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 살 1학년

일흔 살 1학년

$17.84
Description
“전국노래자랑 왕중왕전은 댈 것도 아니여!”
60,000편 가운데 고른 할머니들의 인생시 100편
풀꽃 시인 나태주의 옷깃을 여미게 한 ‘눈부신’ 시편들!
『일흔 살 1학년』은 할머니 할아버지 시인 100명이 쓴 시를 모은 시집이다. 하지만 단순히 할머니 할아버지가 쓴 시 몇 편을 모았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10년의 세월을 두고 모은 시 약 60,000편 가운데 다시 100편을 가려 뽑은 대단한 시들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쇼미더머니 지역 예선과 본심을 거쳐 뽑힌 역대 우승자들을 모아 펼친 파이널 경연의 결과물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렇게 뽑힌 시들은 우리에게 ‘시가 대체 무엇인지 되묻게 하는’ 힘이 있다. 정말 좋은 시, 시 같은 시 100편을 골랐기 때문이다. 엮은이로 참여한 ‘풀꽃 시인’ 나태주는 “늦은 나이에 글을 배운 분들이 쓴 시에서 우리 시가 가야 할 곳을 봤다.”라며 시를 읽는 동안 “옷깃을 여몄다.”라고 할 정도로 『일흔 살 1학년』을 높게 평가했다.
해마다 전국의 성인 문해교육 교실에서는 그곳에서 공부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쓴 시들을 모아 ‘전국 성인 문해교육 시화전’(교육부·국가평생교육진흥원 주관)에 출품한다. 2012년부터 시인, 영화감독 등 다양한 분야의 심사위원들을 모셔 본격적으로 100여 편의 수상작을 선정해 왔다. 해마다 6,000여 편 이상의 작품을 모아 수상작을 선정한 지가 올해로 꼭 10년째다. 『일흔 살 1학년』에 수록한 시들은 지난 10년을 두고 쌓아 온 문해교육 시화전 수상작 1,278편을 모아 다시 한번 가려 엮은, 왕중왕전의 결과물이다.
저자

전국성인문해교실할머니할아버지시인100명

이책은나이칠십이넘으신어른들이쓴시100편을모은시집입니다.그렇다면7,000년의세월이담긴책이되겠네요.아,세상에이런책이어디있을까요!이야말로인생파노라마요시작품의현란이아닐수없겠습니다.글을깨쳐마음의어둠에서벗어나신것을축하드립니다.다시는어둠에갇히지말고밝고환한세상을살면서마음속느낌이며생각을자주시로표현해보시어요.어느사이한분씩이땅의참좋은시인으로거듭나시는놀라운일이일어날것입니다.-「엮은이의말」에서

목차

1부멧돼지보낼게
강달막ㆍ내기분/김예순ㆍ친구/김우례ㆍ벽장속내가방/이갑예ㆍ서리태한주먹/이지현ㆍ행복한교실/강춘자ㆍ무서운손자/김진극ㆍ이야,수지맞는장사네/변대순ㆍ멧돼지보낼게/조덕선ㆍ축복/손주희ㆍ꿈의밥상/고정례ㆍ글자캐러가세/서춘자ㆍ글자품은호맹이/임순덕ㆍ나는까마구사촌인가?/김복순ㆍ순댓국/김임순ㆍ세상에이런일이/천여임ㆍ도깨비글창고/김말순ㆍ기말순/최정임ㆍ밤잠설친겹받침/최순임ㆍ시쓰기/문용단ㆍ쪼깨거시기해/신정득ㆍ도로까막눈/이재옥ㆍ한글공부/양츄월ㆍ딸에게배우는한국어/강매옥ㆍ숨비소리한숨소리/정을순ㆍ숨바꼭질/이옥주ㆍ텃밭/안선재ㆍ글만드는셰프/송순희ㆍ생강거둬들이듯/배정동ㆍ듣고싶다/성천모ㆍ매미/김송순ㆍ수박/이승훈ㆍ행복/최계자ㆍ오빠야

