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1948 - 바람청소년문고 15

섬, 1948 - 바람청소년문고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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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왜곡되고 외면되었던 제주4ㆍ3사건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슬픈 역사를 마주한다
바람청소년문고 15권. 해방 초기 제주에서 자행된 민간인 학살 사건을 다룬 역사 소설이다.
저녁밥을 먹고 한참이 지난 밤, 기욱이 방문을 열었다. 진숙은 잠투정하는 아이 가슴을 토닥이며 어딜 가냐 물었다. 제주 읍내에서 경찰이 사람을 향해 총을 쏘았단 소문이 파다한 터라 걱정이었다. 그런 진숙의 마음을 헤아렸는지, 기욱이 진숙의 옆에 앉았다. 물끄러미 딸 명옥이를 보던 기욱은 명옥이 만큼은 새로운 세상에서 자유롭게 살게 해 주고 싶다 말했다. 그리고 일어섰다. 단호한 눈빛에서 의지를 읽은 탓일까, 진숙은 밖으로 나서는 기욱을 더는 말리지 않았다.
기욱이 나가고 꼬박 하루가 지났다. 기욱은 밤새 돌아오지 않았다. 애가 탄 진숙은 딸 명옥을 앞세우고 순이네 집으로 향했다. 명옥의 친구 순이 아빠는 일제 치하에서 경찰 앞잡이 노릇을 했다. 기욱이 몹시도 경멸했고, 마을 사람들 모두 좋게 보지 않았다. 진숙도 얼굴을 맞대는 게 마뜩잖았으나 기욱 소식을 아는 게 먼저라 생각했다. 하지만 애써 찾아간 집에 순이 아빠는 없었다. 힘없이 도로 돌아오는 길, 집 문 앞에 신발이 놓여 있는 걸 보았다. 기욱일까 싶었으나, 그의 여동생 순욱이었다. 어수선한 상황 때문에 제주 읍내 은행에서 일하던 순욱이 오빠를 찾아온 것이다. 하지만 오빠는 간밤에 사라져 연락이 끊겼다.
며칠 뒤 아침, 순사가 찾아와 몇 가지 조사할 게 있다며 진숙을 데려갔다. 순욱이 명옥과 함께 집에 있는데, 또 누군가 찾아왔다. 문을 연 순욱의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 군인이 서 있었다. 무슨 일로 찾아왔을까? 기욱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저자

심진규

1976년충남서산에서태어났다.학생시절에는있는듯없는듯지냈다.교사가되고나서글을쓰고싶다는생각이들어동화를쓰기시작했는데,딱히동화쓰는법을배우지못해서인지공모전마다낙방하기를4년.마지막이라고마음먹고보낸동화가2016년한국일보신춘문예에당선되었다.초등학교에서아이들과신나게노는걸좋아하는철없는선생,방학에만글을쓰는간헐적작가.장편동화『강을건너는아이』『안녕,베트남』『조직의쓴맛』,단편동화집『아빠는캠핑중』등을펴냈다.

목차

1.총성…6
2.밤마실…11
3.명령그리고만남…27
4.서북청년단…48
5.빨갱이사냥…66
6.남겨진신발한짝…85
7.횃불…113
8.깨지는평화협상…130
9.이별,그리고…146
10.또다른총성…170
11.작가의말…174

출판사 서평

역사를들여다보다

사물을보는것과들여다보는것에는큰차이가있다.몸을기울여사물가까이다가가‘들여다보는’은,그저보이는대로보는것이아니라관심을기울여자세히살핀다는뜻을담고있다.
우리는역사를그저보이는대로보는것이아니라자세히들여다보아야한다.지난역사는어떤각도로바라보느냐에따라다양한해석이존재할수있기때문이다.더구나누군가역사를왜곡하고자비틀어놓았다면,후대에제대로살펴보지않을경우진실과다른방향으로알게되는경우가발생하기도한다.

“이새끼들이!너희들이지금무슨짓을저질렀는지알아!”
헌병대장이피범벅이된침대를보며소리를질렀다.비릿한피냄새가안그래도후텁지근한방안공기를더답답하게만들었다.
“더는사람들이죽게놔둘수없습니다.”
문상길이군기대장을노려보며소리쳤다.
-9쪽

<섬,1948>은제주4?3사건을모티브로한역사소설이다.아름다운제주도에이러한비극이있었는지수십년동안사람들은알지못했다.단순히빨갱이를소탕한사건으로오해하고있는이들도많았다.하지만비극을겪고난사람들의외침이있었고,그역사를들여다보고자노력한이들이있어서,비로소진실이드러나고있다.상처와슬픔으로가득한우리의역사.오롯이마주하고들여다보며,다시는되풀이되지않도록기억해야할일이다.

