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개벽(2023년 여름호)(제11호)

다시개벽(2023년 여름호)(제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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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계간 『다시개벽』 제11호, 2023년 여름호이다. 제11호는 특집 “가짜 보편보다 커다란 바다”이다. 지난 10호부터 집중하는 주제인 ‘지구학’의 일환으로 이번 호는 ‘바다’를 주목한다. 최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둘러싼 분노와 공포가 고조하는 가운데, 바다로부터의 절망적인 소식은 그보다 훨씬 더 오래전부터 우리에게 속속 당도하는 중이었음이 이번 특집을 통해 새삼 조명된다. 바다는 30억여 년 전 지구상의 생명체의 근원지이기도 하지만, 현재도 지구생명의 생존을 가능케 하는 양수(羊水)로서 기능하고 있다. 육지와 대기의 기후온난화 문제에 고심하는 사이, 바다는 더 깊은 곳에서 더 느리게, 그러나 더 거대한 규모로 죽어가면서, 그에 비례하게 재앙적 폭발력을 온축시켜 가고 있다. 바다에서 들려오는 경고음에 귀 기울이면서, 우리는 우주만물이 그러하듯이 지구적으로도 만물과 서로 연결되어 있고, 서로 의존하고 있음을 뼈저리게 인식하게 된다. 『다시개벽』 11호는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자리, 인간문명의 지속가능성과 지리멸렬함의 갈림길에서, 인간에게 무엇을 선택할지를 묻는다.
저자

다시개벽 편집부

편집장, 서울대학교

목차

● 다시열다
| 홍박승진 | 권두언 - 가짜 보편보다 커다란 바다 6
| 우석영 | 지구의 시학 (1) 메리 올리버 11
| 박길수 | 천도교와 한글, 다시개벽의 동반자 그 창제정신과 창도정신을 중심으로 24
● 새글모심
| 장수진 | 밀려나는 바다의 주인들과 함께 사는 법 남방큰돌고래로 보는, 해양동물들의 삶과 바다를 지키는 또 다른 방법, 생태법인
| 윤상훈 | 제주 바다, 기후위기의 징후들 64
| 채호석 | 우리의 바다, 변화와 고통 80
● 새말모심
| 홍박승진 | 대등한 생극의 토론 96
● 새삶모심
| 조명아 | 영 케어러의 등장과 돌봄의 미래 150
| 정규호 | 생명위기 시대, ‘좀비’가 되지 않기 160
| 이무열 | 실상사 담 밑에 올라온 민들레처럼 시방十方으로 탈주하는 정치를 꿈꾸며
● 새길모심
| 라명재 | 천도교 수련3 182 마음공부의 계단 182
● 다시읽다
| 정혜정 | 김형준의 근대 시민사회 비판과 인간원리의 전환 196
| 안태연 | 월남미술인 다시 보기 (3) 207 이상욱(李相昱, 1923-1988) 207
● 다시잇다
| 이쿠다 조코·혼다 미사오 (번역 조성환) | 사회개조 팔대사상가 - 4. 톨스토이 222

출판사 서평

긴급 상황, 실제 상황
바다는 이미 충분히 위기다, 지구생명계 전체의 위기다

바다가 요동치는 시대다. 슈퍼 엘리뇨만이 문제가 아니라, 핵폭탄이 바다에 뿌려지는 사태. 그런데 그것이 아니라도 바다는 이미 충분히 위기다. 바다의 위기는 더할 것도 덜할 것도 없는 문자 그대로 곧 지구생명계 전체의 위기다. 긴급 상황 실제 상황이다. 기후위기는 공중과 해양을 가리지 않는다. 바다에 뿌려진 방사능 오염수는 오대양을 순환할 뿐 아니라, 곧 먹이사슬을 타고 하늘로, 육지로 흩뿌려질 것이다. 바다에서 나는 물고기나 해산물을 먹지 않는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기어코 오염수를 방류하기로 이미 결정한 듯이 보이는 일본이 무책임하고 무례하고 몰염치한 망발을 자행하는 것에 불과하다면, 우리나라 정부의 행동은 그에 대해 면죄부를 쥐어주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고 도무지 묵과할 수 없는 망동이라고 아니 할 수 없다. 나라에 망조가 들었다는 개탄의 목소리가 하늘 끝에서 땅 끝까지 차고 넘친다.

