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버릇 - 창비 청소년 시선 43

웃는 버릇 - 창비 청소년 시선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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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초등학생 어린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든 열다섯 살 중학생들의 불안한 심리와 일상에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을 담아낸 시집 『웃는 버릇』이 출간되었다. 이 시집은 2005년 대전일보 신춘문예 동시 부문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한 뒤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세계를 노래한 동시를 써 온 김응 시인의 첫 청소년시집이다.
시인은 웃고 있다고 웃는 게 아닌 열다섯 청소년의 진짜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며 그들의 다채로운 시간들을 60편의 시로 섬세하게 보여 준다. 더불어 그들을 ‘중2병’이라는 배척의 이름 대신 ‘속 깊은 열다섯’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불러 주며 청소년들의 속마음을 찬찬히 살핀다. 청소년들이 “얼마나 힘들고/얼마나 애쓰고/얼마나 마음 아파했는지”(시인의 말) 꼼꼼히 헤아리는 시인의 마음이 오롯이 담긴 이 시집은 오늘을 살아가는 청소년들에게 기꺼이 곁을 내주는 따뜻한 벗이 되어 줄 것이다. 『웃는 버릇』은 ‘창비청소년시선’의 마흔세 번째 권이다.

저자

김응

열여덟해동안시를쓰고있다.시의나이로치면사춘기를건너고있는셈이다.본캐는시인,부캐는언니.딸부잣집넷째로태어나있는듯없는듯살뻔했지만동생이태어난덕분에언니가되었다.가시를발라낸간편한생선보단가시를바르며수고롭게먹는생선을좋아하고,값비싼물건보단손때묻은오래된추억을좋아하고,혼자팔짱끼기보단둘이어깨동무하는걸좋아한다.바닷마을작업실메리응유에서동생과함께글을쓰고있다.
동시집『개떡똥떡』,『똥개가잘사는법』,『둘이라서좋아』,산문집『아직도같이삽니다』등을냈다.

목차

제1부그렇게어른이되어가는것
좋은것은자꾸생각나/나는봄/햇볕이되는날/물들다/하늘과바다처럼/겨울지나고봄/정말맛있는떡볶이먹고싶다/지금은다아는걸까/날/의자가의자에게/다행히해가따뜻했다/사랑/무엇이잘못된걸까/이순간/내가할수있는것

제2부아프다고말하고싶은데
고고/괜찮은척/웃는버릇/투명인간/학교밖에서/시계처럼/가슴이콱막혀답답할땐/눈물의맛/노력의맛/진짜열심히하면될까요?/이러다갑자기/겉모습만보면/나의운동화/주머니의법칙/다림질을하며

제3부마음이서운한날
속깊은열다섯/키높이신발을신고/손의힘/우리는보호받을수있을까/주문을외다/장래희망/개나사람이나/목줄/하루살이/속상하다/나한테없는것/균형/마음이서운한날/물방울이모여/반전

제4부별이뜨면좋겠어
안녕/한끗차이/처음/나는/ㅋㅋㅋ/주객전도/끝없는생각/나쁜말/싸움은술래/경고/마음을쓰다/길을가다/깜깜한밤/징검다리/틈

해설
시인의말

출판사 서평

우리는‘중2병’이아니라
‘속깊은열다섯’입니다

어린이와어른의경계에선청소년이좌충우돌하면서방황하는것은어쩔수없는일이다.어쩌면자연스러운현상이기도하다.그럼에도어른들은편견과선입견의잣대를들이밀며몰아세운다.“나도모르게/희망보다절망을/먼저떠올”(「한끗차이」)리는위태로운시간을견디어내며살아가는청소년들을그저“속을통모르겠다고/속좀그만썩이라고”(「속깊은열다섯」)다그치면서‘중2병’이라는딱지를붙여버린다.하지만아이들이라고해서아무생각없이살아가는것은아니다.맨날사고만치는골칫덩이가아니라“누가뭐래도/속깊은열다섯이다”(「속깊은열다섯」).“겉모습만보고/멋대로마음대로/생각”(「겉모습만보면」)하는어른들의편견에아이들은“구구절절설명하고싶지않아서”(「웃는버릇」)그저웃고만다.시인은이러한청소년들의속마음을그냥지나치지않고예민하게포착하여섬세한시로담았다.

