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를 모르는 잠수함 (김학중 시집)

포기를 모르는 잠수함 (김학중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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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우린 친구니까, 도와주는 게 당연한 거야!”
아픈 서로가 서로를 다독이며 성장하는 애틋한 연대
‘창비청소년시선’의 스물아홉 번째 권으로 김학중 시인의 『포기를 모르는 잠수함』이 출간되었다. 2009년 〈문학사상〉을 통해 등단한 이래, 2017년 박인환 문학상을 수상하고 시집 ?창세?를 펴낸 김학중 시인의 첫 청소년시집이다. 시인의 청소년 시절을 짐작케 하는 사건들이 가족과 친구들 간의 에피소드를 통해 서술되어 있다. 어려움을 묵묵히 받아들이되, 부당함에 또렷하게 저항하는 인물들의 모습이 ‘흙 아래로 무성히 뿌리내리는 생명력을 지녔다’는 평을 들은 시인 특유의 문체로 쓰였다. 박소란 시인의 해설과 함께 읽으면 더욱 선명하게 즐길 수 있는 이 시집은 ‘ 서울문화재단 잠실창작스튜디오의 장애인 예술 창작 활성화 지원 사업 선정작이다.
저자

김학중

1977년서울에서태어났다.선천적저시력장애인이다.저시력장애인이란말이낯선시기에청소년기를보냈다.장애인이면장애인들이하는일을하며살라는말을많이들었다.그말이몹시아프게들렸다.장애인이라는이유로미래가제한된삶을살고싶지않았다.그저한인간으로서나자신의삶을오롯이살고싶었다.그래서지금까지스스로삶을개척하며살아가고있다.
2009년『문학사상』을통해시인으로등단했다.2017년첫시집『창세』를냈고같은해제18회박인환문학상을받았다.현재경희대와안양예고에출강하고있다.

목차

제1부특별한케이스
입학식/무한반복/마니또게임/선생님,꼭안과에가보세요/인사의나라/특별한케이스/생일아침/자유낙하/갈데가없다니요/내꿈은우주인/누나들의질문/색약/아픈사람그만속여먹어요/재능이있어/나머지는하늘의일이다/로스트템플38

제2부나의하이드씨의경우
그여름처음만난/버스를잘못탄날1/왜너는도움을받으려고하지않니/응급상황/고마워요빙하기를건너와주어서/나의하이드씨의경우/저녁뉴스/그런걸어디서공부하니/만지지마세요/버스를잘못탄날2/너는아무잘못없어/친구잖아/친구를왜차별하니/소박한소원

제3부녹음도서
권투글러브/무서운질문/모기양식/수학여행/녹음도서1/녹음도서2/녹음도서3/소리를맞추다/마지막만찬/안봐도비디오/엄마가태어난날/우리는좀더형제가되어있었다/그해명절/분석력과센스/포기를모르는잠수함

제4부내리막우리집
신학기진학상담/용기는어디서나오는걸까/강냉이교실/교과서를믿어보기로했다/언어영역의비법/최고의노트/커닝이라니/엄마가해고되었다/병원에서/퇴원하는날/대입면접/먼/담임이전화했다/진짜가족/선생과제자/내리막우리집

발문
시인의말

출판사 서평

김학중시인의첫청소년시집『포기를모르는잠수함』출간
?포기를모르는잠수함?에는사회의약한쪽에속해있기에겪는억울한일에맞서는청소년화자와친구들의모습이그려져있다.이시집에등장하는청소년들은사회적편견과폭력에노출되기일쑤다.하지만‘나’를비롯한친구들은서로의지하며상황에정면으로맞서는쪽을택한다.눈이불편한친구를위해수업을녹음해주고,추행을당하는친구를위해가해자에게그러지말라고소리쳐준다.
그중시인을연상케하는‘나’는공부나운동을뛰어나게잘하는것도,그렇다고다른별난특기가있는것도아니다.그러나조금만자세히들여다보면그가얼마나특별함으로가득한아이인지알게된다.PC방에서지는게임을하는중에도“꺼지지않는희미한빛을”(「로스트템플」)보는아이,알은체하지않았다고머리를때리는선배에게“최대한정중하게시각장애에대해이야기”(「인사의나라」)하며선배를계면쩍게만드는아이,뚝심있게일어나자신이맞닥뜨린편견과장애에차분하게맞설줄아는특별함으로가득한아이가바로‘나’인것이다.‘나’는어떤상황에서도쫄지않고불의에물러서는법이없이더끈질기게희망을노래하며자신만의특별함으로세상을살아간다.
?포기를모르는잠수함?이라는시집의제목은수록작「잠수함우리집의항해일지」에서따왔다.차가운심해에가라앉아유영하는잠수함.그저서로의생존을확인하는것이곧인사인고요한심연의바다처럼,차갑게느껴지는세상에서하루하루잘살아나가고있다고,‘나’와친구들,그리고‘나’의가족은끈질기게희망을놓지않고있다고조용히음파를내보낸다.

