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유교’와‘타락한기독교’라는키워드는오늘의유교와기독교에대한대중들의이해를단적으로표현한다.다른한편오늘한국사회의기독교는유교사회인조선이멸망하며근대사회로의이행하는흐름속에서성장한혹은그이행을추동한원동력으로서,서로대립적이거나심지어적대적이라고이해되기도한다.거기에‘여성’이라는키워드를더해놓고보면,유교는여성의공적(公賊)으로서한국사회여성불평등의원조(元祖)로서낙인찍혀있고,기독교는한국근대사에서여성의깨어남,여성인권과교육신장등을선도한,그리고그자신도여성독신자들의원력을중요한기반으로하여성장한여성-친화적종교로서이해되는풍경이나타난다.
그러나이책에서는유교가태생적으로근본주의적이며반(反)-페미니즘적이라는선입견에도불구하고오늘날기독교가한국사회에안착하는데는유교적소양을갖춘한국기독교선구자들이그정체성을온존한채기독교를받아들이고자리매김함으로써한국기독교의성공적인출발을보게되었다고진단한다.그리고오늘다시기독교가사회적폐의대명사로자리매김한처지에,유교적보편주의나일상생활에서거룩함을실현하는것을지상덕목으로삼는유교적현재주의의장점을배우고되살림으로써,스스로의건강성을회복하고기독교자신은물론한국사회,나아가세계(지구)적인위기를극복하는데에서중요한역할을할수있게될것이라고말한다.
또저자이은선은오랫동안연구하고실천해온대로,‘유교페미니즘’을내세운다.즉한국유교는현대페미니즘을적극적으로끌어안고,탈성별적인보편성의언어로서최선의페미니스트가됨으로써오늘한국페미니즘이직면한한계상황을극복하게할수있음을말한다.또한기독교는오늘날궁극적실재와직접소통하는시대라는,기독교친화적이지않은사회환경에서각개인이나름의이성과지성그리고사색의힘으로스스로초월적존재와소통하는양식을내면화하는데있어서유교적지혜와전통에서얻어야할부분이많다고말한다.그관점의논거들은본문에서이론의측면과실천의측면,그리고사례의측면에서일관성있게제시되고있다.
한국유교의맥락은중국보다도훨씬유교를종교로서온전하게이해하는데유리한특성을갖추어왔으며,그중에서도오늘우리사회에절실하게요구되는우리삶의온전한의례화와예화(禮化)의측면에서,유교로부터배워야할요소가적지않음을말한다.한국유교의종교적인특성은하곡정제두의양명학,임윤지당이나강정일당같은여성선비전통,호락논쟁의신유물적요소,성호이익이래서학과천학에대한천착의전통,19세기후반유교와기독교의습합등의다양한선례를낳았다.특히동학의수운최제우,대종교의홍암나철이나,해학이기등도음으로양으로서학(기독교)과의조우속에서자기역할과자리를마련해간것을알수있다.
21세기들어서,유교는사회적으로나많은사람들의관심면에서급속도로잊혀가고,기독교는한반도정착기에서와는달리그러한유교로부터탈-맥락화하여,적폐세력이라는얼룩을온몸에묻힌채탈종교시대로나아가고있는것처럼보인다.그러나이은선은그이면을들여다보면서오늘우리사회에서삶의건강성과거룩의일상성을실현하는여러장면에서유교도(道)가어떻게면면히살아있는지를본다.유학자출신으로개신교최초의신학자반열에든탁사최병헌을시발로하여,김교신,유영모,함석헌등기독교토착화선구자들의사유는조선신유교위성리학적토대위에서전개된것임을살피고,그들의삶자체가기독교와유교의대화였음을증언한다.
이은선은조선시대유학이그때까지사회의사상적정신적기반제공자였던불교와긴장하면서도대화하고교류해간사실에기대어오늘한국사회에서기독교와유교의대화는계속되고있음을재발견한다.나아가한국근대시기에기독교가유교와의창조적만남을통해서한국기독교의자리를마련하고인류문명사전체를통틀어가장성공적으로동서인류문명이통섭,통합한사례를낳은것으로평가한다.이러한맥락에서유교와기독교의만남을통해인류미래의보편종교의탄생까지기대한다.또한현대페미니즘과의관계에서도유교가실은현대페미니즘이건강성을회복하고사회적자리를넓게확보하는데서필수적인덕목을함장하고있음을말한다.
이은선은오늘기독교문명이점령한듯한한국사회에서유교도(道)가탈종교화된맥락에서여전히중요한토대로역할하고있음을사례로제시하여유교-기독교대화의가치와의미를재확인한다.‘공간크리에이터’이지영씨는조선유교가강조해왔던우리일상과세계를예화하고리추얼화하는일에서‘공간’에집중하는일이고,그곳을한‘거룩’(聖)의공간으로삼아사람들을편안하게하려는일을실현하고있으며,그것을서구페미니스트주체성과의유교적페미니스트의건강한만남사례로서제시한다.그밖에한국제1호기록학자김익한(국가기록원장)의사례는유교정신이강조해온,배움(學)과사유(思)와전승을귀한일로여겨온전통의실현으로서유교도가오늘우리사회에서살아있는모습으로간주한다.또한일생을관통하여선한삶과방식에서참으로비종교적이면서도깊이있게유교적공(公)의영성을실현해보인,『줬으면그만이지』의주인공김주완,『회복탄력성』의저자김주환교수가펼치는자기조절능력신장운동은인간보편적선험성(理)에대한믿음을가지고,그것이스스로생각하고,조절하고,소통하며사랑할수있는능력(仁)으로발휘될수있도록,다르게사는방법을알려주려는높은학덕의선행으로서자리매김한다.
끝으로저자는오늘의유교는유교적천지생물지심(天地生物之心/理)의예지와따뜻한마음으로서인간을넘어서사물도포괄하고,가상세계까지도포괄해서,지금큰위기가운데빠져있는지구문명의대안의길을찾는데좋은시사를제공할것으로기대한다.이는집의회복,한국이라는우리고향의안녕,온지구생명체의생명적터를치유하기위한일이고,그일은우리각자삶의자리가정돈되고,거기서우리실천과행위의의미가잘반추되고기억되는세계,그로부터온인류공동체를위한새로운미래를열어주는유교덕목의온전한실현을의미한다는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