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축과불안속깊이무한한가능성을지닌존재,청소년
사춘기를지나는청소년들은자기자신을부정하기도하고긍정하기도하면서불안하고두려운마음을떨쳐내지못한다.“땅속에묻어버리고싶”을만큼“내가아니었던창피한순간”과“다알면서실수했던이상한순간”(「마음속깊은곳」)들이문득문득떠오르면“모든것이어렵고문득어두워지고발이계속빠진다”(「급식시간」).“내가사랑하는것들은자주사라지곤”(「고슴도치할머니」)하고,심지어꿈을말하면“달아날것같”(「나의꿈은적을수없어요」)아적을수도없어혼란스럽기만하다.“열다섯살의나는좋아하는게없”고“잘하는게뭔지모르겠”고,“완벽하지않아도좋았던시절”“그때는즐겁고귀여운아이”였지만“지금은졸리고무거운청소년”(「지금도그럴까요」)일뿐,미래를생각하면막막할따름이다.가끔은“나는어디로가고있지”라는의문속에서“장기짝처럼내가우습게여겨”(「한뼘그늘아래장군멍군」)지기도한다.
다섯살의나는땅파기를좋아했답니다
(열다섯살의나는좋아하는게없습니다)
사칙연산보다땅파기를잘했습니다
(지금은잘하는게뭔지모르겠습니다)
개미지네공벌레의다정한친구였습니다
(지금의나를좋아하는친구누가있을까요)
(…)
그때는즐겁고귀여운아이였습니다
(지금은졸리고무거운청소년이라해야할까요)
완벽하지않아도좋았던시절이지나갔습니다
(먼미래에생각하면지금도그럴까요)
―「지금도그럴까요」부분
하지만청소년은“아직아무것도아니지만/그무엇도될수가있”(「타로」)는존재다.청소년들은현실에굴하지않고“나는나를사랑한다”(「나의느림은이유가있다」)는마음으로자신을돌아보는시간을갖는다.때로는가족안에서“내가없으면어쩔뻔했어/내가아니면웃을일이없잖아”(「쿠키인가비누인가」)하면서자신의존재감을드러내기도하고,“꼭대단한사람이되지않아도괜찮지않나요?”(「인생과인삼」)라고되묻기도하면서결국삶은“나답게/내가사는거”(「삐딱하게」)라는깨달음에닿아간다.“거북이굼벵이나무늘보코알라”만큼“말도느리고/걸음도느리고/행동도굼뜨”지만당당하게“나의느림만세!”라고외치며“나의속도로간다”(「나의느림은이유가있다」).그렇게자기만의세계를꾸려나간다.
노크하고도3초후에들어오라고했잖아요
인간적으로너무빨라요,엄마는
그러게이상하다,후다닥뭘그리바삐치우니?
줘봐,이리내봐,뭘숨기는건데?
문제집아래빛나는그거뭐니?
하려면당당히하지뭘숨기고그래?
휴대폰으로도대체뭘보는건데?
수상하다너정말
이상한건엄마죠,뭘캐고그래요?
그냥놀라서그렇죠
문제집아래그거,몹시빛나는것같다?
문제집이뭔죄니?치우고당당히해
뭘보든당당히보고,아님보지말든가
그게그렇게쉬운가요,엄마는?
쉽지않아도할건하고,말건말아야지
그게잘되면십대겠어요?
어릴적엄마한번만나고싶네요
타임머신이없어서다행이네요
만날수없으니노크하고도3초후에들어오세요
인간적으로제게도3초는필요해요
―「문제집아래빛나는그것」전문
가족이라는프리즘으로확장되는자기세계
청소년은그렇다고자기안의세계에만갇혀있는것은아니다.“다알수없는삶”(「주말나들이」)이지만‘인생’을‘인삼’이라고불러보면서“멋짐이폭발하는인삼”(「인생과인삼」)을살아가기위해노력하며주변을둘러보기도한다.“이모들의사랑은하나님”이고엄마는“부처님께빌게많”은모습을관찰하며“믿음에는노력이필요”(「사랑이서로달라」)하다고간절함을이해하기도한다.“엄마와아내와며느리사이”에서“엄마의인생은어떻게굴러가고있는것일까”(「아나콘다가엄마를삼켰어요」)고민해보면서“날마다피곤하고우울한엄마”(「1일1빵하는엄마」)가언제나행복하기를바라고,“바쁜아빠를바쁜아빠로서/계속사랑하기로”(「슬픈삼각형웃긴사각형」)하는성숙한모습을보여주기도한다.
