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 밖은 위험해 (김이환 소설집)

이불 밖은 위험해 (김이환 소설집)

$14.80
Description
한국 SF/판타지 문학의 어린왕자, 김이환의 고요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들,
김이환의 우주에선 “모든 것이 아름답고 아무도 상처받지 않았다”
김이환 작가 데뷔 이후 17년 만의 첫 소설집 『이불 밖은 위험해』. 김이환의 소설은 고요하고 아름답다. 이불과 문이 자신에게 말을 걸어도 조용히 정신병원으로 스스로 걸어가고(〈이불 밖은 위험해〉), 자신을 구해준 초인이 찾아와도 그저 조용히 멀리서 “만나서 반갑습니다” 하고 만다(〈#초인은 지금〉). 아무리 조용히 말해도, 초인이 들어줄 것을 알기 때문이다. 독자가 들어줄 것을 믿기 때문이다. 곧 우주가 생명을 다한다는 데도, “종말이 오더라도 일단 깨진 유리는 치워야겠다”고 말한다(〈모든 것의 이론〉). 깨진 유리는 아름답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누군가 다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재미없으면 ‘죽는다’는 위험에 처해도, 소설 속 소설가는 또 그저 조용히 이야기를 짓는다(〈스파게티 소설〉).

물론 센 이야기도 있다. 김이환에게 젊은작가상을 안긴, 인체 개조를 거듭하다 결국 액체가 되기도 하고(〈너의 변신〉), SM 플레이어들의 ‘본디지’와 ‘더티 플레이’까지 등장한다. 그러면서도 작가는 계속 걱정한다. 심지어 이야기에 괄호까지 쳐가며, 시끄럽지 않게, 누구도 이야기를 듣고 다치지 않게, 배려한다. 도대체 이 고요한 아름다움은 어디에서 왔을까, 이야기를 읽는 내내 궁금했던 독자는 저자의 프로필을 보고 그저 조용히 웃게 될지도 모른다. 레이 브래드버리를 읽고 작가가 되고 싶어 했다고. 그렇게 레이 브래드버리를 꿈꾸던 소년은 일상의 불안과 공포 속에서도 조용히, 팬데믹이 세계를 강타하는 와중에도 조용히, “이불 밖은 위험하니까 나가지 마”라고 우리를 걱정하고 보듬어주는 소설가가 되었다.
김이환 작가의 등장인물들은 이 먹구름이 익숙한 듯하다. 일상을 덮는 어두운 변화에 대한 암시 속에서 모든 이들은 암묵적으로 이 상황을 당연한 것이라 받아들인다. 그의 작품 속 등장인물들은 조만간 닥치거나 수면 밑에서 진행되거나 어느새 마무리된 재앙에 대해서 어떠한 호들갑도 떨지 않고, 그저 묵묵히 다음을 대비하거나 기다리기만 할 뿐이다. 때때로 강렬하고 자극적인, 폭풍우가 몰아치는 순간이 닥치더라도 차분함을 잃지 않고 이에 인내한다.
저자

김이환

레이브래드버리의《화성연대기》를읽고감명을받아작가가되고싶다고생각,단편소설을써서인터넷에발표하며작가활동을시작했다.《초인은지금》《디저트월드》《절망의구》《양말줍는소년》등열네편의장편소설과《팬데믹:여섯개의세계》《스프미스터리》《오늘의SF#1》《파인다이닝》등열여섯편의공동단편집을2004년부터지금까지출간했다.
2009년멀티문학상,2011년젊은작가상우수상,2017년SF어워드장편소설우수상을수상했다.단편〈너의변신〉이프랑스에서출간되었으며,잡지〈Koreana〉를통해9개국어로번역되었다.장편소설《절망의구》는일본에서만화로출간되었고,현재국내에서드라마제작이확정되어개발중이다.평소좋아하는판타지,SF,동화,추리,미스터리,문단문학등의다양한장르를넘나들거나재조합해서소설을쓰고있다.독립영화를좋아하여〈씨네21〉〈계간독립영화〉등다양한지면에독립영화리뷰를싣기도했다.

목차

01_이불밖은위험해_7
02_시리와함께한화요일_15
03_바나나껍질_49
04_#초인은지금_63
05_운좋은사나이_105
06_섹스없는포르노_113
07_마도서_143
08_모든것의이론_157
09_스파게티소설_179
10_너의변신_229
11_천국에도초콜릿이있을까_271
12_투명고양이는짱이었다_303

작가의말_315

출판사 서평

제1회멀티문학상,제2회젊은작가상우수상,
제4회SF어워드장편소설우수상수상작가!
데뷔이후17년간장르의우주를여행하며보석처럼단련해온12편의이야기!

“레이브래드버리를꿈꾼소년,한국SF/판타지문학의보석이되다”
김이환작가데뷔이후17년만의첫소설집!

