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하는 소설 : 미디어로 만나는 우리 - 창비교육 테마 소설 시리즈

연결하는 소설 : 미디어로 만나는 우리 - 창비교육 테마 소설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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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애란외

저자:김애란

2002년단편소설「노크하지않는집」으로대산대학문학상을받으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달려라,아비』,『침이고인다』,『비행운』,『바깥은여름』,장편소설『두근두근내인생』등을썼다.



저자:구소현

2020년단편소설「요술궁전」으로문학과사회신인문학상을받으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소설보다:가을2021』(공저)을썼다.



저자:오선영

2013년부산일보신춘문예에단편소설「해바라기벽」이당선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모두의내력』,『호텔해운대』,『문밖에누군가가』(공저)등을썼다.평사리문학상,부산작가상을수상했다.



저자:서이제

2018년문학과사회신인문학상에중편소설「셀룰로이드필름을위한선」이당선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0%를향하여』,『왜가리클럽』(공저),『관종이란말이좀그렇죠』(공저)등을썼다.문학동네젊은작가상,오늘의작가상,이상문학상,김만중문학상을수상했다.



저자:김혜지

2019년매일신문신춘문예에단편소설「꽃」이당선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대가없는일』등을썼다.현진건문학상을수상했다.



저자:임현석

2022년조선일보신춘문예에단편소설「무료나눔대화법」이당선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두번째원고』(공저)등을썼다.



저자:김보영

한국을대표하는SF작가중한사람.

<촉각의경험>으로작가활동을시작했다.《7인의집행관》<진화신화>《당신을기다리고있어》,《저이승의선지자》등



저자:전혜진

『월하의동사무소』로데뷔.



엮음:배우리,김보경,윤제영

목차

머리말‘미디어’없는삶,상상해본적있나요?

김애란침묵의미래
구소현시트론호러
오선영후원명세서
서이제위시리스트♥
김혜지지아튜브
임현석무료나눔대화법
김보영고요한시대
전혜진바이센테니얼비블리오필

엮은이의말조금은특별한소통을꿈꾸는당신에게

출판사 서평

지금소통하시겠습니까?

미디어를테마로한단편8편을엮은『연결하는소설:미디어로만나는우리』가출간되었다.소설집에는미디어의본질부터미디어를통한소통,미디어리터러시까지,김애란,구소현,오선영,서이제,김혜지,임현석,김보영,전혜진작가가그려낸미디어이야기가담겨있다.오늘도우리는미디어로세상과만난다.아침등굣길혹은출근길에보는영상과뉴스,점심메뉴로어떤것을먹을지동료와나누는메신저대화,유독맛있게느껴진음식을실시간으로공유하는SNS의사진과해시태그그리고잠들기전잠깐시간을내서읽는책까지.때론나의스토리를드러내기도,타인의스토리를엿보기도하며우린24시간누군가와연결된다.

일상속에당연하게자리잡은‘미디어’이기에그단어조차진부하게느껴질때가있다.그러나미디어는생각보다그리단순하지도,가볍지도않은소재이다.숨쉬듯‘무의식적’으로사용하는미디어인지라우리는이를좀더현명하게활용할방안을고민해야한다.『연결하는소설』을읽어가며우리가미처깊게고민해보지못했던미디어의또다른모습그리고놓치고있던미디어사용자의의도를생각해볼수있다.

시대가바뀌면서미디어는단순히정보만전달하는역할에서더나아가사람과사람을잇는역할까지맡게되었다.직접만나지않아도또는경험하지않아도미디어만있다면서로를이해할수있고생생하게느낄수있다.이책은,지금도어디에선가미디어를사용하고있을,자신의이야기를공유하는게더이상낯설지만은않은청소년과2030독자들에게미디어를향한새로운시선과깊이있는공감을선사한다.더불어,미디어를소셜미디어와매스미디어등에국한해생각해왔던독자들이,‘말’,‘글’그리고‘책’이라는원시적미디어의존재도다시금떠올리며“미디어란무엇인가?”라는본질적인물음까지던질수있게돕는다.

어느날,당신이세상그누구와도대화할수없다면?
유령처럼맴돌며연결에목말라하는이들의이야기

나의이야기만늘어놓아도,남의이야기만듣고있어도뭔가석연치않다.‘진정한대화’는상대의이야기를들으면서나의이야기도공유할수있을때성립되지않을까.언제이토록온전한대화를나눠봤는지떠올려보며다음작품들을감상하면좋겠다.

김애란의「침묵의미래」는사라져가는언어의마지막화자들만을전시한‘소수언어박물관’을배경으로한다.세상에나와같은언어를사용하는사람은모두사라지고그누구와도소통할수없다면어떨까?몹시막막하고공포스러울것이다.마치“누구든세상에홀로남겨질수있고마지막화자가될수있지만그게하필‘나’라는걸”(19쪽)한탄하면서말이다.작품속‘나’는“세계에서하나의언어가사라진순간,그말에서빠져나온숨결과기운들로이뤄진영靈”(16쪽)이다.이런‘나’는“세상에단하나뿐인언어로얘기하다하나뿐인죽음”(17쪽)을맞이한노인이자자신의마지막화자를떠올린다.“자기삶의대부분을온통말을그리워하는데”(34쪽)썼던그노인은눈감기전,“자기말을알아듣는누군가가한명쯤곁에있길”(18쪽)간절히바랐다.내가세상과연결되어있음을실감케하는그‘말’을그리워하는감정은과연어떤느낌일까?‘말’에담기는내용의적절성보다‘말’이라는미디어의부재가불러일으키는불안이더크게다가온다.

