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책은‘세속’이형성되는과정과세속주의가다루어지는방식에대한종교학적관점의다양한연구를망라하고,앞으로의연구방향을제시한다.2년여에걸친준비과정과연구발표,이후의공동정리작업을거친결과물들을모아냈다.
세속주의란일반적으로사회로부터종교의영향력을제거하려는정치적태도이다.세계관으로서의세속주의는존재론적물질주의,자연주의적세계관,물리주의적사고방식등으로,초자연적이나초월적이기보다물질적이고물리적으로세상을이해한다.
종교학이일반적으로종교자체를다루는데반하여이책은세속,세속화,세속주의를둘러싼다양한논의들에주목함으로써오히려종교-세속의상호의존성과상대성을드러낸다.이책이다루는세속주의의관점에서,종교와세속은적대적이지도않고,대척적으로갈등하는영역도아니다.종교를이해하기위해서세속이해를,세속을이해하기위해종교이해를필요로하는것,그리고그둘사이의관계를어떻게자리매김하느냐가‘세속주의논란’의중심과제라고할수있다.세속주의와관련된다양한논점들을정리함으로써종교학연구의새로운영역을확장한다.
기본적으로세속화이론은근대이후로탈종교흐름과사회의세속화가가속화하면서종교가소멸하거나주변화할것이라는입장에서출발하였지만,현대사회에서이는사실이아닌것으로판명되고있다.반면에사회주의로대표되는세속주의의몰락은또다른의미에서의세속주의비판으로이어졌다.이러한비판은세속주의의이면에기독교의세계관이자리잡고있다는인식에서비롯되며,세속주의가이슬람권의탈세속화된종교문화권에대한비판의근거로작동하는현실에대한비판이다.
1부<종교와세속주의이론.입문과쟁점>에는두편의글이실렸다.
「종교와세속주의입문하기」는종교와세속의복잡한관계를탐구하며,세속주의가현대사회에서어떻게형성되고지배적담론이되었는지에대한공부의중요성을강조한다.근대국가의자유민주주의체제와종교와의관계,그리고세속주의에대한도전과변화하는역사적맥락을고찰함으로써,종교와세속이라는이분법적구도를넘어서는새로운관점을제시한다.
「엘리아데와세속주의담론」도계속해서종교와세속의중첩현상을탐구한다.탈랄아사드의세속주의비판과오니쉬의종교철학적연구가세속주의의본질과그안에내재된신성성을탐구하는방식을보여줌으로써,‘종교란무엇인가’라는근본적인질문에서부터,자연주의적연구의중요성과엘리아데의연구가제공하는풍부한재료에대해서도논의한다.
2부<한국의종교와세속주의>에도두편의글이실렸다.
「한국의종교연구와비평(비판)의세속성논의」는한국종교문화연구소가발행하는잡지『종교문화비평』을중심으로종교문화비평의다양한의미,종교학에서의문화비평논의,그리고정진홍의연구의중요성을인정하며이에대한후속논의의필요성을강조한다.한국의세속성과종교연구의관계,특히보수신학과의대립,세속영역과종교학의관계,서구의비판과비평에관한최근논의,종교연구,비판,세속성에대한깊은사고의중요성을강조한다.
「세속화에대한저항―동학에서한살림까지」는‘세속화’로대변되는서구근대의틀로는도저히설명될수없는또다른세계를지향한한국자생의철학,동학을소개한다.이어서수운-해월의동학의지향성이윤노빈과김지하를거쳐도달한한살림의흐름들을묶는공통의키워드로‘일상의성화’를꼽고,그것이생태위기와기후변화로인류의생존이위협받는인류세시대에‘성화’가다시주목받고있음을소개한다.동학이꿈꿨던‘일상의성화’는이제전인류의과제가되고있다.
3부<세속주의의전개:나라별접근>에도두편의글이실렸다.
