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에 대해 쓰려 했지만 (이향규 에세이)

사물에 대해 쓰려 했지만 (이향규 에세이)

$17.03
Description
“아주 일상적인 사물과 장소는 때때로 내 기억으로 가는 통로가 된다.
그 끝에는 나를 지탱하는 사람들이 서 있다.”
최선을 다해 서로가 거기 있음을 확인하는, 우리 사이의 연결 고리에 대한 따뜻한 기록

이향규의 신작 에세이 『사물에 대해 쓰려 했지만』이 출간되었다. 이향규는 다문화 청소년과 탈북 이주민, 결혼 이주 여성을 돕는 활동가 겸 연구자로 오랫동안 일해 왔다. 현재는 영국에서 남북한 출신의 재영 어린이들에게 우리말을 가르치는 교육자로, 소수자 소외 문제와 연대의 의미를 탐색하고 기록해 온 저술가이기도 하다.
이 책은 사회적 이슈를 깊이 탐구하고 기록했던 전작과 달리 저자의 시선을 ‘사람’으로 돌렸다. 우리 삶을 채우는 다양한 물건과 장소와 시기를 통로 삼아 우리 사회에서 하지 않아도 모를, 그러나 하면 좋은 일들을 대가 없이 수행해 온 가족, 이웃, 사회 구성원에 주목한 것이다. 팬데믹 시기에 동네 사람들이 모인 온라인 ‘단체 대화방’을 만들고 그 덕에 독거노인들을 이웃이 함께 돌볼 수 있도록 자발적으로 나선 이웃 여성을 주목하고, 이로써 연대의 힘을 환기해 내는 방식이다.
서로 다른 존재를 이해하고 보살피는 행위가 오히려 각자의 삶을 지탱해 주고, 개인 간의 소박한 연대가 사회를 튼튼하게 한다는 것. 독자는 이러한 뻔하되 엄연한 진실을 다시금 확인하는 가운데,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삶의 온기와 든든함을 새삼 실감하게 될 것이다. 나아가 앞으로 마주할 무수한 존재들을 향해 다정함을 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저자

이향규

저술가,사회활동가,교육자.서울에서나고자랐다.교육학을공부한뒤국가청소년위원회무지개청소년센터,한국교육개발원탈북청소년교육지원센터,북한대학원대학교,한양대학교글로벌다문화연구원등에서북한출신이주민,다문화청소년,결혼이주여성관련연구자이자활동가로일했다.2016년에남편토니,두딸애린,린아와함께영국으로이주한뒤로영국과한국에걸쳐살면서만난여러이야기를글로쓰고있으며,뉴몰든한글학교교장을맡고있다.사소한일에서의미찾는것을좋아하며,잘듣는사람이되고싶어한다.쓴책으로『후아유』,『영국청년마이클의한국전쟁』,『세상이멈추자당신이보였다』등이있으며,『선교사의여행』,『마스크가답하지못한질문들』,『공감대화』등을다른이들과함께썼다.

목차

prologue.기억끝에떠오른얼굴

1부.식탁위의얼굴
위로음식-나는혼자가아니다
팔찌-우리는서로다른속도로걷는다
지팡이-비로소보이는사람들
자전거-‘혼자’와‘같이’라는두바퀴
도토리-가장좋아하는___
어드벤트캘린더-시간은뚜벅뚜벅걸어간다
편지-분주한벗에게
수선화-마지막순간,또는과정
노래-누군가를영원히기억하는방법
생명의나무-세상으로나갈너에게주는선물
전조등-밤길운전에서필요한것
차례상-힘들면언제든지돌아오렴

2부.울타리너머의얼굴
빨래-햇볕과바람의형태
반닫이-옛주인의흔적
모자-밀리너엄마
등산화-봄이왔다
채리티숍-누구나집한칸은필요하다
펍-영국식마을회관
명절음식-여느평범한날
황금지붕-문화재의진짜주인
김치-통에가득담긴마음
단체대화방-휴대전화속이웃

3부.길건너의얼굴
생크추어리-상처입은존재들의거처
하인즈토마토크림수프-나를알게해주는친구
시계-돌봄의가치
공동묘지-죽음을기억하라
잡지-사물의여행
사진-얼굴을찾아주는일
1997년달력-꽃다운벗에게
코리안-우리의언어
깍두기-잉여들이세상을움직인다
기차-함께여행하는사람들

