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을 수집하는 아이 (임수현 시집)

악몽을 수집하는 아이 (임수현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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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좋은 꿈은 너에게로”

‘수호천사’ 시인이 청소년들에게 선물하는 ‘드림캐처’ 시집
시와 동시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발랄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환상성의 시 세계를 펼쳐 온 임수현 시인의 청소년시집 「악몽을 수집하는 아이」가 출간되었다. ‘악몽’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다채롭게 변주하며 청소년들의 내면에 잠재된 불안한 심리와 불안정한 일상을 섬세하게 담아내었다. 시인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청소년 ‘김민서’의 시선을 통해 오늘을 살아가는 청소년들의 고민과 걱정 뒤에 감추어진 불안한 현실 구조를 세심하게 짚어 내면서 청소년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예민한 감정과 내밀한 마음을 섬세하게 살핀다. 시인은 또 꿈과 현실의 경계에서 청소년들의 곁을 지켜 주는 수호천사가 되어 청소들에게 밝은 꿈을 건네고, 악몽과 같은 현실을 헤쳐 나가는 지혜를 다정한 목소리로 들려준다. 악몽을 쫓는 ‘드림캐처’와 같은 시집 「악몽을 수집하는 아이」는 임수현 시인의 첫 청소년시집이자 ‘창비청소년시선’의 서른아홉 번째 권이다.
저자

임수현

2016년『창비어린이』동시부문신인문학상,2017년『시인동네』시부문신인문학상을받으며등단했고,2019년『외톨이왕』으로문학동네동시문학상대상을수상했다.시집『아는낱말의수만큼밤이되겠지』,동시집『미지의아이』(공저)를냈다.

목차

제1부난왜잘깨는거야
기말고사
천사피아노
잠자는금붕어
암탉을잡으려다
수호천사
절교
홀수
걔들은‘우리’인거고난그냥‘너’였던거
우리가방방이라고부르는
개구리가진짜저주를푸는법
보건실창가
0교시
시험전날
괜찮다고말해줘
이상한운동회
폭죽놀이

제2부악몽을모으는중이야
지신강림
친구가되어줄게
귀신은발목을가져다뭘할까
멍때리기
내가쓰는책
우당탕탕김민서

무성하게무성의하게
지구가둥근이유
비즈니스관계
저수조의추억
침대밑에사는요정
야간과자율과학습
백만년동안
일인칭주인공
지구의반지름
너는누구니?

제3부나의드림캐처
악몽을모으는드림캐처
밤에더아픈이유
손모서리에까만줄이옮겨올때까지
나의서랍속에는
착한사람들
주먹쥐고손을펴서
가장무서운이야기
불이났다
영혼을찾아서
물질과성질
지켜줄게
행운의여신
물놀이용유니콘튜브처럼
목욕탕에서
나의MBTI

제4부「별책부록」:그때도있고지금도있는아이
이생규장전
흥부의노래
연꽃속에사람이들어갈수있는가-심청
세상의모든홍길동
두김생이야기
난춘-춘향
마음의문-허생
호랑이는고양잇과-호질
사춘기는계절의다른이름-별주부전
정말입니다믿어주세요-토끼전
취유부벽정기
일요일의장화와홍련

해설
시인의말

출판사 서평

달려라,“우당탕탕김민서”

시집의화자김민서는“보기보다밝고생각이많”으며“후회도잘하고반성도잘”(「물질과성질」)하는순진한사춘기소녀다.삶은버겁고“앞날에대한불안”은여전하지만언제나“깨발랄명랑토끼로오래오래/살고싶은”(「정말입니다믿어주세요」)행복한꿈이있고,“넘어져병”에걸린것처럼걸핏하면“결정적인순간에스텝이꼬이”고결승선앞에서주저앉거나구르기일쑤여서“우당탕탕김민서”라는별명도얻지만넘어지고엎어지고깨져도“아무일없다는듯벌떡일어나”(「우당탕탕김민서」)‘우당탕탕’신나게달린다.어른들은“벗어나지마라/벗어나면떨어진다/떨어지면낙오자가되는거”라고,오로지제자리에서‘높이’뛰기만하라고강요하지만김민서는“천장을뚫고우주밖으로”,“자유를향해열린지평선”너머까지더‘멀리’날아가고자한다.문제는‘높이’가아니라‘거리’,“오백원짜리동전한개”(「우리가방방이라고부르는」)면충분히풀수있는일이다.

