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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제
전남여수에서태어나자랐다.여수동초등학교를졸업했다.중앙대예술대학원문학예술학과를졸업했다.1994년문화일보신춘문예중편소설《아버지의무덤》으로등단했다.지은책으로는한국이혼현상을사회심리적으로파헤친《재혼하면행복할까》가있다.
1기차2귀환정3여수역광장4귀환정철거사태5새마을동네6쌀7번영상회8여자거지9인민위원회10여순신드롬11여수인민대회12수용소13설계된악14신월동15장례식장16그림자분열17형제묘18국가와개인19여수엑스포역작가후기
“애매모호한명칭인여순사건을역사적으로조명하는학계의움직임은있지만,이를당대모순에의한지역적정서를이토록적나라하게드러낸소설은지금까지없었다.”세상에일어난비극적사건은똑같은시간,동일한기억은단하나도없다.시간은끊임없이흘러변화하며,기억은왜곡되거나아전인수식으로변형된다.따라서진실역시단하나가아니며,똑같은것도아니다.진실이라고하는것은항구성,동일성의표상이아닌것이다.진실은시간의흐름에따라무수히변주되어‘지금여기’를구성한다.지금여기를구성하는것은현실과삶이다.애초에현실이있었다.일그러진현실은사건을잉태하는토양을제공한다.사건을이야기로드러내는것을르포르타주(reportage)라고한다.줄여서‘르포’로쓴다.어떤사회현상이나사건에대한단편적인보도가아니라,보고자(reporter)가자신의식견을배경으로하여심층취재하고,대상의사이드뉴스나에피소드를포함시켜종합적인기사로완성하는것이다.르포는신문의보도기사와기록문학사이의공간을메우는역할을한다.그러나기자의르포와달리소설가의르포는독자적특색을갖는다.소설가의르포문학은독자에게훨씬큰울림을주고정서를요동치게만든다.현실을바탕으로일어난사건사실을정서적으로전달하기때문이다.그이야기공간이내가속한곳이고더구나부모형제이웃에게서일어난것이라면이는세대를달리해도그파장은오히려쓰나미현상을일으킨다.그런데문인의르포문학이진실을외면하고사실을지배자의입맛에맞추어호도한다면그유해한파장은인간정신을왜곡시키는지대한영향을끼친다.마치뇌에방사선을지속적으로쏘이게만드는것과같다.그결과는나치괴벨스의예언과들어맞는다.그유명한괴벨스의‘나에게한문장만달라.누구든범죄자로만들수있다.’이말이틀린것이아니었다.여순사건이일어나자신문은온통용감한국군이폭악무도한반란군을진압하고있다는보도를해댔다.심지어화염방사기로적의토굴을소탕하고있다는무시무시한보도를거리낌없이해댔다.여기에이승만정부는북한과연계된남한공산주의자들이여순반란사건을일으켰고,반란자들을수많은인명을살상한악마라고규정하기위해문인조사반을내려보내선전을강화시켰다.‘반란실정문인조사반’일원으로현지에파견되었던소설가박종화는반란자들이“동족의피를보고이리떼처럼날치고눈깔을빼고해골을바시고죽은자의시체위에총탄을80여방이나놓은잔인무도한식인귀적야만의행동”을서슴지않았다고고발했다.귀축(鬼畜)이라는것이다.나치의괴벨스가“나에게한문장만달라.누구든범죄자로만들수있다”고한말을그대로실행에옮겼다.또괴벨스는“선동은한문장으로가능하지만반박하려면수많은문서와증거가필요하다.그리고그것을반박할때면대중은이미선동당해있다”고했다.지금까지의세월이괴벨스의말을증명하고있다.그동안진보역사학자들에의해여순사건의왜곡된시선을바로잡기위해서수많은문서와증거들을수집하고노력해왔으나오랜시간동안반복해서심어진왜곡된진실은아직까지바로잡히지못하고있다.세월저너머를되돌아가서들여다보기에는현장감이떨어지기때문이다.소설《여수역》은이런점을복구한다.생생함을그려내고자자칫본질보다는작가의심정이앞설수있는르포문학을경계하되현장감을통해본질을들여다보는데탁월한작품이다.지금까지여순사건을물론이고여타르포문학의한계를뛰어넘는다.르포문학이아무리현실을사실그대로쓴다해도,언어의특성상현실을있던그대로다기록할수는없다.보고듣고취재한것과작가가알고있는것중에서도취사선택과정을거치면서한계에봉착하기도한다.소설《여수역》은이런한계도가볍게뛰어넘는다.뛰어난상상력덕분이다.르포문학작가에게상상력이더필요한까닭이여기에있다.소설《여수역》은옛이야기가아니다.1948년10월에일어난여순사건을바탕으로지금현재현상을말하고있다.작가는공중부양하거나초자연적힘을동원하지않아도현재개인의정신세계에침투하고있다.더구나정권유지를위한수단에의해심어진반공이념이어떻게집단무의식으로자리잡았는지작가는예리하게드러낸다.전쟁을겪은세대가손자세대를낳아도증오의기억이선혈처럼지피는우리의현실을르포소설《여수역》은인정하고있다.문중(門中)의원한은삼대가지나면소멸되거늘,재발을거듭하면서점멸하는이념충돌광경을요즘도광화문과시청앞에서목도하고있는것이현실이다.버젓이백주대낮광화문에서‘빨갱이는죽여도돼’라는섬뜩한구호를외쳐대는반공공황증세바이러스가어떻게심어졌는지소설《여수역》은정확히집어내고있다.이러한현상의근원이었던사건이남도에서있었다.제주도4.3사건과쌍둥이사건이지만,1948년에일어난여순사건은여전히실체적진실이드러나지않고은폐된채위조지폐처럼시중에유통되어왔다.일제말에서미군정하의해방공간그리고전쟁과독재정권은시민의의식을압살하고이성적사유를짓뭉갠지형을굳혀왔다.애국과반역으로공식화한갈림에서희생자는물론후손또한평생감당하기힘든사상적혐의를뒤집어쓰고살아와야했던세월이었다.애매모호한명칭인여순사건을역사적으로조명하는학계의움직임은있지만,이를당대모순에의한지역적정서를이토록적나라하게드러낸소설은지금까지없었다.르포소설《여수역》은작가의발걸음으로사실을밟아나가면서탁월한식견과통찰력으로현재대한민국이중주소를정치,심리,경제,국제관계등어느것하나소홀한면없이촘촘히드러냈다.르포문학이다소경직되고딱딱하다는선입감은작가의탁월하고치밀한전개방식으로인해여지없이무너진다.소설에서나오는사실하나하나가지니는중요성은지금의대한민국을형성하는데기초설계도구성요소였기때문이다.지금의구체적형상을,밑바탕부터전체적인상황을작가는예리하게포착한다.그러면서여유있게문학적예술성으로승화시켜나간다.생생한사실을기록적으로기술해가는르포소설을뛰어넘어픽션이주는상상적재미와논픽션이뒷받침하는생생함은살아움직이는생물체같다.여기에사실성과현실성을조합하여이야기를전달하는작가의탁월한글솜씨는독자로하여금빨려들게만든다.역사는재단하고문학은치유한다.죽은자를위령하는것이문학이다.소설《여수역》은죽은자뿐만아니라살아서사상적꼬리표를달고살아내어야했던현재후손의상처를치유한다.치유는화해를전제로한다.화해상생의그떨리는문을여는소설이《여수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