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하는 소설 - 창비교육 테마 소설 시리즈

공존하는 소설 - 창비교육 테마 소설 시리즈

$17.00
Description
“내가 지닌 굴곡과 이선이 지닌 굴곡을 어찌어찌 잘 맞춰 보면 평면이 되는 순간도 오지 않을까. 선이니 악이니 그런 것 말고 그저 평온하게 나란히 있을 수 있는 순간이.”

각자 따로가 아닌 같이 함께를 바라는 이야기들
사회적 약자를 테마로 한 단편 소설 8편을 엮은 『공존하는 소설』이 출간되었다. 소설집에는 안보윤, 서유미, 서고운, 최은영, 김숨, 김지연, 조남주, 김미월 작가가 그려 낸 아동, 장애인, 노인 등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지난 3년 간의 코로나-19 상황은 우리가 외면하고 있었던 사회적 약자들이 얼마나 위태롭고 아슬아슬한 처지에 놓여 있는지 드러냈다. 이들을 향해 평소라면 쉽게 드러내지 못했을 혐오의 말들도 거침없이 쏟아져 나왔다. 사회적 약자가 살아가는 모습은 그 나라의 수준을 가늠하는 잣대가 되는데, 최근 우리 사회를 보면 곳곳에서 불길한 징후가 감지된다. 위기의 시대에 연결과 연대의 중요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어쩌면 ‘공존’만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포용적이고 관용적인 세상을 만드는 유일한 길일 것이다.

우리는 타인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그렇지만 문학은 우리를 타인의 삶으로 인도하고 타인에 대한 공감과 이해의 영역을 확장시킨다. 독자들이 『공존하는 소설』에 실린 이야기들을 읽어 가며 우리가 꿈꾸는 세상이 무엇인지 질문하고 고민하며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이 책은 창비교육 테마 소설 시리즈의 열 번째 책으로, 노동을 주제로 한 『땀 흘리는 소설』, 재난을 주제로 한 『기억하는 소설』, 생태·환경을 주제로 한 『숨 쉬는 소설』 등의 후속이다.
저자

안보윤,서유미,서고운,최은영외

저자:안보윤

2005년장편소설『악어떼가나왔다』로문학동네작가상을받으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

이상문학상,김승옥문학상,현대문학상등을수상했다.



저자:서유미

2007년『판타스틱개미지옥』으로문학수첩작가상을,『쿨하게한걸음』으로창비장편소설상을받으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



저자:서고운

2022년단편소설「숨은그림찾기」로문학동네신인상을받으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



저자:최은영

2013년중편소설「쇼코의미소」로『작가세계』신인상을받으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



저자:김숨

1997년단편소설「느림에대하여」가『대전일보』신춘문예에,1998년「중세의시간」이문학동네신인상에각각당선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



저자:김지연

2018년단편소설「작정기」로문학동네신인상을받으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



저자:조남주

2011년장편소설『귀를기울이면』으로문학동네소설상을받으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



저자:김미월

2004년단편소설「정원에길을묻다」가『세계일보』신춘문예에당선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



