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통제사 (최정화 소설집)

날씨 통제사 (최정화 소설집)

$15.93
Description
“사소하게 여겼던 그 일들이 거대한 재앙의 전조였음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사유하고 상상하며 실천하는 작가
최정화가 보여 주는 여덟 가지 기묘한 세계

무탈해 보이는 세계에 스며 있는 허점들을 날카롭게 포착해 기발한 상상과 유머로 풀어내는 작가 최정화가 네 번째 소설집 『날씨 통제사』를 선보인다. 이번 책은 평소 친환경 가치를 몸소 실천해 온 최정화 작가가 그리는 ‘지구와 미래’를 담고 있어 더욱 관심을 끈다.
엉망이 된 기후를 인위적으로 조절하는 ‘날씨 통제사’의 최후를 다룬 「벙커가 없는 자들」, 태평양에 실재하는 쓰레기 섬을 ‘시체 섬’으로 비틀어 표현한 「그레이트 퍼시픽 데드 바디 패치」, 만물의 영장이라 자부하던 인류가 파멸한 이후의 세계를 다룬 「비지터」 등 작가는 특유의 재치와 필력으로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흥미진진한 작품들로 탄생시켰다.
더불어 이번 소설집에는 이주 노동자, 일제 강점기 조선인, 퀴어 등 소수자의 이야기를 섬세한 감수성으로 표현한 작품들도 함께 수록되어 있다. 최정화의 『날씨 통제사』는 읽는 순간 작가가 창조해 낸 미스터리한 작품 세계에 흠뻑 빠져들었다가, 책을 덮은 뒤에는 작품이 그려 낸 허구의 세계가 그저 허구가 아님을 깨닫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저자

최정화

2012년창비신인소설상에단편소설「팜비치」가당선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지극히내성적인』,『모든것을제자리에』,『오해가없는완벽한세상』,경장편소설『메모리익스체인지』,장편소설『없는사람』,『흰도시이야기』,에세이『책상생활자의요가』,『나는트렁크팬티를입는다』,『비닐봉지는안주셔도돼요』등을썼다.2016년젊은작가상을수상했다.

목차

그레이트퍼시픽데드바디패치
벙커가없는자들
비지터
쑤안의블라우스
고양이눈
부케를발견했다
거실장한가운데
라디오를좋아해?

해설
작가의말
수록작품발표지면

출판사 서평

말릴수없는‘이야기통제사’
최정화가들려주는지구의미래

2012년창비신인소설상을수상한「팜비치」를시작으로세상에필요한메시지를부지런히전해온이야기꾼최정화.환경잡지사『작은것이아름답다』에서근무한바있는그는소설가로데뷔한후에도제로웨이스트실천기를출간하거나다양한환경캠페인에참여하는등기후위기와관련해끊임없이목소리를내왔다.
『날씨통제사』에는작가의삶에서우러나오는깊은주제의식을바탕으로‘기후위기와인류의미래’를다룬단편이다수실려있다.게다가SF미스터리라는장르를십분활용해자칫무거울수있는주제를신선하고흥미롭게풀어냈다.
소설집의제목‘날씨통제사’는단편「벙커가없는자들」속인물들의직업이다.기후변화에위협을느낀인류가결국대기를직접조절하는지경까지이른다는설정의이작품은,인류의오만함을꼬집으면서지금우리가사소한농담처럼말하는기후변화가‘거대한재앙의전조’라경고한다.
「그레이트퍼시픽데드바디패치」는‘거대한재앙의전조’를미스터리서스펜스로펼친작품이다.제목‘그레이트퍼시픽데드바디패치(GreatPacificDeadBodyPatch)’는사람들이버린쓰레기가해류를타고모여만들어진태평양의실재섬‘그레이트퍼시픽가비지패치(GreatPacificGarbagePatch)’에서차용한허구의섬이다.소설에는인간의일상생활을돕는일회용로봇들이살인을저지른뒤시체를이섬에유기하고,그사람을대신해살아간다는섬뜩한내용이담겨있다.이는일회용쓰레기문제를풍자한것으로편리함,효율에취해현실을직시하지못하는인류의모습을블랙코미디로표현했다.
「비지터」는더나아가인류가파멸된이후의세계를상상한작품이다.소설속에는인데바르족이라는비인간종족이지구를지배하는것으로나오는데,이들은자신들의목적에맞게인간을생산하고개조한다.인류가생태계전반에행해온약탈과착취를과감히미러링한이작품은,지금우리가무슨일을행하며지구를점유해왔는지돌아보게만든다.

