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란실존과불교학·종교학이라는전공을기반으로하여
이민자-거리감을조화하여한국,불교,종교를깊게‘살아가다’
1.
이책의저자는“내인생을금강경(金剛經)을천착하는것으로보내려했으나결국금강석을다루는일로끝마치게됐다”는말을자주했다고회고한다.불교학연구의길로접어들었다가,보석상의길로전업하였으나,다시학문과직업을병행하며살아온자신의삶을,격의없는친구들에게농삼아하던말이다.그러나객관의견지에서보건대저자는세속과탈속,학문과수양,이념과현실을겸전하고,이변비중(離邊非中),중도의삶을살아왔다고충분히말할수있다.이책은그과정을,그이유를가감없이보여준다.심연의깊이를품고,쉼없이파도치며육지와교감하는바다와도같다.
저자는한창학문적성숙을향해가는36세의나이에홀연학문현장을떠나,꿈에도생각해본적없는미국으로이민을떠나게된다.자의식이생길때부터삶의유일한목표였던학문의길을벗어버리는과정은만남도고(苦),헤어짐도고(苦)의연속이었다.당시대학의부조리한관행속에서배제되는과정이학문자체에대한회의를불러온것이다.미국에서10년동안공부없는인생도훌륭한인생일수있음을몸소체험하며살아가던그는우연한/필연적인기회에하버드대학의동양학강의하나를청강하면서,다시금학문의길로회귀하게된다.역설적으로,하버드대학의동양학내용에한국의불교나유학에대한관심과언급이일절없었다는것이그의의욕을자극했다.미국사회에서한국불교는중국불교전통과일본불교특징사이에서흔적도없이사라져버린것을발견한것이다.
그렇게‘재수’한학문여정의최정점,바로아래(박사학위논문제출)에서그는또다시전회를선택한다.즉논문제출을포기(?)하고자유로운가운데학문과수양을겸전하는삶의자세로돌아가기로한것이다.그이후한국과미국을오가며,“찾아헤매는자”로서초빙교수,방문교수로강의하거나,한국불교연구원,종교문화연구소의연구원,원장등을역임하며‘소임’을수행해왔다.그것은다름아니라,학자의책상위에책갈피에존재하고,박물관에전시된박제상품으로서존재하는불교학을벗어나,기존의틀을깨고껍질을벗겨내온과정이었다.이렇게“재수하는학문과삶”이라고명명한,자신의학문여정을회고한1부에이어2부불교리뷰,3부이민자의눈으로본세상,4부단상은한국과미주에서신문,뉴스레터등에기고한단편들이수록되었다.
2.
미주사회,기독교가종교를넘어하나의생활양식이된미주한인사회에서‘섬’처럼떠있는불교를(신앙)하는,소수자중의소수자로서그는끊임없이미국내의(한국)불교의정체성과위상을탐문하고,그진로를모색한다.‘수입불교,수출불교,수하물불교’의방식으로미국사회에정착한동아시아불교전반에서한국불교또한위세가지정체성을모두아우르며정착하고,때로는도태되며,때로는두렷한족적을남기며이어져오고있다.저자의단편적인글들을통해서,미주한인사회에불교가이식되고정착하는과정을생생하게그린다.‘내부를간직한외부자’로서저자는미국에서,불교의진면목을더넓게,더멀리,더깊게천착해나간다.폭넓은학문작업(서구불교학에의접근과기독교-신학과의교류를포함하여)의일단이담담하게,그러나깊은울림을안겨주며전개된다.
이책의또하나의축은그가평생불교학의언저리를떠돌며만났던적지않은수의불교학,종교학의선배,동학,후배들의면모를알려준다는점이다.36세에학문의길을접으며그가고통스러웠던것은부조리한학교사회의관행보다도,그동안만났던뛰어난스승,동학(同學)들과이별하는일이었다.그들로부터받은영감과그들의혜지(慧智)들은,저자의단편적인회고속에서도생생하다.이기영,서경수,박성배,안병무(기독교),일타스님등의불교학석학과그리고스승이기영을통해접한장필리오자,포르드미에빌,주세페투치,라모트,외젠뷔르누프등서구의불교학자에이르기까지짧은글속에서도그들의학문적업적을간접경험하게한다.
이러한학문여정에대한에세이들을통해우리는미국사회에서(한국)불교의여러가지행태와과제상황을접할수있고,그것을통해불교란무엇인가,불교란종교인가,종교란무엇인가와같은근본적인질문에대한해답의빛을얼핏얼핏엿볼수있게된다.(그본격적인이해는이민용교수의근작으로그간의불교학관련논문들을엮어편집한책에서다루어진다.)또미국과한국을오가며자연스럽게터득되는폭넓은시각을통하여오히려한국(내)불교의문제점과그대안적인방향을간결하게정리해내기도하였다.그리고또한편,동아시아에서건너간불교를기반으로,혹은유럽을통해수용한불교이해를바탕으로미국사회에서미국(현지인)인을중심으로성장하는‘서양불교’의모습에서,무엇을보고,무엇을배울지도흥미롭게개진된다.
3.
‘말로말을버린다’(因言遣言)이라는『대승기신론』의경구는그가미주한인사회,그중에서불교계에대하여말의위험성,말로인해오해되고빚어질사태의심각성에대한우려를무릅쓰고자기주장을펼쳐나갈때,스스로를경계시키는말이다.그러나이는나아가정보의홍수속에서오히려‘소통단절’을겪고있는현대인에게돌려주는경구이기도하다.그중에서그는말을통한소통이자기주장의강조가아니라,나의한계와처지에대한이해를깊게하는일이며,말을통하여서로의차이를확인하고심지어다르다는것에동의하는것,그리고그차이마저공유하고공감하는것이바로소통이라는깨달음의말을전한다.
저자는불교인이면서또한불교학자이면서,그러나‘거리를둔관찰자’의입장을견지하면서또는벗어던지지못하면서,다시한번더나아가학문적추구자와생활자의간극을좁히지못하면서/않으면서바람직한불자상,건전한종교인상과더불어종교론,불교론과그의인생론을담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