분명한 사실은 오염수 방류가 시작되면, 인간은 물론이고 지구 전체 생명은 속속들이 그 오염의 자장에 젖어들고, 인류 운명은 돌이킬 수 없는 지옥으로 향해 갈 것이라는 점이다. 바다의 속살을 더 깊이 들여다보는 『다시개벽』 11호 특집이 이 문제가 정의로운 길로 나아가게 하는 데 조금이나마 일조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다시개벽』은 제11호(2023년 여름호)가 마침 지구학이라는 큰 그림 속에서 ‘바다’를 주목한다. 이 주제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가 지금처럼 핫이슈로 불거지기 전에 계획된 것이기는 하다. 그래서 방사능 오염수 문제를 직접 다루지는 않는다. 그러나 우리의 바다는 ‘방사능 오염수’ 이전에 이미 죽어가고 있었다는 것을 새삼스레 알 수 있게 한다. 이번 호 특집에서는 해양동물에게 법적 권리를 부여하는 생태법인 개념과 제주 바다에 이미 도래한 기후위기의 실상, 그 비상사태의 사이렌을 우리에게 전파한다.

『다시개벽』은 제11호부터 ‘다시열다’ 꼭지를 새롭게 선보인다. 『다시개벽』 편집위원이 직접 참여하는 꼭지다. 『다시개벽』이 표방하는 지상의 가치인 ‘자기만의 생각을 창조하는’ 일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 사람들이 직접 그 창조적 활동을 전개하고, 그 결과를 담아내고자 하는 일이다.

지구철학자 우석영은 ‘지구시학’을 선보인다. 지구 전체가 하나의 예술적 파동이며 인간의 예술 작품은 지구의 예술적 파동의 응결체라는 것이다. 박길수는 동학-천도교의 유사성을 비교하는 가운데 ‘가장 창조적인 것이 가장 보편적인 것’이라는 진리를 이야기한다. 한글과 동학이 보편적인 가치를 갖는 것은, 그것이 창조적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이번호에서는 지난 호에 출발한 ‘창조적 철학’으로서의 ‘대등생극론’을 더욱 심화하고 확장하는 토론이 진행된다. 조동일과 홍박승진은 이 토론으로 토론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갈 꿈을 꾸며 1) 철학ㆍ언어, 2) 동서ㆍ기학ㆍ역사ㆍ창조, 4) 젠더, 5) 동학의 다섯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이번 호 토론을 진행한다.

그 밖에도 최근 우리 사회의 첨예한 이슈로 부상하고 있는 돌봄이라는 주제에 관련하여 조명아는 “9세 이상 34세 이하”인 돌봄 제공자를 가리키는 ‘영 케어러(young carer)’ 문제를 집중 조명한다. 또 생명위기 시대에 대한 진단과 모색(정규호), 문명전환 정치에 관한 고민(이무열), 천도교 수련에 대한 소개(라명재), 근대사회의 병폐가 시민사회의 병폐와 무관하지 않으며, 시민사회의 병폐가 ‘시민’이라는 개념의 병폐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정혜정) 등이 이어진다. 안태연의 한국미술사 연재는 월남화가 이상욱의 미술 세계를 소개한다.

『다시개벽』은 4년 차로 접어드는 13호(2023년 겨울호)부터 대대적인 체제 개편을 앞두고 있다. 코로나 1년차에 시작한 『다시개벽』이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좀 더 직접적으로 다가서고, 그 너머를 지향하며 지지하기 위해서다. 포스트코로나 시대는 코로나19 팬데믹 시작 직후에 예견했던 대로 ‘새 시대’이기는 하다. 그러나 유토피아의 방향으로가 아니라 디스토피아의 방향으로 궤도가 놓여 있다는 게 문제다. 『다시개벽』의 또 한 번의 변신은 이와 관련된다. 이독치독(以毒治毒)의 극렬한 자가 면역 형성이 요구되는 이 시대에, 『다시개벽』은 자기생존은 물론이고 타자생존과 지구생존까지를 동시에 상상하고 심고하고 결행해야 하는 벼랑 끝에 선다. 갈 길은 먼 데 노잣돈이 바닥이다. 그야말로 일모도원(日暮途遠)이다. 그러나 되물릴 수도 없는 길이다. 사즉생(死卽生)이 헛말이 아니길 빌 뿐이다. 『다시개벽』을 위하여서나, ‘인간’과 ‘지구’를 위하여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