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과 숲 (심규한 네 번째 시집)

못과 숲 (심규한 네 번째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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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생태주의자이자 대안학교 교사인 저자의 네 번째 시집이다. 바닷가 도읍 강진의 대안학교에서 교사로 일하며 쓴 시로 과거와 현재의 시인의 삶(1부)과 학교에서 만난 이런저런 생각들(2부), 그리고 그를 둘러싼 세계와 교감하는 이야기들(3부)을 담아냈다. 시인은 자신의 시를 ‘세계와 불화’하는 가운데 ‘삶을 통합하는 길 찾기 과정’이라고 소개한다. 시인의 말대로 이 책에는 살아 있지 않다는 무생물까지 포함하는 생명의 너른 품속에서 존재하지 않지만 말해진 모든 것들까지 발견하고 살리고 소통하는, 그럼으로써 더불어 조화롭게 하는, 그렇게 삶과 시가 일치하는 삶을 살아가고자 노고 근면 하는 가운데 길어 올린 통찰을 노래한 시들이 담겼다.

이 시집에 앞선 시집들도 시인이 세상을 옮겨 다니며 공부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첫 번째 시집 「돌멩이도 따스하다」(2013)는 배낭여행으로 세계를 돌고 와서 서울살이를 하며 쓴 시이고, 두 번째 시집 「지금 여기」(2016)는 서울살이를 정리하고 내성천변으로 귀촌해 살면서, 그리고 천성산에서 생태를 관람하며 느끼고 깨달은 것을 쓴 시들이다. 세 번째 시집 「네가 시다」(2020)는 천성산에서, 그리고 강진에 와 강진의 자연과 학교에 몸담고 살며 쓴 시들이 함께 엮여 있다.
저자

심규한

대안학교교사,시인,생태주의자.바닷가에위치한강진의대안학교에서일하며지역의자연과문화를배우고생태적길을찾고있다.생태적시각에서생명의소중함을자각하고건강한삶을격려하기위한시쓰기를일관되게하고있다.그의시에는강과산과바다에서만나고배운자연이풍부하게등장하고인간에대한애정이강하게담겨있다.2008년시마을문학상대상을수상하였다.지은책으로대관령마을미시사『대관령사람들이전하는이야기』(2013),시집『돌멩이도따스하다』(2014년세종도서선정),교육에세이『학교는안녕하신가』(2014),시집『지금,여기』(2016),사회에세이『세습사회』(2017),『세계는왜한국에주목하는가』(공저,2020),시집『네가시다』(2020)등이있다.

목차

1부

가볍지아니한가/나날어느하루/지독한사내
반쯤열린혹은닫힌/고양이처럼
희망/쑥개떡/강진만
제라늄/잠행/사라진다/꺼벙이
나무에물을주다가/고투
나의작은나비하우스/귀/파리
누에/노을꽃밭/석산
새의날개는저녁에펼쳐진다/이광사/시간
강/눈강/반성/토란국을생각하다가
백운동봄빛/봄은행방불명/봄비/민어
기억투쟁/걸쭉/햇살/황야의사랑
가을하늘/1992년여름지리산/어둠앞에서
시골바람/쉰

2부

자신의노래/자연에게배우기/흔들리다1
한소끔/닥치고살아라/모두의나라
달을사랑한피노키오/나무/틈
거미날다/가출을권함/베큠자세/그냥,단지
그랬다/나의무게/자신의길/히말라야
너의얼굴/못과숲/최선의밤/학교
꽃은일제히향기를풀어놓는다/꽃잠

3부

행성/햇볕그물/신이있거나혹은없거나
물방울같은거/꽃밭/길의진화사
숨은신/수저/세상을다시/옛날이야기
불쑥/1864년봄/개미/비파
아메바/그새자유/이상한이상하지않은
편향/청계천숲에서/무지개가필요해
영월창령사터오백나한/너그러운신들
뿌리혹박테리아의사랑/독일통일30년,우리는

