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비 (김영산 시선집 | 양장본 Hardcover)

백비 (김영산 시선집 | 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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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 우주로의 회귀를 꿈꾸는 김영산의 시(詩)

과연 김영산 시인의 시는 우주로 회귀하고자 몸부림친다. ‘우주광녀 이야기’에서부터 ‘하얀 별’들의 수런거림, ‘푸른 해’. 블랙홀을 빠져나왔던 시들의 향연이 다시 블랙홀로 향한다. 지구에 갇혀 수명을 이어온 시의 회귀 본능인 것이다. 김영산 시인은 시의 본능에 따라 호흡하고 자꾸 블랙홀로 향하는 내면의 시선을 거두지 못한다. 처음부터 시는 땅에 발붙일 수 없었던 우주의 별이었던 까닭이다. -편집자 주
저자

김영산

시인
전남나주에서태어나중앙대문예창작과및동대학원을졸업했다.1990년『창작과비평』겨울호로등단하여『冬至』『평일』『벽화』『게임광』『詩魔』『하얀별』등의시집을냈다.2017년『포에트리』제2호에평론「한국시인들에게나타난우주문학론의징후」를발표했다.산문집『시의장례가치러지고있다』와평론집『우주문학의카오스모스』『우주문학선언』『우주문학과시』등을펴냈다.제3회황진이문학상을수상했다.현재중앙대겸임교수및한국예술원문예창작학과교수로있다.

목차

[시인의말]

제1부

영흥도농어바위를위한기도˚15
영흥도소사나무를위한기도1˚16
영흥도소사나무를위한기도2˚17
흰매˚18
까치들의집단적공격성-흰매˚20
타조˚21
배추밭을둘러보다˚22
시래기˚24
야콘˚26
라일락한그루를나도갖고있지˚27
파도˚28
게임광˚29
설동자(雪瞳子)˚30
가을혼례˚31
지구의주소˚32

제2부

내십일면관음상˚37
무구장˚38
변산편지˚39
갈대를위하여˚40
갑문에서˚41
벽화˚42
벽화˚43
벽화-면회˚44
벽화˚45
지하철벽화˚46
벽화˚47
벽화˚48
오늘의벽화는내일그려지지않는다˚49
사슴˚50
하지(夏至)˚52
백중무렵˚53
두나무˚54

제3부

봄똥˚57
어느신혼부부˚58
동지(冬至)-김경숙언니에게˚60
이미지˚61
갈치의추억˚62
돼지-큰누님˚63
사람에게도하나씩개펄이있다˚64
까치밥˚65
무광˚66
깃발˚67
목소리를낮춰얘기하라˚68
식구˚70
소상-모닥불˚71
밤꽃˚72
영산강-이나라첫벼농사지은영산강변˚73
영산강-마음의습지˚74
밥때가지나˚75
나와당신이잘다니던산˚76
부치지못한편지˚78


제4부

나는장님이되었다˚81
미인˚82
물웅덩이와푸른해˚83
푸른해˚84
인간공장˚86
한국건축최고발명품-아파트˚88
문비(門碑)˚91
지구대통령,죽음은계산된다˚96
우주게임˚98
거꾸러진우주문학˚100
우주문학과시˚102
우주안경해부-오른쪽눈은오른쪽귀보다내측이고코보다는외측이다˚104
망상(網狀)우주세포˚106
우주혈관의뇌경색은지진(紙陳)이다˚109
우주게임에는코인이필요없다˚110
우주광녀이야기˚112
우주게임˚114
하얀별˚121
하얀별˚127
하얀별˚133
하얀별˚138
모든죽음은환희다-생비(生碑)˚142
백비˚143
푸른해-공동묘지를떠나며˚152
그녀의십일면관음상˚154
눈보라˚156

[해설]동지의눈물에서하얀별의산고에이르는길˚157

출판사 서평

●시집『백비』가갖는의미

김영산시인이지금까지존재해온모든시의관념들을통째로쇄신하겠다는의지를분출한지오래되었다.그가개척한‘우주문학’에는죽음과신생의화염이격렬하게불타오른다.『백비』는결코이해받지못할이모험의운명에대해미리쓰는조사(弔詞)일까?아니다.이는그의시를결코이해하지못할사람들이만나게될백지장미래를슬퍼하는노래다.그러나이는저주가아니다.도발이고격려다.새로운시를읽고느끼는것은삶의혁명으로직결되기에.
-정과리/연세대학교국문과교수·문학평론가


