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 잊혀진 도시 (이리의 형성과 발전과정)

이리, 잊혀진 도시 (이리의 형성과 발전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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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전라북도 익산의 전신이자, 철도중심 식민도시로 형성된 ‘이리(裡里)’의 탄생과 발전, 잊힘과 기억을 입체적으로 복원한 도시 인문 지리서이자 지역문화 비평서이다. 저자는 『이리안내』(1915, 1927), 『익산군사정』, 『조선주재 36년』 등 일본인 이민자들이 남긴 문헌과 사진, 지도, 통계자료를 교차 분석하고, 문학작품과 영화, 시민들의 구술을 아우르며 이리라는 도시의 실체와 정서를 동시에 추적한다. 식민지 시기 대지주와 사채업, 철도와 도시계획, 그리고 교육과 노동, 주먹과 폭력의 구조적 연결까지 폭넓게 포착하면서도, 이리역 플랫폼의 풍경과 영정통의 추억처럼 감각적 기억을 되살리는 서술이 돋보인다. 이 책은 도시를 둘러싼 식민 유산과 집단 기억, 그리고 지워진 이름을 다시 불러내는 감정의 정치학을 통해, 익산을 넘어 오늘날 한국 도시들이 안고 있는 역사적 과제와 지역 정체성의 본질을 깊이 사유하게 만든다.
저자

신귀백

저자:신귀백
나주출생으로부모님을따라裡里에이주하니도시에는책과영화가있었다.이리에서학창시절에극장과만경강가를쏘다녔다.이리역을통해나가목포와정읍에서교사생활을했다.영화평론가로활동하면서시와영화를접목한『영화사용법』이란평론집을내고내처장편다큐멘타리영화〈미안해전해줘〉를감독하였다.
인문서『전주편애』와『이리역의까마귀떼』를펴냈다.자료주의자로만경강과이리관련서사형식글쓰기를위한자료수집을하다가역사자료가부족해‘일제강점기이리관련일본인저작연구’로박사학위를받았다.익산근대문화연구소에서여러연구자와함께하고있다.

기획:익산시문화도시지원센터

목차

Ⅰ.裡里의탄생과발전
1.왜이리인가?
2.이리와익산의범위
3.그동안의이리연구

Ⅱ.타자(他者)의시선으로본이리
1.조선이주안내서편찬붐
1)『이리안내(裡里案內)』의편찬배경과목적2)관찬지방지와회고록
2.이리바깥에서본이리
1)전라북도관련도서2)지도와사진엽서에보이는근대이리의표상
3.이리일본인이민자사회의시기구분
1)일본인이민의진입과도시형성2)유지정치와사회상
3)제3기,이민사회의균열과침체

Ⅲ.제1기,일본인이민의진입과도시형성(1904-1914)
1.호남선개통과중심이동
1)이리의병의저항양상2)호남선개통과수리조합
3)지역유지와학교조합
2.주요기관과이리의문화
1)이리의언론과출판문화2)인명록으로살펴본지배층
3.위성타운과인물
1)오산,대장촌,황등,함열2)일본인유지와사업

Ⅳ.제2기,유지(有志)정치와사회상(1915-1927)
1.이리지역의유지네트워크
1)조합전성시대2)이민자사회의유망사업군
3)부동산업과대금업자의시대
2.이리의약진과농장주
1)이리농림학교의설립과차별?2)지역유지들의기차역독점

Ⅴ.제3기,균열과침체(1928-1945)
1.이민사회의균열과공황진입
1)인구증가와이리읍으로성장2)상수도문제와학교유치실패
3)이민1세대의몰락과친일파
2.이리이민사회의침체
1)오하시농장사태와이리지역경제상황2)계(契)와무진회사
3)국민총동원령과패전

Ⅵ.타자의시선이담지못한이리
1.일본인저작이담지못한사항
1)쌀생산기지화를위한만경강개발2)만경강호안공사
3)이리지역의노동자들
2.세심한인용이필요한일본인자료
1)철도부설과수리조합2)학교설립과기업형농장
3.개방성과포용성,저항과창의성

Ⅶ.교육도시이리의까마귀떼
1.근대교육기관의설립
2.이리농림학교,이리공업학교
3.대학도시,이리
4.남성(南星)학교의설립
5.전북기계공업고등학교그리고야학

Ⅷ.문학작품속에표현된현대이리
1.한국소설의주요공간,기차역
1)신흥식민도시의전형,이리2)채만식의소설에나타난이리
3)박범신의소설속이리4)김남중의소설,기찻길옆동네
5)‘소라단’과‘이리역’의상호역동적장소성
6)궐기와동원의시대,이리역광장7)폭발사고의전말
8)영화〈이리〉
2.이리사람들의기억과장소성
1)신광교회와종탑2)문학작품속상처와광기의공간

후기
참고문헌/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이리,잊혀진도시』는전라북도익산의전신이자,일제강점기철도중심식민도시로형성된‘이리(裡里)’라는공간을도시사회학적,식민지사적,지역문화사적관점에서입체적으로조명한연구서다.저자는단순히‘사라진지명’의회복이나향토사의범주에머무르지않고,도시를구성한제국의힘과기억,구조와감정의층위를교차적으로들춰낸다.이책은‘이리’라는이름에묻힌도시의기억을되살리고,그것이오늘날지역정체성과도시공간의복원을어떻게촉진할수있는지를모색한다.

