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와 달리는 기분 (김개미 시집)

달리와 달리는 기분 (김개미 시집)

$11.35
Description
“내일 지구 밖으로 여행을 떠나면
오늘 너에게 전화를 해서 사랑한다고 말할게”

확인받지 않아도 괜찮은 이에게 선사하는 단 하나의 사랑 고백
이 책은 ‘창비청소년시선’ 시리즈의 쉰두 번째 권이자, 2005년 『시와 반시』에 시를, 2010년 『창비어린이』에 동시를 발표하며 활발한 창작 활동을 펼쳐온 김개미 시인이 처음으로 선보이는 청소년시집이다. 김개미 시인은 독보적인 시 세계를 인정받아 제1회 문학동네동시문학상과 제1회 권태응문학상을 수상하였으며,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동시 작품이 여럿 실리는 등 ‘어린이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동시인’으로 꼽히며 문학성과 대중성을 모두 사로잡았다.
그간 시와 동시를 함께 써 온 김개미 시인의 시선이 이번에는 청소년에게로 향하는데, 『달리와 달리는 기분』에서 그는 세상에는 다소 냉소적이지만 사랑하는 존재에게는 아낌없이 마음을 표하는 입체적인 청소년기를 진솔하게 담았다. 특히, ‘연약함’이 곧 살아가는 힘임을 이야기하며, 반려묘 ‘달리’와 함께하는 일상의 장면들을 통해 불안하고 혼란스러운 청소년기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의 복잡미묘한 감정과 심리를 따뜻한 시선으로 섬세하게 그려 낸다.
이번 시집은 성장의 과정에서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타자와 건강히 공존하는 법을 조용히 일러 주는데, 이를 통해 독자들은 ‘불완전해도 계속 나아가는 것’이 바로 성장이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될 것이다. 또한 한 존재를 아낌없이 사랑하고, 그에게 주저 없이 사랑을 고백하는 것이 곧 ‘너’와 ‘나’를 계속 살아가게 한다는 사실을 슬며시 깨닫게 될 것이다.
저자

김개미

저자:김개미
강원도인제에서태어나2005년[시와반시]에시,2010년[창비어린이]에동시를발표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앵무새재우기』『자면서도다듣는애인아』,동시집『어이없는놈』『커다란빵생각』『쉬는시간에똥싸기싫어』『레고나라의여왕』『오줌이온다』등을냈다.제1회문학동네동시문학상,제1회권태응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시인의말

제1부늘그러면누가고양이랑살아
고양이가도망칠때
고양이때문에
고양이는화분과달라서
끝나지않는티타임
늘그러누가고양이랑살아
달리와달리는기분
하여튼고양이는
폭설
시든월요일-꽃집
골골골로드무빙
때때로고양이
어디로가란말이냐
꽃이피면모든게까마득해져
그거면돼

제2부나는꽃을말리지않아요
흙덩이
어떤날
나의드로잉
기분적으로
나는꽃을말리지않아요
경고
깨우지마
Earworm
춤을춰
명왕성기분
기억이안나
나라는유기체
휴대폰을두고나온날
전화참기
눈물이하는일
미안하다는말
사랑해
시인을위한기도
거인이쓰러졌다