엮음:이혜연



엮음:김선산



엮음:김형태

목차

머리말환대하고연대하는열린공동체를위하여

안보윤밤은내가가질게
서유미에트르
서고운빙하는우유맛
최은영고백
김숨고요한밤,거룩한밤
김지연공원에서
조남주백은학원연합회회장경화
김미월중국어수업

해설가까스로도달하는울음소리들

출판사 서평

지금우리사회의수준을여실히보여주는일들
소설이있어우리는너와나사이에떠다니는약자의얼굴을들여다보게된다
어디에나각자나름의이유로불리한위치에있는사람들이있다.이들이이를극복하여다른구성원들과함께행복하게살아가도록돕는것은국가의기본역할이다.사회적약자가인간답게살아가지못한다면,국가의시스템이올바로작동하지않아헌법정신이제대로구현되지않고있다고진단할수있다.그래서사회적약자가살아가는모습은그나라의수준을가늠하는잣대가된다.
최근우리사회를보면,곳곳에서불길한징후가감지된다.온라인을중심으로‘급식충,결정장애,주린이,김치녀,틀딱,짱개’등사회적약자에게상처를입히는혐오표현이넘쳐나고,장애인이동권보장을위한지하철시위는입에담기힘든욕설과혐오표현에시달린다.성적지향을이유로차별하는것을금지하는학생인권조례조항을두고동성애,낙태,성전환등을조장한다며조례폐지를주장하는목소리도들린다.이슬람사원이나장애인거주시설을지으려다극심한반대에부딪히고,난민법이발효된지10년이넘은지금도대한민국의난민인정률은세계최하위수준에머물러있다.차별과혐오를막고자발의된차별금지법은수년간국회에발이묶여세상에나오지도못하고있다.이모든것이지금우리사회의수준을여실히보여준다.
그래도위안이되는것은있다.위태로운세상속에서도우리소설의수준은결코내려앉지않았다.오늘도소설은낮은곳에웅크린작은존재들을발견해내고,그들이내는울음소리에가만히귀기울이고자애쓰고있다.소설을통해우리는너와나사이에떠다니는약자의얼굴을가만히들여다보게되고,비로소세상과이어진다.‘소설小說’의‘소小’자는작은존재들을품어주는,소설의태도에서온것이라고우리는믿는다.

“우는사람을혼자두고는못가요.”
소설을통해가까스로도달하는울음소리들

작은존재의얼굴들
「고요한밤,거룩한밤」(김숨)의‘그’는“일흔이코앞인아내한테삿대질까지해가면서핏대를올”릴정도로권위적인남성이다.그가아내에게보냈던“혐오의눈빛”은아내가데려온개에게도거리낌없이이어진다.하지만그런‘그’도집밖으로나오면“폐지나주워근근먹고사는”경제적약자가된다.‘그’는저소득층인동시에아내를잃은독거노인신세이기때문에사회적약자로서의정체성이겹쳐있는셈이다.실제로대한민국은OECD회원국가운데노인빈곤율이가장높다.더우울한점은2020년에태어난영아가노인이되는2085년에도노인10명중3명꼴로‘빈곤’상태일것이라는전망이다.결국‘가난한노인’이라는화두는세대를특정할수없는모두의문제가된다.
「에트르」(서유미)의‘나’또한다양한모습의사회적약자로살아간다.‘나’와그의동생은취업준비를하기위해서울로올라왔다.정치,경제,문화,교육등한국사회의많은것이수도인서울을중심으로굴러가고,자연스럽게권력과자본이서울에집중되기때문에‘나’와같은이른바‘지방러’들은더많은기회를얻고자서울로향한다.“방세내는게버겁지만대부분의일자리가서울에몰려있기때문에”어떻게든서울에서버텨야한다.이뿐만이아니다.‘나’는아직제대로취업을하지못한청년으로기성세대에비하면단연약자다.기성세대가당연하게누리는많은것이청년에게는전혀당연하지않다.이제청년들에게는더포기할것도남지않은듯하다.

작은존재가작은존재를만났을때
「중국어수업」(김미월)의‘수’는대학에서외국인에게한국어를가르친다.사실‘수’가가르치는외국학생들에게한국어공부는뒷전이다.비싼등록금을내고어학원에등록하여학생비자를받은이유가불법취업을하기위해서기때문이다.그들의노동은태생부터가‘불법’이라단속대상이된다.하지만그렇다고정부입장에서는무조건법을적용하기도난감한상황이다.이들이하는노동이주로한국사람들이기피하는일들이기때문이다.만약법에나와있는그대로이들을모두단속해강제로출국시킨다면417,852명만큼의일을누군가가메워야할텐데,과연가능할까?‘불법’의딱지를붙이고온갖혐오에시달려야하는사람들은정작우리경제에상당부분을책임지는필수인력이다.그럼에도불구하고우리사회는아직도충분한보상과대우를하지못하고있다.
「빙하는우유맛」(서고운)의‘민지’는의사소통에어려움이있다.보통10개월정도가되면‘엄마,아빠’와같은첫낱말을말하기시작하는데,태어난지42개월이되었는데아직말을제대로하지않으니언어발달이상당히더딘편이다.상황이이렇다보니“병원이나상담소같은”데가봐야하지않을지이모인‘해주’가걱정하는것이당연해보이기도한다.‘해주’는엄마인‘선화’가자리를비운사이‘민지’를돌보면서안쓰러움을느낀다.‘해주’도어린시절낯을심하게가려다른사람도아닌엄마에게“정상이아닌”사람으로이야기되었던기억이있다.‘해주’는‘민지’에게아프면“아파!라고말해야”한다고몇번이고가르친다.말하기기힘들면이마라도포개라고.나중에‘민지’가“해주의이마에자기이마를포개고숨을골랐”을때,두사람은말없이도이어진다.
「밤은내가가질게」(안보윤)의어린‘주승이’가겪는일련의사건들은2020년10월,태어난지16개월밖에되지않은‘정인이’가부모의학대로숨진사건을떠올리게한다.‘주승이’는엄마와할아버지에게학대를당해손만닿아도“콩벌레처럼몸을오그”린다.다른“아이들과어울리지도,말을하지도않”는다.결국‘나’는경찰에신고하고그제서야‘주승이’는지긋지긋한폭력에서벗어나게된다.그러나‘나’는선생님이“잘살펴봐주시고즉시신고해주신덕분”이라는주변의칭찬이영마뜩지않다.평소“어린이집선생은보육서비스직”이라고생각했기때문이다.
하지만얼음장같이차가웠던‘나’의마음에도천천히온기가스민다.언니가‘나’의일상으로불쑥찾아들어온다음부터이다.평소‘나’에게골칫거리였던언니는유기견센터에봉사를다니더니,급기야는불쌍한개를집으로데려오겠다고하여‘나’를더화나게한다.하지만언니의이런모습은알게모르게‘나’의마음에균열을일으킨다.자신안에생겨난마음의움직임을확인하면서‘나’는유기되었던개를집으로받아들이고,한심했던언니도점점이해하게된다.