왜방방이라고부르는지모르겠지만
오백원짜리동전한개면됐다
천장을뚫고우주밖으로

발을세게굴렸다구르는만큼
통통튕겨주는게좋았다

문제가‘높이’를구하는게아니라
‘거리’를구하는거면더좋겠지만

초원의얼룩말
물소의다리
야자수사이로부는바람
자유를향해열린지평선

노트가득이런말들을적으면
나도어딘가로뛰어오를수있을것같았다

벗어나지마라
벗어나면떨어진다
떨어지면낙오자가되는거야
어른들은쉽게말하지만

트램펄린위에서
높이높이뛰고뛰어
지평선너머로가고싶었다
-「우리가방방이라고부르는」전문(22~23쪽)

누가뭐라해도주인공은나야

김민서는자신을아끼고사랑할줄아는아이다.“외롭다고아무하고나”친구가되려고하지않는자존감과“덧칠은언제나떡칠”이된다는걸알기에“시간이남아돈다고다그린그림에덧칠”(「나의MBTI」)하지않는지혜가있다.또“다리를넓게펴고그리면/운동장쯤그릴수있을것같”다는야무진포부와“시험을망친일”이나“친구에게들은거슬리는말”(「지구의반지름」)쯤은툭툭털어버리는긍정의마인드가매력적이다.그러나무엇보다중요한것은자신이세상의주인공임을알고있다는것.“공부말고하고싶은거있음말해봐!”라는아빠의말이“공부안하냐?”(「지구가둥근이유」)라는말보다더무섭지만정말하고싶은게뭔지,뭘잘하는지곰곰생각해본다.다른누구도아닌자신의미래이기때문이다.김민서는“잘하는게하나없는나”(「멍때리기」)지만실제는“아직자기가고수라는것을모르는애”(「내가쓰는책」)라는것을슬쩍내비치며세상의주인공인자신을잘지켜내려고애쓴다.

꽃들이멀리서도눈에띄는건
풀이무성하게있어서지

생각해봐!
만약세상에새들이없다면
나무가그렇게아름다울까?

이풀밭에서도
내가주인공이면돼

내이야기의주인공은나야
지은이도나야
-「일인칭주인공」부분(62~63쪽)

악몽을수집하고,귀신과친구하기

어른들이생각하는것과달리오늘을살아가는청소년들의삶이마냥즐겁고편안한것만은아니다.밝고씩씩한김민서에게도악몽은일상이다.“눈을비벼도계속꿈”(「기말고사」)이고,빤히“꿈인줄알겠는데도”(「암탉을잡으려다」)무서워눈물이나고,“같은장면을여러번”(「이상한운동회」)꾸기도한다.기묘한꿈이현실을밀어내고버젓이더큰자리를차지할수록내가유령인지유령이‘나’인지분간이가지않는다.이쯤에서김민서는결심한다.악몽에서쉽사리벗어날수없다면차라리악몽을수집하기로하면서악몽과같은현실을끌어안고당당히맞서보겠다는의지를보인다.

가위눌린다고피하는자리였다
그날따라애들이자리를다차지해어쩔수없이
보건실창가침대에누워깜박
잠이들었다깼는데
내가나를내려다보고있었다
어,저건난데…
그럼서있는나는누구지?
침대에누워있는나는
서서나를바라보는나와눈이딱마주쳤다
나는더자라고
이불을끌어당겨그애를덮어주었다
그애가나인지
내가그애인지…
창밖에서햇살이긴팔을뻗어
내배를살살만져주었다
아프던배가잠잠해졌다
-「보건실창가」전문(26쪽)

악몽을수집하면서김민서는비로소자신의내면을돌아본다.악몽속에나오는귀신은이제두려운존재가아니라또래친구로서“공포의영역에서우정의영역으로자연스럽게건너온다”(김지은,해설).악몽속귀신들은실상나의친구들이며,“밤마다내침대에걸터앉아길잃은뼈와/흩어진영혼에대해이야기”하는“작은유령”(「나의서랍속에는」)은바로“나를바라보는나”(「보건실창가」),김민서자신의자아다.이제악몽속귀신들은불안한밤을지켜주는요정이되고,김민서는“그러니까우리한번보자!”(「지신강림」)고호기롭게말을걸수있게되면서서서히악몽을다스려나간다.임수현시인은여기서“악몽을잘모으면꽤괜찮은사람이된다는걸”(시인의말)넌지시알려준다.