●시집속에담긴시둘러보기


이미우주문학시대에우리는접어들었다,고나는쓴다
서울에서한적한시골학교를오가며
이어린새싹들이나는좋아
다행인것은38년만에돌아온교실이
캄캄한지난날의
블랙홀이아니라는것이다
블랙홀은너무나머나먼곳에있다
블랙홀은빛나지않는가장큰별이라서
블랙홀은거리를둬야별이된다,고나는칠판에쓴다
우리태양이은하태양을한바퀴도는데2억년
내가다니던학교에서
나는돌고돌아돌아온교실에서
나의수업은‘과학과시’
‘우주문학은과학이아니어서슬프다’
우리누리호우주선이성공하더라도,
시는과학이아니라서
외진교실에서우리는시를쓰고
내가공부하던교실의둥근책상에서36명의1학년을만나
앳된시를쓰자
앳된우주문학을하자
-「우주문학과시」전문


위의시는김영산시인의시적전환을시사하는중요한작품이다.특히자신이앞으로추구해나갈세계가바로‘우주문학’이라고천명한기념비적인작품이다.대학강단에서도‘앳된우주문학’을가르치겠다고한다.그러나시인이추구하는우주문학의실상을파악하기는무척어렵다.시인은물과기름이었던시와우주를결합하고자끈질긴노력을보여준다.우리시단에서‘우주문학’은대단히새로운개념이다.시인은내시가달라졌고우리시가달라져야함을역설한다.


팥죽을쑤다어머니는우신다
마당가에눈이쌓여희붐한저녁나절
시장한식구들이안방에모여앉아
짧은해처럼가버린언니를생각한다
동생들학비와무능한아비의약값과70년대말
158
쪼든양심을위해
십년이지나도록구멍난생계를뜨개질하지못한딸들을위해
긴긴밤무덤들위에목화송이흰이불을덮어주기위해
-「동지(冬至)-김경숙언니에게」전문


“짧은해처럼가버린언니”는누구인가.YH여공신민당사점거농성사건때죽은노동자김경숙씨를가리킨다.이른바유신말기였다.서울시경기동대장이지휘하는1,000여명의경찰기동대가신민당사에난입하여노동자들을폭력적으로강제연행하였다.이과정에서21살여공김경숙(당시노조집행위원)이사망했다.시인은위시에서무소불위의권력을휘두르던유신정권붕괴의서막이된YH여공신민당사점거농성사건때죽은김경숙의동생이되어그녀의넋을위로하기로한다.


어머니겨우내
떨며생솔가지베던조선낫으로
그늘진텃밭지푸라기쓸고눈을털면힘살백인배추싹들가슴멍들
도록살아서
너,견디기힘든시절을뿌리째끙끙앓고있구나
-「봄똥」전문

‘봄똥’은겨울을난이른봄의배추인데이땅의민중을가리키는것임을누구나알수있다.왕조시대때는상민이하의계층을민중이라고할수있을것이다.근대화이후에는군장성,고급공무원,국회의원,재벌,장차관(김지하의시「오적」에나오는오적)의반대말로인식되었다.금력과권력을가질꿈을꿀수없는서민계층이민중일터이다.촛불혁명의주체세력중에는지식인도있고샐러리맨도있었지만말이다.

1964년야반,아버지는골병든아들위해무구장파헤쳐한소쿠리
인골(人骨)가져다가왕겨태워갱엿환을만들어먹였다고
감곡과원외딴농가마당에서그가이런이야기를하며새빨갛게타
는잉그럭불들추었다
-「무구장」전문

시인이태어난무렵의일이다.제목은‘묵뫼’의전라도사투리로,오랫동안돌보지않아거칠게된무덤이다.어느외딴농가마당에서들은이이야기는좀섬뜩하다.무연고무덤을파헤쳐인골을가져다가왕겨태워갱엿환을만들어먹였다고골병든아들이나았을까?시인은이런인간세상의비극적상황을별다른감정의이입없이담담히이야기하지만독자는비애를느끼지않을수없다.