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는 소설 : 재난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기억하는 소설 : 재난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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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사람은 간사한 동물이라 잊어버린다고. 봐라, 또 무너진다.”
너무나 쉽게, 너무도 빨리 잊는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이야기들
불가항력의 자연재해부터 인간이 만들어 낸 사회적 재난까지, 재난을 주제로 한 소설 8편을 엮어 만든 『기억하는 소설: 재난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가 출간되었다. 허리케인 강타, 구제역 유행, 삼풍 백화점 붕괴, 세월호 침몰, 산업 재해, 오염 물질 확산, 기후 변화, 운석 충돌 등의 이야기를 통해 재난을 들여다보고 우리 사회를 돌아본다.
이 책은 우리 시대의 작가 강영숙, 김숨, 임성순, 최은영, 조해진, 강화길, 박민규, 최진영이 그려 낸 여덟 가지 재난의 순간을 보여 주며 재난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기억과 공감의 가치를 일깨워 준다. 또, 재난의 참상을 직시하고 기억하여 그 일이 ‘나의 재난’임을 인식하고 나아가 ‘우리 모두의 문제’임을 받아들여 함께 재난을 극복하고 이후의 삶을 고민할 수 있도록 한다.
이 책은 창비교육에서 출간하고 있는 테마 소설 시리즈의 세 번째 책으로, 노동을 주제로 한 『땀 흘리는 소설』과 사랑을 주제로 한 『가슴 뛰는 소설』의 후속이다. 재난으로 인한 아픔을 기억하고 그 슬픔에 공감하는 것이 재난 극복의 첫걸음이라는 것을 아는 이들에게, 오늘보다 더 안전하고 행복한 내일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스스로를 비춰 볼 수 있는 거울 같은 책이 될 것이다.

저자

강영숙,김숨,최은영,임성순,조해진,강화길,박민규,최진영

1998년서울신문신춘문예를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흔들리다』『날마다축제』『빨강속의검정에대하여』『아령하는밤』『회색문헌』『두고온것』등이있고,장편소설로『리나』『라이팅클럽』『슬프고유쾌한텔레토비소녀』『부림지구벙커X』등이있다.특히대표작『리나』는가상공간을배경으로16세소녀의8년에걸친국경넘기과정을그린소설로,중국국경지대를유랑하는탈북자들...

목차

머리말

강영숙재해지역투어버스
김숨구덩이
임성순몰:mall:沒
최은영미카엘라
조해진하나의숨
강화길방
박민규슬(膝)
최진영어느날(feat.돌멩이)

엮은이의말

출판사 서평

재난조차평등하지않다
난리통에유독더고통받는사람들
감염병이유행하는시기를지나오며불평등이다시사회의화두로떠올랐다.한편에서는코로나19로인해여행이어려워지자고급차매장과명품매장의매출이크게늘었다는기사가나오지만또한편에서는코로나19로다양한직군의실업률과자영업자의폐업률이높아진다는보도가나온다.유난히가혹하게재난을통과하는이들이존재하는것이다.
『기억하는소설』속인물들도마찬가지이다.박민규의「슬(膝)」은갑작스러운기후변화시기,무리로부터떨어진가족의생존기를그리고있다.아픈아내를두고갈수없어무리와함께이동하지않겠다는주인공을향해무리의대장은“너는죽는다”(210쪽)고짧게말한다.
강영숙의작품인「재해지역투어버스」는허리케인을피하고싶어도도망칠수단이없어큰피해를입은사람들의이야기를다룬다.“너무가난해자동차가없는사람들은대피할수가없었거든요.그게다자동차때문이었다면믿으시겠습니까.이나라에자동차가없는사람들이있다는걸상상해보셨습니까.”(18쪽)이들은부족한구호품을놓고충돌하다군대와대립하고,진압된다.자연재해가사회적재난으로확장되는순간의감정은이렇게표현된다.“흑인들은모두가난했어요.대피도못할정도로가난했죠.오랫동안억눌려온분노가허리케인보다더강렬하게폭발했어요.심지어허리케인조차도,자연재해조차도우리흑인들에게이토록가혹한가.”(31~32쪽)
강화길의작품인「방」은돈을벌기위해오염된지역으로떠나는이들의이야기를다룬다.“정부가제시한금액은내가한달동안버는돈의다섯배였다.주거지가피해지역에서멀어안전하다고했다.……글을읽고있는내게수연이사진한장을내밀었다.목표액을다모으면우리가살게될방이라고했다.……지금의저축으로는생각도못할,큰창이여러개있는전셋집이었다.”(178쪽)위험한줄알면서도“우린괜찮아.”(177쪽)라고말하며정체불명의오염물질로가득찬도시로향하는마음은결코가볍지않았을것이다.평등하지않은재난상황에서어쩔수없는위험한선택을하는인물들을따라가다보면,2021년현재우리사회가들여다봐야할곳이어디인지알수있을것이다.