아나콘다가엄마를삼켰던꿈
자다가일어나울던어린내가기억납니다
아나콘다가엄마를뱉어내기를바라며
꿈속의나는막대기를들고허공을찔렀는데
아나콘다는꿈쩍도하지않았지요
나는엄마가떠날까불안했을까요
할머니와아빠와나사이엄마는말도많고
엄마와아내와며느리사이고민도많고
엄마의인생은어떻게굴러가고있는것일까요
벌레들이붙어도태연하고
아나콘다가삼켜도꼼짝않는
엄마의삶을생각해봅니다
꿈속의엄마보다꿈밖의엄마가
행복하기를바라봅니다
―「아나콘다가엄마를삼켰어요」부분
시집에는‘할머니’가유독자주등장하여“따듯하고고소한”(「말아올린속눈썹」)할머니의냄새를풍긴다.가족안에서일정한역할과책임을느끼는‘나’에게‘할머니’는안식처같은존재다.더나아가시인은‘할머니’의서럽고성실한삶을통해시적화자인사춘기소녀‘나’에게청소년이기전에여성으로서의존재의식을일깨워준다.잠든할머니를지켜보며“강낭콩처럼둥글고/옥수수알처럼노랗고/백설기처럼폭신한”“할머니의꿈을기록”(「할머니의잠꼬대」)하는‘나’는기특하고대견하고사랑스럽고,“죽은할머니애써부르려고/뜨겁고시뻘건팥죽”(「긴긴밤인간과귀신이함께」)을끓이는‘엄마’들을상상하면가슴한편이아릿해진다.나아가과거와현재를넘나들며‘할머니-엄마-나’로이어지는“여성의연대와연결성을가늠해”(최지은,발문)보면“내몸속에는할머니도있고엄마도있는것”이라는발견에이르러“혼자이지만혼자일수가없”고“무언가할수있을것같”(「우리몸속에살고있는수없이많은」)다는용기를얻기도한다.
할머니는이제없지만
엄마의몸속에할머니가다시살고있는것같다
엄마가나를낳아
내몸속에엄마가다시산다면
내몸속에는할머니도있고엄마도있는것이다
그러니내눈빛은나만보는것이아니고
내목소리는나의목소리만은아닐것이고
내팔다리에도엄마의엄마의엄마가……
이렇게거슬러올라가다보면
우리몸속에살고있는수없이많은엄마들이
함께웃고울고하는것아닐까
외로워도외로운게아니다
혼자이지만혼자일수가없다
무언가할수있을것같다
―「우리몸속에살고있는수없이많은」전문
화자는자신이알지못하는가족의과거와현재를상상하며그들을한인간으로이해하던시각에서한걸음더나아간다.세계곳곳에서“건물이쓰러지고/지붕이날아가고/아이들이죽어”가는참상을보며단지“인종이다르고/종교가다르고/민족이달라서”,“성별이다르고/계급이다르고/계층이달라서”서로가서로를차별하고심지어죽이기까지하는“희망이없는”세상에서“희망을갖고산다는건무엇일까”(「지금이세계는」)고뇌하기도한다.“친구가기침이라도하면불편”한마음이들던팬데믹사태를겪고나서는“생명이있는것들이사이좋게지낼때/지구도아프지않고/인간도아프지않”을것이라는생각에“작은인간이되어야”(「아프고나면」)겠다는다짐을새기기도한다.마침내그시선은나와가족을넘어사회로향하게돤다.
건물이쓰러지고
지붕이날아가고
아이들이죽어갑니다
길거리에즐비한시체들
피흘리는사람들
구조되지못합니다
배를타고어딘가로떠나는사람들
난민은거부되고또떠돌겠지요
표류하다굶어죽는사람들
인종이다르고
종교가다르고
민족이달라서
―죽일수있습니까?
―있습니다
(…)
답하는사람들
무서운사람들
희망이없는사람들사이에
희망을갖고산다는건무엇일까요?
―「지금이세계는」부분
서로가서로에게건네며‘다음’으로전승되는응원과위로
『슬픈삼각형웃긴사각형』은여느청소년시집과는결이다르다.핵가족시대에대가족서사를다룬다는점이각별하고,섬세한언어그자체를느껴야하는시편들이청소년에게‘청소년시’에서‘시’로건너가도록징검다리가되어준다.시인은「시인의말」에서어린시절에바라보았던“골목길이며재래시장이며엄마와할머니들의모습을지금도소중하게기억”하면서주변의할머니와아이들이만들어내는“동그라미”가자신을감싼다고말한다.이시집은시인이독자들에게건네는무수한‘동그라미’들이다.동그라미는조곤조곤말한다.“생각조차안한다면아무것도못”하니“조금엉뚱하고삐딱한생각”이라도상상의나래를맘껏펼쳐보자고,“믿음이이끌어가는삶”이우리의미래가되기를바란다고.“괜찮아,점점좋아질거야”(「조개할머니」)속삭이는한마디가따뜻한위로와뜨거운응원이되어언제나청소년들의곁을지켜줄것이다.
나는엄마의골칫거리이자
할머니의영원한강아지이자
아빠의귀염둥이로서
나는나
나의웃김속에
굴러가는우리가족들
슬픈삼각형이었다가웃긴사각형이었다가
―「슬픈삼각형웃긴사각형」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