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 삶 사이, 편지가 있었다

창작과 삶 사이, 편지가 있었다

$15.00
Description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김정숙과 작곡가·음악감독인 심연주가 서로에게 보낸 34통의 편지를 통해, 창작자의 삶을 통과하는 고난과 회복의 시간을 기록한 서간 에세이다. 두 사람은 각자의 작업실에서 겪는 막막함, 무대와 음악 사이에서 반복되는 슬럼프, 그리고 병과 우울이 드리워진 시기를 숨기지 않는다. 편지는 이 어려움들을 극복하기 위한 조언이나 위로가 아니라, 창작자로서 서로를 지탱하는 최소한의 힘-정직한 말, 꾸준한 응답, 함께 버티는 자-을 보여준다. 각각의 편지는 과장 없이 담담하게 이어지지만, 창작자의 내면을 관통하는 긴장과 결심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짧은 문장 속에서 작업의 지속 가능성, 예술의 의미, 삶의 균열을 견디는 방식이 조용히 탐색된다. 빠르게 소모되는 메시지의 시대에 이 책은 느린 글쓰기로 서로를 붙들어 온 두 예술가의 관계를 통해, 창작자가 어떻게 스스로를 회복하고 다시 무대와 악기로 돌아가는지를 보여준다. 개인적 기록을 넘어, 예술로 생계를 이어가며 자신을 잃지 않으려는 모든 이들에게 담백한 용기를 건네는 작품이다.
저자

김정숙,심연주

저자:김정숙
극작가,연출가,극단모시는사람들(1989)대표.

33만의관객을모으며대학로소극장창작연극의신화가된〈오아시스세탁소습격사건〉을비롯,뮤지컬〈들풀〉〈블루사이공〉어린이극〈반쪽이전〉〈강아지똥〉〈내꺼야〉등다양한장르에서한국적정서가깃든작품을창작했다.저서로는,『블루사이공』(1997),『쌀밥에고깃국』(2005),『오아시스에서사랑을꿈꾸다』(2007),『들풀Ⅱ』(2014),『오아시스세탁소습격사건』(2015),모들씨어터북『블루사이공』(2019)『조선여자전』(2025,이상모시는사람들)등이있다.

저자:심연주
극음악앙상블Dramusician대표,극단벼랑끝날다상임작곡가겸음악감독.

연극〈방정환의사랑의선물〉〈내꺼야〉,음악극〈카르멘〉〈클라운타운〉〈낭만드라이브〉〈더클라운〉〈십이야〉〈알퐁스도데의별〉〈그래도조이풀〉,뮤지컬〈시블링시블링〉외다수작곡및음악감독,음악극〈그래도조이풀〉총괄프로듀싱및드라마터그,소우시노학회〈윤동주를노래하다〉전곡위촉작곡및공연,국립아시아문화전당제작음악극〈수박등사람들〉작곡및음악감독,서울시한양도성문화제주제곡〈한양도성의꿈〉작곡,서울예술단30주년기념공연〈놀이〉음악감독,원주시립합창단오페라〈이화이야기〉조연출및연기감독,한국독일합작음악극〈슈바르츠발트왕자〉연출,극음악앙상블Dramusician단독콘서트.2020서울연극인대상음악부문스태프상수상,음악극〈그녀를구하라〉2015의정부음악극어워드대상을수상하였다.

목차

서문/김정숙·심연주
추천사/황훈성

1심연주에게보내는첫번째편지―다시다빈치처럼
2심연주에게보내는두번째편지―몸에게미안하다고말하는날
3김정숙에게보내는첫번째편지―하루를놓아버릴수있는용기
4심연주에게보내는세번째편지―오늘도,강아지똥을새롭게
5심연주에게보내는네번째편지―멍의터널을지나며
6김정숙에게보내는두번째편지―걷는자만이들을수있는노래
7심연주에게보내는다섯번째편지―내꿈은우리였다는걸알게되다
8심연주에게보내는여섯번째편지―연극은,사랑으로남는것
9김정숙에게보내는세번째편지―희망도절망도없이,오늘도쓴다
10심연주에게보내는일곱번째편지―사람을만나러가는연극
11심연주에게보내는여덟번째편지―아하!강아지똥
12김정숙에게보내는네번째편지―딸국이와나,다시시작하는하루
13심연주에게보내는아홉번째편지―엄마,저이제제힘으로살아볼게요
14심연주에게보내는열번째편지―강아지똥의민들레가되기까지
15김정숙에게보내는다섯번째편지―나에게도드디어평화가찾아오는걸까
16심연주에게보내는열한번째편지―마음속작업실에불이켜지는날
17김정숙에게보내는여섯번째편지―외로움은고독으로두려움이사랑으로
18심연주에게보내는열두번째편지―오늘은그런날
19심연주에게보내는열세번째편지―태초에이야기가있었다
20김정숙에게보내는일곱번째편지―나의음악,피아노,그리고우울증…
21심연주에게보내는열네번째편지―이제는누구에게도빚지지않는연극을향하여
22심연주에게보내는열다섯번째편지―내가나를살리는날
23김정숙에게보내는여덟번째편지―나의작은두발로,다시처음부터
24심연주에게보내는열여섯번째편지―말은줄이고마음을묻는다
25김정숙에게보내는아홉번째편지―다친손가락,그래도피아노…
26심연주에게보내는열일곱번째편지―오늘도그집엔달이뜬다
27심연주에게보내는열여덟번째편지―꿈을손에꼭쥔여자,에딘버러를걷다
28김정숙에게보내는열번째편지―음(音)의어부,사랑으로그물을던지다
29심연주에게보내는열아홉번째편지―진짜모시는사람,우리집아저씨이야기
30김정숙에게보내는열한번째편지―나의행복리스트
31김정숙에게보내는열두번째편지―사십이넘어서야읽히는‘엄마’라는여자의일생
32심연주에게보내는스무번째편지―내꿈에놀러와
33김정숙에게보내는열세번째편지―남편과나,우리의러브스토리
34김정숙에게보내는열네번째편지―마침표가없는마지막편지