꿈쩍도않는세상을바꾸는변화의첫걸음,‘기억’과‘공감’
『기억하는소설』은독자들이‘기억’과‘공감’을재난극복의시작점으로받아들일수있도록구성하였다.참상을직시하고기억하여그일이‘나의재난’임을인식하고나아가‘우리모두의문제’임을나타내려하였다.그기억과공감을통해함께재난을극복하고이후의삶을고민할수있도록하였다.
기억과공감이중요하다는것을알면서도막상재난에직면하게되면흔히들‘요즘그런일이어디있겠느냐.’라고악의없이말한다.조해진의작품「하나의숨」에서는“하긴,요즘이야공장에서다칠일이어디있겠어.보호장비다있지,누가때리길해,쓰러질때까지일을시키길해.우리때랑은다르지,완전히다를거예요,그죠?”(156쪽)라는말로막연히재난을옛날일,혹은남의일로여기는평범한우리의속내를들춘다.재난과자신을분리하며나와는상관없는일이라고말하는경우도있다.“내가하는일이아니야.나는구덩이만팔뿐이라구.”(65쪽)하고외치는김숨의작품「구덩이」속‘중근’이그전형을보여준다.
그러나재난은외면한다고없던일이되지않는다.임성순의작품「몰:mall:沒」에서실종자를찾던인부는“사람은간사한동물이라잊어버린다고.봐라,또무너진다.분명히또무너진다고.”(104쪽)라고중얼거리며망각의위험성을경고한다.“망각했으므로세월이가도무엇하나구하지못했구나.”(104쪽)라는말은잊지않는것,기억하는것이재난대처의첫걸음임을직접적으로보여준다.
기억은공감으로확장된다.무너진건물잔해에서실종자의손을발견한‘나’는“나같은,누이같은,어쩌면누이였을지도모를한사람의손이구해달라며내손을꽉움켜잡고있었다.”(100쪽)라고말하며전혀모르는타인에게자신과누이의모습을투영한다.최은영의작품「미카엘라」에서는딸과엇갈린‘여자’가자신과세월호유가족을동일시하며“그이들이걸어가야할길이너무멀고힘들지않기를”(138쪽)소망한다.
재난앞에서인간은작은존재이지만서로의슬픔을기억하고아픔에공감한다.최진영의작품인「어느날(feat.돌멩이)」에서는“우리가아무리미세먼지같은그런존재라고해도나는우리가사라지는게아쉽고슬프다.”(247~248쪽)라는말로운석이날아오는와중에도숨길수없는나와타인에대한연민을보여준다.결국우리가재난을기억하고그아픔에공감하는것은재난을겪는것도극복하는것도너같고,나같은‘그냥사람’의몫이기때문일것이다.이처럼『기억하는소설』은‘재난의당사자성’을바탕으로재난의시대를살아가는우리에게필요한가치를일깨워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