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울어져 걷지 (김물 시집)

나는 기울어져 걷지 (김물 시집)

$11.00
Description
“엉켰다가 풀리기를 반복하는 길 위에
나를 향해 걸어가는 내가 있다.”

일상 속 작은 빛을 모아 만든 ‘나’에게로 가는 길
이 책은 ‘창비청소년시선’ 시리즈의 쉰세 번째 권이자, 2016년 『어린이와 문학』에 동시가 추천 완료되고 2018년 『창비어린이』 동시 부문 신인문학상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한 김물 시인의 첫 청소년시집이다.
김물 시인은 그간 동시에서 일상을 색다르게 읽히게 하는 참신한 비유를 선보였는데, 여기에 청소년이라는 과도기적 존재를 헤아리는 따듯한 시선이 더해지며 청소년시에서 그의 개성은 더 빛난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청소년기를 여러 공간의 방으로 통찰하며 그때의 내밀한 감정과 위태로운 상태를 포착해 낸다. 특히 자기 성찰을 통한 자아의 발견, 친구를 비롯한 타자와의 관계,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 속의 혼란, 미래에 대한 불안 등 청소년들의 복잡미묘한 감정의 결을 따라가며 불안한 오늘을 살아가는 청소년의 현실을 섬세한 필치로 담아내었다.
지나치게 연결된 기술 사회 속에서 모순적으로 개인은 더 고독해지기 마련인데, 이때 시인은 눈여겨보지 않는, 때로는 사사롭게 여기는 ‘나’를 둘러싼 일상에서의 감정, 장면, 관계들에 집중하며 그곳에서 발견한 반짝임이 나를 알아가게 하고 지키는 힘임을 넌지시 전한다. 제목 그대로 『나는 기울어져 걷지』는 비틀거려도 삐딱하여도 미래를 향해 걷겠다는 다짐이자 선언이다. 여기에 담긴 긍정의 메시지는 불안과 혼돈의 시기를 헤쳐 나가는 청소년들에게 따뜻한 응원이 되어 줄 것이다.
저자

김물

2016년『어린이와문학』에서동시가추천완료되었고,2018년『창비어린이』동시부문신인문학상을받았다.동시집『오늘수집가』를펴냈다.

목차

시인의말

제1부지구와달은서로의손을잡고뱅뱅
나와함께
내책상
자라는사람
구김없는아이
은박길
달아이
지구와달은서로의손을잡고뱅뱅
나의지구는
홀로
구름의비행법
공간기르기
겨울밤
우리는모두별을쥐었던사람

제2부네가나누어준것
트레이싱집
내가저장되었을때
급식시간
미로
코인노래방
내년에도만날사람
농부일기
오늘의맛
투명도
너의콩나무는
그다음날
임대
네가나누어준것
꽈배기들

제3부나는나중에어른이된다고한다
나는다람쥐
퍼즐
싹난감자
정육면체
혼잣말
개미거미
중심
계단
모래놀이
나는나중에어른이된다고한다
비오는날

제4부고깔모자속에는종이배가있고
종이접기
각에서원으로
창문밖
얼룩
크레용
차가운손을잡을땐
독립하루
밤바다
새학기
바람은가려지지않는다
고깔모자속에는종이배가있고

시쓰는마음_에세이

출판사 서평

“밤이가면아침이올것을알고있지”
기울어진채로세상을건너는시간
김물시인이첫청소년시집을펴냈다.‘창비청소년시선’시리즈의쉰세번째시집으로,청소년의삶을‘낮은천장의복층방’이라는내밀한공간과‘기울어져걷는’위태로운움직임으로포착해낸다.시인은감정의변화가들끓고정서적으로불안정한청소년시기를“구름보다무겁고바닥보다가벼워/조금떠있는마음”(「구름의비행법」)으로표현한다.그러나그상태의불안에천착하기보다는,그럼에도자기를돌보고어여뻐해주는청소년화자‘나’를독자에게소개한다.‘나’는“바닥을조금씩떠오르며걷”(「달아이」)지만“내가가장잘아는/이아이”를“귀엽고사랑스러워서/자꾸만쓰다듬어주고/싶다/자꾸만안아주고/싶다”(「나와함께」)며자기존재를긍정하는마음으로다독여준다.때때로“구김없는/미소”를띤채로“보이지않게접히”(「구김없는아이」)는어둠이도사리지만화자는이“텅빈나”의시간도지나가리라는믿음으로“나를구하는마음이/들어오길”(「임대」)기다린다.이러한어둠의시기와자신을돌보려는간절한마음은누구나공감할수있는보편적인경험이자감정이다.

나는내가
심심해할때면
밖에데리고나간다
편의점에서제일좋아하는아이스크림을한개사주고
다먹을즈음도착한놀이터빈그네에앉힌다
가느다란등을힘껏밀어주면
나는공중달리기를하며아-바람을먹는다
놀이터를돌아다니다발견한
하얀돌멩이를손에쥐여준다
반짝이는점이예쁜지꽤마음에들어한다
그둥근것을따스하게데워주며한동안갖고있다가
원래있던곳에
가만히놓아두는나

나와함께놀다보면귀엽고사랑스러워서
자꾸만쓰다듬어주고
싶다
자꾸만안아주고
싶다
내가가장잘아는
이아이를

-「나와함께」전문(12~13쪽)