구소현의「시트론호러」는,십년차유령‘공선’이세상과소통할수있는유일한창구‘책’에갖는남다른애정을보여준다.공선은유령이기에“무엇이든할수있었고,어디든갈수있었지만아무도그녀가뭘하는지몰랐고,어디에서도목격”(45쪽)되지않는다.이렇게서럽고쓸쓸한유령일지라도‘책’을읽을때만큼은“모든글자가온전히본인에게만말을걸고”(46쪽)있음을느낀다.“오랫동안사람과대화하지못한그녀에게독서가주는자극은생각외로컸”(46쪽)던것이다.공선은어느대학생소설창작모임을관심있게지켜본다.해당모임멤버들이‘효주’의창작소설을합평할때는“허공에떠드는건그만하고대화에참여”(55쪽)하고싶어한다.단한번이라도‘글’과‘책’을통해새로운세상을마주해본적이있는이들이라면,이토록애타게소통하고자하는공선의마음에더욱쉽게공감할수있을것이다.

표정·몸짓같은비언어적표현을파악할길없는,‘애플리케이션’과같은소통수단에서는예상치못한오해가발생하지않도록더욱신중하고섬세한대화가요구되기마련이다.임현석의「무료나눔대화법」속‘나’는중고거래어플로무료나눔을한뒤소통방식의변화를겪게되는인물이다.수많은사람들이연락해오지만조건은단하나뿐이었다.직접와서가져가야한다는것.“조건이맞지않는다면대화를그만둬야한다”(141쪽)고생각하는‘나’에게무료나눔대화란“가능하세요?가능합니다.”(141쪽)처럼건조하고간결해야했던것이다.‘나’는나눔물건을가지러온젊은이들과차근차근대화를시작해나가며처음으로진정성있는대화를경험하게된다.평소가족들에게도무심한대화법을일삼았던‘나’는,무료나눔후지금당장대화할사람이필요함을느낀다.“이젠그때흘려들었던아내이야기도듣고싶어”(159쪽)진것이다.소통에서의작은변화를일구어낸‘나’의모습을보며,우리역시우리를단단히감싼것들을한꺼풀벗겨낸채그어떤편견과꾸밈이없이투명한대화를한번쯤시도해보는건어떨까싶다.

전혜진의「바이센테니얼비블리오필」은“인공지능의보좌에거의모든것을맡긴채살아가는사람들”(205쪽)로가득한미래,2194년을배경으로한다.23세기를앞둔시대에는더이상“읽지않고,쓰지않고,생각하지않고,매사에이미남들이반응하는대로만반응하며그저검색할뿐인사람들”(205쪽)뿐이다.전문사서‘윤현’은어느날,앎을향한집착으로의체에만의존해생명을200년이상연장해온‘황재윤’을만난다.“인간의수명이80세라면,나는앞으로얼마나더많은책을읽을수있을까”(230쪽)라고물으며,눈으로행간을읽어내는독서법을고집하는황재윤은그모습이너무나기괴하여윤현에게공포감을준다.그러나“책들의세계를쌓아올리고가꾸어나가는수많은,지적이고총명하며위대한생각들을만나고,함께일하고,대화를나눌수있”(216쪽)는자신의직업에자부심을느껴왔던윤현은황재윤의모습에서잠시자신의모습을보게된다.‘책’을읽지않는사람들이더많은세상에서‘책’으로부터앎과배움을얻으려는윤현과황재윤은닮은부분이많아보인다.의체에의존해있기에더이상인간의형상과는거리가먼황재윤일지라도‘책’으로더넓고다양한세상과접촉하려는시도를멈추지않는태도만큼은미디어를통해계속해서연결되고자하는우리에게도어딘가낯익은모습처럼보인다.

보고싶은것만보고,듣고싶은것만듣고싶은요즘
눈크게뜨고‘미디어’다시볼준비되셨나요?

가끔은두눈으로똑똑히본것조차믿기지않을때가있다.그렇다면,누군가에게전해듣고무언가를통해본경우는말해무엇할까.우리는하루에도수없이많은정보를접한다.직접경험으로얻은정보도있지만,대부분은간접경험을가능케하는정보이다.우리가쉽고빠르게수용하는그정보가얼마나믿을만한것인지궁금했던적은없는가?

