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흔드는 소설 - 테마 소설 시리즈

손 흔드는 소설 - 테마 소설 시리즈

$17.00
Description
“다시 이별이 찾아오면 기꺼이 손을 흔들어 주자. 그동안 고마웠다고.”
안녕, 손 흔들며 이별하고 안녕, 손 흔들며 맞이하는 이야기들
이별을 테마로 한 단편 소설 7편을 엮은 『손 흔드는 소설』이 출간되었다. 소설집에는 최은영, 김중혁, 이유리, 정용준, 정영수, 손원평, 임선우 작가가 그려 낸 친구, 첫사랑, 반려동물, 가족 등과의 이별 이야기가 담겨 있다. 우리는 작은 물건부터 소중한 사람까지 무언가와 이별하며 살아가지만 그럼에도 이별은 낯설어서 매번 아프다. 그러나 자신을 괴롭히는 상처, 절망과 이별하는 과정은 화해하고 치유하며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 이야기를 읽어 가며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을 지닌 채 타인의 슬픔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며 자신의 슬픔을 보듬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에게 다가올지 모를 이별을 받아들일 용기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소설을 통해 이별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이 책은, 크고 작은 관계를 쌓아 가며 앞으로 더 많은 만남과 이별을 경험할 청소년과 2030 독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이 책은 창비교육에서 출간하는 테마 소설 시리즈의 여섯 번째 책으로, 노동을 주제로 한 『땀 흘리는 소설』, 재난을 주제로 한 『기억하는 소설』, 생태·환경을 주제로 한 『숨 쉬는 소설』 등의 후속이다.

저자

최은영,김중혁,이유리,정용준,정영수,손원평,임선우

2013년『작가세계』신인상에중편소설「쇼코의미소」가당선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쇼코의미소』,『내게무해한사람』,장편소설『밝은밤』등을썼다.허균문학작가상,김준성문학상,이해조소설문학상,한국일보문학상,구상문학상젊은작가상,대산문학상,문학동네젊은작가상을수상했다.

목차

머리말·우리에게오늘이더소중한것은

최은영·씬짜오,씬짜오
김중혁·요요
이유리·이구아나와나
정용준·미스터심플
정영수·더인간적인말
손원평·상자속의남자
임선우·커튼콜,연장전,라스트팡

해설·빛을잃은마음에다시환하게불이들어올때까지

출판사 서평

삶의의미를상실할만큼깊은상처를남기는이별
그러나이별에도희망의얼굴이있다

인간은존재의부재를체험함으로써존재의가치를절실히깨닫는다.이별이우리에게전하는이러한삶의역설은이별이수많은문학작품의소재로사용되어온이유이기도할것이다.

최은영의「씬짜오,씬짜오」는독일의작은도시플라우엔에살았던소녀‘나’와소년‘투이’를통해관계의시작과끝에대해말한다.두가족은낯선독일에서“어떤조건도없이”서로를받아들이며마음을나누지만,그들의관계는그들누구의직접적인잘못도아니었던베트남전에서의한국군학살때문에부서지고만다.사람들은자신의아픔을무엇보다중요하게여기며타인의아픔에대해서는무관심하거나진심으로이해하려하지않는모습을보인다.소설은이에대해내가아팠기에타인의아픔도보듬고이해하고공감하려는마음과그마음을소중히여기는것,그것이바로지금까지의어긋난관계와이별하고새로운관계를맺을수있는시작이될수있다고말한다.

김중혁의「요요」는자신을“관계를부수는사람”이라고생각하는‘차선재’와그가처음으로마음의문을열었던‘장수영’의이별을다룬다.우리에게는누구나“붙잡지못한순간,가닿지못한순간”,그래서더욱간절한순간이있다.만약그때로돌아간다면,만약그때의내가다른선택을했더라면우리의관계가달라졌을까생각하게된다.하지만“시간은그렇게자비롭지”않아서그시간으로돌아갈수없다.하지만그시간을보내며살아온우리는알고있다.그래도나쁘지않음을.“돌아갈수는없지만그시간을떠올리는것만으로도”그시간은우리에게아름다운시간으로,그리운시간으로영원히남아있을것임을.