몸과마음의여러모양새
우리의몸과마음은각자의모양새가있다.그런데이렇게남들과다른것이이유가되어살아가는데불편과시련을감당해야하는사람들이있다.
「백은학원연합회회장경화」(조남주)에서는병들고나이든몸이사람들의마음을불편하게한다.‘백은빌딩’옆에있던낡은상가가사라지고,그자리에요양원이들어선다는소식때문이다.그소식이들려온순간병들고늙은몸뚱이는‘서영동’의골칫거리이자혐오의대상이된다.그런데요양원을반대하던‘경화’의태도에의미있는변화가일어난다.엄마가치매안심센터에서“인지저하로판명되”어“처지가달라”진것이다.엄마를돌봐야하는입장이되자‘경화’는요양원을반대했던스스로에게“한심하고답답하고부끄러”운감정을느낀다.뜻하지않게사회적약자의편으로돌아서게된‘경화’는분명이중적이고,이기적이다.하지만그가얻은뜻밖의깨달음은가볍지않다.
「공원에서」(김지연)의‘수진’은외모때문에종종남자로오해받는여성이다.‘수진’은세상이정한여성의모습에딱맞아떨어지지않는다는이유로“머리를기르라거나화장을하라거나좀더여성스러운옷을입어보라”는말을들어야했다.아이러니하게도남자로오해받았을때더안전하다고느꼈던‘수진’은,여성인것이‘발각’되면서폭력의대상으로내몰린다.다시찾은공원에서생판모르는사람을울고있다는이유로위로하려드는아이를만나지못했다면,‘수진’은눈물을멈출수없었을것이다.
「고백」(최은영)의‘미주’는가톨릭에귀의하여수사가된‘종은’에게고해성사를하듯어린시절의일을꺼내놓는다.‘미주’는‘주나’와‘진희’를“고등학교1학년때같은반에서만났”다.셋은“그냥친구”가아닐정도로친했고,“서로정말좋아하는사이”였다.하지만자신이레즈비언이라고고백한‘진희’앞에서‘주나’는“정말역겹다”고말하고“미주는어떤말을해야할지알지못했”다.‘진희’는세상이자신을등지는느낌을받았고,결국스스로세상을등지는것외에는다른방법을찾지못했다.세사람의관계는완전히망가진다.이제세상에‘진희’는없다.
더큰어려움이닥치기전에,우리는「고백」이알려주는“이야기해줘서고맙다”,“나는너의편이”다와같은지혜로운말들을기억해야한다.이책이열악한위치에놓인우리사회구성원들에대해인식하고,배타적인공동체가아닌환대하고함께하는열린공동체를지향하는데조금이라도도움이되길바란다.‘각자따로있는것’이아닌‘같이함께있는것’을지향하면서말이다.지금우리에게필요한것은‘다시,계속해서,희망하는태도’일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