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를이해하는것으로는충분하지않다.이제우리는‘인류세’를이해해야한다.”
“인류세담론의핵심사상가14인,최초로한권에모이다.”
“더늦기전에,우리는세계를다시생각해야한다.”
“인류세는환경문제가아니라,인간자체에대한질문이다.”
“기후위기다음에오는질문-누가,어떤세계에,어떻게남을것인가?”
“기후위기를이해하는것으로는충분하지않다.이제우리는‘인류세’를이해해야한다.”
『인류세란무엇인가』는바로이명제를가장정교하게사유하는데서출발한다.산업혁명이후인간은단순히환경을파괴하는존재가아니라,대기조성·빙하용해·해양산성화·종멸종·기후순환등지구시스템의작동조건을변화시키는지질학적행위자(geologicalagent)가되었다.이변화는“환경이위기다”라는차원을넘어,인간과세계의관계,인간학·역사·정치·철학의기반을모두다시묻게하는근본적전환을요구한다.‘인류세(Anthropocene)’라는개념은그전환을가리키는이름이며,이책은그개념을가장포괄적이고다학문적으로탐구한최초의인문학연구서이다.
이미유럽학계에서는“인류세사유를정립한기준텍스트”로자리잡았고,한국어판출간은단순번역이상의의미를갖는다.한국에서도기후위기,탈성장,기후정의,ESG,생태문명전환등이논의되고있지만,여전히문제는“정책·기술적해결”수준에갇혀있다.이책이던지는질문은그보다근본적이다.“기후위기는무엇이‘망가졌는가’의문제가아니라,인간이무엇이라고믿어왔는가의문제다.”즉,인류세는지구의위기가아니라근대문명의자기이해가무너진사건이다.
이책의가장큰성취는,인류세논의를주도해온핵심사상가14명이한권에집결했다는점이다.브뤼노라투르,디페시차크라바르티,이자벨스텡거스,클라이브해밀턴,크리스토프보뇌이유,알프호른보리,프랑수아주멘느등인문·사회과학·과학기술학·지구정치학을대표하는사상가들이참여해,기존에흩어져있던논의들을하나의사유지도위에집약했다.따라서이책은“인류세란무엇인가”를설명하는개론서가아니라,인류세를둘러싼사유의충돌과논쟁,서로다른미래서사를한눈에파악할수있는유일한구조적독서를제공한다.
인류세:과학개념을넘어문명전환의사유로
제1부는인류세가왜환경학적·과학적개념을넘어철학적·문명론적전환의계기가되는지를밝힌다.인류세는단순히“지구에손상을입힌시대”를넘어,“인간을중심으로세상을설명해온모든사유구조가더이상작동하지않는시대”를의미한다.1~2장은인류세를둘러싼대표적해석틀네가지-자연주의서사,포스트자연서사,생태파국주의서사,생태마르크스주의서사-를정리하며,인류세는단일한실체가아니라서사적경쟁의장이라는점을강조한다.이는“미래는과학이아니라서사적선택을통해구성된다”는통찰로이어진다.
이어지는장들은인류세가근대인식론의붕괴를의미한다는사실을구체적으로보여준다.해밀턴은인류세가뒤흔든근대성의핵심전제를“자연은배경이아니다”,“진보는더이상보장되지않는다”,“사회과학은지구물리학을무시할수없다”등의명제로정리한다.차크라바르티는인간의역사·지구의역사·생명의진화사가하나의시간축에서교차하는현상을“세개의시간의수렴”으로개념화하며,인류세는학문을재편할사건임을천명한다.5장은인류세가“인류전체의책임”이라는환상을해체하고,특정국가·계급·산업체계의선택적파괴가전지구적위기로이어졌음을폭로한다.즉,인류세는“보편적인간”이만든시대가아니라,불평등한문명이만들어낸시대다.
파국을넘어:‘행동불능의시대’를분석하다
제2부는인류세가초래한문명적파국과정치적무력감의구조를분석한다.6장은인류세가오래지속되지않을것이며,후기인류세는“에너지하강의시대”가될것이라고진단한다.그동안민주주의·복지국가·성장경제가가능했던조건은,화석에너지의과잉공급과자원착취를기반으로했다는사실이드러난다.7장은기후위기가정보부족때문에해결되지않는것이아니라,“모두가알고있지만아무도움직이지않는상태”,즉가속적마비의구조때문이라는점을지적한다.이는윤리의문제가아니라,정치·경제·주체개념이붕괴한결과다.
8장은“인류세=곧종말”이라는단순한서사에반대하며,파국이후의세계를붕괴·전환·재배치·재구성이라는다층적시간속에서사유해야한다고제안한다.이때중요한것은“더나은대응”이아니라“새로운존재방식”이며,이전환은과학·정책·기술만으로이루어질수없고,사유의재구조화없이는아무것도시작되지않는다는점을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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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세이후의정치철학:자연은다시‘정치적행위자’가된다
제3부는인류세가소환하는정치의재탄생을다룬다.라투르와스텡거스는“자연을보호해야할대상”이아니라“정치적행위자이자우리와함께행성조건을구성하는존재”로사유해야한다고주장한다.이는근대정치철학의핵심구분-주체/객체,인간/비인간,사실/가치-를무너뜨린다.또다른장에서는인류세가개인적실천을무력화시킬수있는구조를분석하며,“윤리의규모를개인에서행성으로이동시켜야한다”는급진적전환을요청한다.이어지는장들에서는가이아정치학,공생적지식체계,기후이주와‘거주가능성의권리’등이제시된다.인류세에서중심질문은“지구를어떻게구할것인가”가아니라,“누가어떤조건속에서살아남을권리를갖는가”라는정치적·윤리적딜레마로이동한다.
이책이지금우리에게요구하는것
『인류세란무엇인가』는해답을제시하는책이아니다.오히려“왜우리는여전히잘못된질문을반복하는가?”를묻는책이다.인류세의도래는“환경을보호하자”는도덕적요청이아니라,“인간이무엇인가를다시정의하라”는철학적요청이다.따라서이책은기후위기시대의윤리·정치·교육·경제·예술·종교·철학이어떤전환을맞아야하는지에대한사유를촉발한다.오늘의독자에게이책은이렇게질문한다.
“우리는앞으로도인간이라는이름을유지할것인가?”
“우리는어떤세계에속할자격을갖고있는가?”
“우리가망가뜨린세계속에서,우리는어떤존재로남을것인가?”
기후위기시대의독서는더이상‘실천을위한정보’가아니라,‘살아남기위한사유’이다.바로그지점에서이책은필독서가된다.인류세를이해하지않고는,우리는더이상미래를이해할수도,선택할수도,살아갈수도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