오선영의「후원명세서」속‘윤미’는한때TV프로그램으로후원을받던후원아동이었으나현재는아동복지재단에근무하고있다.헤르만헤세의『데미안』을좋아했던중학생윤미는방송전,좋아하는소설과관련된질문에“『키다리아저씨』를답하라고주문”(78쪽)받는다.어린윤미의의사와는상관없이프로그램의방향이정해졌다.프로그램관계자는“윤미의교복치마가반질반질닳아서반짝일수록,운동화뒤축이납작하게눌릴수록”(78쪽)시청자들로부터많은후원금을받을수있다고말했다.성인이된후복지재단에서근무하던윤미는자신과달리감정에솔직하고스스로목소리를낼줄아는어떤후원아동을만나고나서혼란스러움을감추지못한다.이런윤미의이야기는미디어가얼마나그럴듯해보이는것을위해진실을숨기고,우리역시얼마나그럴듯해보이는것에눈감고있는지되돌아보게만든다.

‘고민은배송만늦출뿐’.온라인상품을구매할때한번이라도골머리를앓아본사람이라면공감할법한문구다.우리는온라인에서‘비교적’합리적소비를하기위해원하는상품을다른상품들과비교하기도하고상품의여러유용성을따져보기도한다.그러다얄미운알고리즘의속삭임에불필요한물건까지사버리는것이문제겠지만.서이제의「위시리스트♥」속‘나’의온라인장바구니는비어있을날이없다.사실가득찬장바구니자체로는문제될것이없다.장바구니에담은모든것을구매하진않기때문이다.하지만끊임없이무언가를담는행동은결국스스로가진정으로원하는것을모른다는사실과무언갈계속해서채우고싶은(그것이온라인이든오프라인이든)심리적결핍감을증명하는것아닐까.작품속‘나’가문득,무언갈소비하는“‘그순간’만큼은필요하지않은것을필요하다고느끼고,부족하지않은것을부족하다고느끼는”(106쪽)행동자체가참충동적인것같다고생각하는모습에서우리는아주사소한물건을살때조차‘추천’,‘추천’,또‘추천’을외치는미디어로부터영영자유로워질순없는것인지고민해보게만든다.

김혜지의「지아튜브」는아빠와함께인기어린이유튜브채널을운영하는‘지아’가한때채널작가였던‘희진언니’에게보내는편지이다.어린지아는,희진언니가“‘유명키즈유튜브채널,지아튜브의진실을고발합니다.’라는글”(125쪽)을인터넷에올림으로써친구들의눈빛도,부모님과의관계도이전과달라졌다며원망한다.의도와꾸밈으로가득한유튜브영상을찍으며힘든날도있었지만“연기를잘하면아빠가좋아하니까,조회수랑구독자수가쑥쑥올라가고그럼엄마까지신이나니까”(128쪽)라는생각으로지아는영상촬영을그만둘수없었다.그런지아를진심으로이해하고걱정해주던희진언니는,지아가원치않은촬영으로스트레스를받고있다는사실을인터넷에폭로한다.어린지아가영상의수익창출을위해매일같이불특정다수의시선과평가를받고,말과행동하나하나에도지나치게타인을의식하는모습에서우리는‘1인미디어’의이면을생각해보지않을수없다.

초등학교복도에‘뛰지마시오’라는팻말을붙이면아이들은정말로뛰지않을까?김보영의「고요한시대」는아이들이팻말에관심도두지않을것이라고답한다.“아이들이청개구리기질이있거나말썽꾸러기라서가아니라,‘뛰지않고뭘해야하는지’모르기때문”(170쪽)이라며말이다.“부정문은전달되지않”(170쪽)고결국강조하지않으려는표현만도리어강조하게되는모습이다.인지언어학자인‘신영희’는대선을앞두고여당의어느의원으로부터“‘어떤놈을떨어뜨릴문구하나만만들어달라’라는의뢰”(168쪽)를받게된다.신영희는해당인물의“있는결점과없는결점을다들쑤”(190쪽)시며,“혐오만을주는맥락없는텅빈언어를양산”(190쪽)하기시작한다.미디어에실린언어가확대·재생산되며결국논란이논란을만드는꼴인것이다.무심코지나쳤던사회속이슈들이어떤맥락에서화제가된것인지궁금해진다.누구보다언어의힘을믿기에언어를강조하고또조합하는신영희가,과연대선에서승리를거머쥘수있을지작품을끝까지읽으며확인해보길바란다.

엮은이의말

소설은개인의삶과시대의모습을들여다보고반추하도록하는‘미디어’입니다.다양한미디어속정보읽기와활용능력을교육하는사서교사인우리는,교과서적인‘가르침’보다는‘이야기’의힘을믿고있습니다.여덟편의이야기를읽은많은이들이마음의울림에따라스스로고민하며길을찾을수있기를바라면서요.

미디어없는삶을상상하기어려운현재를살아가는여러분에게,이책에실린‘나’와‘타인’그리고‘세상’을연결하는여덟편의이야기가앞으로의더나은삶을향한하나의물꼬가되기를희망합니다.미디어로둘러싸인세상속에서결코미디어에잠식되지않고슬기롭게해석하고생산하며,책임감있게자신의삶을꾸려나가길응원합니다.나아가때로는,‘미디어’라는창문을열고타인의삶속으로기꺼이들어가진실된소통으로연대하고더불어살아가는우리가되길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