제3부나는꽃을말리지않아요
아침에일어났는데좋다
나의새
물떨어집니다
점심시간을기다린다
과학하는마음
밑줄
내자리
짝의연애
착륙
그일은무슨뜻일까

내일지구밖으로여행을떠나면
너의책
거기나무가누워있어서
현우네집
또기찻길옆
쌀알의그림자
그림자의위대함
투명인간의첫눈

시쓰는마음_에세이

출판사 서평

“달리도나와달리는꿈을꿀까”
사랑하는존재들의대명사,‘달리’에게부치는편지
순수하고유쾌한시선으로일상을포착해온김개미시인이처음으로청소년시집을펴냈다.‘창비청소년시선’시리즈의쉰두번째시집으로,때로는고양이‘달리’의시선으로,때로는그고양이를사랑하는청소년화자의시선으로사랑을이야기한다.이시집의중심에는“내가매일밥을주지만/절대나한테고개숙이지않는”(「늘그러면누가고양이랑살아」)반려고양이‘달리’가있다.이냉정한고양이와함께생활하면서시인은“창문을열때마다/창틀을눈여겨보게되”고“한번도안닦던”“책장위를살피게”(「고양이때문에」)된다.“침대에가눕고싶지만”고양이가“나랑같이있고싶어해서”(「끝나지않는티타임」)종일주방에앉아있기도한다.
이러한일상의변화를통해시인은관계가우리의생활과마음에어떤흔적을남기는지를섬세하게보여준다.이‘반려’의감정은단지한동물에게만향하는것이아니라,‘살아있는모든존재’로확장된다.“고양이는고양이지/그깟고양이아니고요”,“저를존중하신다면제가사랑하는것들에게도예의를갖춰주세요”(「시든월요일」)라는구절에서보듯시인은생명을대하는마음의깊이를드러내며타자를존중하는태도를일깨운다.거르고걸러진최후의‘진심’을전하는이번시집은사랑을경험한적이있는독자라면누구나공감하며감상할수있으며,‘달리’의자리에자신의사랑을대입해볼수있을것이다.

우리고양이는
내가매일밥을주지만
절대나한테고개숙이지않는다

나를좋아하면서도
귀찮게하면
지체없이발톱을드러낸다

혼자있고싶을땐
아무리말을걸고애교를부려도
창밖을내다볼뿐

언제나자기만의세계를간직하고
호불호가분명하다

늘그러면누가고양이랑살아

그래서우리고양이는
하루에몇번은나한테바짝다가와
보드랍고간지러운털로나를건드린다
내머리털도핥아준다

-「늘그러면누가고양이랑살아」전문(18~19쪽)

“나를알게되면너를알게될까”
세상과연결되기위해딛고넘어야할계단
청소년들은‘어제의나’와‘오늘의나’조차다르게느껴지는불안정속에서살아간다.시시각각변하는감정의소용돌이속에서때로는“내가누군지모르겠다”(「어디로가란말이냐」)는사실에당혹스러워하고,“어떤날나는흙탕물같”고“찌꺼기같”고“바위같다”(「어떤날」)고말하며자신의존재를날마다낯설게체감한다.집중하려고모든소리를끄면오히려“우주한귀퉁이에/나혼자책상을놓고앉아/끝없이어둠과마주하는느낌”(「명왕성기분」)이들어불편하기만하고,“아무것도하지않고/가만히누워있으면//내가인간인지아닌지모르겠다”(「나라는유기체」)는불안감에휩싸이기도한다.
시인은이러한변화무쌍한감정상태를‘잘못된것’이아니라“나를찢고튀어나와괴성을지르는/마주치고싶지않은”(「경고」),‘나’를있는그대로받아들이며자신을알아가는성숙의과정으로바라본다.이성숙은자기비관이아닌자기긍정으로향하는데,할퀴고깨물고뜯고시끄럽지만“하여튼예쁘다”라고말할수밖에없는고양이처럼자기자신을끝내는어여쁘게보듬어줄것이다.

어떤날나는흙탕물같다
어디를가도환영받지못한다

어떤날나는찌꺼기같다
나빼고다들즐겁게이야기한다

어떤날나는바위같다
종일캄캄하게엎드려있다

어떤날나는행복한돼지같다
먹으면서도무얼먹을까생각한다

어떤날나는천사같다
몰래착한일을하고조용히웃는다

그렇지만많은날나는고양이같다
고양이옆에서기다랗게뒹굴거린다

-「어떤날」전문(38쪽)

