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와중에 스무 살 - 창비교육 성장소설 7

이 와중에 스무 살 - 창비교육 성장소설 7

$14.42
저자

최지연

단편소설「착장」으로제20회평사리문학대상을,「라온빌라301호」로제27회김유정신인문학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2022년『이와중에스무살』로제1회성장소설상을수상했다.

목차

1장눈이부시도록
2장살고싶다면
3장빛나는어둠
4장낳아달라고한적은없지만
5장그늘의가능성

작가의말
추천의말

출판사 서평

평범한모범생이자‘K장녀’였던‘나’(은호)는대학에진학한후뒤늦은사춘기를앓게된다.자취를시작하면서얻게된자유는달콤하지만,공무원이되라는엄마의말에따라진학한행정학과는도무지적성에맞지않고,손쉽게시작한연애들은오래가지못한다.그러던어느날이혼을선포한엄마가서울에올라와같이살기시작하면서은호의혼란은더욱커진다.‘나’보다고작열여덟살이많은엄마는은호에게죄책감과짜증,그리고안쓰러운마음을동시에불러일으키는존재다.급기야상담사에게“엄마에게남자가생겼으면좋겠어요”라고말해버리는은호.이와중에나의길을찾겠다며휴학을선언하고,자신의곁을지켜주던남자친구에게도충동적으로이별을고해버린은호는과연스무살에닥쳐온인생최대의위기를무사히헤쳐나갈수있을까?

“엄마에게남자가생겼으면좋겠어요”
영원한애증의관계,엄마와딸에대하여

“엄마는내마음의아킬레스건이었다.”(44쪽)『이와중에스무살』의주인공은호(‘나’)의가장큰고민은엄마다.전형적인‘K장녀’이자평범한모범생이었던은호는대학에진학한뒤자취를시작하면서뒤늦은사춘기를앓는다.공무원이좋다는엄마말에따라진학한행정학과는영적성에맞지않고,불나방처럼뛰어든연애는시작도끝도쉽기만하다.성적은곤두박질치고방황을거듭하던어느날갑자기엄마가자취방에들이닥친다.‘네’아버지와이혼했으니이제부터는함께살자는엄마의선언에안그래도복잡하던은호의머릿속은뒤죽박죽이된다.은호와고작열여덟살밖에차이나지않는엄마는겉모습뿐만아니라사는모습도비슷한데,바로‘알바생’이라는점이다.은호는어린시절부터자신과동생을부양하기위해억척스럽게살아온엄마에게안쓰러움과죄책감을갖고있지만,끊임없이자신을통제하려들고잔소리를퍼붓는엄마를볼때면좌절감과짜증또한샘솟는다.이런엄마가갑작스레자신의생활에다시끼어든것이문제라고생각한은호는학교상담실에찾아가엄마에게남자친구가생겼으면좋겠다고하소연하기도한다.힘든식당일을이어가던엄마는은호의소원대로새로운‘남자’친구를만나기도하지만일은은호의기대대로풀리지않는다.그런엄마와다툼을거듭하던은호는충동적으로휴학을신청해버리고,개중에오래만났던남자친구준우에게도일방적으로이별을선언하고만다.이처럼서로의선택을못마땅하게여기던은호와엄마의갈등은어느날사소한말다툼끝에대폭발한다.짧은가출과자살소동이지나고난뒤상담소를다시찾은은호는그간의일을돌아보면서어쩌면문제는엄마에게서제대로독립하지못한자신에게있을지도모른다는사실을깨닫게된다.어린시절엄마의가출을겪으면서언제버림받을지모른다는불안이생겨났고,그때문에연애관계에서도잘안풀린다싶으면먼저이별을고하는일을반복했던것.엄마인생이편해지지않으면자기인생도편해질리없다고입버릇처럼말해왔는데,자신의행복이상대에게달렸다고믿는다는점에서너는나처럼살지말라는말을반복하는엄마와다를것이없다는깨달음은은호에게뒤통수를얻어맞은듯한충격을안긴다.거리두기와경계짓기를제대로하지못한건엄마만이아니었던것이다.여러사건을겪고상담을거치면서은호는엄마를나름의욕망을지닌개별적존재로바라보게되고,엄마역시변화된딸의태도를보면서자신의분신이아닌한명의독립된성인으로서은호를대하기시작한다.“그순간나는누구의딸이아니었고,엄마도누구의엄마가아니었다.그렇게우리는서로자유롭게함께있었다.”(250~251쪽)엄마와은호가함께한단계성장하던순간이다.

