빛으로물든하늘을좋아하고,포근한여름햇살,예리한겨울공기,발목에감기는빗물,바람,풀잎,아이들의웃음소리등에서영감을얻는다.
인어와인간의사랑을그린조선판‘인어공주’《물빛푸를린》으로제2회K-스토리공모전에서최우수상을받았다.
건강이허락하는그날까지여러이야기를지으며사는것이목표다.

목차

물빛푸를린
후일담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드넓은바다를유영하던인어린과
온실안의꽃으로살아온채희의
오래오래전해질동화같은사랑이야기

《물빛푸를린》은세계로뻗어나갈K-콘텐츠를발굴하고개발하기위해쌤앤파커스와리디북스가공동으로주최한제2회K-스토리공모전에서‘조선판인어공주’라는독특한콘셉트와신인작가답지않은탄탄한필력으로최우수상을수상했다.독자심사위원들의압도적인호평에더불어“군더더기없는이야기”와“작가의애정이묻어나는사랑스러운캐릭터”가특징이라며심사위원의호평을받았다.작가는남자인어린과사대부규수채희를,우리에게친숙한동화《인어공주》의두주인공으로삼고,조선의바닷가에성별바꾸어안착시켰다.이들외에잔소리가많지만언제나채희의곁을지키는유모말생,채희를지키기위해못할게없는아버지태근,인간을사랑하는금기를저질러인어사회에서추방된전족장까지개성뚜렷한인물들이등장하여한편의웰메이드로맨스드라마를보는듯한소설이다.

“낯선이와함께있는채희를보고뼈저리게깨달았다.
그녀는제삶에서예측할수없는해류였고,돌풍과함께온해일이었다.”

人國在建木西,其爲人人面而魚身,無足.
저인국이건목서쪽에있는데,그들은사람얼굴에물고기몸을지녔으며,발이없다.「해내남경」_본문중에서

푸른바다를온몸에담고있는인어들.인어에게는반려외에가족이없고,종속된관계가없기에부를이름또한없다.그역시인간에게호기심이많다는것을제외하곤인어답게자유로이바다를유영하며살아왔다.그러던어느날,첫인간친구윤화를꼭빼닮은여자를만난다.그여자,채희는인어에게‘린’이라는이름을지어주었다.이후인어사냥꾼때문에위험하다는걸알지만매일뭍으로향하는린.채희가정혼자와해안가를거니는것을본후,성장기를거쳐성체가된다.자유롭던인어는이제채희가건네는따듯한말에답할수있는목소리와곁에서함께걸을수있는두다리가가지고싶어졌다.
홍문관대제학태근은슬하에아들들과막내딸채희를두고있다.어려서엄마윤화를잃은채희가마음에쓰여정승집안의외아들윤성을정혼자로맺어주지만,갇혀사는게싫은채희는집을뛰쳐나온다.유배처럼보내진바닷가의작은절은월사에서우연히인어를구해주고,이름까지지어준그녀.처음에는인간의것이아닌아름다운외양에눈길을빼앗겼지만,점차자신의속마음을들어주고고민을잊게해주는린에게마음을빼앗긴다.그래서한양으로돌아가야한다는이야기를들었을때가장먼저떠오른것은,억지로해야하는혼례에대한걱정이아닌홀로남을린의얼굴이었다.

찬란하게빛나는푸른지느러미와머리카락,바다를콕찍어놓은듯한눈,물색을닮은비늘까지.푸를청(靑)과물맑을린,두글자를나란히두자맑고푸른바다그자체인그가떠올랐다._본문중에서

《물빛푸를린》은성체가되지못한인어린과규방의규수로꽃같이자란채희가만나이뤄지는풋풋하면서도애틋한사랑이야기다.인어사냥꾼에게쫓기는린을채희가구해주는아슬아슬했던첫만남부터,단지함께하기위해지금까지의삶을모두버리기로마음먹기까지둘의여정은무엇하나순탄하지않다.바다에살지만뭍을동경하는인어린,조선에서여인으로태어났지만모험과신비를동경하는채희.두주인공모두정해진운명이있지만그것에순응하지않는길을선택했기때문이다.수백년전에쓰인동화속인어공주는용감한선택에도물거품이되고만다.그러나이이야기에는용감한이가하나가아닌둘이기에,독자들은옛동화와달리해피엔딩을기대해봄직하다.《물빛푸를린》은지금의독자들을위해새롭게재해석된동화로,우리가지녀야할용기와사랑에대한작가의따듯한시선을군더더기없이유려한문장과몰입감강한서사를통해전하고있다.