뭐야뾰족한손톱도
찢어진입도치렁치렁한머리카락도
아무것도없잖아
말캉말캉슬라임처럼흐느적거리네

발바닥을살살간지럽히고
이름을불러주면친구도될수있겠다

책상어지럽히지말고
내옷입고돌아다니지말고
엄마한테들키면
방마다소금을뿌릴지몰라

신발장이나장롱위에올라가지말고
싱크대나세탁기안은위험해
책상밑에얌전히있어

아무도없는날널부를게
이어폰을하나씩꽂고
내가좋아하는노래를들려줄게
-「친구가되어줄게」전문(38~39쪽)

그때도있고지금도있는아이

‘「별책부록」’이라는제목을단4부에서는옛이야기와고전소설속의인물들을현재로불러와재구성한색다른시들을만날수있다.참신한소재와기발한발상으로엮어낸시편들이청소년시의새로운형식으로단연주목받을만하다.“전생에나는엄마의엄마/엄마는내자식이었는지모른다”(「이생규장전」)며엄마와자신의처지를바꾸어헤아려보기도하고,“인당수에뛰어내린심청”을받아안으려면“연꽃이얼마나커야되는지”(「연꽃속에사람이들어갈수있는가」)따져보는가하면,흥부는“흥이많은사람”(「흥부의노래」)이라는뜻밖의해석을내놓는등열두작품이모두흥미롭게와닿는다.특히“수학여행떠난아이들이돌아오지못한/4월의어느날”(「주먹쥐고손을펴서」)을기억하며“비가쏟아지는날”“일요일인줄모르고”“빈교실에앉아있는장화와홍련이”(「일요일의장화와홍련」)의모습을그린장면은가슴속에오래도록깊은여운을남긴다.

나홍길동
입신양명까지는바라지않아
내이름걸고살아가고싶을뿐

(중략)

동에번쩍
서에번쩍날고기고
기고날아도제자리만아니면좋겠어

세상을구하는것까지는바라지않아
이름을걸고
나도뭔가되고싶어
-「세상의모든홍길동」부분(98~99쪽)

좋은꿈은너에게로,밝은미래를향해한걸음더

악몽같은현실을차분히받아들인다해도악몽이완전히사라지지는않을것이다.불안한심리나스트레스가악몽을꾸는원인이기도한데,이는성장과정에서일어나는자연스러운현상이기도하다.이미불안한밤을통과해본청소년들에게악몽은이제두렵지않다.임수현시인은“악몽도잘적어두면언젠가쓸모있을거”(시인의말)라고말하면서,아이들은결국수많은악몽을통해서자아의본모습을이해하고성장해나간다는것을이시집을통해서보여준다.임수현의청소년시가가슴깊이와닿는것은악몽을헤쳐나가는방법을청소년의눈높이에서친절하게알려주기때문이다.이시집을읽으며청소년들은“악몽과동행하는서정적인궤도”(해설)안에서사춘기라는불안과혼돈의시기를지혜롭게건너한걸음더성장해나갈것이다.그러니아이들아,오늘밤에는근심걱정일랑잊어버리고“모두잘자요!/쥐었던주먹을펴고”(「주먹쥐고손을펴서」).

얘들아
노래를부르렴춤을추렴

한손에는사탕을다른손에는꽃을
손에손잡고춤을추렴
빨간꽃은더빨갛게
노란꽃은더노랗게마법을걸어주마

(중략)

이를어째!난이제불운만덮칠거야
울지말거라어린영혼아
파도쓰나미지진따위가네책상위로마구
쏟아진대도내가널지켜줄게

좋은꿈은너에게로
나쁜꿈은구멍으로내보낼게
-「침대밑에사는요정」부분(56~57쪽)

해설
시적화자인김민서의악몽수집은실존을위한결정이다.거울안의‘나’를삭제하고절대거울을들여다보지못하게만드는모순된구조안에서자신을잃지않고지켜나가기위해선택한유일한방법이다.악몽을수집하면서김민서는비로소자신에게구체적인질문을던질수있게된다.악몽에서만나는귀신은자칫하면손을놓치고멀어질뻔했던김민서의친구들이며,한편으로는김민서자신의자아다.
_김지은(아동ㆍ청소년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