이유리의「이구아나와나」에서수영강사일을하는‘나’는헤어진연인‘재호’가남기고간이구아나를얼떨결에떠맡게된다.그러다버림받은기분으로집에들어온어느날왠지모를동질감에이구아나를쓰다듬게되고,이구아나는‘나’에게이구아나의천국이있는멕시코에가고싶다는소원을이야기한다.‘나’는이구아나의홀로서기를돕게되지만,이구아나와정이들면서이별을차일피일미룬다.결국‘나’는못다한말을삼킨채떠나는상대를배웅하고떠난이에게서도착한소식에안도하며삶의용기를되찾는다.이모습에서우리는이별을겪으며내가누구였고,누구여야하는지를알면서조금씩성장한다는것을확인함으로써이별에도희망의얼굴이있음을깨닫게된다.

정용준의「미스터심플」은삶의의미를상실할만큼깊은상처를지닌‘나’와‘그’의이야기이다.‘나’는함께살고있던H의갑작스러운죽음을경험했고,‘그’는가족과직업을잃고쓸모없는악기들만짐처럼짊어진사람이다.‘나’와‘그’는그들에게상처처럼남겨진물건을중고물품으로내놓으며만나고,그과정에서‘나’는글쓰기,‘그’는음악으로각자가꺼내어마주하지못했던깊은상처를스스로대면하게이끌어준다.그들은오랫동안결별하지못했던것과끝내결별함으로써삶을다시살아갈용기를얻는다.그러므로이소설은소중한것들을잃어버린실패한사람들의이야기이기도하지만,마음속깊이묻어두었던깊은상처와결별해낸성공한사람들의이야기이기도하다.

어둠속을헤매는순간에도다시삶을사랑하고싶은당신에게
생에서만나는모든것과이별할수있음을기억한다면오늘은더욱소중할것

우리는다양한이별의상황을마주한다.그때마다슬픔에잠식되어있을수만은없다.천천히그이별과마주할준비를하며상대를건강히떠나보내는방법을배울필요가있다.

정영수의「더인간적인말」에서‘나’는“스위스에가서존엄성을지킨채로안락하게죽”겠다는이모의소식을듣게된다.‘나’와‘해원’은관념적쟁점에대해“격렬하면서도다정한논쟁”을즐겼던연인이었지만결혼이라는현실적관계에서논리적강박에쌓인이성적인말들로분열하게된다.그런데윤리적주제였던안락사가현실의문제가된순간,두사람은“놀랍게도다른어떤일로도말다툼을벌이지않”고결국스위스에서이모를보내주며“말하는법을잃은사람들처럼”침묵하게된다.이모가결정한죽음으로맞닥뜨린이별은사랑하는가족과의헤어짐과동시에관념과의이별이며현실과의만남의계기가된것이다.이로써‘나’와‘해원’은비로소그들“관계에있어시작과끝”이었던형이상학적말에서벗어나‘더인간적인말’이가능한관계로발전할수있을것이다.

손원평의「상자속의남자」에서‘나’에게는트럭에깔린아이를구하고12년간병실에누워있는형이있다.형은이선행으로직장부터사랑하는사람까지많은것을잃게된다.결국나는세상에분노하여남들이감사할일을하지않으며살기로결심한다.그러던어느날심정지로쓰러진여자를발견하고뛰어들기를주저하다한여자아이의행동에결국여자를살리게된다.사람은자신의힘으로어쩌지못한상황을겪으면크고작은상처를입고그상처때문에스스로를괴롭히기도하고세상에분노하기도하며안전한삶을추구하게되기도한다.하지만그렇더라도우리는상처가아물고상처위에새살이돋기를바란다.“아픔도기쁨도한종류만은아”닐것이므로그에위안을삼고자신의상자밖으로“주먹쥔손을펴서누군가와악수를나눌”용기를내어보면어떨까.

