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의 공간들 (돌봄을 둘러싼 사회적 감각과 열 개의 공간 읽기)

돌봄의 공간들 (돌봄을 둘러싼 사회적 감각과 열 개의 공간 읽기)

$17.00
Description
돌봄을 가정·병원·복지 제도의 보조적 기능으로 다루지 않고, 사회를 구성하고 관계를 다시 짓는 근본 원리로 사유하면서, 관계·정동·공간 속에서 사회를 새롭게 조직하는 실천적 힘으로 재정의한 책이다. 코로나19 이후 돌봄이 삶의 핵심 조건으로 부상했지만, 여전히 돌봄은 희생·헌신·부담의 언어로 환원되기 쉽다. 『돌봄의 공간들』은 이러한 관성을 넘어서, 돌봄이 어디에서 어떻게 가능해지는지, 그리고 돌봄을 통해 어떤 사회가 열릴 수 있는지를 묻는다. 이 책은 돌봄의 작동 조건을 입체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정동노동과 커먼즈, 가족을 넘어선 생활 공동체, 돌봄 기반의 도시계획, 제도화된 돌봄의 균열, 먹거리와 문화, 사회운동에 이르기까지 서로 다른 공간들을 병렬적으로 배치한다. 각 장은 돌봄을 관계 속에서 생성되는 실천이자 공통의 힘으로 재정의한다. 특히 이 책은 제도 소개나 비판에 머물지 않고, 이미 현장에서 작동하고 있는 돌봄의 가능성을 포착한다. 여기서 돌봄은 시혜가 아니라 존중이며, 관리가 아니라 자유를 가능하게 하는 인프라이다. 이론과 현장을 균형 있게 엮은 집단 저작 『돌봄의 공간들』은 돌봄을 하나의 해답으로 제시하기보다 독자에게 질문을 남긴다. 나는 어떤 공간에서, 누구와, 어떤 돌봄을 시작할 수 있는가? 이 책은 돌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돌봄으로 사회를 다시 보게 만드는 책이다.
저자

권범철

생태적지혜연구소

목차

서문:관계망속에서재구성되는돌봄의공간_이준용

제1부정동의노동,돌봄을시작하다-감정,관계,공간속에서태어나는커먼즈

제1장정동노동,커먼즈,돌봄_박서현
1.정동노동과커먼즈
2.주체성의생산
3.자기변화와돌봄
4.돌봄경험의필요

제2장예술커먼즈의돌봄_권범철
1.공통장으로서의근족
2.예술가근족의함의
3.‘이미’배제된이들이보여주는가능성

제3장도시공간과돌봄_김성훈
1.돌봄의공간,도시
2.도시공간의사각
3.도시공간과아이들-제주북초등학교
4.도시가모두의돌보미가되기위해서는

제4장떠나지만돌아올수있는집_조아현
1.아동양육시설은어떻게부끄러운장소가되었나?
2.2020년대아동양육시설에서의돌봄수행
3.다양한돌봄의장소에대한받아들임이필요하다

제2부제도의틈에서,돌봄의권리를묻다-돌봄노동자와돌봄제도의경계에서

제5장초등돌봄교실의이중구조와시간제돌봄노동자의소외_김현미
1.어디에나있지만,어디에서든소외되는노동
2.돌봄노동의사회화
3.초등돌봄교실의도입과이중구조운영
4.첫번째차별과배제─학교비정규직노동
5.두번째차별과배제─시간제노동
6.돌봄노동과정에서소외된돌봄노동자
7.돌봄노동에대한존중과권리보장
8.지금돌봄노동존중사회로한걸음

제6장돌봄의공간들을재조립하기_이준용
1.생존을넘어협력으로나아가는공간─Z생협제주의사례
2.장애를넘어자기돌봄으로나아가는공간─특수학교의사례
3.출가수행자의자기돌봄공간─A선원의사례
4.자기돌봄의원을다시그리며

제7장먹거리돌봄_김자경·박서현
1.세계식량체계와먹거리위기
2.대안먹거리운동의진화와한계
3.먹거리지원정책의한계
4.먹거리를커먼즈로바라보기
5.청년식당-청소년자립학교
6.나눔냉장고-한살림제주
7.먹거리돌봄의함의
8.먹거리를커먼즈로만드는돌봄

제3부돌봄을확장하다,미래를상상하다-존중,연대,자유를위한감각

제8장존중(respect)이라는돌봄_송재홍
1.존중으로돌봄을다시보기
2.한국힙합에서나타나는존중의이중성
3.힙합장과힙합씬
4.힙합씬에서서로를다시보는공간들의그물망
5.존중표현의위험과(불)가능성-자기존중과상호존중
6.시민적소통의실험장으로서존중의공간들

제9장자유를위한돌봄의인프라를상상하기_한경애
1.무엇을돌볼것인가?
2.노동과돌봄,커먼즈
3.샐러리맨과프로주부의사회에서생존-이상을욕망하기
4.타자와함께세계를짓는비생산적노동
5.서로의자유를돌보는돌봄
6.자유를위한돌봄의인프라로서의커먼즈짓기

제10장미투운동에서중국청년여성들의돌봄을발견하다_손수경
1.돌봄을새롭게사유하다
2.의존을배우다
3.미투운동에서중국청년여성들의돌봄을발견하다
4.돌봄을확장하다

