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에 말리면 가벼워진다 - 창비청소년시선 46

햇볕에 말리면 가벼워진다 - 창비청소년시선 46

$10.00
Description
무겁고 감당할 수 없는 마음들에게 전하는
진심 어린 공감과 당부
이 책은 정다연 시인의 첫 청소년시집으로, 오늘날을 살아가는 청소년들의 불안정하고 불확실한 삶과 복잡다단한 심리를 애틋하게 헤아린 시집이다. 2015년 『현대 문학』 신인 추천에 시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한 뒤 예민한 감각과 섬세한 감수성이 돋보이는 단정한 시 세계를 펼쳐 온 정다연 시인이 청소년에게 시로 건네는 다정한 공감이라 하겠다. 시인은 오랜 시간 청소년과 글쓰기 수업을 하면서 청소년의 일상과 감각을 가까이에서 들여다보고, 시로 청소년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부단히 고심한 결과로 이 시집을 내놓았다.
정다연의 청소년시는 다른 청소년시와 유난히 구별되는 새로움이 있다. 바로 청소년의 감정과 삶의 태도를 쉽게 재단하거나 한계를 부여하지 않고, 시인 자신의 삶 안에서 충분히 체화한 뒤 쓴 청소년시라는 점에서 그렇다. 그래서 시를 읽다 보면 마치 시에서 손이 나와 “너도 그랬구나.”하며 등을 쓰다듬어 주는 듯한 기분이 든다. 훈계하거나 가르치려 들지 않고 조심스레 손을 내밀고 기다려 주는 이 시집이 현재의 청소년은 물론 과거 청소년기의 상처를 기억하는 어른들에게도 큰 위로와 격려가 될 것이다. 이 시집은 ‘창비청소년시선’의 마흔여섯 번째 권이다.

저자

정다연

저자:정다연

시인.2015년『현대문학』신인추천의시부문에당선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자신을‘세상에사랑하는것이많은사람’이라말하는시인은반려견밤이와아롱이,친구,글쓰기,밤산책등사랑하는것들이가져다주는기쁨과슬픔을그러모아시와에세이에담고있다.그동안시집『내가내심장을느끼게될지도모르니까』,『서로에게기대서끝까지』,산문집『마지막산책이라니』등을냈다.

목차

제1부이건내비밀이야
착한사람
내것
다른사람
비밀
취미
가방
비문증
나만아는일
피로
옆자리

제2부그마음은알것도같아서
자장
먼저
변기
잠만자고싶다
쉬는시간
한대
여름방학
세상에서가장어렵고두려운것들
여름이야기
비상대피
어른이되면
아무것도몰라
반성문

제3부길었던하루를녹여주려고
사과
친구구함
사실과진실
닫힌문
언니의교복
폭우
체육시간
영원같은하루
둘이하는산책
빨래
친애하는나의불안
밑줄

제4부남겨진게아니라그냥흘러가
산책
정규직과아르바이트
말하는사람
출입문닫습니다
한글공책
행인
회복
작별
한알
피크닉
졸업식
가족사진

발문|안미옥
시인의말

출판사 서평

“나는있답니다,단단하게”
깊이더깊이청소년을들여다보는시선

시집에는좀처럼속내를드러내지않는청소년을깊이이해하기위해한걸음더가까이다가가려는시인의진실한마음이역력하다.시인은청소년의마음을“자세히들어야들리는이야기”(「말하는사람」)라말하며그들의이야기에한껏귀를기울인다.또상처받고싶지않아“정말내말을들어줄수있는지”(「닫힌문」)재차묻는청소년들의마음을찬찬히헤아리며그들이일상에서느끼는다양한감정들을섬세하게짚는다.

나는말수가적지만
이야기를할줄아는사람이에요

나의일기장에는
집밖으로나가고싶지않았던사람이
사랑하는강아지에게세상을보여주고싶어서문고리를돌렸다는이야기
마음이빙그르르열렸다는이야기

적혀있어요
나는말하지않고이야기를건넬줄아는사람이에요
(중략)
나는자세히들어야
들리는이야기를품은사람이에요
목청이크지않아서
주장하지않아서
안들릴때가많지만

그렇다고없는건아니에요
나는있답니다단단하게
-「말하는사람」부분(84~85쪽)