저자는머리말에서부터‘이리’라는도시가잊힌데에는1977년의대참사,즉이리역화약열차폭발사고나,식민도시로서의출발이라는불편한역사,주먹과사채의도시라는부정적이미지등이복합적으로작용했음을밝힌다.하지만이책은그런부정의기억을넘어서서,이리가한때얼마나다양한계층의사람들에게기회를열어주던,‘몸뚱이만성하면먹고살만한’땅이었는지를고스란히복원한다.이리라는도시가단순히사라진이름이아니라,여전히이지역의행정기관,학교,시민들의말속에살아있는현실이라는점에서,이책의출간은도시기억의복권이라는적극적실천이기도하다.

『이리,잊혀진도시』는식민지기일본인이민자들의이주와도시형성을다룬1~5장,공식문헌이포착하지못한민중의삶과구조를다룬6~7장,그리고문학·영화·집단기억을통해오늘날까지이어지는‘이리’의장소성과감정을복원하는8장까지,총8개의장으로구성되어있다.각각의장은독립적인주제를갖지만,전체적으로는도시이리가어떻게만들어지고,기억되며,잊혀졌는지를종합적으로추적한다.
제1~5장은‘이리’의식민도시형성과정에초점을맞춘다.1904년호남선개통이후일본인이민자들이대규모로유입되어도시를기획하고통제하는과정이『이리안내』(1915,1927),『익산군사정』등의자료를통해분석된다.철도와물류중심지로서의전략적가치,대농장·대부업중심의자본축적구조,그리고종교조직과교육기관의활용은이리를철저히식민통치와기능적도시계획의산물로만든다.저자는이과정에서형성된‘유지(有志)네트워크’가도시권력을어떻게독점했는지구체적으로밝힌다.

제6~7장은일본인문헌이의도적으로지운도시의민중적현실을복원한다.수출자유지역의여성노동,교육기관의차별,만경강수리조합등은이리의뒷면이자해방이후까지이어진불평등구조를보여준다.특히저자는도시를감정적구조물로이해하며,주민의구술과생활사를통해도시의속살을되살린다.‘감정의도시’라는시선은도시사를민중사,생활사로확장시키는인문학적전환이다.

제8장은문학과영화속이리를통해장소의기억과정서를복원하는장이다.채만식,윤흥길,장률감독의작품에나타나는이리역과영정통,신광교회는단지배경이아니라기억의장소다.1977년이리역화약열차폭발사고이후‘이리’라는이름이멀어진이유역시문학적상상력속에서설명된다.이장은이리를단순한지명이아니라감정과기억의층위로풀어낸다.

이책은익산이라는특정도시의역사에머무르지않는다.이리를통해식민도시의형성과해체,기억의작동방식을집요하게추적함으로써,한국사회가여전히안고있는도시의정체성과식민유산의문제를함께사유하게만든다.『이리,잊혀진도시』는기록과기억,자료와정서를넘나드는방식으로도시사서술의새로운가능성을제시한다.

도시의성장과정은곧제국의기획과정이었다.이리는호남선철도와함께생겨났고,야마구치출신이민자들이개간과대부업,부동산투기등을통해도시권력을장악해갔다.저자는이리의형성과정이일본인사유화와척식정책의일환으로‘철도-농장-금융’이유기적으로연결된식민경영모델의축소판이었음을밝혀낸다.이러한구조는이리라는도시가조선인에게는계층적소외와경제적불평등,문화적억압의공간이었음을뜻하며,이는곧해방후도시재편의과정과도직결된다.

그러나이책의진정한성취는,도시사를단순히구조나제도중심으로서술하지않는다는데있다.저자는이리가‘감정의도시’였음을강조한다.도시를가로지르는물길이없어서사람들이어질지못했다는지역노인의증언부터,복탕과국화,태권도장,기차역플랫폼의냄새까지…이도시는생활감정의아카이브로남아있다.이러한감정의복원이이책을역사서이자동시에문학적에세이로느끼게하는이유다.도시의겉껍질이아닌속살을드러낸이책은,공간을둘러싼‘기억의정치’에직접적으로개입한다.

무엇보다문학과도시사의결합은이책의백미다.채만식의『소년은자란다』,윤흥길의『소라단가는길』,장률감독의영화〈이리〉(2008)등을통해이리라는도시가문학과예술에서어떻게상징화되었는지를분석한8장은그자체로도시문화비평이다.이리역은단순한철도역이아니라이리시민들의감정이모이고흩어지던광장이다.영정통은금은방과시계점,복싱과영화의거리로기억된다.저자는그장소들을‘기억의장소’이자‘잊힌서사의무대’로복권시킨다.

『이리,잊혀진도시』는한국도시사에서드물게하나의도시형성사를이토록다층적으로,또문화적으로분석한보기드문저작이다.동시에식민지유산의지속성과현대도시공간의재구성사이의인문학적접점을찾고자하는연구자들에게도훌륭한텍스트가될것이다.무엇보다도이책은도시를잊지않기위한몸짓이며,지워진이름을다시부르기위한문장들이다.오늘도‘이리’라는이름이그리운사람들에게,그리고우리가잃어버린도시를되찾고자하는모든이들에게이책은선물처럼도착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