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이위기다,위기가몰려온다
최근우리사회에서‘돌봄’이중요한사회적화두로제시되고있다.어디를가든,누구든‘돌봄’이논의되고,최대최고의관심사안으로취급되고있다.대통령에서부터중앙정부,지방정부는물론이고사회적기업이나시민운동의차원에서도그러하며,가정이나개인에게도돌봄이심각한문제이자과제로서제기되고있다.
돌봄은인간이출현한이래로언제,어디서나존재하던,인간의,특히사회적존재로서의인간의기본적인삶의방식이므로,최근돌봄의부각현상은특기할만하다.인간이외의동식물도나름의돌봄체계속에서생존과번식을이어가고있다는점에서돌봄은생명의보편적특징이라고말할수있다.언제어디서나존재하는원리혹은사물이요즘처럼크게혹은강하게인식된다는것은그지점에문제가발생했다는의미이다.이른바‘돌봄위기’다.
짐작하다시피,최근의돌봄위기의근인(近因)은저출생-초고령화,사회경제적양극화등사회구조적변화와관련이있다.이또한수십년전부터있어온문제이지만,그동안은,여러가지문제들중에더우선적인과제라고여겨지는사회국가적차원의민주화,산업화와같은이슈에묻히거나,주부(여성)의돌봄노동에전적으로의존하면서은폐되어사회적조망을벗어나있었다.
여성의사회적지위가향상되고,맞벌이의증대와같은사회구조적변경,필요돌봄의외주화(시장화)와공공화흐름이급격하게진행되면서,‘돌봄’은사적인언어에서공공의언어로자리매김되고,사회적으로중요한과제로부상하였다.인간존재(생존,생동,생활)와생명의본질로서의돌봄원리의속성으로말미암아돌봄은한번부상하자마자,온갖사회적이슈를빨아들이는보편적언어로성장해나갔다.
예컨대,오랫동안우리국가사회의중요한과업의범주로,어떤면에서는공공적차원의궁극적인정책목표로간주되었던‘복지사회,복지국가건설’이라는것도오늘날은‘돌봄사회,돌봄국가건설’이라는말로대체되어소통되고있다.
문제로서의돌봄위기와기회로서의돌봄시대
다시,한걸음물러서서돌이켜보면,최근돌봄위기의도래는인류세적현상이라고말할수있다.오늘의돌봄논의에는인류세로명명되는시대환경이우주배경복사처럼자리하고있다.인류세(人類世)란,인간의활동이전지구적차원의기후재앙,생물대멸종을불러온것을말한다.이러한인류세의원인(遠因)이자근인(根因)은인간중심주의,성장주의,물질주의근대문명이라고얘기된다.특히한국사회에서는이른바압축적근대화로말미암은폐해가역시압축적으로현현되었고,그것의21세기한국사회적현상중하나가바로돌봄위기상황이다.
그런배경속에서오늘우리사회의돌봄위기는매우직접적이고실존적인파열음을불러일으키고있다.돌봄위기가사회화하는직접적이고강력한동력은현실적인돌봄노동의편중화,독박화가불러일으키는온갖고난,그리고돌봄수요와공급사이의불일치,지역소멸과초고령화사회도래에따른지역사회에서의돌봄과제,노후돌봄요구의증대와가족문화해체사이의시간지체현상에따른심리적공황상태등과같은사회적문제가도사리고있다.
다른방면으로생각해보면,오늘우리가돌봄위기를다양하고다층적으로논의할수있는것은우리사회의물적토대가,가정내또는개인적인차원으로치부되는돌봄을공적인차원에서논의할만큼성숙되었다는사실을반증한다.
이보다더심각한또하나의도전은돌봄의시장화와공공화를통해,돌봄의탈(脫)인간화,자본에의예속화경향의심화현상이다.다시말해인간이인간으로서정체성을형성하는기본경로인돌봄이인간관계를떠나서자본과국가에포섭되는쪽으로급속하게기울어지고있다는점이다.
돌봄이인간존재성립과생존의필수요소인만큼,돌봄의위기혹은돌봄의변화는곧인간정체성의변화와직접적으로연결된다.인간존재의변화가돌봄위기로나타났다고도말할수있다.다시말해장기적인관점으로볼때,현재의돌봄화두의급부상,즉돌봄위기의문제는복합적인인간사회의위기를반영하는지표라고할수있다.