출판사 서평

일상적사물과공간이라는
보편적소재에녹여낸사회적통찰
뒷마당에서있는자전거,신발장한편에놓인지팡이,상자안에서오래잠자고있던낡은편지….고요한일상에존재감없이있던‘사물’들이어느날문득말을걸어올때가있다.그리고익숙하게드나들던동네의식당,공원,기차역과같은장소들이다른낯으로느껴지는순간들이있다.낯설게다가온대상들은기억저편에잠들어있던‘사람들’을떠올리게한다.
가족과함께영국에살고있는이향규는이번책에서그러한경험을담담하게풀어냈다.일상적인물건과시공간을통해세계를바라본것이다.자신을향했던저자의시선은매일마주하는가족에게로(1부.식탁위의얼굴),이웃에게로(2부.울타리너머의얼굴),영국사회와바다건너한국으로(3부.길건너의얼굴)옮겨간다.그리고그시선끝에는타인에게선함을베풀고자하는사람들,드러나지않은채사회의빈고리를연결하는사람들이서있다.
이를테면작가의남편이늘지니는파란색‘팔찌’는자신에게파킨슨병이있다는사실을사람들에게알려느린속도를양해구하기위한표식이다.저자는남편의‘사물’을응시하며세상에는서로다른속도로살아가는사람이많다는사실을뒤늦게깨달았노라고백한다.또영국의자선가게인‘채리티숍’과마을회관역할을하는‘펍’을소개한다.저자는처음영국으로이주하고외롭고가난했던시절에두곳에서는유일하게잠시나마안심하고머물렀던기억을떠올리며이러한이웃간의관심이사회의빈틈을채워준다고넌지시말한다.
이책은거시적인사건속에가려진개인의비극또한다룬다.열아홉살이되어둥지를떠날준비를하는딸을물끄러미바라보다같은나이에한국전쟁에참전해야했던브라이언호프씨와의만남을떠올린다.전쟁에서씻지못할상처를입은호프씨가전우들을잊지않기위해수십년동안전국지역신문사들을통해그들의‘사진’을찾는노고를행한사실을전한다.저자는그의이야기를독자에게전함으로써역사의상흔을입은개인은여전히존재한다는사실을불러일으킨다.

소박한언어와행간에녹아든
‘사람’에대한따뜻하고애정어린시선
이향규는오랜시간다문화청소년과탈북이주민,결혼이주여성을돕고이에관한연구를해왔다.그리고몇해전,남편의파킨슨병발병으로그의나라인영국으로이주하며스스로‘이주민’이자‘소수자’의삶을살며이경험을바탕으로매체에칼럼을써오고있다.
저자의전작들은주로사회적이슈에대한탐구이자기록이었다.첫번째에세이『후아유』에서는정체성에대한깊은탐구를담았고,두번째에세이『세상이멈추자당신이보였다』에서는팬데믹이라는혼란스러운상황에서평범한소시민들이이룬단단한성장을기록하였다.이렇게꾸준히약자들이빚어내는연대의의미에집중해온것이기회가되어홈리스를후원하는잡지『빅이슈』에‘사물과사람’이라는주제로에세이를연재하게되었다.이원고를바탕으로하되대폭적인수정과보강을거쳐세번째에세이『사물에대해쓰려했지만』으로독자들을만나게되었다.한권의책으로묶이는과정에서저자마음깊숙이에자리한사람에대한애정이한층더짙어졌다.
저자는일상의익숙한물건과장소,시기를통로삼아‘지금의이향규’를만들어준인연들과의구체적추억을소환했지만,장애인인권,돌봄노동,남북분단,전쟁의비극,비거니즘,동물권등사회적이슈에대한저자의사유또한자연스레드러난다.주변으로관심을돌려일상을관찰할때조차도사회의응달에주목하는이향규특유의시선이돋보인다.이렇게독자는사물에얽힌저자의과거기억을따라시간과공간을넘나들다보면우리눈에미처보이지않았던사실,곧우리이웃들이어떻게서로를보살피고공동체의든든하게결속시키고있었는지비로소보이게된다.이점에서『사물에대해쓰려했지만』은사회적목소리가담긴에세이를기다려온독자들에게도울림있는읽기경험을선사할것이다.

우리는서로끈끈히연결되어있다는
당연한진실이주는안전함과온기
이책은화려한문체나박진감있는일화를보여주며독자의시선을끌려고애쓰지않는다.그러나읽다보면문장과문장사이의여백속에잠시멈춰서서잠시나의‘사물’과‘사람’을떠올리게하는마법같은매력을지녔다.이향규의힘은거기에있다.그리고글을통해독자아주가까이다가가독자자기의이야기처럼느끼게끔,그리하여에세이를읽는시간이독자스스로와마주하는기회가되도록이끈다.분명타인의글을읽었는데,‘나’라는사람에대해더욱잘알고가까워지게하는것이다.
작가는이책을통해독자가우리주위를둘러싼부모님,배우자,자녀,친구,옛동료,이웃들의얼굴하나하나를응시하게함으로써,자신의크고작은희생과실천을드러내지않은채묵묵히사회의빈틈을채우고있는사람들이많다는사실을깨닫게한다.그결과독자는서로다른모습으로살아가는무수한익명의존재를깨닫고,타인과연결되는삶이야말로든든하고안전하다는것을이해하게된다.이웃과공동체,사회의소박한연대가가진힘을전하는이책의가치는바로거기에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