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속에서새로태어난한국불교,그리고오늘의과제
-송현주교수의신간『한국불교,근대종교로태어나다』가던지는질문
오늘날한국사회에서‘종교’라는단어는더이상낯설지않다.인구조사에서종교항목이포함되는것은너무도자연스러운일이며,누구나한번쯤‘종교를갖고있느냐’는질문을받아본다.그러나이런현실은실은그리오래된일이아니다.근대이전동아시아에는오늘날과같은의미의‘종교(religion)’라는개념자체가존재하지않았다.19세기후반서구열강이동아시아에진출하고,근대국가의제도와사상이수입되는과정에서비로소‘종교’라는범주가생겨났고,불교·기독교·유교등전통적신앙체계들이이범주속으로편입되며서로다른길을걸어갔다.
송현주교수가최근펴낸『한국불교,근대종교로태어나다』(도서출판모시는사람들)는바로이지점에천착한다.저자는우리가당연하게여기는‘종교’와‘정교분리’,‘종교의자유’라는말이결코보편적이고영원한가치가아니라,19세기서구에서탄생해동아시아에수입된근대의산물임을밝힌다.더나아가한국불교가이새로운질서속에서스스로를어떻게재구성했는지,그리고근대적종교로서어떤정체성을형성해왔는지를추적한다.이책이단순한불교사서술이아니라,개념사와사상사를아우르는문제작으로평가되는이유가여기에있다.
탈종교시대,그리고재영성화의요구
21세기한국사회는급격한탈종교화를경험하고있다.기독교·불교·천주교등전통종교의신자수는급감하고,젊은세대의다수는스스로를‘종교없음’으로규정한다.교세의축소만이아니다.과거종교가담당하던사회적연대와영적위로의기능마저약화되면서,한국사회는갈등의격화,인정의상실,물질만능주의의팽배라는그늘을드리우고있다.AI를비롯한첨단기술이인간삶을재편하는시대에,사물과기술의권력이커질수록인간정신의황폐화,즉사회의‘사막화’는가속화되고있다.
이런상황에서최근여러학자와사상가들이공통으로지적하는흐름이있다.바로‘재영성화(re-spiritualization)’의필요성이다.세속화의끝에서오히려인간의내면적성찰,공동체적연대,초월적가치에대한갈망이다시금커지고있다는것이다.한국사회역시예외가아니다.환경위기,전쟁과평화,AI윤리등인류적과제앞에서과학기술만으로는해결할수없는인간성의근본문제가제기되고있다.
불교다움의회복,무엇을의미하는가
이런맥락에서송현주교수의『한국불교,근대종교로태어나다』가갖는가치는단순히한시대의불교사를정리했다는데있지않다.이책은불교가어떻게근대의거대한전환속에서새롭게태어났는지를보여주면서,동시에오늘날불교가어디로나아가야하는지에대한사상적실마리를제공한다.
저자에따르면,근대이전불교는조선시대의숭유억불속에서도왕실의례와민간신앙을통해끈질기게생명력을유지했다.그러나근대에들어‘종교’라는서구적범주가도입되면서불교는기독교·유교와경쟁하며스스로를근대적종교로재정의해야했다.이과정에서불교계는일본불교의근대화모델을수용하면서도그한계를자각했고,기독교의교육·선교방식을모방하면서도불교고유의전통을재발견하려애썼다.1941년조선불교조계종의탄생은바로이근대적자기재구성의결실이었다.
그렇다면오늘날불교가직면한과제는무엇인가?저자는직접적으로말하지않지만,독자는책장을덮는순간스스로에게묻게된다.탈종교시대,불교는과연어떤방식으로‘불교다움’을회복할수있을것인가?단순한교세확장이나제도개혁을넘어,인간의내면적성찰과공동체적연대를회복하는영적자원으로서의불교,탐욕과물질주의를넘어생명과평화의가치를일깨우는사상적전통으로서의불교가절실히요구되고있음을이책은웅변하고있다.
근대의발견에서미래의모색으로
『한국불교,근대종교로태어나다』는방대한사료와개념사적분석을통해한국불교가어떻게근대세계종교체계속에서자신의자리를만들어왔는지를정밀하게추적한다.그러나이책의의미는과거에만있지않다.오늘날탈종교화와재영성화라는상반된흐름이교차하는시대에,이책은근대의경험속에서미래를모색할사상적토대를제공한다.
특히불교계와종교학계,그리고사상가들에게이책은중요한질문을던진다.근대가부여한‘종교’라는틀속에서형성된불교의정체성을넘어,21세기불교는어떤가치와비전을새롭게제시할수있을것인가?물질만능주의와기술지상주의의시대에불교가인간성과영성회복의길을제시할수있다면,그것이야말로근대이후불교가맞이해야할새로운사명일것이다.
이책은불교학자와종교학자,근현대사연구자는물론,종교계종사자와일반독자들에게도큰울림을준다.근대의탄생이라는역사적장면을치밀하게복원하면서도,오늘의한국사회가직면한위기와과제를함께성찰하게만들기때문이다.탈종교시대,다시금영성의회복을요구받는지금,『한국불교,근대종교로태어나다』는한국불교가어디에서왔고어디로가야하는지를깊이사유하게하는사상적이정표가될것이다.