좋아도ㅋㅋㅋ

싫어도ㅋㅋㅋ

기막힐때도ㅋㅋㅋ

어색할때도ㅋㅋㅋ

진짜로웃겨도ㅋㅋㅋ

가짜로웃겨도ㅋㅋㅋ

누구나아는ㅋㅋㅋ

나만아는ㅋㅋㅋ
ㅡ「ㅋㅋㅋ」전문(78쪽)

그럼에도청소년들은“하고싶은마음/가고싶은마음/만나고싶은마음/사랑하고싶은마음”등“무수한마음들”(「나한테없는것」)을꿈꾸며살아간다.때로는“나여기있다고//아직살아있다고//분명숨쉬고있다고//온몸으로소리쳐도”(「투명인간」)사회의무관심속에서있는듯없는듯투명인간취급을받기도하지만마냥움츠러들지만은않는다.“그때참뭘몰랐”(「지금은다아는걸까」)던시간과“어느새훌쩍커버린”(「겨울지나고봄」)제모습을돌이켜보면서“난생처음/나의뒤를돌아보고/나의앞을그려”(「다림질을하며」)보며성장해간다.

키작은나무가
키큰나무에게
어깨를기댄다

덩치작은고양이가
덩치큰개에게
살을비빈다

(중략)

키가자랄수록
몸집이커질수록
나보다작은누군가에게

어깨를내어주고
등을내어주고
품을내어주는것

그렇게자라는것
그렇게커가는것
그렇게어른이되어가는것
ㅡ「내가할수있는것」부분(26~27쪽)

경계위에서꿋꿋이버티며살아가는
열다섯들에게보내는따듯한위로와응원

청소년들은아동기와성년기의경계에놓인세상이익숙지않기에“눈앞이캄캄하고/앞날이막막하고/깜깜한밤에/나홀로있는것처럼”살아가는길이“나만보이지않는건지/나만보지못하는건지/알수없”(「깜깜한밤」)어불안하고초조하기만하다.그렇지만“내안에는/못하는것만큼/잘하는것도있”고“내모습에는/못난것만큼/잘난것도있다”(「균형」)고믿기에꿋꿋이버티며살아간다.시인은이렇게제나름대로성심껏“살기위해애쓰는”(「우리는보호받을수있을까」)청소년들의얼굴에서전심전력을읽는다.그리고“오줌한번누지않고/책상앞에붙박이가된”(「의자가의자에게」)채삼백육십오일내내“한시간을일분씩쪼개고//일분을일초씩쪼개고//쉬지않고”(「시계처럼」)돌고도는숨막히는시간을살아가는아이들의어깨를다독이며나지막이속삭인다.

한숨쉬지말고

한숨돌리는거야

한숨자도좋고
ㅡ「가슴이콱막혀답답할땐」전문(39쪽)

열다섯청소년도세상이녹록지않다는걸안다.그나마다행인건“시간이갈수록/싫어하는것보다좋아하는게늘어”난다는것이다.“그래서오늘도살만했다고/내일을기다리”(「나는」)며열심히살아간다.“나는잘알고있다/나는잘하고있다/나는자라고있다”(「주문을외다」)는주문을외면서“옆도뒤도/품는뜨거운/가슴이되자”(「장래희망」)고다짐하는청소년들에게시인은응원의따듯한손길을내민다.“눈물을닦아주는손//어깨를토닥여주는손//등을쓰다듬어주는손”은“어떤말보다힘이세다”(「손의힘」).청소년들이이시집을읽고서“부드러운바람”과“따뜻한햇살”(「길을가다」)이충만한내일을향해한걸음한걸음내디디며“새로운이야기를만들어나가”(「틈」)기를바란다.

어른들은말하지
지금이순간만지나면된다고

그래한번가보자고
그래한번믿어보자고

나는지금참고
너는지금악물고
나는지금견디고
너는지금버티고
그래우리그러고

이대로고고
앞으로고고
위로고고
시간도가고세월도흐르고
그러면우리는자라고
나도변하고너도변하고

어른들은말하지
지금이순간만지나면된다고

그래한번가보자고
그래한번믿어보자고
ㅡ「고고」전문(30~31쪽)

작가의말

어제의나에게,
고개숙이지않아도괜찮아.
누가알아주지않아도괜찮아.
얼마나힘들고
얼마나애쓰고
얼마나마음아파했는지
나는알아.
잘견뎌온거야.
잘버텨낸거야

조금아쉬우면어때.
조금모자라면어때.
꽉차면더채울수없잖아.
완벽하면더할게없잖아.
덕분에오늘의내가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