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버스데이 우리 동네 (신지영 시집)

해피 버스데이 우리 동네 (신지영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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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다르지만 같은
동글게 동글게 뭉치는 마음”
집과 집 사이를 연결하는 동네라는 시
시, 소설, 평론, 공연 기획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멀티 작가’로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신지영 시인의 청소년시집 「해피 버스데이 우리 동네」가 출간되었다. 시인은 이 시집을 통해 가난, 재개발, 따돌림, 학교 폭력과 가정 폭력, 결손 가정과 다문화 가정 등 사회 전반의 문제들을 현실감 있게 다루면서 오늘을 살아가는 청소년들의 모습을 차분히 들여다보았다. 시집을 읽다 보면 청소년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의 쓸쓸한 풍경이 마음속에 들어앉아 뭉클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이 시집을 읽는 청소년들은 따뜻한 감성과 섬세한 묘사로 소외된 존재들의 여린 마음을 살피는 시인의 진솔한 목소리에 동감하면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세상을 헤쳐 나가는 용기를 얻게 될 것이다. 「해피 버스데이 우리 동네」는 「넌 아직도 몰라도 돼」(북멘토, 2012) 이후 9년 만에 펴내는 신지영 시인의 두 번째 청소년시집이자 ‘창비청소년시선’의 서른여덟 번째 권이다.
저자

신지영

2007년「아동문학평론」신인문학상을수상하고이어2008년「강원일보」신춘문예에동시가당선되어등단하였다.푸른문학상새로운작가상,푸른문학상새로운평론가상을수상했고,창비‘좋은어린이책’기획부문에당선되었다.동시집『지구영웅페트병의달인』,청소년시집『넌아직몰라도돼』등을펴냈다.

목차

해피버스데이우리동네
제1부발견하고보니나였어
무쓸모
나부랭이
그릇
다맞는말
그개에대하여
사춘기
밥과똥
바늘구멍속의세상
닮다
35도의아침
거리
어쩌면꽃은

제2부누구나엄마가있지
감상적
안방대신
동화
얼룩
젖소에게미안해
엄마는커서
어려운질문
고장난엄마
이사
쌍기역

제3부우리라는다정함
어르신집
수포삼대
할매냉면
유자차
비둘기부부
유배지
원룸
첫번째입니다1
첫번째입니다2
같은길
발견
등대

제4부괜찮다!아직
나무네동네
송충이
비만놀이터
기다리는아이
깜장비닐봉다리
시장
버릇

카산드라콤플렉스
튼살
비대면수업
돌멩이
먼치킨은없다

발문
시인의말

출판사 서평

우리가우리에게선물인동네

시집의주요무대는서울변두리동네다.서울의맨가장자리,금천구의낡고오래된동네의허름한골목길을거닐면서시인은“눈에들어오는이야기”를자분자분들려준다.“집을잇는골목,빈놀이터,허름한시장,이름없는풀까지도”품어안는이동네안에서“아이들이자라고어른들은삶의깊이를더해”(시인의말)간다.하지만삶은고단하기이를데없다.“할머니할아버지들은/폐지가득한밤”을줍고,“아저씨아줌마들은/시퍼런새벽돈벌러”나간다.그럼에도“우리동네는사람을먹여살리지못하”지만“배춧잎처럼푸르게웃는”넉넉한마음과“우리가우리에게선물”(「해피버스데이우리동네」)이라는믿음이있기에서로에게따뜻한위로의불빛이되어준다.“인사한번안한사이”이지만“괜히친해지는기분”(「같은길」)이들고,“핏줄처럼얽힌골목길따라흐르던이야기”(「첫번째입니다2」)를나누며함께살아가는것만으로도정겹다.

우리동네는사람을먹여살리지못하죠
달콤한케이크의중심부를먹어보지못했어요
그런데신기한건모두충치가있다는거예요
썩어서동그랗게구멍뚫린삶
누구는시간을갉아먹은흔적이라고도했죠
왜이거리사람들은치과도가지못하는걸까요
그러면서뭐가좋다고배춧잎처럼푸르게웃는지

오늘은3월1일
해피버스데이우리동네
내생일하고똑같아잊을수없죠
초가꽂힌케이크같은건없지만
우리가우리에게선물인건믿어요
아무도축하해주지않는추운봄날이에요
-「해피버스데이우리동네」부분(8~9쪽)

가난은‘감상적’인것이아니야

그런데“여기서더밀려날것도없”(「이사」)는가난은왜끊임없이이어지는것일까.“원룸에서살던남자”와“원룸에서살던여자”가만나같이살면서하루에열두시간씩일을했지만“투룸으로가지못”하고“행복도말라붙”어각자혼자가되고,두사람사이에서태어난‘나’역시“원룸에혼자”(「원룸」)남는다.가난의굴레를벗어나지못하고결국가족이해체되기까지하는이참혹한현실을시인은목소리를높여비판하기보다는청소년의눈을빌려가난이대물림되는빈곤의악순환을냉철히바라본다.그렇지만“밑빠진독같은”(「할매냉면」)삶이버거울지라도아이들은가난에주눅들지않는다.“찢어지게가아니라/찢어질것도없이가난한”현실을슬퍼하거나절망하지않고“그저몸과마음에담아두기로”(「감상적」)하면서“지하에서/옥탑으로”옮겨가도“아직은괜찮다”(「이사」)고말하는의젓함과긍정의마음을다독인다.

