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서
총구가이마에닿았다.
“죽고싶어?”
“그냥쏘십시오.”
“뭐?”
“이대로계속주인님을방치해도결국전죽습니다.
얼마안가소리소문도없이사라지겠죠.
이리죽고저리죽을바에야주인님의총을맞고죽는영광으로하겠습니다.
자,얼른쏘고끝내세요.”
“……미쳤나?”
“안쏘시나요?그럼시트갈겠습니다.”
그대로시트를당기자그가기겁하며시트를움켜쥐었다.
잠시뺏으려는힘과버티려는힘이충돌했다.
그러나상대는피죽도못먹은환자다.
난코웃음을치며온힘을다해시트를끌어당겼다.
“진짜미쳤군!”
시트를뺏기고소리치는빈센트를뒤로한채새시트를가져왔다.
“당장나가!”
“네,할일을끝내면나가겠습니다.
제가빨리끝내고나갈수있게좀일어나주시겠어요?”
시력을잃고성질더러워진주인님과산전수전다겪은시녀님의이야기
__1권중에서
“……처음뵙겠습니다.앤이라고합니다.”
목소리가떨리지않도록최대한천천히또박또박말했다.
정수리에닿는시선이따끔했다.하지만되돌아오는말은없었다.
난쓰게웃으며차분히그가인사를받아주길기다렸다.
“처음은아니지.”
순간,심장이쿵내려앉았다.
살짝내리깔았던눈을주춤거리며들어올리자,날주시하는에메랄드빛눈동자가보였다.
나는몇번이나입을달싹이다가결국다물었다.
무슨소리냐고묻고싶은데,물을수가없었다.
알아본거야?날알아봤어?
탁한빛이사라져선명한이채를띠는에메랄드빛눈동자가날찬찬히훑어내렸다.
얼굴을숙이고있었지만,앞을가리던답답한앞머리가사라져
못난얼굴을그에게보였을지도모른다.
그걸깨닫고는도망치고싶은충동을억눌러야했다.
하지만피하고싶지않아.정말날알아봐주는거라면…….
시력을되찾은주인님과정체를숨기려하는시녀님의재회이야기
__2권중에서
그의손이내입가를더듬자참지못하고눈동자를살짝들어올렸다.
그러나예상외로빈센트는눈을감고있었다.
마치5년전아무것도볼수없었던때처럼,손에닿는감촉만을좇아기억하려는듯.
“이런느낌이었구나.이런느낌이었어.이렇게…….”
살짝벌어진입술을더듬다가턱으로내려온손이내목을감쌌다.
그러더니목덜미근처에서흔들리는머리카락을살짝움켜쥔다.
“만나면바로알아챌거라생각했어.
눈으로널본건아니지만,기억은점차흐릿해져가지만,
내손끝에너에대한감각을새겨두었으니까.
하지만생각해보면,정작네얼굴은별로만져보지못했던거같아.”
조심스럽고다정한손짓.손끝에닿는게진짜인지확인하듯덧그린다.
“이제널알아볼수있어.”
고개를들어올리자그와시선이부딪쳤다.
에메랄드빛눈동자속에혼란스러워하는내가보인다.
“가지마.내곁에있어줘.”
서로를마주보게된주인님과시녀님의사랑을알아가는이야기
__3권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