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세의 철학 (사변적 실재론 이후의 인간의 조건)

인류세의 철학 (사변적 실재론 이후의 인간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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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 책은 인류가 새롭게 맞이한 인류세에 즈음하여 한나 아렌트가 제기한 ‘인간의 조건’이라는 철학적 물음을 재조명한다. 아렌트의 견해에 인류세를 인간사와 자연사의 얽힘으로 이해한 차크라바르티의 견해를 더하고, 퀑탱 메이야수의 사변적 실재론이나 티모시 모튼의 객체지향철학 등이 제기한 ‘사물’에 대한 철학적 고찰을 경유하여, 동일본대지진과 같은 자연재해의 체험과 연결시키면서 재구성하고 있다. 인류세란 “산업혁명 이래의 인간의 활동으로 인간과 자연의 경계가 붕괴되고, 그로 인해 인간의 조건이 위협받는 시대”이다. 이에 즈음하여 근대문명이 구축해 온 인공세계는 자연세계 위에 놓인 것이며, 자연 세계는 연약하고 깨지기 쉬우며 인간에게 우호적이지도 않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이 책은 인류세에 즈음하여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새롭게 인식하고 수용하며 이해해야 한다는 것을 밝히고, 인간이 붕괴의 길로 추락할 것인가, 성찰을 바탕으로 자연세계와 화해하고 붕괴 이후의 새로운 세계의 창조를 지향할 것인가를 묻는다.
저자

시노하라마사타케

篠原雅武,1975~
교토대학(京都大学)총합인간학부(総合人間学部)졸업.교토대학대학원인간ㆍ환경학연구과박사.현재교토대학대학원총합생존학관(思修館)특정준교수.저서로『공공공간의정치이론(公共空間の政治理論)』(人文書院,2007),『공간을위하여(空間のために)』(2011),『전-생활론(全-生活論)』(2012),『살아진뉴타운(生きられたニュータウン)』(2015),『복수성의에콜로지(複数性のエコロジー)』(2016),『‘인간이후’의철학(‘人間以後’の哲学)』(2020)이있고,번역서로마누엘데란다,『사회의새로운철학(社会の新たな哲学)』(2015),티모시모튼,『자연없는생태학(自然なきエコロジー)』(2018)등이있다.

목차

한국어판저자서문
프롤로그『인류세의철학』은어떻게탄생했나?
해제〈붕괴〉이전으로돌아갈수있을까?

서론

제1장인간과자연의관계
·인공물과자연 ·인공물로서의경계
·인간의세계·경계·자연과의만남 ·인간의세계와그붕괴
·인간세계의한계로서의경계 ·‘아우라의붕괴’에서의양의성(兩義性)
·자연이해의어려움 ·세계의사물성
·상호연관의펼쳐짐

제2장인간세계의이탈
·인간이아닌것의세계 ·인류세
·인류세시대의인간의조건 ·인간의조건의사물성
·이탈하는인간세계 ·인간세계를교란시키는자연

제3장인간세계의취약함
·인간세계의과학기술화 ·지구로부터의인간이탈
·인간의조건의붕괴 ·환경위기와인간소멸
·무용해지는기분과인공세계의구축 ·생태적현실로

제4장생태적세계
·데이터로본현실의충격 ·데이터가제시하는현실의역설
·마음으로부터독립되어있다 ·유체적(流體的)사고에대한비판
·인간은자연속에살아있다 ·인간적인것과생태적인것의사이
·취약성의현실성

제5장사물의세계와시적언어의가능성
·사물과의상호교섭 ·과학기술화과정에서의주체성상실
·시적으로말하기 ·사물의응시
·정신의극복 ·사물이만나고모이는장소
·과대도시화와공업화의결말

제6장생태적공존
·현전(現前)의공간과그곳으로부터의제거
·인간아닌것의힘들과의접촉 ·인간의유한성
·혼돈공간의발생 ·확산에서의연관
·파편과함께있다는것 ·빛과어둠의경계
·분리되지않지만구별된다

결론

출판사 서평

동아시아최초의‘인류세철학서’
붕괴이후의인간의조건을사물철학의관점에서다시생각한다
죽어갈것인가,살아볼것인가?