2부네목소리가듣고싶은겨
배경순ㆍ교복/김순신ㆍ아이스께끼/김애자ㆍ영감흉/박정희ㆍ아까운내인생/이영금ㆍ부뚜막소녀/김분태ㆍ베/이명옥ㆍ취학통지서/김일자ㆍ찢어진마음/송앵두ㆍ나는짐꾼이아니야/한덕희ㆍ엄마문자로하세요/염남례ㆍ밥한숟가락웃음한숟가락글자한숟가락/백종순ㆍ고무줄학력/정수경ㆍ훨훨날아/변상철ㆍ나의행복/문병복ㆍ그게그거같아서/김맹례ㆍ김세장씩/이남희ㆍ고개든할미꽃/이정일ㆍ아들에게/조남순ㆍ사십년전편지/김옥희ㆍ희망/조매현ㆍ나의보물,동백나무한그루/허양순ㆍ참보고싶다/박종철ㆍ이제꿈을먹는다/조동철ㆍ포기하지않으면희망은반드시있다/김생엽ㆍ할미꿈/이봉임ㆍ우얄꼬/정진임ㆍ내허리는육만칠천원/박말분ㆍ내친구휴가주는코로나바이러스/손재순ㆍ땀과눈물/전달수ㆍ억수로보고싶다/유학임ㆍ죽음문턱을넘어

3부갈데많아서좋네
조경자ㆍ처음엔그랬제/김영옥ㆍ반장김영옥/박복남ㆍ내반쪽미싱/김금순ㆍ이루어져가는나의꿈/김금례ㆍ나를들키고싶지않았다/강옥자ㆍ내친구는소/송월예ㆍ알림장/최혜란ㆍ천만다행이지요?/권분한ㆍ내이름은분한이/김춘남ㆍ장하다우리딸!/김영예ㆍ유언/임금옥ㆍ나는거짓말쟁이/윤봉희ㆍ책나비/김양순ㆍ첫경험/지정순ㆍ내인생의봄/박광춘ㆍ나는세상을거꾸로살아요/유점례ㆍ전화번호부/한오순ㆍ응원/오옥선ㆍ망태기에담은꿈/이시카와스미코ㆍ내나이/고초강ㆍ인생업그레이드/김정자ㆍ시간이아까워요/조계연ㆍ고추밭마늘밭/강수련ㆍ마음은콩밭/김경숙ㆍ오늘은태화장/최영희ㆍ시간아멈추어다오/이순월ㆍ은행전표써본날/박영희ㆍ사인했어요/송경자ㆍ보물곳간/진귀녀ㆍ허리펴고눈도뜨고/양부님ㆍ나만몰랐던세상/이분옥ㆍ응원/박병옥ㆍ난학생이여/윤천순ㆍ내마음의꽃밭/이수화ㆍ행복한인생/이순자자사랑해말한날

출판사 서평

“단순하고소박하지만감동의폭은대단했습니다.”
나태주시인의옷깃을여미게한시들,시가무엇인지다시묻다!

『일흔살1학년』은그간나왔던할머니시집이주는감동을뛰어넘어‘시가대체무엇인지되묻게하는’시집이다.이시집의시한편한편은“감정의무늬가아주신선하며시의내용이나시각자체가놀랍다”,“시는우열이나시비(是非)에서출발하는게아니라감정의차이와호오(好惡)의단계에서오는것인데,그감정의무늬가아주신선”해오래시를써온나태주시인마저반성하게했다고한다.나태주시인의말처럼『일흔살1학년』은응원을뛰어넘는그무엇이있는시집,시의향이물씬나는시집이다.

아들이
손자가
웃고있다
크게입벌리고
웃고있다
어떤소리일까
산보다큰소리일까
꽃보다예쁜소리일까
듣고싶다
웃음소리

-배정동,「듣고싶다」(50쪽)


이꿈저꿈꿔봐야뭐햐
살만치살았는데
빈손으로와서빈손으로가는인생
아등바등할일뭐있냐

갈데는한군데밖에
없는줄알았는데
공부하러가야지
요가하러가야지
장보러가야지

갈데많아서좋네

-이수화,「행복한인생」(154쪽)

“내가살아온이야기를썼는데,아이고,그게시가될줄은몰랐지.”
일흔살1학년,처음학교에가는마음으로삶을기록하다

이시집의제목‘일흔살1학년’은「나는세상을거꾸로살아요」를쓴박광춘(78세)님을인터뷰하는과정에서자연스럽게나왔다.