포기를모르는아이의끈질긴희망가
‘나’는곤란한상황에처한친구들에게먼저손을내밀며우정을쌓아간다.아마이씩씩하고야무진친구가가장자주하는말은“도와줄게,우린친구잖아”일것이다.자신의어려움을극복하기도급급해보이지만‘나’는예의그특별함으로친구들의어려움을함께도우며그들과친구가되어간다.
친구가던진우산에맞았으면서도,화를내거나얼굴을찌푸리는대신바닥에떨어진우산을주워건네며연서와친구가되기도하고,뇌전증발작을일으킨진솔이가“몸을떠는동안/보이고싶지않을모습을가려주려고”담요를빌려진솔이의몸을덮어주는가하면(「응급상황」),등교대신땡땡이를택한소미에게“어디재밌는데가려면나도데려가라”고넉살을떨기도한다.“나애자까지챙길힘없다.그냥가라”는소미의매서운응대에도서운한내색한번없이“그래?그럼나따라와.(…)우리봄날의호수공원에가지않을래?”손을내민다(「버스를잘못탄날2」).권투글러브를들이밀며결투를신청한석이와는싸우기는커녕금세친해진다.놀랍게도“결투를위한선물”을우정의선물로받아안는다(「권투글러브」).그러고는급기야자신의가장오랜아픔인시각장애마저기꺼이친구로삼아버린다.

일층에서반층내려가후문으로가는문
그아래계단이반개
하나같지않은얕은계단이라
반개

나는중심을잃고휘청한다
고개를낮추고인사를나눈다

이제괜찮다두려울것이없다
오늘은이렇게낯설어도
계단수를외우면
건물은친구가된다.
-「입학식」부분(10~쪽)

이런깊은마음은전염성이강한가보다.어느새‘나’를둘러싼친구들역시아픈서로가서로를다독인다.진솔이의뇌전증을좋지못하게이야기하는친구들에게앙칼지게따지는소미(「친구를왜차별하니」)와하굣길만원버스에서추행을당하는소미를대신해‘그러지마세요!’라고나서는진솔이까지(「만지지마세요」)이들은점차친구의아픔을그냥지나치지못하는‘나’의특별함에물들어간다.그리고이들모두자신에게특별함을심어준‘나’를위해수업내용을녹음해선물하기에이르는것이다.
이토록애틋한연대.오래간직되었으면하는이들의연대는학창시절이끝나고각자의집안사정에따라뿔뿔이흩어지게되면서느슨해진다.이들모두앞으로는서로가서로를끈끈히지켜주기어렵다는것을,그리고지금까지해온것보다더녹록치않은삶이자신들을기다리고있다는것을이미체감하고있는듯하다.하지만하나의동그라미였던피자를나누어먹으며“우리가하나였다는거/친구였다는거/잊지말자”(「마지막만찬」)는진솔이를보건대,함께했던기억이서로를지켜줄거라는것도이들은틀림없이알고있을것이다.

우리가하나였다는거
친구였다는거
잊지말자
나너희랑친구여서정말행복했어
우리는모두울컥했다

서로떨어진곳에서
힘든일을겪더라도
우리의기억이서로를지켜줄거라는말건네며

우리는피자한판을나누어먹었고
진솔이는치료식을꺼내먹었다
먹는모습이함께달라서즐거웠다.

그해겨울바람은매섭고차가웠지만
마지막만찬을마치고헤어지며나눈포옹은
따듯하고포근했다.
-「마지막만찬」부분(88~90쪽)

‘나’도물론앞으로만날사회의민낯이냉혹할것이라는것쯤은이미짐작하고있다.어릴적눈이좋지않은자신과동생을고아원에보내려다집을나간아버지,그런가정을꿋꿋이지켜온어머니.이가족은희망을놓치지않음으로써생존하는법을터득한다.‘나’는구내식당에서일하던엄마가“피를토하고앰뷸런스에실려”입원하자어머니를병문안온“엄마가다니던회사의버스운전기사아저씨”의얼굴에서(「병원에서」),도와주고싶지만능력이없어핀잔어린걱정을하는외삼촌의목소리에서,교과서위주로공부했다던수능만점자들의현실감없는인터뷰에서‘나’는실낱같은희망을기어코찾아내망망대해같은이세상을살아갈삶에대한의지를다시금세우고는하루하루세상을향한생존신고(「잠수함우리집의항해일지」)를멈추지않는다.…

학중이강조하는희망에는묘한설득력이있다.(…)“희망은그렇게비웃음을받는것들에서비롯”된다는깨달음.어쩌면속으로수차되뇌었을오랜주문.“지금까지살아가며하루하루쌓아온시간이/나를지탱해주고있었다.//내가살아낸희망은불구가아니었으므로”(「대입면접」).희망은불구가아니었으므로,희망은불구가아니었으므로…….
이제남은건오늘에서내일로걸음을내딛는학중을응원하는일이다.“포기를모르는”그를.그와같은친구와함께라면약하고소심한내게도여기“차가운무한의바다”는견딜만한곳이된다.“현재위치.하루.하루”최선을다해살아보게된다.
-「해설:좋은친구를사귀었다고」(박소란)중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