“그마음은알것도같아서”
불안을마주한청소년에게곁을내어주는시집

감수성이예민한청소년은순간순간알수없는감정에휩싸이고문득문득불안한생각이들끓기마련이다.“내안의어둠”속에“너무나미운사람이있다는사실”이무섭고,“그미운사람의얼굴끝에/내얼굴이떠오르는것”(「세상에서가장어렵고두려운것들」)이두렵다.불현듯“먼지보다작아져서아무도날알아보지못하는상상”을하고“투명한유령”이되어“온통없어지고싶은생각”(「닫힌문」)에사로잡힌다.심지어“세상이이대로망해버려도좋을것같”다는기분을느끼며“슬픈허탈감”(「다른사람」)에빠져들기도한다.그러면서도“나도모르게스스로에게/자장”(「자장」)하며도무지갈피를잡을수없는마음을스스로다독일줄도안다.그런청소년들에게시인은“실은나도너와같은일을겪었”(「비밀」)다고슬며시곁을내주는방식으로말을건네며그들의내면에도사린불안한심리에공명한다.

기척도없이불안이다가올때

길을지나다우연히아기고양이와만난거라고생각하면마음이편안해져

달래주려고했던건데매섭게발톱으로할퀴어도깨진빗금처럼상처가나도

다가오는손길이많이무서웠구나너도내가처음이지?가까이는말고이렇게같이있자한걸음물러서있게돼

점점멀어지는뒷모습을보면안녕을빌어주게돼
-「친애하는나의불안」부분(74~75쪽)

“내가나를깨뜨리지않고지키는것”
고통을견디고있을이들에게조심스레보내는당부

청소년이하루대부분의시간을보내는학교는무엇보다안전하고평화로워야한다.그러나현실은그렇지않다.여전히물리적폭행과,“쓰레기같은말”(「여름방학」)을일삼는언어폭력이나따돌림이일상적으로일어난다.단짝친구한테서까지“이제부터너랑절교야”(「변기」)라는말을들은아이는화장실거울에비친자신의모습을보고“나와가장절교하고싶은건/나였다”(「변기」)는자괴감에빠지기도한다.하지만자신의진심을알아주는“한사람이옆에있다는”(「사실과진실」)이유로그렇게외롭지만은않다.“등뒤로종이뭉치가날아와도반아이들이들으란듯이큰소리로내얘기를떠들어도못들은척”하며“절대로무너지지않을거”(「쉬는시간」)라는다짐을새기며꿋꿋하게버텨낸다.시인은이렇듯여러이유로고통스러운시간을보내는청소년들이어떤마음으로견디고있을지곰곰헤아리며용기를북돋운다.

아파하는내게
윤주는사실과진실이라는단어를보여줬다

사실은있었던일겉으로드러난일
진실은아무것도덧씌워지지않은그대로의마음

사람들이진실을안다면
널오해할수없을거야

나는진실을알아
너의진심을알아

사실과진실
진실과사실

한글자차이로
뒤틀리고어긋나는
그런복잡한거말고

한사람

한사람이옆에있다는게
너무깨끗해서
엉엉울었다
-「사실과진실」부분(58~59쪽)

“확,던졌다.문득가벼웠다.”
불안도슬픔도외로움도모두가벼워지는시간

“너희는아직어려서몰라.”“잠자코공부나해.”청소년은이런말을쉽게듣는다.그러나청소년은어른들이생각하는것보다훨씬많은것을감당하며살아간다.한사람의어엿한인격체로서이세계에“단단하게”(「말하는사람」)존재하면서,삶이마냥즐겁고행복한것만은아니더라도저마다꿈을안고씩씩하게,“자신의온기로”제삶을“데울수있는”(「어른이되면」)어른으로성장하고있다.
“기척도없이”(「친애하는나의불안」)다가오는불안속에서오늘도고단한삶을살아가는청소년들의안녕을비는“다정한편지같은”이시집을읽다보면“깊게고인슬픔의무게”도“쉽게아물지않는상처의부피”(발문,안미옥)도외로움도가벼워지는경험을하게될것이다.또한갈등과방황속에서혼돈의시기를살아왔던어른들에게도이시집이따스한위로가되어줄거라믿는다.

네가올지몰라
비맞지않도록
옆자리에우산을올려두었어
(중략)
혹시네가올지몰라
화장실도꾹참고기다렸어

언제와?
비도그치고날도개고
하루종일햇볕만닿아서
내옆자리되게따뜻한데
-「옆자리」부분(28~2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