엄마는손톱을깎을필요가없었어
손톱이닳게일해야했거든
이라고썼더니너무감상적이라고쓰지말란다

갈라진시멘트틈으로
가난처럼빗물이스며들어온다
라고썼더니너무감상적이라고쓰지말란다

무료시창작교실선생님말씀에따르면
아,내삶은감상적인거였구나
엄마는
찢어지게가아니라
찢어질것도없이가난한게우리집이라는데
그것도감상적인거였구나

그래서나는글에서가난을풀어내지못하고
그저몸과마음에담아두기로한다
-「감상적」전문(34쪽)

다르지만같은,서로맞물린마음

시집에등장하는청소년들은하나같이불우한환경에서살아간다.“아빠한테더맞을수없어”(「깜장비닐봉다리」)가출도하고,학교폭력에시달린나머지“사람으로태어났는데/돌멩이가되어간다”(「돌멩이」)며쓸쓸하게자기를비웃기도한다.재혼가정에서자라는아이들은“새엄마가데려온동생의젖을뺏어먹은/언니쯤되는기분”(「젖소에게미안해」)으로살아간다.하지만청소년들에게는“녹슨웃음이삐걱대는놀이터”(「해피버스데이우리동네」)에서함께뛰놀며서로를위하는“서로맞물린마음”(「밥과똥」)이있다.“서툴고모자라지만아직자라고있는”(「닮다」)마음을우정의손길로만져주면서,“지지말고이겨내라”며“깜깜한내마음에빛을보내/길을찾아주”(「등대」)는친구가있기에세상이그렇게외롭지만은않다.시인은오늘의청소년들이얼마나힘든세월을살아가는지숨김없이보여주면서세상밖으로밀려난아이들을애틋한마음으로보듬어안는다.

지우개밥을뭉친다
동글게동글게
쇠똥구리가굴리는똥처럼

지우개똥을뭉친다
동글게동글게
쇠똥구리가굴리는밥처럼

내가밥이라부르는걸
내짝은똥이라부른다
밥이똥이되는순간
똥이밥이되는순간
우리는서로다르다

다르지만같은
동글게동글게뭉치는마음

똥이거름이되고
밥이똥으로나오는것처럼
서로맞물린마음
-「밥과똥」전문(22~23쪽)

다문화의경계를넘어서

다문화가정의청소년들이겪는아픔은더욱깊다.세계는이제지구촌이되었다.국적이다른사람들이어울려사는사회가보편화되었다.“먼나라에서동네까지시집온엄마”(「쌍기역」)들과“아직한국말이서툰엄마들”(「비만놀이터」)이흔한세상이다.그럼에도우리사회는여전히다문화가정을바라보는시선이곱지않다.차별과편견이만들어낸“다문화라는섬”에갇힌아이들은“그렇게친근하고낯익던곳이/다른나라의/남의동네가된것같았다”(「섬」)고말한다.다문화가정에서자라는아이들은자신을“짬뽕먹다흘린국물”같은“빨간얼룩”(「얼룩」)으로여기는자괴감에빠지기도하면서자신의존재가부모에게짐이되지않았으면좋겠다는바람을품는다.“그저좋은것만기억하면된다”는엄마에게“그좋은기억에나를낳은것도있어?”(「어려운질문」)라고묻고싶지만차마묻지못하고마음에묻어둔다.이아이들에게발문을쓴김중미는따뜻한답을건넨다.“수많은기억중에서가장좋은기억은너를낳은것이란다.”

아무리지우려해도사라지지않고
끝내나는
엄마가낳은얼룩이되었다

-한국사람도아니고
중국사람도아닌
너를낳는게아니었어

그말을들을때마다
조금씩흐려지는나를본다

한국음식도
중국음식도아닌
짬뽕처럼
이것도저것도아닌
엄마에게지워지지않는작은얼룩을
-「얼룩」부분(38~39쪽)

푸른희망의지느러미를흔들며

시집을읽다보면공감이되면서도우울하고불편한마음을지울길이없다.어른들이만들어놓은부조리한세상을살아가는청소년들의삶은녹록하지않다.그럼에도아이들은어둠속에서도한줌빛을찾아나서는희망의걸음을이어나간다.“나만가진쓸모”(「무쓸모」)를발견하고“분명내것”인데도정작“내가좋아하는것은넣을수없었”던‘내인생의그릇’을“오롯이나만의것”(「그릇」)으로채워나가는꿋꿋한마음으로“말하지못한것들”과“한뼘씩커지는질문”(「사춘기」)에대한답을찾아나간다.현실이힘들고고단할지라도청소년을지탱해주는것은내일의희망이다.“말랑거리는슬픔”(「송충이」)을안고서“신날것도없는/하루”(「비만놀이터」)를살아가는청소년들에게이시집은“푸른희망의지느러미”(「이사」)를흔들며위로와응원의불빛을보내는등대가되어줄것이다.

남들이보기에
난언제나그런애
별볼일없는애

나도내가그런애인줄알았지
네가나를발견해주기전까진말이야

바람이맞고싶어서일부러달리는나에게
파란색을보면신나서춤을추는나에게
벽틈에피어난풀꽃의이름이궁금한나에게

-넌정말특별하다
글을써보는게어때?
-「발견」전문(7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