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는 여기서 시작된다 - 창비청소년시선 44

핑크는 여기서 시작된다 - 창비청소년시선 44

$10.00
Description
“숏컷도 바지도 노 메이크업도 박수를!
오늘도 피어나는 여중생”

수천의 딸들에게 보내는 다정하고 단단한 응원
이 책은 이제 막 중학생이 된 청소년 중에서도 특히 여중생들의 일상과 복잡 미묘한 감정 등을 담아낸 청소년용 시집이다. 2015년 『현대시』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최설 시인의 첫 시집으로, 휘경여자중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시인은 그간 수천의 여성 청소년과 함께 생활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그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아냈다.
이 청소년시집의 시편들에는 특히 시인이 두 딸의 엄마로서, 그리고 현직 교사로서 갈등과 방황의 소용돌이 속에서 혼돈의 시기를 건너는 아이들을 대하는 자상하고 다정한 마음이 오롯이 깃들어 있다. 더불어 청소년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소재와 ‘핵’, ‘뚱’, ‘뙇’ 같은 그들만의 언어가 어우러져 청소년들의 마음을 친근하게 사로잡는다. 청소년 독자뿐 아니라 중학생 딸을 둔 부모나 교사가 함께 읽어도 좋을 책이다. 이 시집은 ‘창비청소년시선’의 마흔네 번째 권이다.

저자

최설

저자:최설
시인,국어교사.초중고를다니는내내꿈이었던국어교사가된뒤대학원에들어가시를연구했고,『현대시』에서신인상을받으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몇번을검사해도ENFP,늘새로운것에룰루랄라신이나는사람”이라고자신을소개하는시인은‘모두가어디서든사랑하고사랑받기를!’소망하며,그한가운데에학생들이있다고말한다.학생들이시를만나길바라며『윤동주시함께걷기』를썼고,시를즐기길바라며청소년시집『핑크는여기서시작된다』를썼다.

목차


제1부중딩이되었어

발걸음
시작되고야말았다
으르렁
엄마is뭔들
미쳤다
장바구니
달콤
당나귀표정으로
라면
거울모드
한글날

제2부미끄러지지않도록

얼음위에서
D-10
교육부장관
없다
혼잣말
조물조물
반국사람




제3부여학생

취향저격
있다
궁금해?
심쿵해
헤바라기씨
독서실
오래된족보
눈꺼풀을감으면
눈을감으면
핑크공주
공개수업
잔소리반사
내사랑언니
골목길
여중생
여학교

제4부갬성돋는뙇

안녕하세요
홍콩할매귀신
첫사랑
나무의비밀
생생우동을주세요
진,오나의진
마미손
완벽한계획
단발머리

제5부오랜,나에게

기억은키만큼
우리도생각이있다
처음만난사람
한개의심장
기사양반신여사
학교가지못한날
십년후
사먹으면돼요
일요일밤
잘가

발문
시인의말

출판사 서평

철부지여중생아니에요
우리도생각이있는‘사람’입니다

최설시인의청소년시에는“여성어른이아닌여중생사람의목소리”(이근화,「발문」)가있다.그리고그목소리의주인공인“하트만봐도발그레한”수줍은청소년(「있다」),“아무도들어주지않고/아무도쳐다보지않”아도“나를사랑해”주는청소년(「혼잣말」),윗집오빠를우연히마주치면“손끝마다심장이뛰”고“발바닥까지심쿵한”청소년(「심쿵해」)이있다.주변의따가운시선에“마음반쪽이매일매일바늘에찔”리면서도“사랑하거든내가제일대한민국”이라며주눅들지않고살아가는다문화가정의청소년(「반국사람」),“꽃처럼향기내면서잘살고있”다고스스로위로의말을건네는청소년(「핑크공주」)도있다.시인은이여성청소년들하나하나에게다가가눈높이를맞추고,가슴속에꼭꼭숨겨둔그들의마음을꼼꼼히헤아리며곱게읽어나간다.

검은패딩개미들이떼지어갈때핑크공주는개미등을툭밀며간다좀비켜줄래나물들겠다

핑크패딩핑크가방핑크파우치핑크핸드폰이세상핑크는다여기서시작되는듯웃을때도핑크가피어나는것만같아

핑그르르웃는다밑줄도핑크채점도핑크동그라미도핑크가짱이거든이거핑크노트누구쟤요핑크색으로글씨쓴사람쟤일거예요아니핑크속옷이라니체육복에다비친다네일부러

그런거예요일부러

까무잡잡피부지우고아버지담배냄새푹푹가리고며칠째끓이고있는된장찌개김치를꺼낼때마다터지는손등

핸드크림발라주는엄마없어도핑크로션꼭챙기거든꽃처럼향기내면서잘살고있어매일핑크빛나는
ㅡ「핑크공주」전문(60~61쪽)

어른들이보기에아이들은세상물정모르는철부지같기만하다.공부에는관심없는듯외모에만신경쓰는모습을보면더할것이다.하지만그들이라해서미래에대한꿈도희망도없이순간순간내키는대로그저아무생각없이살아가는것은아니다.다자기나름대로생각과계획이있고,세상을바라보는눈또한결코예사롭지만은않다.소녀상앞에서“아직도깨지지않은강점기”(「단발머리」)의쓰라린역사를되짚어보기도하고,세월호참사앞에서는“노란색침묵”과슬픔의무게를느끼며“그날이후로어른이라는단어를말하지않는다”(「우리도생각이있다」)고단호히말한다.부조리한사회의그늘진뒷면을어렴풋이나마깨달아가면서“세상을꿈꾸기위해/내일을말하는”(「여중생」)그들은그렇게“어느정도어른이되어간다”(「우리도생각이있다」).