이책은2018년에교토대학의시노하라마사타케(篠原雅武,1975~)교수가쓴『人新世の哲学:思弁的実在論以後の‘人間の条件’』(東京:人文書院,2018.01)을번역한것이다.여기에서〈人新世(인신세)〉는anthropocene의일본어번역으로,한국에서는‘인류세’로번역되고있다.〈思弁的実在論(사변적실재론)〉은speculativerealism의번역어로,최신철학의한흐름이다.〈人間の条件(인간의조건)〉은한나아렌트의저서『인간의조건』에서유래하는개념이다.
‘인류세’는2000년에네델란드의대기화학자파울크뤼천(PaulJozefCrutzen)이사용하여널리알려진개념이고,‘사변적실재론’은프랑스의철학자퀑탱메이야수(QuentinMeillassoux)가2006년에쓴『유한성이후(Aprèslafinitude)』에등장하는용어이다.‘인간의조건’은독일의정치철학자한나아렌트(HannahArendt)가1958년에쓴저서제목이다.그래서이책의제목이의미하는바는“인류세시대의인간의조건을사변적실재론이라는철학적관점에서다시생각한다”가된다.
‘인류세철학’은아직국내에서는낯선개념이다.서양에서도인류세를‘철학적’관점에서사유하기시작한것은최근몇년사이의일이다.“인류세철학”이라는제목의책이처음나온것이2016년이기때문이다.이해에덴마크의철학자SverreRaffnsøe가쓴『인류세의철학(PhilosophyoftheAnthropocene):인간적전환(TheHumanTurn)』(Hampshire:PalgraveMacmillan)이출판되었다.그로부터2년뒤인2018년에‘마침내’비서구권에서도“인류세의철학”을제목으로한단행본이간행된것이다.
저자인시노하라마사타케는일본에서는인류세철학의최고전문가로평가받고있다.최근에국내에도번역되어유명해진『지속불가능한자본주의』와『마르크스의생태사회주의』의저자사이토고헤이(斎藤幸平)와『현대사상』에서대담을나눴고(「ポスト資本主義と人新世(포스트자본주의와인류세)」,『現代思想』,2020년1월호),객체지향존재론(object-orientedphilosophy)의철학자로널리알려져있는티모시모튼(TimothyMorton,1968~)과대화를나누고,그것을자신의책『複数性のエコロジー(복수성의생태학)』(2016)에수록하였다.
이책은한나아렌트가제기한‘인간의조건’이라는철학적물음을‘인류세’시대에다시생각하고자하는문제의식에서출발하고있다.이와같은문제제기는이미시카고대학의역사학자디페시차크라바르티(DipeshChakrabarty)가2009년에「역사의기후:네가지테제」라는논문에서제기한바있다.차크라바르티는인류세의의미를인간사와자연사의얽힘으로이해하였다.저자는여기에다퀑탱메이야수의사변적실재론이나티모시모튼의객체지향철학등이제기한‘사물’에대한철학적고찰을추가하고,그것을고베지진이나동일본대지진과같은자연재해의체험과연결시켜,‘일본인’의관점에서인류세철학을재구성하고있다.
‘인류세의철학’이라는논리와개념이함의하는,그리고이로부터출발하는사유의지평은긴박하고도광범위한문제를포괄한다.저자는인간의조건문제를특히‘동일본대지진’이라는우발적(?)자연재해와그로말미암은쓰나미그리고그이후에펼쳐진세계상이라는지엽적경험에서출발하지만,그것은그이전반세기나한세기로소급하고(1958년한나아렌트의『인간의조건』출간),또그이후로는티모시모튼,디페시차크라바르티등과의만남을포함하여미래로‘열린구조’를갖고있으며,생물대멸종을포함하여인간의조건에심대한영향을끼치는현재진행형의사건을다루고있기때문이다.
