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집은그동안써온시를묶은한권의책이아니라,한사람이오랫동안살아낸삶과사유의결실이다.심규한의다섯번째시집『돌사람새사람』은바로그런책이다.교사로,생태주의자로,그리고시인으로살아온저자가자연과역사,인간과공동체를오랫동안몸으로만나고사유해온시간이이한권의시집에응축되어있다.생태를인간과자연,공동체와문명전체를아우르는관계망으로사유하는저자의철학은,이시집에서더이상개념이아니라살아있는시의언어가된다.
이시집은‘나무사람’-‘돌사람’-‘새사람’-‘숲사람’-‘한사람‘이라는다섯개의장으로이루어져있다.그흐름은자연을소재로한시편들을나열한것이아니다.나무와돌,새와숲이라는생명의형상을따라가다보면,마침내‘한사람’이라는존재에이르게되는하나의여정이다.자연은인간밖에있는풍경이아니라,인간이끝내되돌아가야할생명의자리이며,사람은자연으로부터분리된존재가아니라그거대한생명의그물망을이루는한결이다.
심규한의시는자연을낭만적으로소비하지않는다.남도의산과강,갯벌과섬,바위와숲은저마다오랜시간의기억을품고있다.그기억속에는전쟁과학살,유배와디아스포라,이름없이스러져간사람들의삶이함께새겨져있다.시인은돌을보며침묵하는역사를듣고,새의이동에서민족의유랑을읽으며,꽃과나무를통해다시살아나는생명의시간을발견한다.자연은역사의바깥이아니라역사를품고치유하는공간이며,생태는인간을넘어서는것이아니라인간을다시인간답게만드는힘이다.
이시집의또하나의특징은시인의독창적인상상력이다.돌은강이되어흐르고,새는역사를품고날아오르며,숲은사람을기다린다.하나의단어는여러의미를품고,언어는끊임없이새로운생명의방향을만들어낸다.이러한언어유희는단순한기교가아니라,서로다른존재들이연결되어있다는생태적세계관을드러내는시적장치다.전작『통합생태학』에서철학의언어로펼쳐졌던‘관계의존재론’은이시집에서이미지와리듬,감각의언어로다시태어난다.
무엇보다『돌사람새사람』이우리에게전하는가장깊은울림은‘한사람’의의미에있다.오늘우리는이름과성과,경쟁과속도속에서끊임없이자신을증명해야하는시대를살아간다.그러나시인은마지막에이르러이름보다소중한것은‘무명(無名)’이며,거대한성공보다귀한것은끝내사람으로살아내는일이라고말한다.나무와돌,새와숲을지나돌아온자리는결국한사람의자리이며,그한사람은혼자가아니라모든생명과연결된존재이다.
심규한의시는거창한구호를외치지않는다.대신한송이꽃,한조각돌,한마리새,한사람의얼굴을오래바라보게한다.그느린시선속에서우리는잊고지냈던생명의질서와공존의감각을다시만나게된다.『돌사람새사람』은생태시집인동시에역사시집이며,문명전환의시대를살아가는우리모두에게건네는조용한성찰의시집이다.자연을사랑하는독자뿐아니라,인간과공동체의미래를고민하는모든이들에게오래곁에둘만한시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