하천에서실종되지않았으며
외모를자랑스럽게여겨씩씩하고
집단폭행에휘말리지않아
혼자서도무리들과정답고
스트레스엔떡볶이고
담배는손대본적도없음
낮길이고밤길이고
음악을들으며걷는발자국
누구도만지지않는다
구석진곳에서도늠름한내게
가출이라니이집의중심은나
제사상가운데우뚝서서
조상님께꿈을말씀드린다
실력으로승부하기위해
오늘도새벽을밝히는
이목소리로
세상을꿈꾸기위해
내일을말하는소녀
성희롱성폭력성매매없는세상
팔목엔칼자국말고온기를
숏컷도바지도노메이크업도박수를
오늘도피어나는여중생
ㅡ「여중생」전문(70~71쪽)

세상의모든딸들에게보내는
따뜻하고단단한응원의편지

딸들,그중에서도한창감수성이예민한시기의여중생은사사건건엄마와부딪히기일쑤다.“고무같은뭉툭한말”(「마미손」)로서로를쏘아붙이고결국“고함소리로방문을닫”아버림으로서싸움은일단락된다.이내딸은“방안가득밀려오는후회”(「으르렁」)가들고“물이뚝뚝”(「마미손」)떨어지는고무장갑을끼고선채엄마는자신의사람됨을자책한다.두딸의엄마이기도한시인은현재딸로살아가는사람과과거딸로살았던사람의가깝고도먼관계를예민하게담아낸다.더불어이시기또한인생의한페이지라는것을,지금은모두가“감정을훈련하는중”(발문)이라는것을이야기해주며현재와과거의두딸을응원하고격려한다.

고무장갑안에넣은손처럼
나는오늘도여럿으로나뉜다
머릿속에는두꺼운뼈가차있을것이다
우리의행동은머리를통과하여나온다고배웠으나

고무처럼뭉툭한말만우둘투둘
엄마머리는숨이다죽었는데묵은김치처럼
손목이시큰거린다고했는데

쾅소리로닫히는방문은내마음과다를것이다
서있는엄마장갑에선물이뚝뚝
이머릿속에는두꺼운마음만들었나보다
손가락하나하나엄마에게서나왔다배웠으나

속이뒤집힌채걸려있는고무장갑
얼마나많은김치를버무리면저렇게주홍이되나
얼마나많은가슴을문지르면저렇게터져버리나
구멍으로불어터진엄마마음이새어나온다

만지작만지작우물쭈물한마음들
고무장갑속에서움직거리는손가락처럼
ㅡ「마미손」전문(86~87쪽)

오늘날우리사회를돌아보면아이들의미래를낙관하기어렵다.분명“숨쉬고있는데쉬지않는것만같은”답답함과“아무리들여다봐도/캄캄한”(「발걸음」)어둠속,세상은그저두렵기만하다.그런가운데에서도“보도블록을뚫고자라는가로수들”(「발걸음」)처럼저마다의꿈을키워나가는청소년들이이시집을읽고서“이불속온기같은평화”(「달콤」)가넘치는내일을향해“해가돋는저끝”(「잘가」)으로씩씩하게나아가기를바란다.“언제고꽃이될수있”(「일요일밤」)는존재인청소년들이한그루나무로우뚝설수있도록이시집이위로와희망을건네며소중한자양분이되어줄것이다.

이렇게작고보드랍고따사로운우리들은
중딩이고나도여전히여중생이라서
내마음종종나도몰라
그토록쉽기도어렵기도한우리들의
마음을들어줄수있을까?
(...)
오늘도배꽃같이하얗게웃는너희들
앞으로또얼마나환한여러분을만나게될까?
그렇게너의마음을곱게읽고싶어
ㅡ「시인의말」에서(120~121쪽)

시인의말

우리반에서딱한명,여중에배정받은나는
몰랐다여중,여고,여대를나와서
여학교에근무하는국어교사가될줄은
두딸을낳아기르고
수천의딸들을기억하게될줄이야
정말몰랐다
비오고눈이되었다가어느새쨍쨍한
너와나의마음
오늘창밖은그렇게변덕스러운데
너는변덕아니고소중하니까
조금만버티고있어줄래?
(하략)

창비청소년시선소개

‘창비청소년시선’은전문시인이쓴청소년시를발굴하고정선해내는본격청소년시시리즈이다.앞으로도청소년시의다양한폭과깊이를가늠하며청소년들곁을지킬조금은위태롭고조금은삐딱한노래를꾸준히담아낼계획이다.2023년7월에는정연철시인의청소년시집『별도의진도』(가제)가창비청소년시선45권으로출간될예정이다.

추천사

『핑크는여기서시작된다』를읽으면여중생아이들의모습이눈앞에선명하게그려진다.쪼그만아이들같지만그들에게는그들만의룰이있고,다자기생각과계획이있다.어른들눈에잘보이지않는,혹은쉽게묵살되곤하는그들만의생활이있다.현직교사인최설시인이들려주는그들의이야기가모처럼받은귀한선물같다.
-이근화(시인,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