돌봄의재발견과재발명,생명의눈으로보는돌봄
이책『호모쿠란스,돌보는인간이온다:생명의눈으로보는돌봄과전환』은생활현장에서의돌봄의긴급성과시의성을간과하지않되,현실적이고단편적이며사적인영역의돌봄과제에매몰되지않고,돌봄사회의도래를가능케하는전환의기본철학과원리로서자리매김시킬것을제안한다.
다시말해돌봄논의를공공정책,사회서비스,시장화의과제로제한하거나편향시키는기능주의적접근의분절성과사사화(私事化),자본화(資本化)를넘어서돌봄의본질적인의미를재확인하는데서부터시작한다는것이다.전자는돌봄을결핍을보충하고취약함을보조하는것으로간주하는토대위에놓인다면후자는인간을포함한생명의존재방식이라고보는관점의토대위에놓여있다.그것은달리말해돌봄에대하여생명학적방법론즉유기적이고총체적인관점으로대상에접근하는태도를취하는것이다.
특히이책에서는돌봄에대하여새롭게인식할뿐만아니라,그것을통해돌봄이충만한사회,돌봄이생동하는사회,돌봄이중심이되는사회를구축한다는실천적,운동적관점과태도를중시한다.이는돌봄을전환사회의동력,사회전환의철학으로자리매김한다는것을의미한다.
1부는〈돌보는인간이온다〉라는주제아래5편의글을배치하였다.1장「모시는사람,호모쿠란스:돌봄시대의신인간학」(박길수)에서는인간은물론만물이상호의존적이며,돌봄은서로를살리는거룩한행위이고,그런점에서인간은호모쿠란스(돌보는인간)라고말한다.2장「김지하의‘명(冥)의생명사상’과죽음돌봄」(주요섭)은죽음을생명의한과정으로보고이를돌보는것이인간의인간됨의중요한요소임을말한다.3장「연결된사회에서돌봄의마음과실천」(유정길)은모든존재의상호연결성,연결된존재로서의자아를깨닫고이를사회적으로실천하는것이돌봄사회라고말한다.4장「인류세의돌봄:알면수선한다」(우석영)는인류세에즈음하여옷이라는사물을매개로하여‘사물에대한돌봄’과‘사물로부터의돌봄’을말하며,인간삶의방식에대한성찰적접근을말한다.5장「시각적자기돌봄:이제는비주얼리터러시」(신현경)는세상을직관적이고통합적으로바라보는우뇌적사고를회복함으로써자기돌봄,타자돌봄,세계(자연)돌봄의삶을살수있다고말한다.
2부에는〈돌보는사회를꿈꾼다〉라는주제아래5편의글을배치하였다.6장「마을돌봄을위한유쾌한상상」(윤호창)은낮은출산율과높은자살률등한국사회의구조적문제를해결하려면‘마을돌봄’이핵심이되어야한다고말한다.7장「4km돌봄:내일도누군가와또누군가에게기대어살수있기를」(이무열)은‘4km’를사람과자연(사회)이서로의존하며살아가는돌봄의절대단위로설정하고돌봄의특성을순환성,중복성,교차성,역동성,증여성으로제시하며지역공동체에서의돌봄의중요성을말한다.8장「좋은돌봄과한살림」(임채도)은돌봄의시장화와상품화에대응하여생명성,관계성,순환성을기반으로한‘좋은돌봄’의방향과방법을돌봄의공공화,통합적돌봄모델구축으로제시하며,한살림의돌봄활동사례를말한다.9장「돌봄경제:돌봄의돌봄에의한돌봄을위한」(정규호)은돌봄경제의의미와전환적역할을집중적으로다루며돌봄중심경제로의전환으로써인간과사회,자연이지속가능하게공존할것을말한다.10장「돌봄정치가온길,나아갈길」(이나미)은돌봄이윤리적차원을넘어정치적개념으로확장하는과정을주목하고,동서양의돌봄정치역사를돌아보며돌봄정치의대안적특징,젠더정치와의관련성,기후위기시대의돌봄가치등을말한다.
부록으로는돌봄에대한전환적인식과,돌봄을통한전환사회의전망을말하는저자들의문제의식을통해서로가주목한주제들이어떻게상호교차하고교류하는지를‘집담회’를통해서논의한다.돌봄은자기돌봄에서부터인간사회를넘어비인간자연,나아가사물과우주에까지확장되는개념이라는확장성과,그로부터다시현실세계로돌아와사회생태적문명적위기의전환과생명학관점에서의돌봄논의를정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