“이게뭐야,다자기자랑이잖아.”
“내가짱인데어떻게자랑을안해.”
-김이환,〈투명고양이는짱이었다〉

먹먹하게아름다운

먹구름과김이환

누군가가김이환작가를먹구름에빗댄이야기를들은적이있다.어떤이가처음으로빗댄것인지는모르겠으나,애정과존경을담은분석임은분명하다.먹구름이라니.김이환작가와그의작품들을그만큼이나잘설명하는이미지가또어디있을까?
김이환작가의작품들은대부분일상에무언가가침범해들어오는것으로시작된다.이런도입은여타작가들의작품속에서도그렇게찾기어려운형식은아니다.하지만그일상에대한침범이후에일어나는사건들에있어서는,김이환작가의작품에는그만의특색이담겨있다.일상에대한침범이안정되었던삶에어딘가불안한기색을더하면서일상자체는그대로이어지도록이끄는것이다.
〈이불밖은위험해〉는이불이시작으로,온갖사물들이주인공에게말을걸면서시작한다.그는정신병원에입원해치료를받는다.하지만사물들은각각대화가잘통하거나그렇지않거나하는정도의차이가있을뿐,그를위협하거나궁지로몰지않는다.도리어그를위로하고응원하며감정을공유하는,친근한이웃이될뿐이다.
〈투명고양이는짱이었다〉도마찬가지다.눈에보이지않는생명체가몰래집에들어와서음식을훔쳐먹고물건을떨어트린다.호러영화의도입으로도손색이없는이런소재조차김이환작가의손을거치면투명한고양이와의동거와이별이라는잔잔하고부드러운이야기가된다.
다른작품들도크게다르지않다.일상에무언가가침범하며어그러짐이생겨난다.그리고클라이막스에서조차결정적인사건은일어나지않으며,일어나는경우에도여전히더한일이일어날수있다는여지가남는다.모든것이눈에보이지만전부설명되지는않는다.하지만그럼에도아름답다.마치먹구름이끼기시작한하늘처럼말이다.

먹구름이주는불길함과해방감

먹구름은폭풍우의전조일때도있고그자체로의현상일때도있다.가끔은비가그치고남은잔재이기도하다.먹구름은어두운미래나현실속에감춰진불안에대한암시이기도하지만이는반드시재앙으로연결되지는않는다.
아니,오히려먹구름이깔렸을때,심장의두근거림은불쾌하기만한무엇으로만해석되지않는다.무거운기압속에물기를품은공기가주는상쾌함이있지않던가?압도적인상황이주는무력감에서만가능한안도가있지않던가?김이환작가의작품들이그러하다.
이단편집의많은작품들이대화를중심으로진행이되는것또한마찬가지의이유에서일터이다.이단편집에서중심이되는사건들은대부분긴박하게터져나오는방식이아닌회고나예고의형식으로서술된다.그리고사건이강렬하게진행되려는순간조차등장인물의입과입을통해서부드럽게포용한다.
〈마도서〉는교통사고로의식을잃고꿈속을헤매는환자가주인공이다.판타지세계를닮은그의꿈속에는계속해서그가꿈을꾸고있으며현실로돌아와야한다는메시지가전달되지만그는여러이유에서이를인식하지못한다.잔혹한현실에대한징후가주인공을둘러싸지만그의꿈은그이상으로아늑하다.비극은적나라하게제시되지않고암시와요약으로만전달될뿐이다.
〈마도서〉가현재진행형의재앙을감추고또드러내는이야기인반면,〈#초인은지금〉과〈운좋은사나이〉는과거를회상하는동시에이회상의결론이어떻게나올지를가늠하고짐작하도록이끄는이야기다.〈#초인은지금〉은슈퍼히어로인초인이서울에등장하며생긴변화를인물간의대화를통해독자에게전달하고〈운좋은사나이〉는잠시여행으로마을에서떠났던사람에게이웃들이그간있었던일을설명하는식으로이야기가진행된다.이작품들에서또한주인공의인생을뒤흔드는결정적인사건이나오지만이는독자들에게실시간으로전달되지않는다.그리고그렇기에도리어더생생하고짙은인상을남긴다.
위의작품들은모두음울한사건을전후로진행되지만이는결코잔혹하게다가오지않는다.〈마도서〉의주인공은그의꿈속에서자신만의자리를찾아나간다.〈#초인은지금〉은초인과그를지지하는이들사이의드라마가함께한다.〈운좋은사나이〉는마을에서홀로복권에당첨되지못한남자에대한이야기인동시에,홀로운이나빴던사람을주변이들이모두위로하는이야기이기도하다.불행에대한암시는그렇게위로로도이어지는것이다.

먹구름속사람들

김이환작가의등장인물들은이먹구름이익숙한듯하다.일상을덮는어두운변화에대한암시속에서모든이들은암묵적으로이상황을당연한것이라받아들인다.그의작품속등장인물들은조만간닥치거나수면밑에서진행되거나어느새마무리된재앙에대해서어떠한호들갑도떨지않고,그저묵묵히다음을대비하거나기다리기만할뿐이다.때때로강렬하고자극적인,폭풍우가몰아치는순간이닥치더라도차분함을잃지않고이에인내한다.
〈모든것의이론〉은우주의수명과특이점그리고이를중심으로구성되는세상의시스템에대한단편이다.이작품은우주가감추고있는진리에대해이야기를하지만여기에는일말의흥분도존재하지않는다.오히려담담하고침착하게하나의가능성에대해,이것이얼마나아름다울지에대해서술할뿐이다.
〈스파게티소설〉은김이환작가의장편《행운을빕니다》와《디저트월드》와연결되는내용으로,기묘한식사모임에초대된주인공이자신의목숨을걸고이야기를자아내야한다는이야기이다.이단편의등장인물들은하나같이기괴하며위협적이기짝이없지만,그들이대화를나누고관계를맺는방식은격식있고담백하다.
김이환작가의세계는,그가품은먹구름밑의세상은언제나이렇게고요하고차분하다.하지만이는무기력함이나따분함과는거리가멀다.그보다는인식하지못할정도로커다랗고주변의잡음마저지워버릴만큼거센흐름속이기에가능한정적이라할수있겠다.이런고요함은김이환작가이기에가능한숭고의경험이다.흐릿하지만분명하고보이지않더라도아름답다.김이환작가의작품은항상그렇다.

-홍지운,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