임선우의「커튼콜,연장전,라스트팡」의‘나’는2년간취업에실패하며취업지원서대신유서를쓰게될정도로절망적인상황에빠진다.비가심상치않게내리던새벽,세상과갑작스럽게이별한‘나’는유령이되어100시간동안이승에머물수있게되는데,‘나’는죽어서도사라지는순간까지자신의꿈을놓지않으려는유령‘이랑’을만나그녀를도우면서“모든것이그리워질것만같”은이상한마음이든다.살다보면이처럼아무것도뜻대로되지않는시기가있다.포기하고싶고,나를둘러싼모든것과이별하고싶은순간이오기도한다.하지만우리는그럴때마다다시힘을내야하고,매일매일자신에게용기를내라고외쳐야한다.끝날것같지않은어둠속을헤매고있을지라도절망과이별할용기만있다면우리마음의전광판에도언젠가환한불이들어오지않을까?빛을잃은모든이의마음을힘껏박수치며응원한다.삶을다시사랑할수있을날까지.

작가의말

이상하다.하나였다둘이되어다시하나가된것뿐인데힘들다.남겨진것같고,떨어진것같고,버려진것같다.하지만미래의나는안다.시간은정직하게흘러밤과낮이바뀌고혼란과어지러움은곧잠잠해진다는것을.‘이별’의연관단어는‘극복’이다.하여다시온전한하나가됐을땐몸도마음도강해지는것이다.각성하는머리와성장하는몸.다시이별이찾아오면기꺼이손을흔들어주자.그동안고마웠다고._정용준(소설가)

영원한것은없다는사실에절망하던시기가있었다.사랑하는이들과의이별을얼마나더반복해야할까?내마음조차영원하지않을텐데,세상어디에마음을두어야할까?깊은환멸로부터나를꺼내준것은오래전에세상을떠난이모가마지막으로남긴“세상은아름답다.예쁘게잘살아.”라는말이었다.몇차례더이별을겪으면서세상이지긋지긋하게느껴질때마다나는그말을조용히꺼내보곤했다.나는이제끝이라고생각하는순간에도멋진일이일어날수있다고믿으며,또한빛처럼환한이별도존재할수있다고,쏟아지는빛에당신이눈을감는순간새롭게떠오르는꿈들이있으리라고얘기할수있다._임선우(소설가)

책속에서

“나는줄곧생각했다.헤어지고나서도다시웃으며볼수있는사람이있고,끝이어떠했든추억만으로도웃음지을수있는사이가있는한편,어떤헤어짐은긴시간이지나도돌아보고싶지않은상심으로남는다고.”
-「최은영_씬짜오,씬짜오」중에서

“그래,나쁘지않아.나쁘지않아.돌아갈수는없지만그시간을떠올리는것만으로도나쁘지않아.”
-「김중혁_요요」중에서

“나는이구아나가떠나길바라는걸까,떠나지않길바라는걸까.그질문은곱씹고곱씹다보면어느새나에대한것으로바뀌어있었다.나는어쩌고싶은걸까.계속하고싶은걸까,그만두고싶은걸까.계속하면어떻게되고그만두면어떻게되나.”
-「이유리_이구아나와나」중에서

“퇴고의방법을알려드리겠습니다.첫째는완성한이글이엉망이라는것을인정하는겁니다.둘째는이걸다시쓰면나아질수있다는것을믿는겁니다.그리고마지막,실제로다시쓰는겁니다.그과정에서조금씩고치고다른단어로바꾸는것이죠.”
-「정용준_미스터심플」중에서

“얘야,이건용기가필요한일이야.내가하려는건지금까지이모가한일중에가장용기가필요한일이야.복순이를그렇게보내주는것도용기가필요한일이었어.”
-「정영수_더인간적인말」중에서

“삶은누군가를아프게하고누군가를기쁘게한다.그런의미에서라면나는내가알고싶었던답을영원히찾지못할것같다.하지만유일하게위안삼을수있는점은,아픔도기쁨도한종류만은아닐지모른다는거다.”
-「손원평_상자속의남자」중에서

“갑자기모든것이그리워질것만같았다.그러니까수많은얼굴을,주말아침의영화를,허공에포물선을그리던야구공을다시사랑할수있을것만같은기분.그것들을마지막으로떠올려보기위해서나는눈을감았다.”
-「임선우_커튼콜,연장전,라스트팡」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