우리는따로또같이성장한다
지금,이곳을살아가는눈부신청춘의초상

『이와중에스무살』에서성장통을겪는사람은비단은호뿐이아니다.은호가동경하던대학선배윤지는아버지의말이곧법이던집안분위기때문에억지로진학했던대학을그만둔다.소진되는일말고채워지는일을하고싶다던윤지가찾은것은해양쓰레기를업사이클링하는프로젝트에참여하는일.은호는윤지가만든드림캐처를보며미래를향한새로운꿈을꾸기시작한다.소설에서가장성숙한모습을보여주는건은호의남자친구준우다.세계를깊이이해하기위해철학과물리학을탐구하는준우는입학과동시에취업준비에뛰어드는대학생들이대다수인요즘세태에보기드문유니콘같은존재다.똑같이가난한집안에서태어났지만부모를원망하거나부채의식을갖기보다는자신의길을찾는데몰두하는준우를보며은호는복잡한감정을느낀다.그러면서동시에자신이느끼는무력감과막막함,짜증을준우에게쏟아내던은호는충동적으로이별을고하고만다.지난실연들과달리준우와헤어진고통은괴롭기짝이없지만은호는이번에야말로제대로홀로설준비를시작한다.이처럼주위사람들과영향을주고받은은호의미래가이후어떻게펼쳐질지는소설의마지막까지도명확히제시되지않는다.카페아르바이트를하면서커피공부를계속해바리스타가될수도있을것이고,상담받으면서흥미를느끼게된심리학공부를시작할수도있을것이다.아니면마음을바꾸어복학후공무원시험을다시준비할수도있을것이다.이처럼방황끝에다다른곳이원래있던곳과별차이가없다면무슨의미냐고회의적으로반문할지도모르겠다.그러나분명한것은어떤길을선택하든은호는앞으로자신의마음을들여다보려는노력을멈추지않으리라는믿음이다.일과삶을일치시키고싶다는자연스러운욕망마저사치또는환상으로치부되는시대에자신이원하는것을찾기위해고군분투하는은호와윤지,준우등의모습은그자체로눈부시다.

제1회성장소설상대상수상작
진정한성장의의미를묻는작품

“한차례내린비에쑥자라는풀처럼나는한순간에철들고있었다.”(43쪽)은호는어린시절엄마가자식들을먹여살리기위해고생하는모습을보고더이상떼를쓰지않게되었던기억을떠올리며이런소회를털어놓는다.그러나이러한‘철듦’은진정한의미의성장이라기보다는어른흉내내기에가깝다.최지연작가는부모와학교,사회의요구를내면화하여실천하는것이성장이아니라내면의힘을키우고독립적인인간으로홀로서는것이진짜성장이라고말한다.자신이진정으로원하는바가무엇인지알고이를실현하려노력하는것이어른이되는길이자제대로살아가는방법이라는것이다.성장은다다르면끝나는목표가아니라끊임없이노력해가는과정이기때문이다.어느날문득미치도록살고싶어졌다는은호의말에윤지선배는살고싶다면먼저죽어야한다고답한다.일견선문답처럼보이는이들의대화는성장소설의고전『데미안』에등장하는격언을떠올리게한다.“새는알을깨고나오려힘겹게싸운다.알은세계이다.태어나고자하는자는세계를깨뜨려야한다.”100인의독자심사단이작품중가장인상적인문장으로뽑아준“고민하는순간이야말로살아있는순간”(55쪽)이라는표현역시흔히부정적인것으로치부되곤하는고민과갈등,방황의가치를되새겨보게한다.막연히성장이라고하면2차성징을겪는청소년기에종료되는것으로생각하기쉽지만현대사회에서인간은쉼없이성장하고변화해간다.창비교육의성장소설상은이처럼삶에정해진길도없고,앞서살아간인물중에역할모델을찾기도쉽지않은오늘날저마다의자리에서성장해가는사람들의이야기에의미를부여하기위해제정되었다.제1회성장소설상대상을받은최지연장편소설『이와중에스무살』은한창성장통을앓고있는청소년부터불안과혼란으로가득했던이십대의기억을생생히간직하고있는성인까지두루공감하며읽을수있는성장소설이다.“외부의답이아닌내안의답을찾으려고지금도계속고민하는”(54쪽)독자라면고군분투하는은호를응원하는동시에스스로에게도위로와격려를보내게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