처음문해학교에간날이시를썼어요.우산이날아갈만큼바람이세게불고비가억수같이쏟아지던날이라속옷도다젖고신발에서도물이줄줄흘렀어요.근데나는기분이정말좋았어요.꼭일고여덟살1학년으로학교에처음가는것같잖아요.못배운한을품고80년을살았다고생각해봐요.그기분은누구도못느낄거예요.
-시인의말,「나는세상을거꾸로살아요」를쓴박광춘(78세)님

시를쓰게된과정을묻는질문에박광춘할머니는처음문해학교에간날을떠올렸다.하필폭우가쏟아지던날이라이가부딪힐만큼춥고비에온통젖어힘들었지만마치초등학교에처음입학이라도하는것처럼,일흔몇살이아니라일곱살1학년이된것처럼기분만은정말좋았다고한다.이처럼글모르는한을품고평생을살아온분들에게국가평생교육진흥원에서주관하는성인문해교육지원사업은새로운세상을만나게하는통로가되고있다.

이제조금이나마글을배우고보니
남들과말도통하고간판도눈에들어오네
글씨가삐뚤빼뚤못나도부끄럽지않다
요즘은길을걸어도밥을먹어도
그냥행복하다

-변상철,「나의행복」에서(82쪽)

“내가그놈의시를써야겠다,하고깊이생각한것이아니고아이고,내가살아온이야기를썼는데,그게시가될줄몰랐지.”라는할머니시인(신정득,79세)의말에서알수있듯글을배운뒤한자한자써내려간두세연의짧은시에는70년이상의긴세월이일기처럼담담하게담겨있다.
학교대신남의집살이를해야했던설움(「부뚜막소녀」,64~65쪽),글을몰라노래방에서도친구들가방만지키고있어야했던아픔(「난짐꾼이아니야」,72~73쪽)이나전쟁나간남편에게편지대신김세장씩을넣어보낼수밖에없었던사연(「김세장씩」,84쪽)등‘못배운한을품은80년’의아픔과서러움은세월이지나도쉽게잊히지않는다.그런데,이시집의묘미는그아픔이아픔에만머무르지않는다는데있다.
어느한분빠짐없이모두,아픔과슬픔은품위를잃지않은익살로슬쩍돌리고,글을배우고난‘지금의나’를자랑스럽게여기며당당하게세상을향해나아간다.인생에대한원망과한탄대신현재의기쁨과만족을표현한다.억수같이쏟아지는비를맞으면서도꼭‘일흔살1학년’으로처음학교에가는것같아기뻤다는그마음처럼말이다.

바퀴벌레약을받으러
아파트관리소에갔다

할머니여기사인하세요!
사인이머꼬?
여기빈칸에이름쓰세요!

이름을써주고
바퀴벌레약을받아왔다
기분이좋았다

이름쓰는것이사인인줄
그때서야처음알았다
자꾸만웃음이났다

-박영희,「사인했어요」(145쪽)

나태주,김성규,오은시인과오연경평론가가엮은이로참여해총3부로시집을구성했다.1부‘멧돼지보낼게’에는할머니들만의유머가드러나는재미있는시들을,2부‘네목소리가듣고싶은겨’에는못배운한을품고산아픔을표현한시들을,3부‘갈데많아서좋네’에는글을배운후얻은자신감과기쁨을노래한시들을모았다.판형과글자크기역시성인문해교육교실에서공부하시는분들이편히보실수있게‘큰글자책’만큼크게잡아가독성을고려하였다.
‘나만몰랐던새로운세상’에눈떠이전과다른세상을사는기쁨,더많이배우고싶은욕심,뒤늦게나만의책가방과함께공부하는친구와선생님이생긴충만함,간판과은행창구,자식들앞에서당당해진마음등이시마다솔직하게담겨있다.나이와상관없이배움은언제나“즐겁고황홀한첫경험”(「첫경험」,126쪽)이라는것을,배움을통해다시소녀가되고청년이되고시민이되고자기삶의주체가될수있다는것을이시집을통해다시생각하게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