책속에서

인사하렴.이어미의오랜벗이란다.
‘벗’이라는단어에이끌려바라본곳에는바다가있었다.눈부신햇살이있었고,닿지못할온기가,손가락사이를스치는바람이있었다.
어여쁘지?
눈도떼지못하고느리게고개를끄덕였다.찬란하게부서지는빛무리는과연어여쁘다는말로는부족해보였다.
아버지께는비밀.
가늘고긴손가락이입술위에살포시내려앉았다.쉿,이어지는웃음기띤목소리에채희는누가발바닥이라도간지럽힌것처럼몸을배배꼬며함께웃었다.비밀.눈앞에있는모든것을신비롭게만들어주는단어였다._7쪽

“다들정말너무해.다른것도아니고혼인이잖아!내평생이걸린일이라고!근데왜내얘긴아무도안들어주는거야?”
“그래요.말나온김에들어나봅시다.남들은못가서안달이라는자리가대체왜싫으신데요?”
때마침두사람을마중나오던동자가점점높아지는언성에그대로멈춰섰다.먼저올라와짐을풀던지게꾼들이나행자들도어느덧이들대화에귀를기울이고있었다.
채희가선뜻대답하지못하자말생은양손까지허리에올리며그것보라는듯거만한태도를보였다.다들놀란와중에채희만이눈하나깜짝하지않고턱을치켜든채외쳤다.
“못생겼어!”
“그야사람이좀!……네?그얼굴이요?”
“응.이목구비가아주……제멋대로야.”_16-17쪽

“저,저기요.”
용기내어어깨를툭건드리자의식이없는줄만알았던아이가고개를번쩍들더니하얗고뾰족한이를드러내며카악하고위협적인소리를냈다주춤물러선채희가자신을매섭게올려다보는두눈에잠시넋을놓았다.아이의눈은바다를콕찍어발라놓은것같은푸른색이었다.뿐만아니라크고작은상처들에피와모래가뒤엉켜엉망이되었음에도순간숨이막힐만큼아름다운얼굴을하고있었다.
오래도록눈과얼굴에머물던시선이헐벗은상체를지나물고기처럼비늘로덮여있는하체에까지닿았을때,채희는자기도모르게중얼거렸다.
“인……어?”_30쪽

산해경(山海經)
이게뭐라고그여린여인이밤낮없이서책방을헤매다앓아눕기까지했는지모르겠다.그리앓고도미련을버리지못해대제학께구해달라사정했다지.대제학속이타들어가는줄도모르고또랑또랑하게제할말다했을여인의얼굴을떠올리자절로미소가지어졌다._95-96쪽

검집에서뽑힌검은더욱당황스러운모습을하고있었다.생선가시같은날이라니.태어나처음보는모습에채희의눈이휘둥그레졌다.
“저도이런건처음봤습니다.”
무심코날에손을대보려던채희가제속마음을읽은듯한말에얼른손을거두었다.
“대체이게뭡니까?”
“검입니다.”
“예?”
“뭐든이뤄주는신묘한힘이있는검.”
세상에그런검이어디있느냐비웃으려던채희가확신에찬윤성의얼굴보고는도로입을다물었다._142쪽

“네이름이야.내가전에하나지어주기로했잖아.”
그러고보니그동안어디서뭘하느라코빼기도비추지않았느냐고물어야하는데.뜨끈한뺨을손등으로식히며무심코곁을돌아본채희는어느새바짝붙어앉은인어탓에다시숨을삼킬수밖에없었다.저와같은방향에서종이를내려다보고싶은마음은이해하나등에닿는가슴하며,귓가에스치는숨결이나어깨에닿는턱따위가유난히도신경쓰였다.
인어가보기편하도록종이방향을바꾸어주는채희의손이정처없이떨렸다.인어가살짝돌아보는게느껴졌으나도저히마주볼용기가나지않아오로지종이에만시선을고정했다.
“리,린이야.린.물빛푸를린.”_182쪽

생긋웃는모습을빤히바라보던린이채희의팔을확끌어당겼다.힘주어버틸새도없이기울어진몸이매끈한상반신을덮치고바닥으로나동그라졌다.손바닥을찌르르울리는아릿한통증에입술을깨물기도잠시,질끈감았다뜬눈앞에놓인잘생긴얼굴에숨을삼켰다.얼굴만이아니었다.어느틈에이지경까지된건지채희는린위에반쯤올라탄채한손으로만간신히바닥을짚고있었다.
“이,이건네가갑자기잡아당겨서…….”
그러니놓으라고,빨리일어나고싶다며붙잡힌손목을비틀어봤지만,린은꿈쩍도하지않았다.아니,도리어벗어나려할수록더강하게끌어당길뿐이었다._213-214쪽

수정을건네주며들려주고싶은이야기가많았다.인간이청혼의의미로빗을주고받는것처럼인어들역시청혼의의미로투명하게깎아만든수정구슬을주고받는다는것,누구로인해성장기를겪었으며,성장기가무엇을뜻하는지까지.하지만그중어떤것도입에담지못했다._26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