출판사 서평

“거미가허공에실을뽑아집을짓듯이…나는크로포트킨과최제우와철새를연결해시를쓴다.나는그런시의원리를동시성이라고부른다.만물은시간과공간을초월해서참께존재할수있다.생각,기억,상상을통해서.시에의해세상모든것은그런관계를드러낼수있다.”(〈작가의말〉중에서)

시인의네번째시집「못과숲」은그의전작들이그러했듯이세계를탐구하고,생명을만나는여정들의기록이다.시인은시를쓰는일을그여정에서세상으로부터받은것을되돌려주는,되먹임의과정이라고고백한다.먼옛날원시인들이채취한혹은사냥한먹이를두고하늘신이나땅신,나무신이나돌신,냇물신,바람신에게소리와몸짓으로감사와용서를구하는것처럼,그의시는이세계를주재하는세계그자체에대한경외와감사,참회와축복의노래들이라할수있다.그럴때만이,희망이찾아온다.

혼자남겨진내게//햇살이쏟아졌지거저주라고/강이노래했지흘러가라고//바람이불었네풀들스치며/하염없이일렁였네//나무가말했지/흔들리며기다리라고//별이말했지유리창두드리며/희망이라는말(〈희망〉전편)

시인은자연에게서만배우는것이아니다.시인은“내가나온학교는학교가아니”고“책과사람/그리고산”이야말로“감옥”이아닌참“학교”라고말한다.“살모사멧새억새/물과바위와갈참나무/햇살”에게배우고“왕거미”를“스승”삼아서“천성산대학”을나왔다고자처하는것이다.그뿐아니라,지금은“너희들(대안학교의학생들)/지금은너희가스승”(〈학교〉)이라고고백한다.그렇게자연속에서자연을닮고사람속에서사람을닮을때,흔들리지않고“최선을다하지않는것을찾으려야찾을수없”는감수성과혜안을갖추게되고“최선을다하”(〈최선의밤〉)는삶을살아가게된다고,고백한다.

살다보면,삶이란결국흔들리지말고살아가는만큼의일이다.흔들리는것은풀꽃의속성이다.흔들리면서도절망으로흔들리지않는것,꺾여도,그대로누워버릴지언정절망으로내닫지는않는것이인간을제외한모든것들의속성이라고,깨닫는다.“흔들흔들/흔들리고흔들려도/온몸으로흔들려도/흔들리지마라”는건의지(依持)의약속이자,내일에의격려이다.삶의모든순간에,자연은우리에게그것을가르쳐준다.

서서앉아서또엎드려서/보고듣고배우기//나무에게서배우기서있는법/꽃에게배우기웃는법/풀에게배우기춤추는법/바위에게배우기기다리는법/햇살에게배우기나누어주는법/새에게배우기노래하는법/벌에게배우기행복찾는법/구름에게배우기집착하지않는법...(〈자연에게배우기〉일부)

그가르침의길을따라가다보면시련마저도좋은일임을알게된다.“시련이있다는것은좋은일”이며“흔들리며강해지”는것임을알게된다.“시련없이설수없다”는것,“바람없이눈비없이벌레와새의공격없이/마구뻗은가지는쉬이부러진다”(〈나무〉)는것을알게된다.나의하루하루는“세상의선물”(〈틈〉)임을알게된다.그선물에감사함을느낄줄알게될때,온몸에덕지덕지앉은“판자에박힌못”같은“관성”과“히말라야의빙벽”같은“타성”이깨어지며,감성과영성충만한“천지를깨치는아침”(〈반성〉)이온다는것을알게된다.
시인의고백대로,시란무엇보다“삶의길찾기”이며,그렇게해서찾아진“삶의길”이며,그길에서만난“동무”들이다.시인은,그리고이시집은그렇게찾아진풀꽃같은별,별같은꽃,꽃같은구름,구름같은웃음,웃음같은돌들을우리에게들려주고보여주고마침내우리를이끌고그속으로들어간다.그것이이책의시들이가진마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