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하, 타는 목마름으로 생명을 열다 (김지하 시인 추모 문집)

김지하, 타는 목마름으로 생명을 열다 (김지하 시인 추모 문집)

$20.00
Description
2022년 5월 8일 별세한 김지하 시인을 향해 그의 동지와 후배와 후학들이 화해와 용서, 이해와 승화의 마음으로 세상 속에 고백한 글들, 그리고 2022년 6월 29일의 49재 추모문화제에서 풀어낸 추억과 회한, 계승을 다짐하는 글들을 모아서 김지하에게 맺힌 응어리를 가진 모든 이와 해원하는 굿판을 펼치는 책이다. ‘타는 목마름’과 ‘생명’의 두 바퀴로 굴러 온 그의 전 생애 가운데, ‘타는 목마름’의 김지하만을 기억하고 그 이후를 훼절로 보는 관점을 넘어 ‘생명’의 세계로 나아간 김지하까지를 온전히 모시는 비나리를 담고 있다. 김지하의 발자취를 ‘문학’ ‘예술’ ‘생명운동’ ‘정치사회’의 네 방면에 걸쳐서 접근하면서 그 누구보다 뜨거웠던 삶을 추억하고 영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김지하라는 수레에 올라타서 새로운 시대로 열어나가고자 하는 동지(同志)와 동사(同事)들의 눈물어린 노래, 미소 띤 약속을 담아냈다.
저자

김지하시인추모문화제추진위원회

金芝河,1941.2.4~2022.5.8
시인.작가.사회운동가.본명김영일(金英一).
목포에서태어나서울대미학과를졸업,유신독재에저항하며여러차례투옥되고사형선고를받기도하였다.시집『황토』,『타는목마름으로』,『애린』,산문집『밥』,『남녘땅뱃노래』,『생명학』(1,2),『흰그늘의길』(1,2,3)등의많은저서를출간하였다.그의작품과활동은당시에도그이후로도많은이들에게영감을주었다.김지하는지병으로투병중2022년5월8일타계하여,5월11일장례식을치렀으며,6월25일천도교중앙대교당에서49재를겸한추모문화제를진행하였다.

목차

서문|그래도김지하시인을따듯하게보냈다/이부영
추도|“하느님!주님께서죄악을헤아리신다면감당할자누구리이까?”/함세웅
제1부문학편
수난과구도의삶을기억하며/염무웅
여기까지다들애썼다!/황석영
타는목마름으로/도올김용옥
불화살같은시인을추억하며/문정희
조숙한개벽파,지하큰시인을哭함/최원식
김지하시인의그림자뒤에엎드려울다/김형수
선생님,삼도천꽃밭마음껏걸어가세요/홍용희
제2부예술편
김지하로가는길/정지창
흰그늘의미학행,씻김의자리,향아설위의자리입니다/채희완
세가지길을열고가신선구자,김지하/김봉준
지하형님의추억,그리고작별/이동순
제3부생명운동편
위악자(僞惡者)김지하를위한변명(辨明)/임진택
부용산넘어생명의길로!/정성헌
김지하시인을긔립니다/이기상
환경은생명이다/최열
생!명!땅끝에서서/주요섭
‘이원론’이야말로‘죽음의굿판’/전범선
제4부정치·사회편
“구성지게부르던‘부용산’들려주고싶구려”/이부영
김지하를위한변명/송철원
시인김지하와의52년/미야타마리에(번역히라이히사시·문공진)
제5부추모시
지하형님還元49일에해월신사께한줄祝을올립니다/김사인
흰그늘너머/홍일선
칼날이여/이청산
여향|유려한붓놀림에서린절절한울림/유홍준
부록|김지하시인의삶/김지하작품집/화보

출판사 서평

타는목마름으로시대의벼랑끝을횡단하고,민주화운동에영혼과신명을심어거목으로성장시켰으며,다시한걸음높고깊은곳까지사상과생명의세계를열어낸김지하시인을추모하며따듯한마음으로떠나보내는마음을모은문집이다.‘타는목마름으로’는대체로저항시인,민주화투사,민중예술가로서의그의생애전반부를대표하는말이라면,‘생명’은많은사람들이주목하지못한/않은생명평화사상가로서의그의생애의후반부를대표하는말이다.김지하는그중어느한쪽에전면적으로갇히지않고그사이-너머를살아간우리시대의시인-예술가이자수난자이며,구도자이자사상가임을,새삼스레,그의빈자리에서절절하게재발견한다.