일례로매년오늘날전세계적으로유례없는폭염,폭우,가뭄,초대형산불등의재난이일상적이며연례적인사태로전개되고있다.게다가북극해빙이나북구만년빙하의급속한해동,그리고시베리아영구동토의해빙으로말미암은재난과재앙도인류역사와사회변화의상수로자리매김하고있기때문이다.그런가운데서도해결의기미가보이지않는탄소중립일정표문제나플라스틱을포함한각종쓰레기의유출등등은이책에서제시하는인간조건의문제가범세계적이며전지구적인현재진행형의과제임을여실히보여준다.한편으로,이러한자연과의관계뿐만아니라인공지능을비롯한사물세계의인간세계로의진격과혼섭(混涉)또한인류세시대에인간의조건에심대한영향을끼치는문제가되고있다.
다시원론적인문제로돌아가보면인류세란,차크라바르티의개념정의를참조할때“산업혁명이래의인간의활동으로인간과자연의경계가붕괴되고,그로인해인간의조건이위협받는시대”로요약될수있다(『인류세의철학』2장1절“인류세시대의인간의조건”).여기서‘인간의조건’은인간자신을제외한인간활동의산물(인공물)과동식물이나광물,나아가바다나대기와같은자연물과최종적으로는인간이살아가는이‘행성지구’까지를포함하는것이다.‘인류세’란바로이러한‘행성지구’이하의인간의조건이격변하고급변하는와중에구온난화사태의경우에서보듯이인간의생활은물론생존과생명전체가위기에처하게된시대를의미한다.
지금이순간에도불타고,녹아내리고,멸종하고,숨막혀죽어가는이인류세의실제상황시대에‘철학’을이야기하는이유와의미와여지는무엇인가.이제야말로인간이이자연세계,인간의조건의주인이아니라일개거주민일뿐이라는것,그리고인간은결코인공세계(문명)만으로생존하고생활해나갈수없음을인식하고인정하는것이야말로,급선무이기때문이다.돌이켜보면인간이자연(동물~바이러스)에너무깊숙이침입하는바람에발생한코로나19팬데믹은바로이러한인류세라는거대구조의손바닥위에서펼쳐진파노라마의도입부였던것이다.
인류세시대에철학적으로고찰하고확인하게되는사실은인공의세계만이아니라,인간을둘러싼자연이야말로광범위하고근원적인인간의조건이라는사실이다.다음으로인간은자연으로부터분리된예외적인존재가아니라,자연속에서그일원으로살아가고있다는사실이다.기후변화의바깥으로나갈수없다는것이다.자연은정복의대상이아닐뿐더러,그로부터의해방이란것도원천적으로환상,환몽,환각에지나지않는다는말이다.
저자는이책에서,근대이후로건설된인간의인공세계는자연세계위에겹쳐지고포개지듯이성립하였고,따라서대단히연약하고깨지기쉬우며,자연재해나기후변동으로인해쉽게붕괴될위험이있다.인류세의철학은바로이점을지적하고있다.다시말해인류세는인간세계가더이상안정적이지않고,쉽게붕괴될수있으며,이러한불안정상황이지속되는시대를말한다.근대라는안정된시스템이‘붕괴’되는지금여기에서의경험을절망적인것으로받아들일것인가,아니면이를사물의존재에대한새로운이해의기회로삼아성찰하고자연세계와의화해와만남,새로운세계의창조를추구할것인가?

한마디로“죽어갈것인가,살아볼것인가?”를묻는것이바로‘인류세의철학’이다.

■지구인문학총서
기후변화,인류세,팬데믹과같은지구위기문제들을한국사상과비서구적관점에서사유하기위해기획되었다.이총서에서는인간과유럽중심의근대인문학의한계를극복하고,지구와만물까지인문학의범주에포함시켜,인간과지구가공생할수있는다양한논의들을모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