출판사 서평

자신을다시빚어내는두사람의내밀한변주

빠르게스쳐가는말들,화면속에서즉시사라지는메시지들사이에서우리는점점“깊은대화”를잃어가고있다.그공백을메우듯,극작·연출가인김정숙과작곡가·음악감독인심연주는서로에게편지를쓰기시작했다.잠깐의위로도아니고,일상의보고도아니고,그저“지금의나를정확하게건네기위한느린기록”이었다.그렇게오간34통의편지가엮여『창작과삶사이,편지가있었다』라는한권의서간에세이가탄생했다.

이책의가장큰매력은두저자가서로를통해자신의세계를다시빚어내는방식에있다.편지는두사람을지탱하는도구가아니라,서로의가능성을포착하는일종의광학장치처럼기능한다.심연주는김정숙의언어에서새로운감정의리듬을발견하고,김정숙은심연주의직관에서자신이놓쳤던삶의색을읽어낸다.이교차하는이해의구조는흔히말하는우정의범주를넘어선다.두사람은서로의거울이라고말하지않는다.대신서로의가능성을더선명하게만들어주는“빛의입자”처럼작동한다.

물론이편지들이기록하는것은가벼운감상이나감정의공유가아니다.이책은창작자가겪는슬럼프,우울,투병생활,공허함,무대뒤의조용한피로감등을숨김없이드러낸다.그러나이기록이단순한고통의나열이아닌이유는,편지속에서고통이언제나“어떤전환의가능성”으로이어지기때문이다.창작이때로는막혀있더라도,우울이가라앉지않더라도,두사람은그어려움에서무엇을배울수있는지,어떤새로운시도를끌어낼수있는지를서로에게묻는다.

이책은단순히‘견디는법’을이야기하지않는다.어떻게다시살아낼것인가,어떻게다시창작의감각을회복할것인가를꾸준히탐색하는기록이다.

특히인상적인대목은,두사람이서로에게건네는말이위로가아니라각성에가깝다는점이다.예술가에게위로는필요하지만,때때로위로는스스로를더깊은무력감으로밀어넣기도한다.그러나두저자의편지는“괜찮다”는말보다는“다시일어서볼수있다”는가능성의목소리에가깝다.그정직한언어들이독자에게도그대로전달된다.누군가는자기만의프로젝트를떠올릴것이고,누군가는잊고지낸감정의결을발견할것이다.편지는그렇게개인의내면을건드리고,다시외부를향하게한다.

또하나주목할점은이책의문체적특징이다.두사람의문장은짧고건조한듯보이지만,그안에는감정의온도가미세하게살아있다.과잉된은유나장식적문장대신,감정의핵심만을정직하게표현하는방식이다.이것이오히려더큰울림을만든다.독자는화려한말이아니라,담백한문장속에서삶의진짜밀도를느낄수있다.무대의조용한빛,피아노앞에서머뭇거리는손가락,눈발이흩날리는버스정류장,작업실을채우는새벽의공기.이러한이미지들은과하지않지만,오래도록기억속에머문다.

『창작과삶사이,편지가있었다』는창작자의책인동시에,모든일하는사람들의책이다.창작이란이름을붙이지않아도,누구나인생의어느지점에서는기획하고,실행하고,실패하고,다시시도해야한다.그런의미에서이책은10~30대여성독자?커리어우먼,예술전공자,콘텐츠제작자,프리랜서창작자?에게큰공감대를형성할것이다.더나아가10~40대남성독자역시일과삶의균형,자기정체성의회복,미래의설계라는보편적질문속에서이책을만날수있다.

무엇보다이책을특별하게만드는것은,두사람이보내온편지가결국다음과같은진실에도달한다는점이다.

“우리는타인을통해자기자신을다시만들어간다.”

창작과우정,고난과회복,예술과일상사이를오가는이편지들은독자의삶에도조용한파장을일으킨다.책을덮고나면어느새마음속에누군가에게쓰지못했던편지가떠오른다.자신의가능성을다시세우기위해,새로운시도를꿈꾸기위해,혹은그저누군가의하루를조금더빛나게하기위해.

그렇게이책은두사람의기록을넘어,우리각자의내면에서다시시작되는이야기로이어진다.조용하지만단단하게,창작과삶은언제나서로를향해길을열고있음을보여주는,중요한한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