외면하고싶은현실을다시보게만드는
최정화이야기의힘

작가는“소설을박차고나가야하는때가아닌지스스로에게묻곤했는데,지극히내성적인내게는소설이야말로현실에뛰어드는가장적극적인통로라는걸깨달았다.”며“써야하는이야기를잘쓰고싶다.잘써서사람들의마음을움직이고세상을변화시키고싶다.”고말한다.그렇기에당연하게도작가의관심은자연과생태에국한되지않고,우리사회에분명존재하지만외면당하기일쑤인어두운곳까지로그영역을뻗어나간다.
「쑤안의블라우스」는봉제공장사장인‘나’가베트남이주노동자쑤안을만나면서경험한나흘간의기묘한체험을담은작품이다.소설은봉제노동자와이주노동자가받는열악한대우와생존의고단함등을현실감있게표현하면서,똑같은하루가반복된다는독특한설정을통해이야기의몰입감과주제의식을최대로끌어올렸다.
「고양이눈」은일제강점기토막민이자본가에게가게를빼앗긴후느끼는무력함,그럼에도꺾이지않는저항의의지를치밀한심리묘사로보여주는작품이다.동시에최근서울몇몇지역을중심으로제기된젠트리피케이션의문제를비유적으로서사화해현재적관심사를환기한다.
「라디오를좋아해?」는성소수자인‘나’가흔히이단이라고불리는소수종교를믿는직장동료우희를만나면서느끼는심리변화를담았다.정당한이유없이색안경을끼고상대를바라보는‘나’를통해소설은당신이생각하는편견은무엇인지되묻는다.더불어우희의마지막대사에서독자들은통쾌한동시에뜨끔해지면서,편견과혐오에자유롭지못한스스로에대해생각해보는시간을가지게한다.
이외에도이번소설집에는믿음의결여에서오는관계의문제를다룬「거실장한가운데」,인간인식의허점을지적한「부케를발견했다」가수록되어있다.일상속의균열과파동을예민하게감지하는최정화의장기가여실히발휘되어읽는재미가쏠쏠하다.

‘어떤인간이될것인가?’라는질문을던지는책

최정화작가는『날씨통제사』속인물들의대사를통해‘가치’와‘원칙’을강조한다.상관들이떠나버린날씨통제센터를지키고있는‘나’(「벙커가없는자들」)는“내게는지키고싶은가치가있었다.”“그가치라는것이단지과거의특정시점에유용한도덕률에불과하”거나“그게내가잠시나마누린사치라고해도좋았다.”라고말한다.일제강점기일본인에게가게를빼앗긴‘나’(「고양이눈」)는거듭되는수난속에서도“내게는해선안되는일은하지않는다는원칙같은게있었다.”라고힘주어말한다.
서로다른개성을뽐내지만주제적인측면에서는서로연결되어있는여덟편의이야기들을통해작가는,강요하거나회유하는목소리앞에서그것의옳고그름을판별하고단호하게내가옳다고믿는것을말하는용기가있어야함을강조한다.더불어그가치를지켜내는마음이얼마나고귀하고어렵고드문지굳고단정하게말한다.
『날씨통제사』는‘어떤인간이될것인가?’라는질문을던지는책이다.이책을덮으며독자들은이질문에대한확실한답을적어도하나는얻을수있을것이다.최소한우리는만물의영장이라는특권성을주장하며자연을착취하는인간,자연의경고에도불구하고당장의효율과편리함때문에미래를배제하는인간,서로배척하고혐오하는인간은되지말아야한다는것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