사건의전후사정을헤아리다

<섬,1948>에는눈에띄는특이점이있다.그것은한쪽편에서서사건을바라보지않는중립성이다.일견이야기속상관의무자비한폭력행태등을묘사한부분등이어떻게중립적이라볼수있느냐고반문할수있다.그러나그것은생명에대한경시를한탄하는것이라보아야한다.제주도민에게빨갱이누명을씌우고폭력을서슴지않았던서북청년단의장동춘.<섬,1948>은그가어째서그토록잔인하고폭력적으로변했는지를이야기한다.보다극적인연출을위한것이었을까,아니다.그것은제주4?3사건의본질이,순수하게악한사람들에의해일어난일이아니라서로의이념과사상이깊게틀어지면서벌어진사건임을말하는것이다.다만슬프게도힘을가진쪽이자신만의생각이옳다는듯반대되는세력은물론무고한도민의희생을당연시하며괴물이되어가는모습을보여준다.

장동춘은산을헤매고다녔다.열이펄펄끓는아이를데리고아내스스로길을나섰을리없다.분명무슨일이생긴것이다.며칠이나산을헤매고마을을돌아다니며아내와아들의행방을알아보았지만끝내찾지못했다.장동춘은이를악물었다.소리죽여울음을삼켰다.결국,장동춘은홀로남쪽으로내려왔다.
-53쪽

<섬,1948>은대규모학살이일어났던제주초토화작전보다훨씬앞선시점에서부터이야기를시작한다.이는독자가4?3사건의전후사정을쉽게헤아릴수있도록돕고,스스로생각해볼수있도록한다.덧붙여사건이발생한뒤더큰피해를막고자노력했던인물들의모습을통해,대한민국제1호사형집행이라는기록이면에존재했던그들의고뇌와선택을들여다보게한다.

괴물,시대의변화와함께변형되다

<섬,1948>에는사람을장난감처럼다루고,생명을하찮게여기는서북청년단이등장한다.그들은잔인한괴물이었고,시대가만들어낸악마같았다.세상이바뀌면서자연스레사라졌을거라생각한괴물.그러나그괴물은환경이바뀌면서그형태와이름을바꾼채여전히살아가고있다.

“‘나는빨갱이입니다.잘못했습니다.’하고외치면살려주겠다.”
등뒤에서누군가소리쳤다.사내들이낄낄대며웃는소리가들렸다.재미있는놀이를하듯저희끼리웃고떠들었다.아이들은차가운겨울바다에서서벌벌떨고있었다.바닷물이발에닿을때마다온몸에소름이돋았다.그때추위를참지못하고한아이가소리쳤다.
“나…,나는빨…,갱이입니다.잘못…억!”
아이가말을마치기도전에바닷물로고꾸라졌다.아이등에는죽창이꽂혀있었다.
-111쪽

괴물같은인물은과연시대때문에만들어진것일까?오늘날에도이런괴물은종종등장하여세상을놀라게만든다.친구를왕따시키고폭행한가해자들의모습이저서북청년단과같지않을까?피해자가느끼는공포가바닷가에선아이들의모습과닮지않았을까?
<섬,1948>을통해지금과견주어보며,사회가어떻게변했는지를알아보면좋을것이다.그리하여역사는어떻게흘러왔는지그와다른결과를만들기위해지금무얼해야할지를생각해보아야한다.
<섬,1948>에는단순한제주의아픔만녹아있는게아니다.다양한인간군상들의모습을통해오늘의사회를돌이켜보고재정비할수있는실마리가숨어있다.

1948년을되풀이하지않기위해

흔히역사는반복된다,역사는돌고돈다는말이있다.시간의흐름은환경과인물의외양만바꿀뿐탐욕과그릇된행동은막지못한다는뜻이다.왜사람은같은실수를반복하게될까?역사를배우지만,그저보고암기만할뿐공감과성찰이빠져있기때문이다.

여러분,‘제주4.3민중항쟁’을기억해주십시오.희쟁자들이살아서돌아올수는없겠지만적어도우리기억에서잊히는일은없었으면좋겠습니다.
-175쪽작가의말

상처입은사람들의치유를위해애쓰고,알지못한것에대한잘못을반성하고,나아가참혹했을지라도오롯이기록하는것은,같은역사의잘못을반복하지않겠다는의지와같다.<섬,1948>을통해우리는역사를아는것에서나아가공감하고성찰하며,과거와오늘그리고미래를통합하여살피는시선을키울수가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