후기_권범철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돌봄의목소리높아지는곳에,위태롭게걸쳐진돌봄현실
오늘날한국사회에서돌봄은단지개인적·가족적영역의문제가아니라사회전체의구조적과제로드러나고있다.급속한인구고령화와노동시장구조변화속에서돌봄의수요는가중되고있지만,이를뒷받침할제도·사회적인식·경제적여건은충분하지않다.돌봄인력부족과비용부담이심각한사회적문제로지적되고있다.한국은행보고서에따르면,보육과노인돌봄인력의부족은향후몇년간더욱악화될것으로전망되며,2042년까지약155만명의돌봄인력이부족할것이라는분석이있다.이보고서는가구소득에서돌봄비용이큰비중을차지하고있고,가족구성원이돌봄을떠맡는현실은여성의경력단절과경제적부담을야기한다고지적한다.또서울시가시범추진했던외국인가사·돌봄노동자프로그램은도입초기의기대와달리비용문제,법적·관리구조의한계로제도화가불투명해지는등돌봄정책이현실의복잡한조건앞에서흔들리는모습도드러냈다.이러한사례들은돌봄이단순한가족책임을넘어경제·노동·인권의교차점에놓여있음을보여준다.

『돌봄의공간들』은이러한현실인식에서출발한다.돌봄을단지누가할것인가,어떻게분담할것인가의정책적·가족적질문으로만제한하지않고사회가어떻게만들어지고유지되는가를가늠하는핵심적인구성원리로문제화한다.이책의근본적관점은돌봄이복지나제도의부속물이아니라,노동·가족·도시·문화·정치전반을재구성하는축이라는데있다.돌봄은그래서사회적재생산의중심에위치해야하며,우리가어떤사회를만들고싶은지를묻는근본적질문의장으로자리한다.

『돌봄의공간들』이도달한‘질문들’의출발점
이책의첫번째강점은돌봄을‘주제’가아니라사회구성의근본원리로사유했다는점이다.기존의논의는돌봄노동을분담문제로환원하거나,정책급여의확대정도로만문제삼았다.그러나『돌봄의공간들』은한걸음더나아가“돌봄을통해어떤사회를만들것인가”라는질문을전면에세운다.돌봄은더이상배려의영역이아니라,삶의조건과관계망을조직하는사유의축으로기능해야함을강조한다.

두번째로,돌봄논의의축을‘시간’에서‘공간’으로확장했다.전작『돌봄의시간들』이돌봄의과정과경험,기억의서사를중심으로삼았다면,이번책은돌봄이어디에서,어떤조건에서가능해지는지를질문한다.돌봄은추상적가치가아니라,공간적배치·관계망·제도적틈새속에서구체적으로구현되는실천이라는관점이핵심이다.이러한공간중심의접근은돌봄을사회적조건과연결시키는데있어서기존학술서들과확연히구별되는분석지형을제공한다.

세번째로,매우이질적인사례들을단순병렬이아니라‘공명’의방식으로엮은구성력을보여준다.생협,특수학교,선수행센터,힙합씬,아동양육시설,도시계획,미투운동등다양한현장이등장하지만,각장은돌봄의작동조건-정동,관계,권리,존중,자유-이라는공통질문을공유한다.이렇게서로다른사례들이내적논리로연결되면서,독자는각장을개별적으로읽으면서도전체를관통하는하나의사유흐름을경험하게된다.이구성전략은단지여러현상을나열하는것이아니라,돌봄의조건을해석적지형도로펼쳐보이는힘으로작동한다.

네번째로,제도비판에머물지않고‘제도이후’를상상한다.초등돌봄교실의시간제노동구조,가족중심의돌봄부담,시장화된돌봄서비스의위계와분절같은제도적한계를날카롭게분석하는동시에,그러한균열속에서이미작동하고있는대안적돌봄실천을포착한다.여기서중요한것은이상적제도설계가아니라,이미존재하는실천이어떤조건에서지속가능한지를드러내는것이다.이점은이책이단순정책제안서가아니라인문·사회과학적성찰의길을제시한저작으로자리매김하는이유다.

다섯번째로,돌봄을보호의도덕이나시혜의언어에서해방시킨다.힙합씬의‘리스펙트’,공동육아커먼즈에서의자유로운실천,미투운동의상호연대는돌봄이표현과갈등,위험을포함한적극적관계기술임을드러낸다.돌봄은누군가를일방적으로‘도와주는것’이아니라,서로가세계속에서존재할수있게만드는조건이다.이러한재정의는돌봄을시혜나희생의관점으로만바라보려는오래된프레임을극복하는중요한전환이다.

여섯번째로,이책은학술성과현장성이균형을이루는집단저작이다.각저자는자신이책임진주제와사례에대해깊이있는연구와현장경험을바탕으로글을구현한다.그럼에도전체기획의문제의식에서벗어나지않고,이론적엄밀함과생생한사례서술이조화를이룬다.이는돌봄을주제로한많은기존연구서들이갖기어려웠던장점이다.

마지막으로,이책의중요한미덕은독자에게결정적해답을던져주는대신질문을남긴다는점이다.나는어떤공간에서돌봄을경험하고있는가?내가속한공동체는어떤돌봄을가능하게하고,어떤돌봄을배제하고있는가?돌봄을통해우리는어떤사회를유지하고있으며,어떤사회를새로만들고싶은가?…『돌봄의공간들』은돌봄을말하는책이아니라,돌봄으로현실을다시읽고,미래를사유하게만드는책이다.이러한성취는오늘의우리사회가돌봄을어떻게재정의하고구조화해야하는지에대한깊고도확장된통찰을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