이책의특징과성과
이책의특징은다음네가지로정리할수있다.
▷첫째,개념사적전회에서있다.캔트웰스미스·조너선Z.스미스·탈랄아사드등‘비판적종교연구’의문제의식을참조해‘종교’자체가근대권력구성의산물임을전제하고,그범주가조선의‘교(敎)·삼교’체계와교차하며재배열되는순간들을촘촘히짚는다.이로써‘정교분리’와‘종교의자유’가동아시아에“보편”으로이식되는경로를한국적맥락에서재해석한다.
▷둘째,‘불교(Buddhism)’의창안과수용을양축으로본다.서구근대불교학과오리엔탈리즘의산물로서‘Buddhism’이형성되는지식사(올코트·카루스,로페즈의근대불교론,스리랑카의‘프로테스탄트불교’,중국거사불교재건등)를개관하고,그범주가한반도에수용·변형되는동학(動學)을서술한다.
▷셋째,정책·제도와담론의동시읽기다.1911년〈사찰령〉,1915년〈포교규칙〉을통해‘세속/종교’영역이식민지조선에서제도화되는메커니즘(신사비종교론포함)과,불교계내부의‘세계종교·종교의본질’담론(틸레,슐라이어마허,‘지·정·의’)수용을맞물려분석한다.
▷넷째,상호작용의역사를그린다.일본불교(이노우에엔료)의근대화모델이준유·불리(有利/不利)와,개신교의급성장이촉발한대응(도심포교·교육·의료·주일학교형제의모방등)을경쟁이자학습의과정으로정식화한다.
이책의성과는다음네가지로정리할수있다.
▷첫째,조선불교의단선적‘억불’서사를수정한다.왕실의례·민간신앙을통해지속된‘치교’기능과‘교’의지위를복원함으로써,전근대/근대의연속과불연속을입체적으로제시한다.‘근대이전에도불교는있었다’가아니라,‘근대의범주가불교를새로호명했다’는전환을설득력있게논증한다.
▷둘째,한국불교의근대적종교정체성형성경로를구조화한다.(1)개항-일본근대정책으로‘종교’영역이제도화→(2)서구불교학을매개로‘불교’의보편범주수용→(3)한용운식‘근대적원형’탐색과최남선식‘통불교’전통발견의이중노선→(4)1941년조선불교조계종의종명·종지·종조정립이라는제도적결절로수렴되는과정을일목요연하게정리한다.
▷셋째,비교사적스케일을한국사례에접목했다.스리랑카·중국·일본·서구의서로다른‘근대불교’들이공유·차별하는지점을지도화하면서,한국불교사의지역적특수성과세계불교사의보편적추세를함께읽게한다.
▷넷째,담론사와제도사의교차검증을수행한다.‘세계종교’표상과잡지담론,식민지종교행정,교단내개혁운동을상호인용하여,관념·텍스트·규범·조직변화가동시에한국불교의근대화를추동했음을실증적으로보여준다.
각장별핵심내용은다음과같이정리할수있다.
▷Ⅰ·Ⅱ장:‘종교’개념의서구적형성과동아시아이식의문제틀을제시.‘보편’으로간주된정교분리·종교자유가실제로는19세기산물임을밝히며,이를비판적이론과접속해한국사에적용하는방법론을정당화한다.
▷Ⅲ·Ⅳ장:‘Buddhism’이라는보편범주의탄생(서구불교학,오리엔탈리즘)과근대불교의다원적양상(서구/아시아사례,로페즈·스에키의정의)를통해,한국수용의좌표계를구축한다.
▷Ⅴ장:‘숭유억불’통념을비판적으로재구성.조선에서불교가‘이단’비판속에서도‘교’로서의사회적기능을은밀히수행했고,근대의기준인‘종교/세속’이분은애초적용부적절했음을논한다.
▷Ⅵ·Ⅶ장:유교의주변화와불교의대두,일본불교의영향과그딜레마(도성출입금지해제,사찰령이후의재편,대처·육식문제,전쟁동원등)를균형있게서술.
▷Ⅷ장:개신교를경쟁자이자조력자로분석.교육·의료·도시포교·한글텍스트등근대적선교기법의상호작용을제시,불교의제도학습과자기개혁의촉발을설명한다.
▷Ⅸ·Ⅹ장:‘전통의발견’과조계종탄생,‘세계종교/종교의본질’담론의장착을통해한국불교의근대정체성이제도·담론차원에서완결되어가는과정을마무리한다.
이책은불교학·종교학·한국근현대사연구자에게는필수적인개념사적좌표를제공하고,출가·재가실천가및종무행정가에게는오늘의제도·관념이형성된역사적맥락을환기한다.아울러‘세계종교’담론속에서한국불교의자리매김을고민하는독자에게비교사적시야와방법을제시한다.요컨대,이책은한국불교가근대라는보편언어를어떻게자기언어로번역했는가를밝혀주는‘전문적인’교과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