「세속-종교-미신의3분법을통해본신사참배의정치학―근대일본을중심으로」는메이지유신이후19세기후반일본에서형성된국가신도체제의형성과정치적함의를탐구한다.국가와종교의분리원칙과종교의자유를바탕으로전통신도를신사신도와종파신도로분리한체제를논의하면서,특히국가신도체제가종교와세속의이분법내에서어떻게위치하는지,그리고미신이라는제3의범주가이러한역학에어떤영향을미치는지고찰한다.
「기울어진세속주의―독일의통일국가만들기과정에서세속주의가작동되는방식」은독일의통합과정에서사회주의와이슬람에대해세속주의가선택적으로운영되는방식을소개하면서사회주의와이슬람모두‘길들이기’의대상이됨을말한다.리버럴민주주의모델의세속주의에대한비판을다루며,그해석의우위와갈등해결에대한역할을지적하고,독일이슬람회의에서의세속주의에대한비판적관점을다룬다.이러한논의를바탕으로현대국가들에서세속주의를재고할것을촉구하며,현재모델을넘어서는새로운정치철학의필요성을강조한다.
4부<세속주의와현대사회>는네편의글을담고있다.
「생태위기에대한지구학적대응―성스러운지구와세속화된가이아」는생태위기에대한반응으로형성된서구의새로운자연관,특히‘가이아’이론에관한린화이트의주장이생태신학적접근태도로지구를살아있는유기체로보는종교적관점을취한다는사실을지적하는것으로시작한다.이어이러한접근법을비판하는브뤼노라투르가가이아를세속화된형태로재해석하는관점을소개한다.이글은이런세속화된한나아렌트,토마스베리,라투르의관점을검토하며,이를‘지구학’이라는새로운범주를제안하고있다.
「보건의료에서의종교와세속―건강돌봄과영성의만남」은우선유럽의기독교쇠퇴에서시작된세속화논의,미국에서의신종교운동,그리고탈세속화론의등장과그확장에대해설명하고,1990년대의지구화론과전세계를무대로한종교의공적역할에대한논의로나아간다.특히탈랄아사드의세속관련담론에대해집중적으로소개하며,그의접근이사회학계의세속화논의와는다르다는것을강조한다.또한,최근보건의료계에서종교와영성에대한관심이증가하고있다는점을지적하며,의료계가세속주의의이름으로종교의영역까지포괄하려는경향에주목한다.
「비판의세속성에관한갑론을박―11명의관점」은『종교문화비평』통권42호에게재된‘한국의종교연구와비평(비판)의세속성논의’에대한내용을담고있다.여기서는한국에서의종교연구와비평,한국의세속성과종교연구,탈랄아사드와사바마흐무드의관점을중심으로한<비판은세속적인가>라는책의내용및그이후의논의들을다룬다.이글은특히아사드,마흐무드,주디스버틀러등의학자들이온라인모임에서‘비판은세속적인가’라는주제로의견을주고받은내용을중점적으로검토하고평가한다.이러한논의는세속성과비판의연관성,그리고종교와세속의상호작용에대한다양한시각을탐구하는데기여한다.
「세속주의,무슬림혐오,마르크스주의와종교」는세속주의개념의잘못된사용이정치적방향성에미치는영향에대해다룬다.중동,특히이집트와튀르키예의사례를중심으로,세속주의개념이어떻게좌파의고립을초래하고반동세력에게이익을주는지설명하고,이집트와튀르키예에서일어난군사쿠데타와이슬람주의자들의상황을분석하며,세속주의개념이정치적,종교적힘의균형에어떻게영향을미치는지를평가한다.또한,세속주의와이슬람주의사이의구분이종교적,정치적문제에어떻게영향을미치는지논의하면서,세속주의에대한새로운접근방식의필요성을강조한다.
인류학과정치학같은종교학인접학문분야에서세속주의연구들이쌓여가고있고,종교학적시선으로정치와세계관으로서의세속주의분석을요구하는작업들이적지않은시점에서이책이세속주의연구에대한새로운시야를열어주고,연구의활력을제공해주리라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