“우리를닳게하는것들은이안에없지”
‘너’와‘나’그리고‘우리’가만드는안식처
청소년의세계에서또래친구는가족못지않게특별한의미를지닌다.청소년기에는유독이세상에혼자라는외로움과서러움을느끼곤하는데,친구라는존재는“지구와달처럼/영원히함께구르는두공처럼/서로를잡고내일로”(「지구와달은서로의손을잡고뱅뱅」)나아가게해주는버팀목이자함께걸어갈동료이다.친구는“거실같아서서로를연결해”(「네가나누어준것」)주어‘나’를세상밖으로안내하는존재이기도하고,“너와함께가는길”의“도착은아직멀었기를”(「미로」)바랄만큼소중한시간이며,“사소하기도/진지하기도한이야기들과웃음”(「네가나누어준것」)은서로에게삶을지탱하는힘이된다.우리는종종인연을버스에빗대곤하는데,친구또한언젠가는“서로다른정류장에/내릴것”(「내년에도만날사람」)임을알면서도그순간을함께했다는것자체가의미있는기억으로남는다.이처럼이번시집은‘나’를넘어‘너’에게로시선을확장하기도하며타자와의관계속에서자신을발견하고‘우리’함께성장해가는청소년의시간을담아냈다.

마음을심을땐
세우지말고
넓게눕혀심어야해

펼쳐져자란마디마디
여러마음이
줄줄이달릴수있게

상처나고
끝내썩어버리는것도있겠지

크거나작거나
둥글거나뾰족하거나
마음은각자의속도대로자랄거야

그중
다정한하나가잘자라면
너에게줄래

-「농부일기」전문(50쪽)

“오래전사라진빛이눈에닿은지금,나는내가되었다”
순간들의역사가빚어내는‘나’라는존재자신을향한지지와믿음,사랑에도청소년들은다양한문제에부딪히기마련이고,심리적압박에시달리기도한다.삶이라는퍼즐은“모서리에서시작해/마지막에닿을수있을것같”지만,때로는“자꾸어긋나는내가지겨워서/끼워넣던조각들을모두흐트러뜨려”(「퍼즐」)버리고싶은충동에휩싸이기도한다.하지만“어디에도내려갈곳없이/떠도는상태”(「나의지구는」)와같은막막함에도청소년들은“흰바탕위에흰색크레용으로”“보이지않으니마음껏”(「크레용」)자신만의그림을그려나가며삶을언제든다시시작할수있다는용기를얻는다.또“기울어지지만/떨어지지않는중심을찾는”(「중심」)안간힘속에서자신의존재가치를깨닫게된다.“나에게도너머의내가있다”(「고깔모자속에는종이배가있고」)는작은선언은청소년의무한한가능성을상징한다.담담하지만단단한목소리를통해시인은청소년기가“지금/꼭한번할수있는/나를경험하는”(「자라는사람」)성장의시간임을일깨운다.

중심을찾는것은어렵다
그곳을찾아다닐수록
방향잃은발걸음은엉켜갔다
나는늘가장자리였기때문에
한가운데를딛는법을몰랐다
중심을잡지못한눈덩어리가기우뚱
떨어져박살나고
머리없이둥근몸만남아있던눈사람처럼
나는덜렁혼자외로웠다

모두한곳을향해간다
더평평한곳을찾아
그위에서면
제자리를찾은듯믿으며

지금도
한쪽으로기울어지는내가있다

기울어지지만
떨어지지않는중심을찾는

-「중심」전문(78~79쪽)

“가려지지않는바람을맞으며걷는다”
스스로도닥이며걸어가는오늘또내일
청소년은성장의과정에있지만그렇다고현실에순응하는정적인존재가아니다.“독이든말아래서/자꾸올라오는/싹”(「싹난감자」)처럼꿋꿋한내면의힘을발휘하는역동적인존재이다.시인은“손바닥에들어온작은별을/꼭쥐고걸었”던기억을소환하며비록“별은어딘가로사라지고/별을쥐었던자국만남아”(「우리는모두별을쥐었던사람」)있을지라도그흔적에서비롯된청소년들각자의잠재력이있음을일깨운다.그리고“아무도나를/펼쳐보지않게”(「구김없는아이」)자신을접어두었던청소년들에게“접혀있던계단이모두펼쳐지면/우리는/다른곳을향해간다”(「계단」)는희망의메시지를전한다.“우리는모두별을쥐었던사람”이라는긍정의메시지는“한번도닿아보지못한/저곳”(「밤바다」)으로걸어가며불안과혼돈의시기를헤쳐나가는청소년들에게따뜻한응원이되어줄것이다.이번시집을통해화자가일상의반짝임을주어모았듯,고된삶일지라도계속걸어가게해주는자신의‘별’은무엇인지탐색해보는계기가될것이다.

별하나를주웠습니다
귀퉁이가조금부서진

손바닥에들어온작은별을
꼭쥐고걸었습니다
빛이밖으로빠져나가지않게
힘센누군가에게뺏기지않도록

아무도보이지않는곳에숨어
조심스레손바닥을펴보니
별은어딘가로사라지고
별을쥐었던자국만남아있었습니다

내손바닥을들여다보며
엄마가이야기합니다
우리가이자국을보며
소망을말하게된유래를

-「우리는모두별을쥐었던사람」전문(36쪽)




‘창비청소년시선’은전문시인이쓴청소년시를발굴하고정선해내는본격청소년시시리즈이다.청소년시의다양한폭과깊이를가늠하며청소년들곁을지킬조금은위태롭고조금은삐딱한노래를꾸준히담아낼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