그는한편으로시대와불화하였고,역사와도불화하였으며,마침내는세계와불화하였던불온한존재였다.‘나는찢어진사람’이라는고백(1990,강연‘개벽과생명운동’)은민주화투사로서의그의60년대,70년대삶에대한일언지하의참회문이었으며,80년대이후생명운동사에대한자평이었으며,다가오는시간(1991,기고문‘죽음의굿판을걷어치우라’)에대한예언이었다.그날이후그는스스로와도불화하며애린(愛隣,이웃,시대와민족과민중,생명과평화를사랑함)의노래를그의수난의청구서로받아안았다.그로부터다시30년,그는때때로맑음,대체로흐림의시간을관통하며흘러왔다.

그러나죽음에가장가까운불모지(감옥)바로그곳에서,죽임을넘어서는생명을발견하였던그구도의시간과공간속으로석방되어탈-죽임의,모심-살림의시대를예비하며생명-평화에마음을쏟았고,그러면서시대의수레바퀴속에압살되기를마지않았던이가또한김지하였다.그가예견하는생명시대를그스스로는온전히목격하지못하고돌아가야한다는서러움이,때로분노가그의말년의몽니를자아냈는지도모른다.그러나그조차도,그가떠난마당에다시새로운의미로다가오는것이다.그의이승의자리가비워짐으로써,그는새롭게발견되고,그가떠남으로써그는새롭게맞이되고,그가영면함으로써그는새롭게깨어나다시빛나기시작한다.

그의생애전반부의삶은‘수난속에서구도의길’을걸어‘여기까지애써걸어온’길이다.‘타는목마름’으로‘황톳길’을‘불화살’처럼살아온길이다,그는개화와척사,좌파와우익사이-너머의길을연개벽파(開闢派)이되,채봄이오기도전에꽃을피워봄을짓느라스스로는동상(凍傷)을면치못하였던‘큰시인이었다.누군가는‘그의그림자뒤에엎드려울’며,또누군가는허위허위‘삼도천꽃밭마음껏걸어가’시라굿춤을춘다.‘김지하에게로가는길’은‘흰그늘’의길이며,‘씻김의자리,향아설위의자리’이니앞으로나아가다보면만나는것은김지하이기도하고우리들자신이기도할것이라고,남은이들은고백한다.

이책에는“김지하시인은민주화운동의선구자로서새시대의여명을열었으며,한국문학예술의선구자로서한국예술의새경지를열었으며,생명사상의선구자로서한국사상사의새지평을열었다”고총평하는사람들,그의한갑자의공생애의전반의표면과이면을넘나들며그와생사고락을같이한동지들의회한과화해와용서의추억담과통곡이담겨있다.“구성지게부르던‘부용산’”을그리워하고,김지하를위한변명,김지하를위한초혼,김지하를위한기원을담고있다.김지하가살아있을때,정작그의존재자체가거대한장벽이되어미처보이지않았던,드러나지못했던,성언(聲言)되지못하였던진면목이하나하나발견되고있다.

그러나이책은과거로흘려보내는만사(輓詞)는아니다.그러기에는김지하는여전히미지(未地)이고미맹(未萌)인새시대의예고라고여긴다.이제비로소시작이라고예감한다.생전의그가민족적민주주의장례식즈음에서‘타는목마름으로’의시대를시작하고,‘죽음의굿판을걷어치우라’는토혈(吐血)로부터그의‘생명’의시대를시작하였듯이,그의죽음으로서다시개벽할수있게된다시생명시대로의생명의문을여는열림굿인셈이다.그의생전의삶이감옥안의감옥으로부터감옥밖의감옥으로놓여나와광야를헤매는선지자처럼미래를향한무인지경의길을허위허위걸어간것이었다면,이제야말로육신에걸림없는해방의영혼,자유의영성으로서생명의세계를영구히살아가는셈이다.여전히그는우리가좇아가야할지남(指南)이요,미망(迷妄)과욕망(慾望)의시대가귀감해야할“한오리햇빛”(〈애린〉)이다.

이책에글을실은김지하시인의동지,후배,후학들은그들자신이하나의시대요,하나의장르이며,하나의담론이지만,모두가스스로를전체로서의김지하의한조각을이야기하기에도벅차한다.김지하는수많은시와담론을쏟아냈으나,정작스스로는말로써포착되지않은거대한산맥이며웅혼한생명이기때문이리라.

여향(餘響)!그의글씨와그림을소개하는글의꼭지명이다.그의영혼은영면하였으되,그의생명의노래는비로소그향기를세상에흩뿌리기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