“지금은일그러지기쉬운때/다시시작하기좋은때”
미약한‘나’를지탱해주는자기믿음
청소년들의혼란은비단내면을향하지만은않는다.이들은학교라는울타리를벗어나세상밖으로나가고싶어하지만미지의세상이두렵기도하다.“정체를모르면겁이나니까”(「때때로고양이」)낯선상황앞에서주저하고,“무엇을하는것도힘들지만/무엇을안하는것도힘들다”(「전화참기」)며선택의순간마다마음이흔들리기도한다.그럼에도“기다리는걸잘하면/많은걸할수있”(「꽃이피면모든게까마득해져」)다고지금은“다시시작하기좋은때”(「흙덩이」)라고자신을북돋운다.
그렇게청소년들은세상이정해놓은‘모범답안’을찾기보다는‘아직알수없는세계’와마주하는법을배워나간다.“난굴러요/내가이세상에자국을남기는게아니라/이세상이나에게자국을남겨요”라는구절처럼청소년들은“원하는쪽”이든“원하지않는쪽”(「흙덩이」)이든세상과부딪치며“지금과다른/또다른나”(「눈물이하는일」)의모습으로조금씩다듬어지고성숙해간다.그저변에는자기자신에대한믿음이있을것이다.“쌀알의그림자는쌀알보다”(「쌀알의그림자」)크고잘보이듯이,‘나무’라는단단한마음이늘거기누워있기에“덤불속에서길을잃지않”을수있고“언제나가고싶은곳”(「거기나무가누워있어서」)이존재한다.“나한텐내가있”으니“그거면돼”라고낮지만단단하게읊조리면서말이다.

유튜브도음악도꺼야
집중이잘된다는걸
안다알고있다

그래야문제집의문제가
이걸묻는지저걸묻는지
파악이잘된다는걸
안다알고있다

그런데그걸다끄면
우주한귀퉁이에
나혼자책상을놓고앉아
끝없이어둠과마주하는느낌

별로다
별로인걸알아더별로라서
오늘도나는
음악을들으면서문제를푼다

이세상과
단절된느낌이들지않게
울고싶은기분이들지않게

-「명왕성기분」전문(52~53쪽)

“어제보다더멀리까지가보자”
사랑하는존재들을향해힘껏도약하는마음
‘창비청소년시선’은「시쓰는마음」이라는코너를마련하여시인이직접독자와작품사이를연결해주는가교를마련해두었다.이번에세이「너는나의시야」에서시인은“너는나의‘시’야,달리”라고말하며,반려묘‘달리’와함께보낸시간이어떻게청소년시를쓰는마음으로이어졌는지를차분히들려준다.“너를닮은시를쓰고싶어”라는고백에는‘시’란결국서로를바라보고서로의마음에다가가는사랑의행위라는믿음이담겨있다.“청소년시를쓰려고마음먹었으나오히려청소년시를쓰지못했던시기”를거쳐“새로운영토를향해다르게가야했던과정”은이시집이‘성장의기록’이며,단순한시모음이아닌‘스스로를갱신해온여정’임을보여준다.시인은“나는끝까지시를추구하겠지.언제까지라도고양이와시의주변에서서성이겠지”라고말하며,연약한존재들이서로를이해하며살아가는세계를계속해서쓰겠다는다짐을남긴다.
0이글은김개미시인이청소년의세계에다가가기위해얼마나깊이고민하고노력해왔는지엿볼수있는진솔한‘시적고백’이다.이처럼사랑하는것과‘나’사이에존재하는고민,좌절,도전,기쁨,낙담,즐거움,실망,환희들이‘나’에게어떤성숙을가져오는지,‘우리’관계에어떤깊이를더하는지가감없이보여준다.이를통해독자들은가리는것없는투명한마음이지닌아름다움을발견할수있으며솔직한삶의태도에한발더가까워질수있을것이다.

나는잘웁니다
아름다운연주를들으면
사람이많은곳에서도
울고맙니다
멋진그림앞에서도그렇고
누구에게사과를하거나
사과를받을때도
눈물이납니다
바닷가노을앞에서도
펑펑쏟아지는첫눈속에서도
울음을참기힘듭니다
모두들나에게울보라고하지만
나는잘우는내가부끄럽지않습니다
울어야할때눈물이나는건
몸과마음이친해서일거라생각합니다
나를지금과다른
또다른나에게데려다주는게
눈물이하는일이라믿습니다
나는잘웁니다
잘웃기도합니다

-「눈물이하는일」전문(62~6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